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근로자에게 이미 형성된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가 문제 될 때에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근로계약 체결 경위,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그 운용실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여부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 거부의 사유와 그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러한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


【서울행정법원 2021.9.10. 선고 2020구합79295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11부 판결

• 사 건 / 2020구합79295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 고 /

•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 변론종결 / 2021.07.09.

• 판결선고 / 2021.09.10.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중앙노동위원회가 2020.8.14.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 사이의 중앙2020부해○○○ ○○○○○○주식회사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상시 약 1,00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주방 및 생활가전기기 제조와 생활 및 환경가전 렌탈사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나. 참가인은 2018.12.1. 원고 회사에 근로기간을 1년(2019.11.30.까지)으로 하는 판매전문직(지국팀장)으로 입사하여, 렌탈 고객관리 및 영업을 담당하고 지국 내의 방문판매원들을 관리·감독하였다.

다. 원고는 2019.11.30. 참가인에게 근로관계 종료를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통보’라 한다).

라. 참가인은 2020.2.28.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하였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20.5.8. ‘참가인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고, 위 판정서는 2020.6.5. 참가인에게 송달되었다.

마. 이에 참가인은 2020.6.12. 중앙노동위원회에 위 초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재심을 신청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20.8.14. ‘참가인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고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재심신청을 인용하는 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7,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통보는 부당해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와 다른 결론에 이른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1) 정당한 갱신기대권의 부존재

원고는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요건 및 절차를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재계약 여부를 위한 평가 규정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참가인에게 정당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2)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 존재

참가인의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한 갱신거절은 정당하며, 참가인이 문제 삼는 평가 내용의 공정성 여부는 쟁점조차 될 수 없다.

 

나. 판단

1)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기간이 지나면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근로자는 당연히 퇴직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대법원 2011.4.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본 인정 사실, 갑 제5, 6, 9, 10호증, 을가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에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참가인의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원고와 참가인의 근로계약, 취업규칙 등에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기는 하다. 그러나 원고는 판매전문직 기간제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매년 “조직장 계약 평가”라는 명목으로 평가를 실시하여 그 평가결과에 따라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가령, 원고는 참가인의 계약기간 만료 무렵인 2019.11.경 참가인에 대하여 위 ‘계약 평가’를 하면서, 다음과 같이 평가결과에 따라 재계약 여부를 정하도록 평가기준을 마련하였다.

<평가기준>
① 평가내용 : 목표달성률(40점) + 경영평가(40점) + 역량평가(20점) = 100점
② 평가결과 : 종합점수 기준 80점 이상 시 합격(계약연장 or 계약전환) & 80점 미만 시(계약종료) ※ 단 평가항목별 60점 미만 시 과락
③ 종합 점수가 80점 미만으로 계약종료 대상이나 계약연장 or 계약전환 필요 시 지부장 추천서 추가 제출 필요

뿐만 아니라 원고가 제출한 ‘2017년 기간제근로자 계약평가서 예시’의 내용을 보아도, 원고는 평가 점수에 따라 합격·불합격을 판정하고, 그 평가결과를 “유기계약 연장/무기계약 전환/직무전환/순환근무/계약해지” 여부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판매전문직에 대한 평가제도를 운영해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 이러한 방식의 “조직장 계약 평가”는 설령 그 내용이 취업규칙 등에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원고 회사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설정하여 운영하고 있는 ‘계약 갱신의 요건 및 절차’에 해당한다. 원고 주장에 의하더라도 위 평가는 “계약갱신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참고 목적 평가라는 것으로, 이를 계약 갱신 요건과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다. 원고는 참가인에 대하여도 갱신거절을 하기에 앞서 위와 같은 “조직장 계약 평가”에서 “불합격” 처리를 하였다. 이는 원고 스스로 재계약 거절을 합리화하는 외관을 형성하기 위해 취한 조치로서, 재계약 여부를 아무런 기준 없이 임의로 결정할 수는 없고, 일정한 ‘갱신의 요건과 절차’에 따라 그 틀 속에서 재계약 대상자들을 선정해야함을 전제한 것이다.

원고는 위와 같은 평가의 기준이 경영환경에 따라 수차례 탄력적으로 변경되는 내부평가기준에 불과하다거나, 평가점수 불합격자들에 대하여도 계약을 갱신한 사례가 다수 있다는 사정 등을 들어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위 “조직장 계약 평가”를 통과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오히려 위와 같은 사정은 원고가 매년 변경가능성은 있지만 ‘계약 갱신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평가기준과 절차’를 사전에 마련하여 그 평가결과를 재계약 여부에 반영해왔음을 의미한다. 원고가 드는 평가점수 불합격자의 재계약 사례들 역시 앞서 본 평가기준 ③항에 따라 지부장의 추천을 받아 구제된 사례들(갑 제9호증)로서, 원고가 일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재계약 대상자를 선정해왔음을 보여준다.

다) 또한 원고는 자신은 위 평가기준에 구속되지 않는다거나, 혹은 그 구체적인 내용을 평가대상 근로자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참가인을 비롯한 판매전문직들이 적어도 원고가 위와 같은 “계약 평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위 평가결과에 따라 재계약 여부가 결정된다고 신뢰한 이상, 위와 같은 사정들이 갱신기대권 인정에 방해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이는 원고가 갱신 요건과 절차를 설정하여 운영하면서 이를 일관되지 않게 자의적으로 적용하거나 불투명하게 운영하였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게다가 경남지방노동위원회 심문에 출석한 원고의 인사 담당 직원은 위 재계약 평가기준의 구체적인 내용을 대상자들에게 고지해왔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을가 제4호증)]. 더구나 원고 스스로도 위와 같은 평가제도의 취지가 “업무의 충실성”을 담보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이는 참가인을 비롯한 판매전문직들이 평과결과에 따른 차등 대우를 예상하고 있었음을 전제한 것이다.

라) 참가인은 지국팀장으로 입사하기 직전까지 이미 1년 6개월 동안(2017.6.1.부터 2018.11.30.까지) 원고의 진주지국에서 방문판매영업 수탁자(이른바 ‘MC’)로서 영업을 하였고, 당시 소속 지국장으로부터 지국팀장으로 추천받아 원고와 이 사건 근로계약을 새로이 체결하게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원고는, MC로서 영업소득이 지국팀장의 급여보다 훨씬 높았으나 장기근속에 대한 기대로 지국팀장으로 입사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참가인의 금융거래내역(을가 제1 내지 3호증)을 보면, 실제로 참가인은 지국팀장으로 입사한 이후 1년간 종전 MC 영업 당시의 수입보다 월 평균 100만 원 이상 적은 급여를 받은 사실을 알 수 있어, 참가인의 위와 같은 주장은 상당한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더구나 참가인의 주장과 같이 원고가 MC로 근무하던 참가인을 지국팀장으로 발탁하여 채용한 것이라면, 참가인의 근무실적과 무관하게 처음부터 근로계약을 1년만 유지하려 했다거나 혹은 아무리 근무실적이 좋아도 자신의 편의에 따라 계약연장을 거절할 의도로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한 것이라기보다는, 근무실적이 좋아(계약 갱신 요건 충족) “조합장 계약 평가”에서 합격하면(갱신 절차 통과) 계약기간을 연장할 의사로 참가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마) 참가인이 지국팀장으로서 수행한 지국의 렌탈 영업실적과 고객관리, MC에 대한 관리감독 등 업무는 원고가 영위하는 렌탈 사업에서 상시로 수행되어야 하는 업무이므로, 그 상시성과 계속성이 인정된다. 그 밖에 계약기간 만료 전 이직한 기간제근로자들은 애초에 재계약 대상자에 조차 해당하지 않으므로, 재계약 대상자들이 원고에 대하여 가지는 갱신기대권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원고가 주장하는 판매전문직의 높은 이직률을 크게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2)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 유무

근로자에게 이미 형성된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가 문제 될 때에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근로계약 체결 경위,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그 운용실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여부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 거부의 사유와 그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러한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대법원 2017.10.12. 선고 2015두44493 판결 등 참조).

갑 제5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참가인은 원고의 ‘조직장 계약 평가’ 중 총 100점 중 80점을 차지하는 정량평가 항목에서 총 69.1점(= 목표달성률 35.9점 + 경영평가 33.2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정성평가 항목(역량평가)에서 과락기준 60점에 미달하는 25점(100점 만점 기준)을 받아 불합격된 사실이 인정되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와 같이 참가인의 합격·불합격을 좌우한 정성평가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결국 갱신거절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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