<판정요지>
① 3개월간 수염을 기른 채 근무하였음에도 제재나 민원 제기가 없었고, 승무에도 문제가 없었던 점, ② 근로자가 면도 지시를 거부하자 승무예정 1시간을 남겨두고 전격적으로 비행정지 처분을 한 점, ③ 소속 팀장의 비행정지 처분을 할 수 있는 업무상 필요성은 비행안전 등에 우려가 있는 경우라 할 것이고 수염 관련 용모규정 위반의 경우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④ 용모규정 위반을 징계사유로 정하고 있는 점과 단체협약상 ‘항공업무정지’가 징계의 종류인 점을 감안하면, 업무명령으로 비행정지 상태를 약 1개월간 지속한 것은 인사재량권 남용으로 봄이 상당한 점, ⑤ 징계와 동일한 효과를 초래하는 처분을 징계절차가 아니라 업무명령으로 대체하여 할 수도 있게 되는 점, ⑥ 비행정지 처분으로 인해 한 달 급여액의 약 30%에 해당하는 비행보장수당을 받지 못한 점 등으로 볼 때, 비행정지 처분은 업무상 필요성이나 업무수행의 합리적 이유가 없고 생활상 불이익이 커 부당하다.
◆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서
♣ 사 건 / 중앙2015부해211 ○○○○ 주식회사 부당비행정지 구제 재심신청
♣ 근로자(재심신청인) / 이○○
♣ 사용자(재심피신청인) / ○○○○ 주식회사
♣ 판정일 / 2015.05.14.
▣ 우리 위원회는 위 재심신청사건에 대하여 심사하고 주문과 같이 판정한다.
<주 문>
1.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2015.2.4. 이 사건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2014부해3498 부당비행정지 구제신청 사건에 관하여 행한 초심판정을 취소한다.
2. 이 사건 사용자가 2014.9.12. 이 사건 근로자에게 행한 비행정지는 부당한 처분임을 인정한다.
3. 이 사건 사용자는 이 판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이 사건 근로자에 대한 비행정지 처분을 취소하고, 이 사건 근로자가 비행정지 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근로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
<초심주문>
[서울지방노동위원회 2015.2.4. 판정 2014부해3498]
이 사건 근로자의 구제신청을 기각한다.
<재심신청취지>
1. 이 사건에 대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판정을 취소한다.
2. 이 사건 사용자가 이 사건 근로자에 대하여 2014.9.13.자 비행정지 처분은 부당한 인사처분이다.
3. 이 사건 사용자는 이 사건 근로자가 비행정지 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근로하였더라면 지급받았을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
<이 유>
1. 당사자
가. 근로자
이○○(이하 ‘이 사건 근로자’라 한다)는 1997.7.1. ○○○○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안전운항팀 소속 기장으로 근무하던 중, 2014.9.12. 비행정지 처분을 받은 사람이다.
나. 사용자
○○○○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사용자’라 한다)는 1988.2.17. 설립되어 위 주소지에서 상시근로자 약 10,000명을 사용하여 국내·외 항공운송업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2. 재심신청에 이른 경위
가. 이 사건 근로자는 이 사건 사용자의 2014.9.12.자 비행정지 처분이 부당하다며, 같은 해 12.9.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초심지노위’라 한다)에 구제신청을 하였다.
나. 이 사건에 대하여 초심지노위는 비행정지 처분이 정당하다고 보아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다. 이 사건 근로자는 2015.2.26. 초심지노위판정서를 수령하고, 이에 불복하여 같은 해 3.6. 우리 위원회에 초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재심을 신청하였다.
3. 당사자의 주장 요지
가. 근로자
이 사건 사용자의 ‘임직원 근무복장 및 용모규정’(이하 ‘용모규정’이라 한다)상 수염을 기르지 못하도록 한 것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규정으로, 이 사건 사용자가 이에 따라 처분한 2014.9.12.자 비행정지는 위법하고, 업무상 필요성이 없는 반면, 비행정지로 인해 320여 만원의 비행보장수당을 받지 못하여 생활상 불이익이 매우 크므로 이 사건 비행정지처분은 부당하다.
나. 사용자
이 사건 근로자는 항공사의 특성과 운항승무원의 용모규정 준수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턱수염을 기르는 것을 고수하고, 시정지시를 거부하여 비행임무정지 업무명령을 한 것이다. 비록 이 사건 근로자가 비행정지로 인해 비행보장수당 320여 만원을 받지 못하였으나, 이 사건 근로자가 연봉 1억원 이상을 받는 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행정지가 이 사건 근로자에게 미치는 생활상 불이익보다는 이 사건 사용자의 기업질서 유지를 위한 업무상 필요성이 더 크므로 정당한 처분이다.
4. 인정사실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주장, 입증자료의 각 기재내용, 재심 이유서 및 답변서, 초심 사건기록의 전 취지와 심문회의에서의 당사자 진술내용을 종합하여 다음 사실들을 인정한다.
가. 이 사건 근로자는 2014.9.12. 오후 ○○공항 승무원 대기실 내 화장실에서 이 사건 사용자의 안전운항부문 노○○ 상무(이하 ‘노○○ 상무’라 한다)와 마주치게 되었고, 이 때 노○○ 상무가 이 사건 근로자의 턱수염 기른 모습을 인지하였으며, 이후 같은 날 18:00경 이 사건 근로자의 소속팀장인 김○(이하 ‘김○ 팀장’이라 한다)이 이 사건 근로자에게 전화하여 수염을 기르는 것은 규정 위반임을 설명하고 면도할 것을 지시하여 이 사건 근로자도 “알겠다.”고 답변하였다.[초심 이유서 및 답변서]
나. 이 사건 사용자의 용모규정 제5조는 남직원은 안면을 항시 면도가 된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며, 수염을 길러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고, 제8조는 이 규정을 위반하면 징계사유가 된다고 정하고 있다.[사 제2호증 임직원 근무복장 및 용모규정]
다. 이 사건 사용자는 우리 위원회 심문회의에서 “2006년도에 용모규정을 제정할 당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대표의 의견을 듣거나 동의를 받은 사실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재심답변서, 재심 심문회의 진술내용]
라. 이 사건 근로자는 위 ‘가’항의 전화를 받은 당일 김○ 팀장을 찾아가 외국인과 다르게 수염을 기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차별적인 규정이라며 지시를 거부하였고, 이에 김○ 팀장은 이 사건 근로자에게 사규에 위반되는 용모로는 운항에 임할 수 없으며, 지시를 거부할 경우 즉시 비행임무를 부여하지 않겠다며 같은 날 19:00 이 사건 근로자에게 배정되어 있던 비행스케줄을 다른 기장으로 대체하였다.[초심 이유서 및 답변서, 사 제17호증 Crew Change Log]
마. 이 사건 근로자와 김○ 팀장은 2014.9.15.부터 같은 달 25일까지 전자메일로 위 ‘라’항의 용모규정 위반 및 비행스케줄 변경과 관련하여 서로에게 당사자의 입장을 표시하거나 요구하였고, 그 동안 이 사건 근로자에게는 계속 비행임무가 부여되지 않았다.[초 재심 이유서 및 답변서, 노 제2호증 상황설명서, 사 제5호증 상황설명서 전자메일, 사 제6호증 상황설명서, 사 제7호증 내지 제11호증 용모관련 재문의 전자메일]
바. 이 사건 사용자의 운항부문 운항지원팀 나○○ 팀장은 2014.9.25. 이 사건 근로자에게 전화를 걸어 면담을 요청하였던바, 이 사건 근로자는 같은 달 30일 면도한 모습으로 출근하여 면담에 응하였다. 이 때 이 사건 근로자는 비행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였고, 이후 같은 해 10.11.부터 비행임무를 부여받았다.[초심 이유서 및 답변서, 노 제4호증 면담내용에 대한 전자메일, 노 제5호증 비행정지 관련 전자메일]
사. 이 사건 사용자는 이 사건 근로자의 비행정지 기간에 대한 비행보장수당 3,240,827원을 이 사건 근로자의 2014. 11월분 급여에서 공제하였다.[초심 이유서 및 답변서, 사 제15호증 2014년도 급여명세서]
아. 이 사건 근로자는 우리 위원회 심문회의에서 턱수염을 언제부터 기르게 되었는지에 대하여 “2014. 5월 휴가기간 중에 자연스럽게 나는 수염을 그대로 두었고, 휴가 후에도 수염을 정리한 채로 승무를 하였으며, 그간에 이 사건 사용자나 고객들로부터 턱수염과 관련하여 아무런 지적을 받은 사실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재심 심문회의 진술내용]
【관련규정】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임직원 근무복장 및 용모규정》
제5조(근무용모 원칙) 임직원의 용모는 단정하고 청결을 유지하여야 한다.
➀ 남직원
2. 안면은 항시 면도가 된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며, 수염을 길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관습상 콧수염이 일반화된 외국인의 경우에는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를 허용한다.
제8조(위반자에 대한 조치) 동 규정 위반 시 징계사유가 된다.
《FOM(Flight Operation Manual)》
4.1 운항승무원
4.1.1 운항승무원 자격요건(운항기술기준 2.2. 5)
4.1.1.1 기장
가. 자격
기장은 건전한 정신과 단정한 용모를 갖추고 왕성한 책임감과 적극적인 자세로 임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운항승무원 급여지급 기준》
제1조(목적) 본 기준은 운항승무원의 임금 지급과 관련된 제반 기준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임금의 구성)
4. “비행수당”이라 함은 비행시간에 대하여 본 문서 제3조의 비행수당 산정기준에 의해 산정되는 금액을 말하며, “기본비행보장수당”은 월 75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제3조(비행수당 산정기준)
1. 승무원의 시간당 비행수당 단가는 별도로 정하는 비행수당 단가표에 의한다.
2. 비행수당은 비행수당 단가표 상의 시간당 비행수당 단가를 곱하여 산정한다.
3. 다음 각 호의1에 해당하는 사유 없이 ACTUAL TIME 비행시간이 30시간 이상이고, ACTUAL TIME 비행시간 75시간까지는 실제 비행시간에 관계없이 75시간분의 비행수당을 지급한다.
➀ 항공업무정지 이상의 징계를 받은 경우
➁ MISS FLIGHT로 인하여 월비행시간이 30시간에 미달되는 경우
➂ 승무가 불가능한 경우
➃ 무단결근하거나 승무명령을 거부한 경우
➄ 회사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하여 30시간의 승무시간에 미달하는 경우
(휴가실시로 인한 경우는 제외)
《조종사 노조 단체협약》
제32조 (징계 종류) 조합원이 받을 수 있는 징계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4. 감급 감급은 1회의 금액이 평균임금 1일분의 반액을 초과하거나 당해 총액은 1임금 지급기에 있어서 임금총액의 10분의1을 초과할 수 없다.
5. 업무정지
➀ 항공업무정지: 항공관계법이 정하는 항공업무 종사자로서의 본연의 업무를 정지시킨다. 국토교통부의 행정처분이 있는 경우 중복하여 징계하지 않는다.
➁ 지상근무: 비행승무를 정지시키고 지상근무에 종사하게 한다.
➂ 국제선 승무정지: 국제선 비행승무를 정지시킨다.
➃ 노선 제한: 특정 노선의 승무를 정지시킨다.
5. 판단
이 사건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요지가 위와 같으므로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비행정지 처분의 정당성 여부에 있다 할 것이다.
이러한 쟁점사항에 대하여 양 당사자의 주장과 우리 위원회에 제출된 각종 입증자료의 기재내용 및 이를 토대로 우리 위원회가 심문한 사항 등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한다.
이 사건 사용자는 용모규정을 위반한 이 사건 근로자에게 업무명령의 일환으로 비행임무를 부여하지 않은 것인바, 이는 잠정적 조치로서 인사재량권을 정당하게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먼저 용모규정에 대하여 살펴보면, 위 ‘4. 인정사실’의 ‘가’항 및 ‘나’항에서와 같이, 이 사건 근로자가 수염을 기르지 못하도록 정한 용모규정을 위반한 것은 분명하나, 위 ‘4. 인정사실’의 ‘나’항 및 ‘다’항에서와 같이, 이 사건 사용자는 용모규정 위반이 징계사유가 된다고 정하고 있음에도, 동 용모규정을 제정하면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지 않아 그 유효성에 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할 것이다.
설사 용모규정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① 이 사건 근로자가, 위 ‘4. 인정사실’의 ‘아’항에서와 같이, 그간 3개월 가까이 수염을 기른 채 승무를 하였으나 이 사건 사용자로부터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고, 고객의 민원 제기도 없었으며, 비행기 운항에도 달리 문제가 없었던 점, ②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4. 인정사실’의 ‘가’항 및 ‘라’항에서와 같이, 노○○ 상무가 이 사건 근로자의 수염 기른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된 후에 이 사건 근로자의 소속 팀장이 이 사건 근로자에게 면도할 것을 지시하였으나, 이 사건 근로자가 면도를 거부하자, 승무예정 1시간을 남겨두고 전격적으로 이 사건 근로자를 비행임무에서 배제한 점, ③ 이 사건 근로자의 소속 팀장이 독자적으로 비행임무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는 업무상 필요성으로는 기장의 음주 또는 과로 등으로 안전에 우려가 있는 경우를 상정할 수 있을지언정, 용모규정에 위반된 경우까지 이를 인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는 점, ④ 용모규정 제8조가 동 규정 위반은 징계사유가 된다고 정하고 있는 점과 단체협약 제32조(징계의 종류) 제5호에 ‘항공업무정지’가 징계의 종류로 규정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업무명령으로 약 1개월 동안 비행정지 상태를 지속한 것은 인사재량권 남용으로 봄이 상당한 점, ⑤ 그렇지 않다면, 징계와 동일한 효과를 초래하는 처분을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에 규정된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고 업무명령으로 대체하여 할 수도 있게 되는 점, ⑥ 위 ‘4. 인정사실’의 ‘마’항 내지 ‘사’항에서와 같이, 소속 팀장의 계속적인 비행정지 처분으로 인해 이 사건 근로자는 한 달 급여액의 약 30%에 해당하는 비행보장수당 3,240,827원을 받지 못하였는바, 결과적으로 징계처분의 일종인 감봉보다도 더 큰 불이익을 받은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사용자가 이 사건 근로자에게 비행정지 처분을 즉각 내려야 할 업무상 필요성이나 업무수행의 합리적인 이유가 없고, 근로자가 입은 생활상 불이익이 커서 이 사건 비행정지 처분은 부당하다 할 것이다.
6.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에 관하여 우리 위원회와 결론을 달리한 초심지노위의 판정이 부당하므로 취소하고, 이 사건 근로자의 재심신청은 이유 있어 인용하기로 하여 「근로기준법」 제30조 및 「노동위원회법」 제26조에 따라 주문과 같이 판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