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 등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그 지위 또는 명칭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이라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바(대판 2002다24681 등), 원고는 피고의 대표이사가 경영에 관여한 회사들에서 약 18년간 사원·대리·과장·실장으로 재직하다가 피고의 부사장으로 근무한 점, 거의 매일 피고의 대표이사(주로 해외 거주)에게 이메일이나 전화 등으로 자신의 근태상황과 업무진행상황을 보고한 점, 피고의 대표이사 가족에 관한 사적인 업무도 수행한 점 등에 비추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서울고등법원 2022.4.15. 선고 2021나2026961 판결 : 확정】

 

• 서울고등법원 제15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1나2026961 해고무효확인

• 원고, 피항소인 / A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건양 담당변호사 양장열

• 피고, 항소인 / 주식회사 B

• 제1심판결 / 서울서부지방법원 2021.7.1. 선고 2020가합38075 판결

• 변론종결 / 2022.03.04.

• 판결선고 / 2022.04.15.

 

<주 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가 2016.1.22. 원고에 대하여 한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016.1.23.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월 8,333,33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기초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기재할 이유는, 제1심판결의 해당 부분 기재와 동일하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약어 포함하여 이를 인용한다.

 

2.  당사자의 주장 요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피고의 등기된 사내이사로 부사장의 직함을 가지고 재직하여 왔으나, 업무의 구체적인 내용과 수행 절차 등에 비추어 볼 때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고 해고사유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그 무효확인을 구함과 아울러 복직할 때까지의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구한다.

 

나. 피고의 주장 요지

1)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다가 위 구제신청을 취하하였고, 해임된 날로부터 약 4년 5개월, 위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취하한 날로부터 약 4년이 경과한 후에 해임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이러한 소 제기는 신의칙에 반하거나 실효의 원칙에 의하여 허용될 수 없고, 소권남용에 해당한다.

2) 원고는 피고의 임원이자 등기된 사내이사로서, 미합중국에 주로 거주하는 대표이사 F를 대신하여 사실상 대표이사의 지위에서 의사결정권한을 가지고서 이 사건 사업을 추진하는 등 자금 운용, 인사 관리 등을 비롯한 피고 회사의 경영 전반에 관여하여 왔고, 피고 회사로부터 고액의 보수를 지급받음과 아울러 차량과 법인카드도 제공받았다. 따라서 원고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은 근로자가 아니다.

3) 설령 원고에 대하여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사업과 관련하여 분양대행회사 관계자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거나 용역업체에게 과도한 대금을 지급하였을 뿐만 아니라, 업무를 소홀히 하여 자신의 부친이 이 사건 사업과 관련하여 저질렀던 비리를 제지하지 못하는 바람에 피고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혔고, 여전히 원고가 피고 회사에 재직하면서 수많은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음을 더하여 보면, 해고(혹은 해임)사유가 인정된다.

4) 만약 원고에 대한 해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피고 회사 정관은 이사의 임기를 3년으로 정하고 있는데, 원고의 이사로서의 임기는 이 사건 소 제기 이전에 만료되었으므로 이사 임기가 만료된 이후의 보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

 

3.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일반적으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권리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그 권리행사의 기대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의무자인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다음에,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 필요한 요건으로서의 실효기간(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길이와 의무자인 상대방이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우마다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장단과 함께 권리자 측과 상대방 측 쌍방의 사정 및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으로서, 이 경우 근로자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2.1.21. 선고 91다30118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1) 을 제17, 18, 71, 76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① 원고가 이 사건 해고통지서를 수령한 후인 2016.4.4.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다가 2016.5.26. 위 구제신청을 취하한 사실, ② 이후 원고는 이 사건 해고일로부터 약 4년 6개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날로부터는 약 4년 4개월이 지난 2020.8.10.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 ③ 원고가 F에게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관련 형사사건의 범죄사실 관련하여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듯한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

2) 그런데 앞서 든 증거들과 을 제21, 22, 23, 28, 34, 41, 68, 71, 7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여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인정사실이나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해고를 다투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부여하였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 사건 소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실효의 원칙에 의하여 부적법하다거나 소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① 원고는 2017.4.13. “피고 회사에서 부사장으로 근무하면서 이 사건 사업의 분양대행사를 찾던 중 주식회사 N(이하 ‘N’라 한다) 대표이사 P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F에게 N를 분양대행사회사로 선정할 것을 적극 추천하여 F의 승인 하에 N와 피고가 분양대행용역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인사비 명목으로 2억 원을 받았다”는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러나 원고는 2019.4.18. “원고가 분양대행계약 체결에 관한 부정한 청탁과 관련하여 위 2억 원을 수수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고(서울서부지방법원 2017고단944), 이에 검사가 항소하였으나 항소기각되어(서울서부지방법원 2019노507) 위 판결이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관련 형사사건’이라 한다).

② 이 사건 해고통지서에 기재된 해고사유는 “회사품위 손상 및 배임, 기타”인데 이중 “회사품위 손상”과 “기타”가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지 불분명하여, “배임”이 중요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이에 대한 관련 형사사건의 결과가 원고에 대한 해고의 효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므로, 원고로서는 우선 관련 형사사건에서 공소사실을 적극적으로 다투어야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원고는 위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고, 이 사건 소는 관련 형사사건이 확정된 때로부터 약 2개월이 경과한 2020.8.10. 제기되었다. 원고는 관련 형사사건을 통하여 원고의 행위가 형사처벌을 받을 만큼의 위법성이 없어 징계사유가 부존재한다고 보고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③ 원고가 F와의 대화나 F에게 보낸 이메일 등에서 분양대행계약과 관련하여 N 측으로부터 금원을 수령하였음을 인정하고, 그에 관한 잘못을 시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 아래 4. 가.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는 약 18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F가 경영하는 기업에 근무하면서 F 일가의 개인적인 일을 처리할 정도로 F에게 종속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던 점, ㉯ F는 이 사건 해고 당시 원고의 부 Q을 배임수재 및 횡령, 사기를 이유로 해고하고, 동일한 사유를 이유로 고소하여 Q이 구속되기도 하였는바, 원고로서는 F에게 ‘고령에 건강이 좋지 않은 자신의 부 Q에 대한 선처를 주로 호소하면서 자신의 잘못도 인정하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점, ㉰ 원고도 F로부터 구체적 해고사유에 관한 통지 없나 해명의 기회를 제공받지 못하고 해고당한 이후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업무상배임으로 고소를 당하였고, 예금채권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기도 하는 등 민·형사상으로 상당한 압박을 받았는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F에게 반성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 원고는 2016.7.26. F와의 대화에서 자신이 분양대행계약 과정에서 돈을 수령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하며 F의 이해를 얻으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만으로 이 사건 해고의 효력을 다투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부여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4.  해고무효확인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인정 여부

1) 관련 법리

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을 따져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12.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0.5.27. 선고 2007두9471 판결, 대법원 2019.11.28. 선고 2019두50168 판결 등 참조).

나) 한편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 등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그 지위 또는 명칭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매일 출근하여 업무집행권을 갖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거나 또는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03.9.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대법원 2017.9.7. 선고 2017두46899 판결 참조).

2) 판단

앞서 든 증거, 갑 제1, 7 내지 12, 16, 35, 40, 43 내지 58호증, 을 제6 내지 14, 20, 24, 32, 42, 46, 48, 49, 63, 64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당심 증인 R의 일부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여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와 피고 회사의 관계는 상법상의 이사에 해당하는 수준의 위임관계에 이르지 못하였고, 비록 원고가 피고의 등기된 사내이사로서 부사장 직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지위는 형식적인 것에 불과할 뿐, 실질적으로 원고는 피고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대표이사 F의 신임을 바탕으로 그의 상당한 지휘·감독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고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고 판단된다.

① 원고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1999.2.22.부터 약 18년 동안 F의 가족기업으로 그가 대표자의 지위에서 경영에 관여해 왔던 G 주식회사, 주식회사 H, 주식회사 I, 주식회사 J, K, 피고 회사 등(이하 ‘주식회사’ 표기는 생략한다)을 옮겨가며 사 원·대리·과장·실장으로 재직하여 왔고, 최종적으로 피고 회사의 부사장으로 근무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인사이동 과정에다가, 원고가 J에서 피고 회사의 부사장으로 옮기면서 퇴직금 등을 지급받은 사실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와 피고 회사 간 별도의 위임계약 등이 작성되었다고 볼 자료도 없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원고가 피고 회사의 등기된 사내이사로서 부사장으로 근무하게 된 것은 F가 경영하는 기업들 내에서의 전보와 승진에 따른 것으로 보일 뿐, 그것이 F 측과 사이에서 종전의 근로관계를 해지하고 향후 원고에게 피고 회사의 전반적인 업무집행권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고는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원고는 F에게 피고 사내이사로 등기된 후에도 피고 회사뿐만 아니라 J, K의 업무에 관한 보고를 하기도 하였고, 원고의 F에 대한 업무 보고의 빈도나 그 형식이 크게 변하지도 않았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사업을 F에게 제안하였고 그에 따라 F가 원고에게 이 사건 사업에 관한 전권을 위임하였으므로 원고가 전문경영인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한다. 그러나 을 제43호증은 이 사건 사업을 위한 토지 및 건물의 매입과 관련하여 원고가 F에게 보고한 내용일 뿐이어서, 이것만으로 원고가 이 사건 사업을 F에게 제안하였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F는 원고에게 2008.12.경부터 호텔을 건설할 수 있는 부동산 매물을 알아볼 것을 지시하였고, 원고는 이에 따라 이 사건 사업을 위한 부동산을 탐색했던 것으로 보인다.

② 원고는 피고의 부사장으로 근무하면서 월 평균 3회 이상 F와 통화하였고, 이메일을 통해 미합중국에 거주하는 F에게 수시로 사업에 수반되는 계약의 체결, 사업타당성 조사 결과,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포함한 비용지출내역, 피고 회사의 자금 조달·관리와 그에 따른 세무 업무, 직원의 고용·해고와 하계 휴가사용 등과 같은 인사 관리, 피고 내부에서의 회의 결과, 지방 출장 결과, 법률분쟁 관리, 환율 동향 등에 관한 업무보고를 해 왔다(평균적으로 주당 3~4회는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갑 제11호증 참조).

이에 대하여 피고는 F가 원고에게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한 적이 없고 원고가 사후적으로 보고만 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 F가 원고에게 전화상으로 여러 차례 구체적인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점, ㉯ 원고가 F에게 발송한 이메일에 의하면, F는 원고에게 설계·디자인 업무에만 국한하지 않고 피고 회사의 자본금 증자, 지하폐기물 처리 업체에 대한 공문 발송, 컨설팅 수수료 지급, 직원 채용·해고 및 대체인력 확보, 급여 지급, 부서별·직원별 업무 분장 등 피고 회사 업무의 전반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점, ㉰ 원고는 기공식 계획안, 직원의 근무시간 및 주급·월급 선택, 명절 급여, 소송대리인 선임, 타 법인에 대한 자금 대여 등에 관하여 F의 지시를 명시적으로 요청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F에 대한 보고가 사후적 보고에만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③ 원고는 피고 회사의 부사장으로 근무하면서도 F 일가의 개인적인 일(예: L 자택 대출 연장, M 자택 경비원 급여 인상, F의 출입국 사실증명 발급신청, F 및 F의 처의 거소증 갱신, 공기청정기 필터 구입 및 전달, 탄산수 주문, F 장모 생일 화환 배송, F 사택의 방문자 주차 공간 관련 입주민 의견 수렴, F 처의 핸드폰 기기 변경 등)도 함께 담당해 온 것으로 보이고, F의 부로부터 M 자택 안방 천정 누수 관련 공사업체 섭외 지시를 받고 이를 처리하기도 하였다. 원고가 피고 회사의 등기된 사내이사이자 부사장의 지위에 있었음에도 이러한 업무까지 수행하여 온 것은 피고 회사를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F와 원고 사이에 종속적인 관계가 설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④ 원고는 원칙적으로 업무시간(09:00~18:00)을 준수하여 왔던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F에게 자신의 근태상황을 이메일을 통해 수시로 보고하여 왔다(원고가 F에게 보낸 Daily Log에는 출·퇴근시간이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었고, 업무보고 메일은 대부분 원고의 퇴근시간으로 정해진 18:00 직전 작성되어 발송되었다). 원고는 자신의 하계휴가 사용에 관해서도 F에게 이메일로 품의서를 송부하여 F의 의사를 확인하기까지 하였다. 이 사건 해고에 이르는 과정에서도 F는 원고에게 구체적인 사유 설명 없이 출근하지 말 것을 지시하였고, 그에 따라 원고는 피고 회사로부터 퇴거하였다. 이처럼 원고는 자신의 근로와 관련하여 F로부터 다양하고 면밀하게 지휘·감독을 받는 처지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⑤ 원고가 피고의 법인 인감을 관리하면서 계약 체결, PF 대출금 집행 요청, 자금 지출, 직원의 의원면직 등에 관해 전결권자로 최종 결재를 한 사실, 피고 회사의 이사로서 이사회에 참여하여 지점 설치, 신주발행, 토지신탁계약, 자금 차입과 관련한 의결을 한 사실, 대외적으로 피고 회사를 대표하여 호텔 등 기공식에 참석하여 경과보고를 하거나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F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그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아 왔음을 고려하면, 이러한 업무수행은 원고가 단지 국내에 부재중이었던 F를 대신해서 전결권의 형식으로 F의 의사결정을 표시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당심 증인 R도 계약 체결이나 직원채용 등의 최종결정권자는 F라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⑥ 원고는 피고 회사에 근무하면서 급여와 상여로 2014년 합계 76,718,080원을, 2015년 합계 114,799,960원을 지급받았다. 피고는 원고에게 급여를 지급하면서 근로소득세, 고용보험료, 산재보험료 등을 원천징수한 다음 매월 정해진 급여일(매월 25일)에 고정적으로 지급하여 왔다.

⑦ 피고는 원고에게 비교적 고액의 급여[8,333,330원(= 기본급 8,233,330원 + 식대 100,000원)]를 지급하여 왔고, 리스료로 월 1,740,440원을 지출해 가며 외제차를 제공함은 물론 법인카드도 제공하였는바, F가 월 4,166,660원, 이는 피고의 본부장 S이 월 5,733,333원, T이 월 5,416,666원을 지급받은 것과도 차이가 있다. 또한 원고가 2015년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상여금 액수는 총 1,600만 원(= 2015년 2월 300만 원 + 7월 1,000만 원 + 9월 300만 원)으로 다른 직원들에 비하여 훨씬 높은 사실(F 0원, S 700만 원, T 280만 원)도 인정된다. 그러나 이는 원고가 오랜 기간 F가 운영하는 여러 기업에 재직하면서 국내에 부재중인 F를 위해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 업무뿐만 아니라 개인적 업무까지 도맡아 처리하여 주는 등 그들 사이의 특수한 관계 등을 고려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원고가 담당하여 온 업무에 비추어 그 금액이 원고의 근로자성을 부인하여야 할 정도로 과다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⑧ 원고가 2013.5.3. 피고의 사내이사로 선임되었고 2013.8.1. 피고의 법인등기부에 사내이사로 등재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피고 회사의 주주는 F와 그의 처 및 자녀들이고, F가 그의 처 및 자녀들까지 대리하여 원고를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동의하였으며, 실제로 주주총회나 발기인총회가 개최되지 않은 채 F의 의사에 따라 등기서류만 구비하여 원고가 사내이사로 등재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사 선임 및 등기 과정에다가, 피고 회사의 정관 제29조제1항 본문은 “회사의 이사의 3명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이사는 F와 F의 처 W인 사실, 원고가 사내이사로 선임 및 등재된 후인 2014.6.19.경에도 그 전과 같은 형식의 Daily Log를 작성하여 F에게 이메일로 업무 보고를 한 사실 등을 더하여 보면, F가 피고 회사 정관의 이사의 수에 관한 규정을 준수하기 위하여 형식적으로 원고를 사내이사로 선임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3) 소결론

따라서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나. 이 사건 해고의 절차적 정당성 인정 여부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해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다. 따라서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하고, 특히 징계해고의 경우에는 해고의 실질적 사유가 되는 구체적 사실 또는 비위내용을 기재하여야 하며 징계대상자가 위반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의 조문만 나열하는 것으로는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1.10.27. 선고 2011다42324 판결).

2) 판단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해고통지서에 따르면 이 사건 해고는 “회사품위손상 및 배임, 기타”와 같은 원고의 비위를 해고사유로 삼고 있다고 여겨지므로, 그 해고는 실질적으로 피고 회사가 원고를 징계하기 위한 조치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살펴 본 사실에다가, 을 제21호증의 기재, 갑 제6호증, 을 제18, 33호증의 일부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구체적인 해고사유를 알리지 않아 원고로서는 자신의 해고사유 존부에 관해 실질적으로 해명할 기회를 부여받았다고 볼 수 없고, 피고가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른 서면통지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절차적으로 위법하다.

① 이 사건 해고통지서에는 “회사품위 손상 및 배임, 기타” 정도로, 그 해고사유가 매우 추상적이고 간략하게 기재되어 있을 뿐 피고가 이 사건에서 문제 삼고 있는 행위에 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② 이러한 이유로 원고가 피고 측에 연락하여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확인하였던 것으로 보임에도, 피고는 2016.2.29.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의 서신을 발송하여 해고사유가 피고에 대한 기망행위라는 것 외에 구체적인 해고사유에 관하여서는 알리지 않았다.

③ 피고는 이 사건 사업과 관련하여 분양대행사 지위에 있었던 N의 대표자 O의 제보를 받고 곧바로 이 사건 해고를 하였고, 달리 그 해고에 앞서 징계혐의를 받고 있는 원고를 상대로 사실확인을 하거나 원고에게 소명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청문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④ 피고는 2016.4.4. 원고가 제기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등 구제신청 사건에서 ‘원고 부친의 비리행위가 확인되었기 때문에 원고 또한 그 비리행위에 연루된 것이 분명하므로 부득이 이 사건 해고에 이르게 된 것이다’고 주장하였을 뿐 구체적인 해고사유를 언급하지 않았다.

⑤ 원고는 이 사건 소 제기 당시에도 ‘자신이 이 사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배임수재의 혐의를 받아 2017.4.13. 공소제기되었다는 사실’이 실질적인 해고사유로 보인다고 추정하고 있었을 뿐, 구체적인 해고사유를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⑥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해고통지서의 기재만으로도 해고사유를 잘 알거나 알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징계해고에서 해고 대상자가 이미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해고통지서에 징계사유를 축약해 기재하는 등 징계사유를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한 해고통지라고 할 수 없지만, 이는 징계해고의 경우 징계절차의 소명과정이나 해고의 정당성을 다투는 국면을 통해 해고사유가 구체화하여 확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것이므로 해고사유의 서면 통지 과정에서까지 그와 같은 수준의 특정을 요구할 것은 아니기 때문이고(대법원 2022.1.14. 선고 2021두50642 판결 참조), 피해고자가 어떠한 소명절차나 해고의 정당성을 다툴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한 채 해고통지서에 사유가 추상적으로 적혀 있던 경우에는 피해고자가 그와 같은 해고통지서의 기재만으로 무엇 때문에 해고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는지는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을 제71, 76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2016.7.26. F와의 통화에서 N와의 분양대행계약 체결에 관하여 F에게 설명하고 있는 사실, 2016.8.12. F에게 발송한 이메일에서 자신과 부 Q의 잘못에 대하여 용서를 구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 이는 모두 원고가 이 사건 해고통지서를 수령한 때로부터 각 5, 6개월이 지난 이후에 이루어진 것인 점, ㉯ 원고가 2016.3.16. 피고에 보낸 내용증명에 따르면, 원고는 이 사건 해고 통지 이후 이메일, 전화, 문자 등을 통하여 해고 사유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였으나 피고 회사나 F가 원고에게 이를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 원고가 2016.4.5. F의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에 대하여 제기한 청구이의의 소 소장에서도 어떠한 사유 설명도 없이 F에게 해고당한 상태라고 기재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원고가 이 사건 해고 혹은 해고통지서 수령 당시 이미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오히려 피고가 2016.5.25.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Q의 비리행위가 확인되었고 이에 원고가 개입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해고하였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한 점 등을 고려하면, 그때까지도 피고가 원고의 구체적인 비위행위나 부 Q의 비위행위에의 개입 여부에 대하여 충분히 조사하지 아니한 채 Q의 불법행위에 개입하였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 하에 원고를 해고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2016.3.11.까지 소명의 기회를 주었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6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2016.2.29. 원고에게 발송한 공문은 원고에게 소명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피고 회사나 F를 상대로 한 기망행위에 대한 자인 내지 자백을 독촉하는 취지로 보일 뿐이고, 달리 피고 회사 혹은 F가 원고에게 소명기회를 부여하였다는 증거가 없다.

 

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해고는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피고가 주장하는 해고사유가 있는지 여부나 피고가 그 사유를 이유로 이 사건 해고를 하는 것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한지 여부에 관하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무효이다. 피고가 원고의 근로자성이나 이 사건 해고의 효력 유무를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로서는 그 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

 

5.  미지급 임금청구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사용자의 부당한 해고처분이 무효이거나 취소된 때에는 그동안 피해고자의 근로자로서 지위는 계속되고, 그간 근로의 제공을 못한 것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므로 근로자는 민법 제538조제1항에 의하여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임금 전부의 지급을 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2.2.9. 선고 2011다20034 판결 참조).

 

나. 판단

1)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해고가 무효인 이상,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해고로 인하여 원고가 받지 못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피고가 원고의 근로자성을 다투면서 이 사건 해고의 유효성을 주장하고 있는 이상 원고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복직하는 날까지 발생할 예정인 임금 부분을 미리 청구할 필요도 있다.

2) 나아가 피고가 지급하여야 할 미지급 임금 액수에 관하여 보면, 원고가 이 사건 해고 무렵 식대를 포함하여 피고로부터 월 8,333,330원의 급여를 수령해 온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원고가 피고로 해고당하지 않고 계속 근로를 했을 경우 같은 금액 상당의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을 것으로 추인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해고일 다음날인 2016.1.23.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월 8,333,330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피고 회사 정관 제33조에서 이사의 임기를 3년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이사 임기가 만료된 이후의 보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고 다툰다. 그러나 이는 원고가 근로자가 아니라 진정한 등기임원임을 전제로 하는 주장인바,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 할 것이므로, 이와 전제를 달리하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6.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모두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고, 피고의 항소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강열(재판장) 양시훈 정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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