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2023.2.14. 선고 2020가합547246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8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0가합547246 근로자지위확인의 소 등

• 원고(선정당사자) / 1. A, 2. B

• 피 고 / 대한민국

• 변론종결 / 2022.11.15.

• 판결선고 / 2023.02.14.

 

<주 문>

1. 이 사건 소 중 별지2 목록 기재 선정자들의 근로자지위확인청구에 관한 부분을 각하한다.

2. 원고들의 나머지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위적으로, 원고(선정당사자,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들 및 선정자들이 피고의 근로자임을 확인한다.

예비적으로, 피고는 별지1 선정자 명단 기재 순번 1108 내지 1530 선정자들에 대하여 고용의 의사 표시를 하라.

 

<이 유>

1.  기초 사실

 

원고들 및 선정자들은 「별청우체국법」(이하 명확히 표시할 필요가 없는 한 ‘법’이라고만 약칭한다) 제8, 10조 및 「별정우체국직원 인사규칙」(이하 「인사규칙」이라고만 한다)에 의하여 별정우체국 직원으로 채용되어 전국 각지의 별정우체국에서 사무원 내지 집배원으로 재직 중이거나 근무하다 퇴직한 사람들이다.

 

2.  원고들의 청구 요지

 

가. 주위적 청구: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의 성립을 전제로 한 근로자지위확인청구

선정자들은 형식적으로는 별정우체국장의 직원으로 채용되었으나, 실질적으로는 피고가 선정자들로부터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을 포함한 제반 근로조건을 정하였고, 별정우체국장은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고 피고의 노무대행기관에 불과하였다. 따라서 선정자들과 피고 사이에는 피고가 선정자들을 직접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었는바, 선정자들이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다는 확인을 구한다.

나. 예비적 청구: 파견을 전제로 한 근로자지위확인청구 내지 고용의 의사표시 청구

1) 설령 선정자들과 피고 사이에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까지는 성립하지 않았다고 보더라도, 선정자들은 별정우체국장에 고용된 후 피고의 지휘·명령을 받으면서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피고를 위한 파견근로를 제공하였다.

2) 따라서 2007.6.30. 이전 위 2년의 기간을 충족한 선정자들의 경우, 구 파견법 제6조제3항 본문에 따라, 위 선정자들이 별정우체국 직원으로 채용된 날부터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 날 위 선정자들과 피고 사이에 직접고용관계가 형성되었다. 위 선정자들은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다는 확인을 구한다(위 선정자들은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의 청구취지가 같다).

3) 피고는 나머지 선정자들 중

① 현행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이 시행된 2012.8.2. 기준 근무기간이 2년이 넘는 선정자들에 대하여는 개정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제1호에 따라 위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다음 날부터,

② 2012.8.2. 이전 별정우체국 직원으로 채용되었으나 근무기간이 2년이 되지 않은 선정자들에 대하여는 현행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제1호 또는 제5호에 따라 2012.8.2.부터,

③ 2012.8.2. 이후 별정우체국 직원으로 채용된 선정자들에 대하여는 현행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제1호 또는 제5호에 따라 그 입사일 다음 날부터,

각 고용할 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위 선정자들은 피고에 대하여 고용의 의사 표시를 구한다(예비적 청구취지 부분).

 

3.  정년이 도래한 선정자들에 대한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가. 확인의 소에서 ‘확인의 이익’이란 당사자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이를 제거하는 데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 인정된다(대법원 2022.10.27. 선고 2017다9732, 9749, 9756 판결 등 참조).

 

나. 「국가공무원법」 제74조제1항은 공무원의 정년을 60세로 정하고 있고, 「우정사업본부 공무직 및 기간제근로자 관리규정」 제62조제1, 2항은 공무직근로자 등의 정년을 60세로 정하고 있다. 선정자들은 주위적으로 근로자지위확인을 구하고 있는바, 그 의미는 피고 산하 우정사업본부 소속 정규직 근로자 지위에 있다는 확인을 구한다는 것인데(2022.3.23.자 준비서면 1~2쪽), 위 각 규정에 비추어 보면 별지2 기재 선정자들은 이 판결 선고일 현재 정년이 도래하였음이 명백하다. 따라서 원고들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위 선정자들은 더 이상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을 수 없으므로, 피고에 대하여 근로자지위에 있다는 확인을 구하는 것이 위 선정자들의 현존하는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불안·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소 중 위 선정자들의 근로자지위확인청구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다만 이하에서 위 선정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선정자들을 부를 때에도 ‘선정자들’이라고만 한다).

 

다. 한편 피고는 고용의 의사표시를 구하는 선정자들 중 일부에 대하여도 정년이 도래하였으므로 권리보호이익이 없다는 취지의 본안전항변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의 의사표시 청구는 이행청구이므로, 정년이 도래하였다는 사정은 본안판단에서 참작하면 충분하다. 위 선정자들에 대한 본안전항변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또한 피고는 이미 별정우체국에서 퇴직한 선정자들은 근로자지위확인 내지 고용의 의사표시 청구를 할 권리보호이익이 없다는 취지의 본안전항변을 하고 있다. 그러나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에 대한 관계에서 퇴직하였다는 사정은 원칙적으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직접고용간주나 직접고용의무와 관련된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대법원 2019.8.29. 선고 2017다219072, 219089, 219096, 219102, 219119, 219126, 219133 판결 등 참조), 위 선정자들에 대한 본안전항변도 이유 없다.

 

4.  관련 법리

 

가. 원고용주에게 고용되어 제3자의 사업장에서 제3자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제3자의 근로자라고 할 수 있으려면, 원고용주는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제3자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 있는 등 그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사실상 당해 피고용인은 제3자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으며,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자도 제3자이고, 또 근로제공의 상대방도 제3자이어서 당해 피고용인과 제3자 간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20.4.9. 선고 2019다267013 판결 등 참조).

 

나. 한편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위와 같이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 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2.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참조).

 

다. 다른 한편,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에 따른 직접고용의무는 근로자파견사업을 하는 파견사업주, 즉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하는 자가 주체가 되어 행하는 근로자파견의 경우에 적용된다.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하는 자’란 반복·계속하여 영업으로 근로자파견행위를 하는 자를 말하고, 이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자파견행위의 반복·계속성, 영업성 등의 유무와 원고용주의 사업 목적과 근로계약 체결의 목적, 근로자파견의 목적과 규모, 횟수, 기간, 태양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위와 같은 반복·계속성과 영업성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파견행위를 한 자, 즉 원고용주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전출은 근로자가 원소속 사업체와의 근로계약을 유지하면서 휴직·파견·사외근무·사외파견 등의 형태로 원소속 사업체에 대한 근로제공의무를 면하고 전출 후 사업체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함으로써 근로제공의 상대방이 변경되는 것으로서 근로자의 원소속 사업체 복귀가 예정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고유한 사업목적을 가지고 독립적 사업 활동을 영위하는 계열사업체 간 전출의 경우 전출 근로자와 원소속 사업체 사이에는 온전한 근로계약 관계가 살아있고 원소속 사업체로의 복귀 발령이 나면 기존의 근로계약 관계가 현실화되어 계속 존속하게 되는바, 위와 같은 전출은 외부 인력이 사업조직에 투입된다는 점에서 파견법상 근로자파견과 외형상 유사하더라도 그 제도의 취지와 법률적 근거가 구분되므로, 전출에 따른 근로관계에 대하여 외형상 유사성만을 이유로 원소속 사업체를 파견법상 파견사업주, 전출 후 사업체를 파견법상 사용사업주의 관계로 파악하는 것은 상당하지 않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7.14. 선고 2019다299393 판결 참조).

 

5.  주위적 청구(묵시적 근로계약관계의 성립을 전제로 한 근로자지위확인청구)에 관한 판단

 

위 법리들에 비추어 보건대,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별정우체국장이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별정우체국장이 형식적·명목적 존재임을 전제로, 선정자들과 피고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였다며 근로자지위확인을 구하는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다. 구체적인 판단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별정우체국은 우체국이 없는 벽지에 우체국을 설치·운영하여 국민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로(법 제1조), 1961.8.17. 「별정우체국설치법」의 제정에 따라 도입되었다. “별정우체국”이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의 지정을 받아 자기의 부담으로 청사(廳舍)와 그 밖의 시설을 갖추고 국가로부터 위임받은 체신(遞信) 업무를 수행하는 우체국을 말한다(법 제2조제1호).

별정우체국을 설치·운영하려는 사람은 「별정우체국법 시행령」(이하 ‘영’이라고만 한다) 및 「별정우체국법 시행규칙」(이하 ‘규칙’이라고만 한다)이 정하는 자격요건과 시설(청사와 비품 등)을 갖추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의 지정을 받아야 한다(법 제3조). 별정우체국을 설치한 사람 또는 그 추천을 받은 사람이 별정우체국의 사무를 관장하는 국장이 되는데(법 제4조), 통상 별정우체국 지정을 받은 피지정자 본인 내지 그 자녀나 배우자와 같은 승계인(법 제3조의 3)이 국장이 된다. 다만 국장은 19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공무원 임용 결격사유가 없어야 하고, 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소양, 건강이 있어야 하며, 일정한 자산이 있어야 한다(법 제5조). 그 자격요건과 요구 자산 등에 비추어, 별정우체국장이 형식적·명목적인 존재라고 보기 어렵다.

한편 별정우체국으로 지정된다고 하여 그 청사 등이 국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별정우체국 지정이 취소된 경우 그 피지정인은 그 업무를 인계할 우체국 또는 별정우체국이 지정되어 업무 수행에 필요한 시설을 갖출 때까지의 사용료를 청구할 수 있고, 지정이 취소된 날부터 3개월이 지났을 때에는 청사 등 시설을 철거할 수 있다(법 제15조제2, 3항). 즉 별정우체국의 업무 수행에 가장 중요한 자산인 청사는 여전히 그 피지정인의 소유이다.

 

나. 별정우체국이 설치되면 그 관할구역에서 우체국의 사무와 같은 사무를 관장하게 되고(법 제6조), 「별정우체국법」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는 「우편법」, 「우편환법」, 「우편대체법」, 「우체국예금·보험에 관한 법률」 등 우체국에 관한 법령이 준용된다(법 제35조).

별정우체국은 지방우정청장으로부터 업무운영을 위한 기본운영비(사무비)를 지급받고(법 제13조, 영 제73조제1항제2호, 규칙 제16조), 우정사업본부장으로부터 국장 및 직원에게 지급되는 봉급월액과 수당 상당액을 지원받는다(「인사규칙」 제14조).

그러나 별정우체국은 피고 우정사업본부가 직접 운영하는 일반우체국과는 달리, 취급한 업무(우편물 취급, 우표·우편환·우편대체 취급, 공과금 수납, 우체국예금 취급 등)에 대하여 지방우정청장으로부터 별도의 업무취급수수료(우편수수료 + 금융수수료)를 지급받는다(법 제13조, 영 제73조제1항제2호, 규칙 제17조). 2021년 기준 전국 710곳의 별정우체국이 지급받은 수수료는 최저 5,533,100원에서 최대 48,113,630원에 이르는바(을 제16호증), 별정우체국은 위 수수료를 사용하는 데 관하여는 국가로부터 특별한 지휘나 통제를 받지 않는다. 이에 별정우체국은 위 업무취급수수료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해 특색 있는 혜택과 서비스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을 제23호증). 다른 한편 별정우체국에서 우체국예금․보험에 관한 횡령․유용 등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경우 원칙적으로 비위자가 그 손실액을 보전하여야 하지만, 보전이 어려운 경우 별정우체국장이 이를 보전처리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피고 2022.9.30.자 준비서면 9쪽, 을 제19호증). 이처럼 별정우체국은 그 운영을 통한 수수료 수입의 창출 가능성은 물론, 금융사고 등에 따른 손실의 가능성 또한 안고 있다.

 

다. 별정우체국장은 소관 사무를 구체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인사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직원을 채용할 수 있다(제8조). 직원 중 집배원은 우편물의 배달과 수집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사무원은 우편 접수 및 금융창구(우체국예금·보험 등) 업무를 주로 담당한다(을 제7호증 12쪽).

별정우체국이 우편물 배달 업무 및 금융창구 업무라는 공무를 수탁받아 수행하는 이상, 별정우체국 직원들도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추어야 함은 물론, 그 채용이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에 법은 직원의 임용, 복무, 보수 및 징계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인사규칙」으로 정하여(법 제10조), 그 채용후보자를 공개경쟁시험의 방법으로 선발하여 국장에게 추천하도록 정하고 있다(「인사규칙」 제3조제1, 2항).

그러나 위 “공개경쟁시험”이라 함은 공개모집의 방법을 적용함을 말하는 것으로 「공무원임용령」에서 정의하는 공개경쟁시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을 제7호증 「별정우체국직원 채용시험업무 처리지침」 제3조제3호), 그 시험위원(면접위원)에는 당해 별정우체국장도 포함된다(위 지침 제21조제2항). 나아가 3배수의 채용후보자 중 누구를 직원으로 채용할 것인지에 관한 최종적인 결정 권한은 국장에게 있다(「인사규칙」 제3조제3항). 직원들은 국장의 직무상 명령을 준수하여야 하고(「인사규칙」 제18조), 연가 등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국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인사규칙」 제27조제4항). 결국 국장은 직원의 채용, 복무, 인사 등에 관하여 비록 관련 법령에 의한 통제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이고도 상당한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라. 그 밖에 원고들은 별정우체국장이 아닌 피고 우정사업본부에 근로를 제공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아래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부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별정우체국에서만 근무한 선정자들은 별정우체국장에게 근로를 제공하였음이 명백하고, 별정우체국 집배원으로서 총괄우체국에서 근무한 선정자들 역시 별정우체국의 소관 사무를 수행하고 있어 피고 우정사업본부가 아닌 별정우체국장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결국 근로제공의 상대방이 피고 우정사업본부라는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마. 근본적으로, 별정우체국장이 형식적·명목적 존재에 불과하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결국 현행 「별정우체국법」이 정한 별정우체국 제도와는 양립하기 어렵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별정우체국법」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결정을 한 바도 없고, 원고들도 이 사건에 「별정우체국법」이나 별정우체국 제도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2022.5.10.자 준비서면 3쪽 이하). 그렇다면 「별정우체국법」이 별정우체국 및 별정우체국장을 독립한 법적·경제적 주체로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정우체국장은 형식적·명목적 존재에 불과하다는 주장은, 법률의 합헌적 해석 원리와 권력분립의 관점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6.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유형의 정리

원고들은 선정자들을 다음과 같은 5가지 유형으로 구분한 다음, 선정자들이 별정 우체국장이 아닌 피고 우정사업본부에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면서 근로자 파견관계가 성립하였음을 주장하고 있다(2022.3.23.자 준비서면 3쪽). 이하에서는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에 따라 각 유형별로 파견근로의 성립 여부를 판단한다.

○ 제1유형: 별정우체국 사무원으로 별정우체국에서만 근무한 선정자들

○ 제2유형: 별정우체국 사무원으로 총괄우체국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선정자들

○ 제3유형: 별정우체국 집배원으로 별정우체국에서만 근무한 선정자들

○ 제4유형: 별정우체국 집배원으로 총괄우체국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선정자들

○ 제5유형: 별정우체국 사무원 및 집배원으로 별정우체국에서만 근무한 선정자들

 

나. 제1, 3, 5유형 선정자들에 관하여

위 선정자들은 주장 자체에 의하더라도 피고 우정사업본부가 직접 운영하는 총괄우체국에서 근무한 적이 없고 별정우체국에서만 근무한 사람들이다. 다만 원고들은 ① 피고 우정사업본부가 별정우체국에 대한 각종 공문(지침, 알림) 등을 통해 위 선정자들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고 있고, ② 위 선정자들의 보수 및 별정우체국 운영에 필요한 물품 등도 피고 우정사업본부가 지급하며, ③ 위 선정자들에 대한 인사권도 피고 우정사업본부가 행사한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위 선정자들이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 우정사업본부를 위한 근로를 제공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 특히 갑 제1 내지 9, 13 내지 22호증(가지번호 포함)을 면밀히 살펴보더라도, 위 증거들만으로는 위 선정자들이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구체적인 판단 이유는 앞서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에서 본 사정들에,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덧붙인다.

○ 별정우체국은 우체국의 사무와 같은 사무를 관장한다(법 제6조). 따라서 위 선정자들이 별정우체국에서 근무하면서 그 관할구역에서 집배원 내지 사무원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하였다면, 이는 별정우체국의 소관 사무를 위하여 근로를 제공한 것이지 피고 우정사업본부를 위하여 근로를 제공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피고 우정사업본부가 직접 위 선정자들로부터 근로를 제공받았음을 전제로 한 근로자파견관계 주장은 그 전제부터가 받아들이기 어렵다.

○ 원고들이 위 선정자들에 대한 지휘·감독의 근거로 들고 있는 각종 공문 등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나 지방우정청장, 관할 총괄우체국장이 별정우체국(장)에게 업무 협조를 요청하고 일반적인 지침 및 업무상 필요한 내용을 공유하는 내용의 공문일뿐, 위 선정자들과 같은 개별 집배원들이나 사무원들에게 구체적인 지시·명령을 하는 내용의 공문이 아니다. 그중에는 집배원들이나 사무원들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준수해야 하는 사항들을 정한 것도 있으나, 이는 우편물 배달 업무 및 금융창구 업무라는 공무에 관하여 그 업무처리의 통일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보일 뿐이다. 우편사업을 관장하는 피고가 그 업무처리의 표준을 정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모든 집배원이나 사무원들에 대한 지휘·명령을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다. 제2유형 선정자들에 관하여

위 선정자들은 별정우체국 사무원으로 총괄우체국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 특히 갑 제23 내지 68호증을 면밀히 살펴보더라도, 위 증거들만으로는 위 선정자들이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위 선정자들의 근무내역(피고 2022.11.11.자 준비서면 별지3)에 갑 제20호증의 1 내지 3, 을 제20 내지 2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위 선정자들은 횡령 및 유용 등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별정우체국간 순환근무(갑 제20호증의 1 내지 3) 사고예방 및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교류근무(을 제20호증), 업무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을 제22호증) 내지 토요근무, 코로나-19로 인한 임시지원 등의 사정으로 다른 별정우체국이나 총괄우체국에서 단기간 근무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일 뿐이다. 이를 내세워 위 선정자들과 피고 우정사업본부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였다는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라. 제4유형 선정자들에 관하여

위 선정자들은 별정우체국 집배원으로 채용되었으나 피고 우정사업본부가 직접 운영하는 총괄우체국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 특히 갑 제10, 19, 23 내지 69호증(가지번호 포함)을 면밀히 살펴보더라도, 위 증거들만으로는 위 선정자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위 선정자들은 별정우체국장과의 근로관계를 유지하되 다만 「별정우체국법」 제10조 및 그로부터 위임을 받은 「인사규칙」 제11조의6 등의 규정에 의하여 총괄우체국으로 적법하게 전보되어, 그곳에서 별정우체국이 관장하는 우편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구체적인 판단 이유는 앞서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에서 본 사정들에,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덧붙인다.

1) 별정우체국은 일정한 자격요건과 자산을 갖추어야 설치되고, 설치되면 그 관할구역에서 우체국의 사무와 같은 사무를 관장하므로 형식적·명목적인 존재라고 보기 어렵다. 별정우체국은 우편물 배달 업무 및 금융창구 업무라는 공무를 수탁받은 주체이고, 국장은 별정우체국의 사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국장은 그 관할구역에서 우편업무를 구체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위 선정자들을 별정우체국 집배원으로 채용하였던 것이지, 총괄우체국에 파견하기 위해 위 선정자들을 채용하였던 것이 아니다.

2) 다만 정보통신․운송기술의 발달 및 사회환경의 변화에 따라 개별 별정우체국보다는 여러 별정우체국을 관할하는 총괄우체국에서 우편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인 경우도 있게 되었다. 이에 ‘집배권역 광역화 정책’이 추진되어 별정우체국 소속 집배원들 중 일부는 별정우체국이 아니라 총괄우체국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이에 관하여 「인사규칙」 제11조의6 제1항은 “총괄우체국장은 같은 직위에서의 장기근무로 인한 침체를 방지하고 창의적인 업무수행을 기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별정우체국의 직원을 전보(轉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바, 위와 같은 총괄우체국으로의 전보는 「인사규칙」에 근거한 적법한 인사조치라고 보아야 한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위 「인사규칙」 제11조의6은 법률로부터 위임받지 않은 사항을 정한 것으로 효력이 없고, 이와 달리 본다면 법 제10조가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반하거나, 사용자가 아닌 총괄우체국장이 위 선정자들에게 인사명령을 할 수 있다는 결론이 되어 민법에 반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직원의 임용, 복무, 보수 및 징계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할 수 있다는 법 제10조의 문언 및 표제(인사관리)에 비추어 볼 때, 위 「인사규칙」 제11조의6이 법률로부터 위임받지 않은 사항을 정한 것이라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또 별정우체국 관련 법률관계에 관하여는 민법이나 파견법 등의 일반법보다는 「별정우체국법」이 특별법으로서 우선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위 「인사규칙」이 민법에 반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3) 한편 총괄우체국에서 우편업무를 주로 수행하게 된 경우에도 별정우체국이 폐쇄되거나 별정우체국의 소관 사무에서 우편업무가 자동적으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별정우체국법」에 의하면 당해 별정우체국 관할구역에 관한 우편사무는 여전히 별정우체국이 관장한다고 봄이 타당하며, 실제로 별정우체국은 기존 청사에서 우편 접수 및 금융창구 업무 등을 수행하고, 총괄우체국 산하 집배센터(sub-hub)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 소관사무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별정우체국장이 집배원들을 총괄우체국으로 파견하여 피고 우정사업본부를 위한 근로를 제공하게 하였다기보다는, 여전히 별정우체국의 소관사무인 우편사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집배원들을 총괄우체국으로 전보한 것이라고 평가함이 타당하다. 이에 대하여 갑 제10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위 선정자들이 소속 별정우체국과 무관하게 피고 우정사업본부만을 위한 우편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 달리 위 각 선정자별로 업무 형태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증명이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4) 앞서 본 바와 같이 별정우체국은 지방우정청장으로부터 업무운영을 위한 기본 운영비를 지급받고(법 제13조, 영 제73조제1항제2호, 규칙 제16조), 우정사업본부장으로부터 직원들의 봉급월액과 수당 상당액을 지원받는데(「인사규칙」 제14조), 이는 총괄우체국으로의 전보 여부를 불문한다. 따라서 별정우체국이 집배원들을 총괄우체국에 파견한 대가로 위 인건비를 지원받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어, 파견의 영업성을 인정하기도 부족하다.

5) 위 선정자들이 총괄우체국에서 근무한 것은 우편업무의 효율성을 위한 것일 뿐, 정보통신․운송기술이 더욱 발달하면 다시 별정우체국에서 우편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경우 위 선정자들은 복귀 명령에 따라 소속 별정우체국에서 다시 우편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인바, 이와 같이 복귀 가능성이 전제되어 있는 근로관계를 파견법상 근로자파견관계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

 

7.  결론

 

이상의 이유로, 이 사건 소 중 별지2 목록 기재 선정자들의 근로자지위확인청구에 관한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고, 원고들의 나머지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이기선(재판장) 현재언 최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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