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1.7.21. 선고 2020도16858 판결】
• 대법원 제2부 판결
• 사 건 / 2020도16858 남녀고용평등과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법률위반
• 피고인 / 1. A, 2. C, 3. D 주식회사
• 상고인 / 피고인 A, D 주식회사 및 검사 (피고인 2, 3에 대하여)
• 원심판결 / 수원지방법원 2020.11.13. 선고 2020노816 판결
• 판결선고 / 2021.07.21.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C에 대한 부분과 피고인 D주식회사에 대한 C의 업무변경조치 부분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구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2017.11.28. 법률 제151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남녀고용평등법’이라고 한다) 제14조제2항에서 정한 ‘불리한 조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피고인 A, 피고인 D 주식회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A에 대한 부분과 피고인 D주식회사에 대한 부분(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구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에서 정한 ‘불리한 조치’와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이유 불비의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재연(주심) 민유숙 천대엽
【수원지방법원 2020.11.13. 선고 2020노816 판결】
• 수원지방법원 제2형사부 판결
• 사 건 / 2020노816 남녀고용평등과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법률위반
• 피고인 / 1. A, 2. B, 3. C, 4. D 주식회사
• 항소인 / 피고인 A, B, D 주식회사, 검사(피고인 A, C에 대하여)
• 검 사 / 정영서(기소), 임성수(공판)
• 원심판결 / 수원지방법원 2020.1.31. 선고 2018고단1046 판결
• 판결선고 / 2020.11.13.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D 주식회사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 D 주식회사를 벌금 20,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 D 주식회사에 대하여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피고인 D 주식회사의 피고인 C의 업무 변경 조치 부분에 대하여는 무죄.
이 부분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피고인 A, B의 항소 및 검사의 피고인 A, C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1) 피고인 A, B, D 주식회사(이하 ‘피고인 회사’라고 한다)에 대한 부분 (위 피고인들)
E에 대한 견책 징계, 직무정지, 대기발령 및 업무장소 제한은 E의 성희롱 피해 사실 신고와 무관한 별도의 정당한 사유에 기한 것이고, 설령 성희롱 피해 사실 신고와 관련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A, B에게는 그러한 관련성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2) 피고인 C에 대한 부분 (검사)
피고인 C가 HMI 업무에서 E을 배제하고, E에게 공통업무만 5개를 부여하는 업무배치를 한 것은 성희롱 피해 사실을 신고한 E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나. 양형부당
(1) 피고인 A에 대한 부분 (쌍방)
원심의 형(벌금 800만 원)에 대하여 피고인 A은 너무 무거워서, 검사는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2) 피고인 B, 피고인 회사 (위 피고인들)
원심의 각 형(피고인 B: 벌금 400만 원, 피고인 회사: 벌금 2,0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 A, B, 피고인 회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위 피고인들은 원심에서도 당심에서 한 것과 같은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통하여 알 수 있는 판시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위 피고인들의 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기록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면, 원심이 한 판단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위 피고인들의 위 주장과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공소장변경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 판단하기에 앞서 직권으로 살펴본다.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원심이 무죄로 판단한 피고인 C에 대한 공소사실인 ‘2. E에 대한 업무 변경 조치’ 중 세 번째 문단을 아래와 같이 교환적으로 변경하는 취지의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하여 공소사실이 변경되었다. 이에 기존 공소사실에 대한 당부를 따로 판단하지 않고,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하여 판단하기로 한다.
양산 HMI 업무는 공학 전공자만이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고, 피고인 회사는 E을 비롯한 직원들에게 업무에 필요한 교육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학 전공자가 아닌 E은 2012.1.부터 비전문업무인 공통업무는 수행하지 아니하면서 전문업무인 선행 HMI 업무를 맡아 비교적 잘 수행해 온 상황이었고, 2013.8.경 D R&D 본부의 부서통폐합에 따라 소속 부서가 변경된 이후에도 계속하여 선행 HMI 업무만을 수행하여 왔을 뿐만 아니라, 실제 E이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에서 복귀한 이후에는 양산 HMI업무를 맡아 무리 없이 수행하는 등 당시 E이 선행 및 양산 HMI 업무를 계속 수행하는데 아무런 장애 사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C는 2013.10.17.부터 2013.12.11.까지 E이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라는 점을 새삼스럽게 들어 새로운 선행 및 양산 HMI 업무는 부여하지 않은 채 공통업무만을 추가로 더 부여하는 방법으로 사실상 선행 및 양산 HMI 업무에서 배제시켰고, 당시 E을 제외한 같은 오퍼레이션 소속 다른 직원들에게는 공통업무를 아예 부여하지 않거나 1개 내지 3개를 부여하였음에도, 유독 E에게는 공통업무를 5개나 추가로 더 부여함으로써 고유업무의 업무비중보다 공통업무의 업무비중이 월등히 큰 기형적인 업무배치를 하였다. |
나.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원심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며 그 근거로 설시한 사실들에 더하여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라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양산 HMI 업무가 공학전공자만이 할 수 있는 업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3년 내지 10년 앞을 내다보고 소비자 입장에서 향후 개발되기를 바라는 기능에 관한 연구를 하는 선행 HMI 업무에 비하여 양산 HMI 업무는 바로 시판할 차량이 요구되는 성능을 만족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적용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선행 HMI 업무에 비하여 공학적 전문성이 높이 요구되는 업무인 점, ② 실제 피고인 회사에서 양산 HMI 업무를 담당하거나 하였던 직원은 모두 공학전공자였고(2014.3.경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 종료 후 양산 HMI 업무를 일부 담당하게 된 E 제외), 양산 HMI 업무를 위한 경력사원 채용 시에도 이를 중시하였으며, 2014.2. 입사한 BD도 공학전공자였던 점, ③ 이에 반하여 E은 경영학을 전공하였고, 2005.8. 피고인 회사에 입사한 이래 2011.12.까지 비서직 및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하였고, 업무 변경 조치 시점은 선행 HMI 업무를 맡게 된 지 2년이 되지 않은 때였던 점, ④ E이 담당하던 선행 HMI 업무는 E의 성희롱 피해 사실 신고와 무관하게 본사 차원에서 업무 자체에 대한 축소방침이 내려져 있던 상태였던 점, ⑤ 피고인 C는 2013.10.17. E에게 이메일을 보내며 “추가로 요청하는 업무는 … 현재 E과장 업무에 추가하여 같이 진행하므로서…”라고 기재하여 E이 기존에 담당하던 선행 HMI 업무에서 E을 배제하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하였음에도 E이 이를 오해하여 선행 HMI 업무에서 배제되는 것으로 받아들인 측면이 있는 점, ⑥ 피고인 회사가 E을 비롯한 직원들에게 업무와 관련한 교육을 하고 있기는 하였으나, 당시 피고인 회사가 처한 경제적 상황, 신차 출시 계획 일정, 양산 HMI 담당자의 수, 양산 HMI 업무의 특성(업무 전문성 및 숙련도가 부족할 경우 회사에 즉각적이고 중대한 손실을 야기할 위험이 크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점 등) 및 E이 HMI 업무를 담당한 기간 등에 비추어 E이 아닌 공학전공의 경력직에게 해당 업무를 담당하게끔 한 것이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⑦ E의 고유업무(선행 HMI 업무)와 공통업무의 업무비중이 20:80이 되는 것은 2014.4. 이후 예상되는 것에 불과하였고, 2013.10.17.부터 2013.12.11.까지는 종전에 진행해오던 고유업무에 공통업무를 추가한 것이어서 고유업무의 업무 비중이 훨씬 더 높았던 점, ⑧ E이 U의 주도 하에 2013.11. 중순경부터 2013.12.11.까지 양산 HMI 업무를 수행하기도 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C가 E에게 새로운 선행 및 양산 HMI 업무를 부여하지 않고 공통 업무를 부여함으로써 성희롱 피해 사실을 신고한 E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 소결론
피고인 C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은 당심에서 공소장 변경으로 인하여 심판 범위가 변경되었는데, 교환적으로 변경된 공소사실 또한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러한 경우 공소사실이 변경되었다고 하더라도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범위 내에서 당초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하면 되고, 피고인 C에 대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여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하여 주문에서 다시 무죄를 선고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검사의 피고인 C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다.
4. 피고인 회사에 대한 직권판단
기록에 따르면, 검사는 피고인 회사의 임직원인 ① 피고인 A, B의 E에 대한 부당한 견책 징계, ② 피고인 C의 E에 대한 업무변경조치, ③ 피고인 A의 E에 대한 직무정지, 대기발령 및 업무 장소 제한으로 인한 업무 관련 위반행위와 관련하여 피고인 회사가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그런데 원심은 피고인 회사가 위 ①, ③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여 피고인 A, B이 위 ①, ③ 위반행위를 하도록 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하였으나, ② 행위와 관련하여서는 피고인 C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외에 피고인 회사에 대하여 판결 이유와 주문에서 그 판단을 누락하였는바, 이는 직권파기사유에 해당한다.
5.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 A, B에 대하여)
이 사건 변론과 기록에 나타난 양형사유를 종합하면, 피고인 A에 대한 원심의 형은 위 피고인 및 검사가 주장하는 여러 양형사유를, 피고인 B에 대한 원심의 형은 위 피고인이 주장하는 여러 양형사유를 모두 충분히 고려하여 적정하게 결정된 것으로 보이고, 사후적으로 양형을 변경할 정도의 특별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6.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A, B의 항소 및 검사의 피고인 A, C에 대한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한다. 또한 원심판결 중 피고인 회사에 대한 부분은 앞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 회사의 양형부당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피고인 회사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 회사에 대하여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구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2017.11.28. 법률 제151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8조, 제37조제2항제2호, 제14조제2항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제1항제2호, 제50조
1.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제1항
[무죄부분 (피고인 C의 E에 대한 업무 변경 조치 관련)]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D 주식회사는 피고인 C의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 1. 공소사실(다만, 세 번째 문단은 위 3.가항에서 공소장변경 내용으로 기재한 것으로 변경)’에서 기재한 업무 위반행위와 관련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여 피고인 C로 하여금 이를 위반하도록 하였다.
2.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은 위 3.나항에서 기재한 바와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제2항에 따라 이 부분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귀옥(재판장) 김보현 함현지
【수원지방법원 2020.1.31. 선고 2018고단1046 판결】
• 수원지방법원 판결
• 사 건 / 2018고단1046 남녀고용평등과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법률위반
• 피고인 / 1. A, 2. B, 3. C, 4. D 주식회사
• 검 사 / 정영서(기소), 송보형(공판)
• 판결선고 / 2020.01.31.
<주 문>
피고인 A을 벌금 8,000,000원에, 피고인 B을 벌금 4,000,000원에, 피고인 D 주식회사를 벌금 20,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 A, 피고인 B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각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들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 A, 피고인 B, 피고인 D 주식회사에 대하여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피고인 C는 무죄.
이 판결 중 피고인 C에 대한 부분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범죄사실>
[피고인들의 지위]
피고인 D 주식회사(이하 ‘피고인 회사’라고 한다)는 자동차, 관련 부품 및 부속품의 디자인, 개발, 제조, 생산, 조립, 판매, 배급, 수출, 수입 및 마케팅사업 등을 주목적으로 하는 법인이고, 피고인 A은 2013.1.1.부터 2016.12.31.까지 피고인 회사 HR본부 인사 담당 부장으로 근무한 사람이고, 피고인 B은 2012.1.1.부터 2013.8.18.까지 피고인 회사 R&D본부 부소장으로 근무한 사람이다.
[기초사실]
E은 2005.8. 피고인 회사에 입사하여 2012.1.1.부터 피고인 회사 R&D본부 차량성능담당부서 차량상품성내구성팀에서 근무하던 중, 2012.3.1.자로 같은 팀 팀장으로 발령되어 온 F로부터 2012.4.경부터 2013.3.4.경까지 신체 접촉, 성적 언동 등 성적 굴욕감 및 혐오감을 주는 성희롱 피해를 지속적으로 당하였다. E은 2013.3.13. 피고인 회사 HR본부 인사팀에 사원대표회의를 통해 정식으로 F로부터 받은 성희롱 피해를 신고하고, 2013.6.11. 서울중앙지방법원에 F 및 피고인 회사 등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이하 ‘관련 민사소송’이라고 한다)을 제기하였다. E은 성희롱 피해 신고후 HR본부 인사팀 직원으로부터 성희롱 피해 신고 사실이 유출되어 회사 내에서 “E이 남자를 먼저 꼬셨다”, “둘이 놀아났다”라는 등의 허위 소문이 돌고 있다는 사실을 피고인 회사 G(이하 ‘G’라고 한다) 소속 직원인 H 등을 통해 듣게 되었다. 이에 E은 2013.6.24.경 허위 소문의 유포자 중 한 명으로 추정되는 차량상품성내구성팀 소속 I 대리를 불러 그 경위를 확인하였고, I은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진술서로 작성하여 E에게 교부해 주었다. I이 다음날인 2013.6.25. E을 찾아와 진술서를 돌려달라고 요구하였으나, E은 진술서를 변호사에게 이미 제출하였음을 이유로 그 반환을 거부하였다. I은 2013.6.28. 피고인 회사 사원대표회의의 대의원인 J과 함께 E을 찾아가 진술서를 반환해 줄 것을 재차 요구하였으나 E이 이를 끝까지 거부하자, 같은 날 사원대표회의에 E으로부터 협박을 받아 진술서를 작성하였다는 취지로 피해 사실을 신고하였다. 이에 피고인 회사 R&D본부는 E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하여 2013.8.27. E의 징계를 위한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고, 2013.9.4. E에게 회사 내 동료직원인 I을 협박하였다는 이유로 견책 처분을 통보하였다. 이에 E은 2013.10.15.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위 견책 처분에 대하여 구제신청을 하여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13.12.4. 위 구제신청을 인용하였고, 피고인 회사는 위 판정에 대하여 재심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14.3.17. 위 견책 처분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
한편, 피고인 회사 HR본부 인사팀은 2013.6.경 피고인 회사 G 센터장인 K에게 위 성희롱 사건과 관련하여 E을 조력해주고 있던 G 소속 직원 H가 업무시간 중에 E을 만나는 등 근태가 좋지 않으니 주의를 주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발송하고, 2013.7.3. 경 H에 대한 근태조사를 시작하여 같은 달 19. H에 대하여 출퇴근 시간 미준수 등 근태불량을 이유로 정직 처분을 하였다. 이에 H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여 2013.12.4. 위 정직 처분에 대한 구제신청이 인용되자, HR본부 인사팀은 2013.12.6. H가 경기지방노동위원회 구제절차에서 회사 문서를 무단 유출했다는 이유로 H에게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 통보를 하였다. H는 2013.12.6. 퇴근 직전 무렵 HR본부 인사팀으로부터 위와 같은 내용의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 통보를 받고, 급히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서류들을 모두 챙겨서 가지고 나오면서 E에게 짐을 옮기는 것을 도와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 무렵 HR본부 인사팀은 K로부터 H가 사무실에서 다량의 문서를 출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문자메시지로 전달받고, 피고인 회사 정문 입구에서 보안점검을 이유로 퇴근을 제지하면서 물품검사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 H의 짐에서 회사 소유의 서류 55매 등이 발견되었다. HR본부 인사팀은 2013.12.11. E에게도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 통보를 하고, 피고인 회사(고소대리인 피고인 A)는 같은 날 수원지방검찰청에 H를 명예훼손, 모욕, 정보통신망법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 절도 혐의로, E을 절도방조혐의로 고소하였다. 수원지방검찰청 검사는 2014.6.30. H의 절도 혐의에 대하여는 기소유예 처분을, 나머지 혐의에 대하여는 혐의없음 처분을 하고, E에 대하여는 H의 서류 반출행위를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하였다. H는 헌법재판소에 검사의 위 기소유예 처분에 대하여 헌법소원에 제기하였고, 헌법재판소는 2015.2.26. H에게 절도의 고의나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였다.
[구체적 범죄사실]
사업주 및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은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피고인 A, 피고인 B ― E에 대한 부당한 견책 징계
피고인 A은 HR본부 인사팀 부장, 피고인 B은 R&D본부 부소장으로서, 피고인들은 2013.3.경 E이 차량상품성내구성팀 직속 팀장인 F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당하였다고 신고한 사실을 보고받고, 매주 화요일 열리는 HR보드미팅에서 E 관련 상황을 공유하고 있었다.
피고인들은 2013.8.27. 16:00경 용인시 기흥구 L 소재 피고인 회사 M(R&D본부, G, HR본부 등이 함께 있는 곳을 말한다) 설계관리동 1층 설계교육장에서 E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고, 피고인 B은 징계위원회의 위원장으로, 피고인 A은 징계위원회의 간사로서 참여하였다.
위 징계위원회는 “E이 2013.6.24. I을 협박하여 진술서를 강제로 작성하게 하였다”라는 사실에 대한 징계절차였는데, 당시 I은 E으로부터 협박을 당하여 진술서를 작성하였다고 주장하는 반면, E은 I을 협박할 의도가 전혀 없었고 당시 회사 내에 성희롱 피해 사실이 왜곡되어 허위소문이 유포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변소하여 주장이 상반되고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피고인들로서는 E에게 충분한 소명기회를 부여하고 전후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하여 E에 대한 징계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하고 징계절차를 진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A은 회사 내규상 징계위원회 위원장으로 규정되어 있던 R&D본부 소장 N가 성희롱 피해자인 E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하는 것에 대해 반대의견을 표명하자 피고인 회사 징계규정상 위임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당시 R&D본부 부소장이었던 피고인 B에게 징계위원회 위원장을 대행하도록 하였다. 또한 피고인 A은 E이 당시 허위소문 유포자로 지목한 O, P 등에 대한 조사 및 징계절차를 요구하였으나 이를 거부하고, E이 징계절차에 변호사를 대동하여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외부인인 변호사가 징계위원회에 참석한 사실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변호사 대동을 근거 없이 불허하였다. 피고인 B은 피고인 A의 제의에 따라 2013.8.27. E에 대한 징계위원회에서 징계위원장 직을 수행하면서 E의 출석을 배제한 채 I과 그 입장을 대변하는 사원대표위원 J, 간사 피고인 A 등의 진술만 청취한 뒤 같은 날 E에 대하여 견책 징계를 결정하였다.
그리하여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성희롱 피해자인 E에 대하여 불리한 조치를 하였다.
2. 피고인 A ― E에 대한 직무정지, 대기발령 및 업무장소 제한
피고인 A은 2013.12.6.경 H가 HR본부 인사팀으로부터 같은 날 퇴근 무렵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 통보를 받고 급히 사무실에서 개인 짐을 챙기고 있을 당시 K로부터 “H가 다량의 문서를 출력하고 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수신하였다. 피고인 A으로서는 그와 같은 문자메시지를 수신하였으면 그 즉시 H의 사무실에 보안직원 등을 보내어 H의 행위를 제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H와 E이 함께 퇴근하기 위해 회사 정문을 통과하는 것을 기다렸다가 회사 정문에서 보안점검을 이유로 H와 E을 제지하였다. 이에 E은 현장에서 112 신고를 하였고, HR본부 인사팀과 함께 인근 지구대로 이동하여 경찰관이 입회한 가운데 H가 가지고 있던 서류를 일일이 확인하였다. 당시 H의 짐에서 회사 서류가 55매 정도로 확인되었으나 H가 회사 기밀을 훔치려는 의도로 가지고 나왔음을 인정할만한 회사 서류는 발견되지 않았다. 더욱이 E은 H의 요청으로 H의 짐을 들어준 것 이외에 절도를 공모하거나 방조한 사실도 전혀 없었고, E이 H의 짐을 들어 준 장소는 G 사무실 바깥쪽으로 사람들이 수시로 지나다녀 망을 볼만한 장소가 아니었을 뿐 아니라, 그곳에 설치된 CCTV 화면으로도 E이 H의 절도 행위에 가담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아 HR본부 인사팀에서 E의 절도방조 혐의를 의심할만한 정황이 존재하지 아니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A은 2013.12.11.경 E에 대하여 “2013.12.6. H와 함께 불법적으로 문서를 반출한 행위에 가담하여 형사소추의 원인이 되는 행위 등 징계사유에 해당된다”라는 이유로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을 통보하고, 2013.12.17.경 E에게 대기발령 장소를 3층 전사보안팀 사무실로 지정하여 통보하면서 근무시간 중 대기발령장소에서 벗어날 용무가 있을 때에는 사전에 부서장이나 해당 사항 권한을 가진 자에게 승인을 득한 후에만 대기발령 장소를 이탈할 수 있으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대기발령 장소 이외의 다른 사무실 출입을 할 수 없고, 만일 다른 사무실의 방문이 필요할 시에는 사전에 인사팀에 연락하여 승인을 득하여야 한다고 통보하여 유례없이 대기발령 장소 이외에 다른 사무실 출입을 금하고 신체 이동의 자유도 제한하였다.
그리하여 피고인 A은 성희롱 피해자인 E에게 불리한 조치를 하였다.
3. 피고인 회사
피고인 회사는 제1, 2항 기재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여 피고인 A, 피고인 B이 제1, 2항 기재 위반행위를 하도록 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 A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I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E, 증인 H에 대한 각 증인신문조서
1. 피고인 A, 피고인 B에 대한 각 일부 검찰피의자신문조서
1. Q, P에 대한 각 일부 검찰피의자신문조서
1. E에 대한 각 검찰진술조서
1. I, O에 대한 각 일부 검찰진술조서
1. N에 대한 경찰피의자신문조서
1. E 경기지방노동위원회 판정서, E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서, H 경기지방노동위원회 판정서, H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서, H 행정소송 판결문, H 헌법재판소 결정문, 민사소송 2심 판결문, 민사소송 대법원 판결문
1. E 징계위원회 회의록, 징계규정, G 정문 앞 CCTV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피고인 A, 피고인 B : 구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2017.11.28. 법률 제151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남녀고용평등법’이라고 한다) 제38조, 제37조제2항제2호, 제14조제2항, 형법 제30조, 벌금형 선택
피고인 회사 : 구 남녀고용평등법 제38조, 제37조제2항제2호, 제14조제2항
1. 경합범가중
피고인 A, 피고인 회사 :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제1항제2호, 제50조
1. 노역장유치
피고인 A, 피고인 B : 형법 제70조제1항, 제69조제2항
1. 가납명령
피고인 A, 피고인 B, 피고인 회사 : 형사소송법 제334조제1항
<피고인 A, 피고인 B, 피고인 회사와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
피고인 A, 피고인 B, 피고인 회사와 변호인은, 피고인 회사가 E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견책 징계를 하고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 등을 한 것은 E의 성희롱 피해 신고 및 이후의 각종 문제 제기와 무관한 별도의 정당한 사유에 기한 것이고, 설령 위 견책징계와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 등이 E의 성희롱 피해 신고 등과 관련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피고인 A, 피고인 B에게는 그러한 관련성에 대한 고의가 없었으므로, 피고인 A, 피고인 B, 피고인 회사는 구 남녀고용평등법위반의 죄책을 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2. 관련법리
구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면서(제14조제2항), 사업주나 해당 조치를 할 권한을 위임받은 담당 임직원이 위 규정을 위반하여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는 경우” 그 위반자와 사업주는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7조제2항제2호, 제38조).
여기서 사업주 등의 조치가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불리한 조치로서 위법한 것인지 여부는 불리한 조치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 제기 등과 근접한 시기에 있었는지, 불리한 조치를 한 경위와 과정, 불리한 조치를 하면서 사업주가 내세운 사유가 피해근로자 등의 문제 제기 이전부터 존재하였던 것인지, 피해근로자 등의 행위로 인한 타인의 권리나 이익 침해 정도와 불리한 조치로 피해근로자 등이 입은 불이익 정도, 불리한 조치가 종전 관행이나 동종 사안과 비교하여 이례적이거나 차별적인 취급인지 여부, 불리한 조치에 대하여 피해근로자 등이 구제신청 등을 한 경우에는 그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7.12.22. 선고 2016다202947 판결 참조).
3. 견책 징계(구체적 범죄사실 제1항)에 대하여
가. 앞서 든 증거들을 비롯하여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들을 인정할 수 있다.
1) E은 같은 팀 팀장인 F로부터 11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당하였다면서 피고인 회사에 이를 신고하였는데, 피고인 회사는 E이 신고한 10개 이상의 행위 중 1개만을 성희롱으로 인정하고 여기에 회사차량 무단 이용의 점을 더하여 F에게 보직해임 및 정직 14일의 징계를 하였다.
2) 한편 F에 대한 징계절차가 진행되던 중 피고인 회사 내에는 “E이 남자를 먼저 꼬셨다”라든가 “둘이 놀아났다”라는 등의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이후 그 소문이 계속되자 E은 소문을 유포한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추정되는 같은 팀 사원 I을 불러 그 경위를 확인하였다. I은 소문을 유포한 적이 없고 R 과장으로부터 F 팀장이 무고를 증명할 이메일을 찾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뿐이라고 하였으며, 그러한 내용을 적어 달라는 E의 요청에 따라 R 과장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적은 진술서를 작성해 주었다. 당시 E은 I에게 “호적에 빨간 줄”, “명예훼손과 허위사실유포로 고소” 등을 운운하면서 소문을 유포한 적이 있는지 다그치기도 하였는데, I은 E이 매우 화가 나서 흥분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하여는 뭐라도 해 주어야 할 것 같다’는 심정으로 위와 같이 진술서를 작성해 주기는 하였으나, E이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면 반박하기도 하였고 신분증을 복사해 달라는 E의 요청은 거부하기도 하였다.
3) I은 진술서를 작성해 준 다음날 E을 찾아가서 진술서를 돌려달라고 하였는데, E은 이미 진술서를 변호사 사무실로 우편 송부하였다는 이유로 반환을 거부하였다. 며칠 뒤 사원대표회의 대의원 J의 중재에도 E이 진술서의 반환을 거부하자, I은 사원대표회의에 “E으로부터 협박을 받아 진술서를 작성하였다”는 취지로 신고를 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인 회사는 ‘E이 협박성 발언을 하며 강압적 분위기에서 부하직원인 I으로부터 의무 없는 진술서를 징구하였다’는 사유로 E을 징계절차에 회부하였다. 이후 사원대표회의는 E에 대한 징계가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HR본부 인사팀에 요청하기도 하였고, 견책 징계가 결정된 후에는 징계 수위가 낮다며 회사 측에 항의하기도 하였다.
4) 피고인 회사의 징계규정에 의하면 R&D본부 소속 직원인 E에 대한 징계절차에서는 R&D본부 본부장(소장)인 N가 위원장이 되도록 되어 있었으나, N가 성희롱 피해자인 E에 대하여 징계를 하는 것에 반대입장을 표명하자, 징계에 관한 실무적인 절차를 관장하는 HR본부 인사팀의 책임자인 피고인 A은 징계규정에 위임에 관한 근거조항이 없음에도 불구하고(피고인 회사의 징계규정에 의하면 ‘전사 징계위원회’의 경우 대표이사를 위원장으로 하되 권한위임에 따라 인사 담당 임원이 위원장이 될 수 있다는 조항을 두고 있는 반면 ‘본부 징계위원회’의 경우에는 본부장을 위원장으로 한다는 조항만을 두고 있다) N에게 한국인 임원으로 징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였고, N의 위임과 피고인 B의 동의를 얻어 R&D본부 부소장인 피고인 B을 징계위원회 위원장으로 하는 징계위원회를 구성하였다.
5) 이와 같이 징계위원회가 구성된 다음 E에 대한 징계절차가 진행되었는데, E은 징계위원회에 변호사를 대동하여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피고인 A은 징계위원회에 변호사를 대동하여 출석할 수 있다는 근거규정이 없고 외부인인 변호사가 징계위원회에 참석한 전례도 없다는 이유를 들어 변호사의 대동을 불허하였고, 이에 E은 서면의견서만을 제출한 채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지 아니할 것을 통보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인 B은 징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E은 출석하지 않고 I, R이 참고인으로, J이 참관인으로 출석한 상태에서 징계위원회 회의를 진행하였다. 징계위원회 회의에서 징계위원들과 간사인 피고인 A은 주로 I을 상대로, 보충적으로 R을 상대로 E이 협박성 발언으로 강압적 분위기에서 진술서를 받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질문을 하고[다른 징계회의에서는 간사는 절차적인 진행만을 하고 징계 여부 및 징계양정 결정을 위한 질문은 징계위원이 담당하였으나(예컨대, 범죄사실 제2항에 기재된 H에 대한 징계를 위한 징계시나리오 참조), E에 대한 징계회의에서는 간사로서 징계청구인인 피고인 A 역시 징계를 청구하는 진술을 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주도적으로 질문을 하였다] 논의를 하였을 뿐이고, E이 그러한 진술서를 받게 된 연유에 관하여는 별다른 논의를 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절차를 거쳐 징계위원회는 E에 대하여 견책 징계를 하였다.
6) 한편 E으로부터 처음 성희롱 피해 사실을 들은 E과 F의 직속상사인 Q 이사는 E을 만나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성희롱 피해자도 꼬리표가 붙어 다니므로 부담스러워 보이니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고, F에 대한 징계조사 과정에서 그 내용을 알게 된 HR본부 인사팀 사원 O은 동료 사원들과의 술자리 등에서 “성희롱은 남자들 본인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벌어지는 경우가 많고 주관적으로 해석될 소지도 있기 때문에 남자에게 불리하게 진행되는 것이 대부분이다”라거나 “피해자도 성격이 보통이 아니더라, 아마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라는 등의 말을 한 바 있다. E은 Q, O에 대하여도 문제를 제기하였으나, 피고인 A이 책임자로 있는 HR본부 인사팀은 위와 같은 발언이 있었음을 확인하고도 당사자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주선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으로 성희롱 피해자에 대하여 사직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거나 소문을 유포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Q과 O에 대하여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나. 위 사실관계 및 이 법원이 채택·조사한 증거들로부터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E에 대한 견책 징계는 E이 성희롱 피해를 신고하고 나아가 관련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하자 E의 사소한 잘못을 빌미로 징계에까지 나아간 것으로서 성희롱 피해 주장과의 관련성이 인정되고, 피고인 A은 구체적 범죄사실 제1항 기재 조치들을 주도하였고 피고인 B도 미필적이나마 그러한 사정을 알고 징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그 직무를 수행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성희롱 피해 주장과의 관련성에 대한 피고인 A, 피고인 B의 고의도 인정된다.
1) 피고인 회사는 E이 주장한 성희롱 피해 중 1건만을 성희롱으로 인정하고 F에게 그에 따른 징계를 하였으나, 관련 민사소송에서는 E이 주장한 성희롱 피해 대부분이 성희롱으로 인정되었는바,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회사는 애초부터 E에 대한 성희롱 피해 구제와 F에 대한 징계에 상당히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분위기가 관련 민사소송 등 성희롱 피해와 관련한 E의 후속적인 문제 제기에 대하여도 그대로 유지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2) I이 E에게 진술서를 작성해 준 경위에 관하여 보더라도, 비록 E이 성희롱 2차 피해를 입고 있다는 생각으로 흥분한 상태에서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였고 이로 인하여 I이 심적 부담을 가질 수도 있었을 것이나, 그렇다고 하여 I이 E으로부터 협박을 당하거나 강요에 의하여 진술서를 작성해 주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피고인 회사가 E에게 적용한 징계사유는 “형사소추의 원인이 되는 불법한 행위를 한 경우”인데, I이 E의 말에 반박하기도 하고 신분증 복사 요구를 거절하기도 한 점에 비추어 보면, E의 I에 대한 진술서 징구가 형법상 강요죄를 구성하는지에 관하여는 의문이 있을 수밖에 없다. 노동위원회도 같은 이유에서 E의 구제신청을 인용하였다. 이러한 사정은 쌍방의 의견을 들어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 없이 당연히 E에 대하여 징계를 하여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음을 보여 준다.
3) 피고인 측에서는 사원대표회의의 강력한 요구로 E에 대하여 징계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사원대표회의의 문제 제기는 징계조사와 징계회부의 단초가 될 수 있을 뿐이고, 징계는 그 자체로 징계사유가 있고 관련 절차가 준수되었을 때에 정당성을 갖는 것이므로, 사원대표회의의 징계요구가 E에 대한 견책 징계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4) 징계규정에 의하면 E에 대한 징계절차에서는 R&D본부 본부장(소장)인 N가 징계위원회 위원장이 되어야 하지만, N는 E에 대한 징계에 반대입장을 표시하였고(N가 징계에 반대한 사실은 피고인 B도 검찰조사 당시 확인한 바 있다), 이에 피고인 A은 한국인 임원만으로 징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의하여 R&D본부 부소장인 피고인 B으로 하여금 징계위원회 위원장 직을 수행하도록 하였다. 물론 그러한 결정은 N의 결재에 의한 것이지만, 징계에 관한 절차적인 실무를 담당하는 HR본부 인사팀의 책임자인 피고인 A이 징계규정을 무시하면서까지(최소한 확인하지도 않고) 징계에 반대입장을 표시한 N 대신 피고인 B을 위원장으로 하여 징계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E에 대한 징계를 강하게 추진하였음을 보여 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 측에서는, ① 피고인 A이 징계규정을 미처 살피지 못하였고 ② 피고인 B이 징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것은 N가 징계위원장이 되는 경우 관련자료의 번역 등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며 ③ N가 그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통상 있는 일이라고 주장하지만, ① 징계에 관한 절차적인 실무를 담당하는 책임자인 피고인 A이 징계규정의 위임 관련 조항을 알지 못하였다거나 최소한 확인하지도 않았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고 ② 피고인 회사와 같이 외국인 본부장이 다수 있는 회사에서 자료의 번역 등 어려움을 이유로 하여 본부장의 권한을 위임한다는 것도 설득력이 약하며 ③ N가 부재중에 긴급한 결재(urgent signature)를 위임에 의하여 처리하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은 일상 업무에 관한 것으로서 긴급한 사항에 한정되는 것으로 보이고 징계와 같은 비일상적이며 중요한 사안에 관하여도 위임에 의한 처리가 늘상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5) E은 징계위원회 회의에 변호사의 대동을 요구하였다가 거절당하자 징계위원회 회의에 불출석할 것을 통보하였는데, 변호사 대동 요구를 거절한 것이나 E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징계위원회 회의를 개최한 것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징계위원회 회의에서 E의 입장을 변호해 주도록 기대되는 조직은 사원대표회의인데(피고인 A과 피고인 B은 검찰조사 당시 사원대표회의가 E의 입장을 변호해 주는 위치에 있다고 진술하였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사원대표회의는 E과 대립하는 입장에 있는 I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으므로, 변호사의 대동이 거부됨으로써 E은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징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도록 강요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실제로 징계위원회 회의에서는 일방적으로 I으로부터 E의 잘못을 확인하고자 하는 질문만이 이어졌고, 징계청구인이라고 할 수 있는 피고인 A 역시 적극적으로 같은 취지의 질문에 가담하였으며, E이 I으로부터 진술서를 받게 된 연유에 관하여는 논의를 하지 않았는데(진술서 징구 연유에 관한 논의를 하지 않은 것은 E 측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이 공정하지 못한 처사임은 자명하다), 이러한 사정들은 징계위원회 회의가 일방적으로 E에 대하여 징계를 하는 쪽으로 진행되었음을 보여 준다.
6) 한편 피고인 회사의 HR본부 인사팀은 Q의 사직권유와 O의 성희롱 사건 관련 발언에 대하여 사실관계를 확인하고도 중재과정에서의 언급으로 사직강요가 아니라거나 소문의 유포가 아니라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는데, 비록 정식의 징계요구는 아니더라도 E이 강력하게 문제 제기를 한 상황에서 위 문제들에 대하여는 자체 조사 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은 것에 비추어 보면 E에 대한 징계 처분은 가혹한 것임이 분명하다. 특히 O의 발언은 E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평가를 내포하는 것으로서 전파가능성이 농후하고 실제로 이후 회사 내에 E의 성희롱 피해에 대한 잘못된 소문이 O에게서 시작된 것이라는 이유로 관련 민사소송에서 피고인 회사의 사용자 책임이 인정되었는바,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회사가 E에 대하여 유별나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였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사정들은 E이 성희롱 피해 신고를 하고 관련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 등과 관련시키지 않고는 합리적인 설명이 되지 않는다.
4.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 등(구체적 범죄사실 제2항)에 대하여
가. 앞서 든 증거들을 비롯하여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들을 인정할 수 있다.
1) E이 관련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그 소장부본이 피고인 회사로 송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위 소장부본에 첨부된 증거자료를 E에게 제공한 G H에 대하여 근태조사가 시작되었고, ‘6개월 동안 8시간 근로시간 미준수 48회’를 이유로 H에 대하여 정직 1주일의 징계처분이 내려졌다. H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하였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징계사유는 존재하나 징계양정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H의 구제신청을 인용하였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및 대전지방법원의 행정소송에서도 같은 결론이 유지되었고, 관련 민사소송에서는 위 징계처분은 성희롱 피해자인 E을 조력한 H에게 부당한 징계를 함으로써 E를 위축시키고 그로 하여금 소외감·고립감을 느끼게 하는 등 E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한 것이라는 이유로 피고인 회사의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기도 하였다.
2) 위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이 있은 2일 뒤인 2013.12.6.(금요일) 피고인 회사 HR본부 인사팀은 H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구제절차에 회사 문서를 무단으로 유출하여 제출하였다는 이유로 퇴근시간 직전인 17:40경 H에 대하여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 통보를 하였다. 이에 H는 곧바로 E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하여 대기발령 통보 사실을 알리면서 짐 옮기는 것을 도와달라고 요청하였고, 그 무렵부터 상당 시간에 걸쳐 컴퓨터에서 필요한 서류를 출력한 다음 그 서류들과 책상 위 및 서랍 등에 있던 위 구제신청 관련 서류 등 자신의 짐들을 챙겨 나왔다. 그리고 H는 G 사무실 밖에서 기다리던 E와 함께 그 짐들을 H의 차에 옮겨 실었다.
3) 한편 H가 평소와 달리 많은 양의 문서를 출력하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G 센터장 K는 18:30경 피고인 A에게 “H가 다량의 문서를 출력하여 가지고 나가려 하니 보안검색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하였고, 회사 외부에 있던 피고인 A은 곧바로 그 문자메시지를 HR본부 인사팀의 P 팀장에게 재전송하였다. 이에 HR본부 인사팀의 S 과장은 곧바로 인사팀 사무실 바로 아래층에 있는 G 사무실로 내려가려고 하였는데 G 사무실 정문 앞에 E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는 다시 인사팀 사무실로 돌아왔고, 이에 P는 보안팀에 연락하여 이후 회사 정문을 통과하여 나가는 차량들에 대하여 보안점검을 실시할 것을 지시하였다. 이어 S는 회사 정문으로 나가 기다리다가 19:00경 E을 동승시킨 H의 차량이 정문을 통과하려 하자 보안팀 직원들과 함께 위 차량에 대하여 보안점검을 실시하였다.
4) 보안점검 당시 S는 차량 내에 있던 서류 전부의 반환을 요구하였는데, E은 그 자리에서 바로 확인을 해서 회사 자료가 있으면 돌려주겠다고 하였고, 이후 S와 중간에 합류한 P가 계속하여 서류 전부의 반환을 요구하며 차량의 정문 통과를 막자 E은 “퇴근을 못하게 한다, 감금을 당하고 있다”라고 하면서 112 신고를 하였다. 이후 H, E과 P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과 함께 인근 파출소로 가 그곳에서 경찰관의 입회하에 서류들을 서로 확인한 다음 카드명세서 등 H 개인 서류임이 명백한 서류는 H가 가져가고, 회사 서류로 서로 인정한 55매의 서류는 P가 회사로 가져가며, 서로 간에 의견대립이 있는 서류는 위 파출소에 보관하기로 하였다. 당시 회사 서류로 분류된 55매의 서류 중에는 신차 개발의 세부일정이 기재된 서류, T 전체에서 진행되고 있던 프로젝트 및 차량모델명이 기재된 서류 등이 포함되어 있었고, 회사의 소유로 기밀(CONFIDENTIEL)이라는 표시가 기재되어 있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서로 간에 의견대립이 있는 서류는 주로 H가 이전의 부당징계 구제절차에 제출하였거나 향후 절차에서 제출할 필요가 있는 서류였다.
5) 이후 피고인 A이 책임자로 있는 피고인 회사 HR본부 인사팀은 G 앞에 설치된 CCTV 영상을 확인하는 등 보안점검 전후의 상황을 확인한 다음 변호사의 자문을 거쳐 “E이 G 사무실 앞에서 망을 보는 등 H가 피고인 회사의 서류를 무단으로 반출하는 행위를 방조하였다”는 이유로 E에 대하여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 통보를 하였고, 피고인 A은 피고인 회사의 고소대리인으로서 H를 정보통신망법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 및 절도 등 혐의로, E을 절도방조 혐의로 고소하였다. 이어 HR본부 인사팀은 E이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 중에도 다른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직원들의 업무수행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E에 대하여 대기발령 장소를 3층 전사보안팀 사무실로 특정하여 통보하면서 사전승인 없이 대기발령 장소를 이탈하거나 다른 사무실을 출입할 수 없다는 등의 조치를 하였다.
6) 한편 HR본부 인사팀이 확인한 위 CCTV 영상에는 E이 H를 기다린 G 사무실 앞을 다수의 직원들이 자유롭게 오고가는 장면, E이 위 사무실 앞에서 서성거리기도 하고 쪼그려 앉기도 하면서 H를 기다리다가 H가 종이가방을 가지고 나오자 이를 받아드는 장면, H가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자 E은 위 종이가방을 들고 H를 기다렸고 H가 다른 종이가방에 담긴 나머지 짐을 가지고 나오자 함께 위 사무실 앞을 떠나는 장면이 녹화되어 있다. 그리고 이후 H는 절도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가 헌법소원으로 기소유예 처분마저 취소되었고, E의 절도방조 혐의에 대하여는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이 내려졌다.
나. 위 사실관계 및 이 법원이 채택·조사한 증거들로부터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E에 대한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 등은 E이 성희롱 피해와 관련하여 관련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하자 E이 H의 자료반출을 도와준 것을 빌미로 하여 E을 그 직무에서 배제시킨 것으로서 성희롱 피해 주장과의 관련성이 인정되고, 이 모든 조치는 피고인 회사 HR본부 인사팀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그 책임자인 피고인 A에게 성희롱 피해 주장과의 관련성에 대한 고의도 인정된다.
1) H에 대한 근태불량을 이유로 한 정직 징계는 H에게 근로시간 미준수의 사유가 있었다는 것과는 무관하게 H가 E의 성희롱 피해 주장에 관하여 조력을 하였다는 사실과의 관련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는 관련 민사소송의 판결에서도 확인된 바이다. 앞서 E에 대한 견책 징계의 성희롱 피해 주장 관련성에 관하여 본 것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사정은 성희롱 피해에 관한 E의 후속적인 문제 제기에 피고인 회사가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
2) 피고인 A을 통하여 H가 다량의 문서를 출력하고 있음을 알게 된 S는 HR본부 인사팀 사무실 바로 아래층에 있는 H가 근무하는 G 사무실로 내려가다가 E이 H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알고는 다시 인사팀 사무실로 돌아왔고 이에 P는 보안팀에 연락하여 정문에서의 보안점검을 지시하였다. 당시의 상황으로 보면 인사팀은 H가 여전히 사무실 내에서 서류를 출력하고 있거나 출력한 서류들을 갖고 있다고 파악하였던 것인데, 곧바로 출력 내지 반출을 저지하지 않고 굳이 E이 동승할 가능성이 많은 H의 차량이 회사 정문을 통과하는 것을 기다려 보안점검을 하였다. 이는 HR본부 인사팀이 H의 서류 반출을 막는 것에 더하여 다른 추가적인 의도를 갖고 있었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3) 피고인 회사의 HR본부 인사팀은 E이 H의 회사서류 무단반출 행위를 방조하였다는 이유로 E에 대하여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을 통보하였고, 피고인 A이 고소대리인이 되어 H와 E을 고소하기까지 하였는데, 이후 검찰 및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H와 E 모두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나기도 하였지만 아래와 같은 점에 비추어 보면, 애초부터 E을 절도방조로 의심하는 것은 합리적인 근거가 없었고, 그렇다면 HR본부 인사팀의 조치는 E의 성희롱 피해 주장과 연관시키지 않고는 쉽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
첫째, 보안점검 당시 E은 자신이 먼저 인사팀의 S 과장에게 서류를 확인해 보자고 하였고 스스로 112 신고를 하였는바, 만일 E이 H의 회사서류 무단반출을 알고 이를 방조하려 하였다면 위와 같은 행동은 있기 어렵다.
둘째, CCTV 영상을 보더라도 E이 H를 기다리던 G 사무실 앞은 여러 직원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장소이어서 망을 본다는 것이 의미가 있을 수 없는 장소이고, E의 행동 역시 갑작스럽게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 통보를 받고 급작스럽게 짐을 챙겨 나오는 H를 도와주기 위한 것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 B도 검찰조사 당시 “CCTV 영상만으로는 E이 문서 반출에 확실히 가담하였다고 명확히 분간할 수 없었다”고 진술한 바 있고, 피고인 A은 검찰조사에서 “변호사가 CCTV 영상을 보고 망을 보는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고 자문해 주었다”고만 진술하였는데, CCTV 영상을 보면 변호사가 과연 공정한 입장에서 자문을 해 준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셋째, H가 갖고 있는 서류의 대부분은 H의 개인 서류이거나 구제절차와 관련된 것이었고 일부 회사 서류가 명백한 것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위 회사 서류들은 급하게 서류들을 챙기는 과정에서 함께 포함되어 들어간 것일 가능성이 커서 절취의 의사로 반출한 것인지 여부에 의문이 있을 수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회사의 입장에서 H에 대하여는 회사서류 무단반출의 의심을 할 수 있지만, E에 대하여 까지 회사서류 무단방출을 방조하였다고 의심할 합리적인 근거는 없다.
4) 피고인 회사의 HR본부 인사팀은 E의 대기발령 장소를 제한하고 사전승인 없이는 위 장소를 이탈하거나 다른 사무실을 방문할 수 없도록 하였는데, 설령 E이 자신의 권리구제를 위하여 다른 사무실 등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일부 다른 직원들의 업무가 방해된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엄격한 신체의 자유 제한 조치가 이례적이고 과도한 것임은 명백해 보인다.
<양형의 이유>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 A, 피고인 B이 성희롱 피해자로서 피고인 회사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 등 계속적인 문제 제기를 하는 E에 대하여 불리한 조치를 한 것이다. 대법원이 이미 밝힌 바와 같이,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한 경우 사업주는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여 피해를 구제할 의무를 부담함에도 오히려 피해자에 대하여 불리한 조치나 대우를 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행위는 피해자가 피해를 감내하고 문제를 덮어버리도록 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 성희롱을 당한 것 이상의 또 다른 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피해자로 하여금 2차적 피해에 대한 염려없이 사업자를 신뢰하고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도록 하여 궁극적으로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신속하고 적정하게 구제하고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하고자 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는데, 피고인 A, 피고인 B은 이러한 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하였다. 다만, 피고인 A, 피고인 B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나 이익을 위하여 범죄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자료는 없고 피고인 회사 내에서 맡은 직무에 따라 그와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는바, 사안의 엄중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회사 차원에서 이루어진 조치에 관하여 피고인 A, 피고인 B에게만 책임을 물어 전체 불법에 상응하는 양형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러한 사정들에 피고인 A, 피고인 B의 관여 정도와 피고인 회사의 태도, 피고인 A, 피고인 B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제반 양형사정들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
1. 공소사실
피고인 C는 2013.8.19.부터 2017.8.31.까지 피고인 회사 R&D본부 시스템엔지니어링 담당 오퍼레이션장으로 근무한 사람이다.
피고인 C는 R&D본부 시스템엔지니어링 담당 오퍼레이션장으로서, 2013.8.27. E에 대한 징계위원회에 징계위원으로 참석하는 등으로 E의 성희롱 피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피고인 C는 2013.10.17. E에게 “E이 담당하고 있는 HMI(Human Machine Interface) 업무가 2014.4. 이후가 되면 대폭 축소되는데, E은 엔지니어링 경험이 없으므로, 실제 개발프로젝트 업무를 맡기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라는 이유를 내세워 “HMI ISO 표준을 정비하고 준수하기 위한 오퍼레이션 파일럿(OP Pilot) 업무, 교육 관련 오퍼레이션 파일럿 업무, 개선 제안 및 특허 관련하여 회사에서 요구하는 개선 제안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참여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구성원이 보람을 갖도록 독려하는 업무 등의 공통업무를 부여하겠다”라는 취지의 업무분장 조정 통보를 하였다.
E은 2012.1.부터 비전문업무인 공통업무는 수행하지 아니하고 전문업무인 HMI 업무를 잘 수행하여 왔을 뿐 아니라, 2013.8.경 D R&D본부의 부서통폐합에 따라 소속부서가 변경된 이후에도 계속하여 HMI 업무만을 수행하여 왔음에도, 피고인 C는 E이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라는 점을 새삼스럽게 들어 HMI 업무를 배제하였고, 당시 E을 제외하고 같은 오퍼레이션 소속 다른 직원들에게는 공통업무를 부여하지 않거나 1개 내지 3개를 부여하였음에도, E에게는 공통업무만 5개를 부여하는 기형적인 업무배치를 하였다.
그리하여 피고인 C는 성희롱 피해자인 E에게 불리한 조치를 하였다.
2. 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E의 성희롱 피해 사실을 잘 알고 있던 피고인 C가 ① E이 기존에 아무런 문제없이 HMI 업무를 담당하여 왔는데도 새삼스럽게 E이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E을 전문업무인 HMI 업무에서 배제시키고 E에게 비전문업무인 공통업무 5개만을 부여하였고 ② 다른 직원들에게는 공통업무를 부여하지 않거나 1개 내지 3개의 공통업무만을 부여하였음에도 E에게는 공통업무만 5개를 부여하는 기형적인 업무배치를 함으로써, 성희롱 피해자인 E에게 불리한 조치를 하였다는 것이다.
나. 증인 E에 대한 일부 증인신문조서, 피고인 C의 법정진술을 비롯하여 검사와 피고인 측이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C가 E이 반대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E에 대하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5개의 공통업무를 부과하는 업무분장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위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들에 비추어 보면, C가 E을 기존의 HMI 업무에서 배제시키고 공통업무만을 부여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E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공통업무 5개를 부여한 것이 기형적인 업무배치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1) 피고인 회사 R&D본부는 2013.8. 하위 조직인 오퍼레이션을 통폐합하는 조직개편을 하였고 이에 따라 E은 피고인 C가 오퍼레이션장(長)으로 있는 오퍼레이션에 소속되게 되었다. 피고인 회사 R&D본부는 직원들에 대하여 각 팀별로 각자가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고 인사조직도에 각자의 업무로 표시되는 고유업무 외에 전체 조직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하여 해당 오퍼레이션에 공통적으로 예상되는 업무로서 인사조직도에 따로 표시되지 않는 공통업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공통업무는 고유업무에 더하여 맡는 것으로서 주로 차장급이나 과장급 직원들이 일종의 의무복무와 비슷하게 임기를 정하여 돌아가면서 담당하는 업무이다. 피고인 C는 조직개편된 오퍼레이션의 공통업무를 새로이 분장할 필요가 있어 2013.10.경 공통업무 분장을 조정하였고, E에 대한 공소사실 기재 공통업무의 부과도 이때 이루어진 것이다.
2) E이 소속된 차량상품성팀은 HMI 업무를 맡고 있었는데, HMI 업무는 차량 내에서 사람이 조작하는 부분이나 정보표시 등이 인간공학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구현될 수 있도록 구현조건을 제공하고 구현된 결과물을 평가하는 업무로서 ① 3년 내지 10년 앞을 내다보고 소비자 입장에서 향후 개발되기를 바라는 기능에 관한 연구를 하는 선행HMI업무와 ② 바로 시판할 차량이 요구되는 성능을 만족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적용하는 양산HMI 업무로 나뉜다. 피고인 회사의 R&D본부는 양산HMI 업무에 관하여는 모두 공학전공자들을 배치하였고, 경영학을 전공하고 최초에 비서직으로 입사하였다가 전직한 E은 선행HMI 업무를 맡고 있었다.
3) 피고인 C는 위와 같이 공통업무 분장을 조정하면서 E의 경우 당시 맡고 있던 선행HMI 업무가 2014.4. 이후 대폭 축소되는 것을 고려하여 E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교육 업무, ISO9001/ISO14001 업무, 특허 및 개선제안 업무를 담당하여 줄 것을 제안하였는데, E은 개발프로젝트 업무를 담당하고 싶다면서 위 제안을 거절하였다. 그러나 피고인 C는 개발프로젝트 업무란 양산HMI 업무를 의미하는 것이었으므로 공학전공자가 아닌 E에게 그 업무를 맡기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위와 같은 공통업무를 맡아 줄 것을 재차 제안하였고 E은 이를 수락하였다. 위 과정에서 E은 공통업무를 5개 맡는다는 것은 기존 고유업무에서 배제되는 것이 아니냐고 하였으나, 피고인 C는 기존에 담당하던 고유업무를 계속하면서 그 업무량을 고려하여 공통업무를 추가하여 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였고, 실제로 E은 H의 회사서류 무단반출을 방조하였다는 사유로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 통보를 받을 때까지 기존에 담당하던 선행HMI 업무를 계속하면서 앞서 본 공통업무를 담당하였다.
4)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회사 R&D본부에서 공통업무는 주로 차장급 또는 과장급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맡고 있었고 각자는 1개 내지 3개의 공통업무를 맡고 있었는데, E이 담당한 공통업무 중 교육 업무는 그 자체로 비중이 있는 업무이나, ISO9001 업무는 품질과 관련된 국제표준을 준수하고 있는지를, ISO14001 업무는 환경과 관련된 국제표준을 준수하고 있는지를 심사하는 업무로서 동일한 시기에 동일한 프로세스에 의하여 처리되므로 실질적으로는 하나의 업무로 볼 수 있고, 특허 및 개선제안 업무도 특허와 개선제안을 관리하는 것으로서 양자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는 하나의 업무로 묶을 수 있다.
다. 이와 같이 E이 기존에 맡고 있던 선행HMI 업무에서 배제되지 않았고 E이 맡은 공통업무가 실질적으로는 3개이어서 그 자체로는 기형적인 업무분장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공소사실이 적시한 ‘성희롱 피해 관련 불리한 조치’는 인정될 수 없다. 물론 관련 민사판결 등에서 지적되고 있는 바와 같이 HMI 업무 자체가 공학전공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점, 피고인 회사는 E을 비롯한 직원들에게 업무와 관련한 교육을 하고 있는 점, E이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에서 복귀한 이후에는 양산HMI 업무를 맡고 있는 점, 피고인 측의 주장에 의하면 2014.4. 이후 E의 고유업무 업무량이 기준량의 20%로 축소되는 것을 고려하여 교육 업무 등 공통업무를 부과하였다는 것인데 고유업무와 공통업무의 업무비중이 20%:80%라는 것은 그 자체로 이례적인 업무분장일 수 있는 점 등의 사정이 엿보이고, 이러한 점에서 보면 E에 대한 공통업무 부과도 ‘성희롱 피해 관련 불리한 조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문이 있을 수 있지만, 검사가 공소장에 적시하지 않은 사정에 대한 의심만으로 피고인에게 형사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
3. 소결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 C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제2항에 따라 이 부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이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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