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원고의 부친은 이 사건 임용시험 공고가 나기 전 G에게 정교사 채용이라는 부정한 청탁과 함께 1억 7,000만 원이라는 거액을 교부한 점, G는 피고의 전 이사장이자 당시 이사장 F의 부친으로서 이 사건 학교의 실질적인 교사채용 권한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위 부정행위를 알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원고 아버지의 위 부정행위는 사립학교 교원 임용의 공정성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큰 행위로서 사회통념상 중대한 범죄행위이므로, 이와 결부된 이 사건 임용계약에 의해 선발된 원고를 공정하게 선발된 자로 평가할 수 없는 점, 교원 임용계약은 엄격하고 공정한 진행으로 모든 응시자에게 능력에 따른 균등한 임용기회를 보장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임용계약은 위와 같이 임용제도의 근간을 훼손하고 교원 임용 제도에 대한 불신감을 조장한 것이므로,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라고 볼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피고가 합격취소의 사유로 미리 공고한 바 있는 ‘부정행위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피고가 대구광역시 교육감의 강권에 의해 졸속으로 이 사건 임용취소처분을 하였다는 점에 대한 아무런 증거도 없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임용취소처분이 재량권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재량권을 남용하여 이루어졌다고 할 수는 없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8.4.12. 선고 2017가합750 판결】

 

•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제1민사부 판결

• 사 건 / 2017가합750 임용취소처분취소등

• 원 고 / A

• 피 고 / 학교법인 B

• 변론종결 / 2018.03.15.

• 판결선고 / 2018.04.12.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2017.2.24.(시행일 2017.2.28.) 원고에 대하여 한 임용취소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한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C고등학교(이하 ‘이 사건 학교’라고 한다) 및 D중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이다. 원고는 이 사건 학교의 2016학년도 중등 정규교사 임용시험(이하 ‘이 사건 임용시험’이라 한다)에 합격하여, 2016.3.1.부터 이 사건 학교의 체육교사로 임용(이하 그 임용계약을 ‘이 사건 임용계약’이라 한다)되어 근무해온 자이다.

나. 피고는 2015.10.20.경 이 사건 임용시험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의 공고(이하 ‘이 사건 임용공고’라 한다)를 하였다.

1. 모집 과목 및 인원 <표 생략>
3. 응시자격 제한
  나. 기타 관계법령에 의하여 임용 결격사유가 있는 자
4. 응시원서 교부 및 접수
  나. 접수기간  2015.11.18.(수) 09:30 ~ 11.25.(수) 15:00까지
8. 시험시행의 일반원칙
  라. 부정행위로 처분을 받은 경우 당사자의 시험을 정지·무효로 하고 향후 본 재단의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에 응시할 수 없음.
10. 최종합격의 취소
 최종합격자로 결정된 자라도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합격을 취소함
  나. 부정행위자

다. 원고의 아버지인 E는 2015.10.경 당시 피고 이사장 F의 아버지이자 피고의 전 이사장이었던 G에게 정규교사 채용 대가 명목으로 1억 7,000만 원을 공여하였다. G는 2015.12.초경 피고의 법인실장인 장녀 H에게 원고를 포함한 합격 대상자 10명의 명단을 전달하였고, H은 2015.12.9. 이 사건 임용시험의 총괄담당자인 이 사건 학교 교무 부장 I에게 위 명단을 전달하며 합격시키도록 지시하였다. I은 2015.12.11. 이 사건 임용시험의 면접심사위원인 이 사건 학교장 J에게 위 10명의 명단을 전달하고, I은 2차 면접시험에서 위 10명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하여 모두 합격 처리하였다.

라.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은 2016.12.초경 E의 위와 같은 배임증재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하였다. 대구광역시 교육감은 2016.12.15. ~ 2017.1.13. 이 사건 학교에 특별감사를 실시하여 2017.1.11. 피고 이사장 K을 포함한 이사 5명(L, M, N, O)에 대한 ‘임원 취임 승인 취소’ 통보를 하고, 2017.1.31. 피고의 임시이사로 P, Q, R, S, T을 선임하였다.

마. 대구광역시 교육감은 2017.2.2. 원고는 아버지의 부정행위로 인해 합격된 ‘부정행위자’임을 이유로, 피고에게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임용계약의 취소를 요구하였다.

바. 피고 이사회는 2017.2.15. 이사장 K, 등기 이사 U 및 임시이사 5명의 참석 아래 이 사건 임용계약을 취소하기로 결의(이하 ‘이 사건 이사회 결의’라고 한다)하고, 2017.2.24. 원고에게 “이 사건 임용시험 당시 원고의 아버지가 G에게 돈을 공여하여 원고는 부정행위자에 해당하므로, 피고 이사회에서는 이 사건 임용공고의 합격취소 규정 및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이 사건 임용계약의 취소를 결의하였다. 다만, 학사일정의 차질을 우려하여 시행일을 2017.2.28.자로 한다”는 내용의 통보(이하 ‘이 사건 임용취소처분’이라 한다)를 하였다.

사. 이 사건과 관련된 사립학교법, 사립학교법 시행령 및 교육공무원임용령 규정은 별지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및 을 제1 내지 6, 8 내지 10, 1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과 판단

 

가. 이 사건 임용취소처분에 절차상 위법이 있어 무효인지 여부

1) 원고 주장의 요지

① 대구광역시 교육감이 피고 법인의 정상화를 위해 이사장 K을 비롯한 5인의 이사에 대한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하여, K과 나머지 이사들은 피고의 이사장 또는 이사들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원고의 임용을 취소한 이 사건 이사회는 개최될 수 없었고, 설사 결의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의 대표권 없는 자인 K에 의해 진행되었으므로, 그 결의 및 그에 기한 이 사건 임용취소처분은 무효이다.

② 임용취소의 효과는 재임용거부와 같으므로, 임용취소 절차는 재임용거부 절차에 준하여 사립학교법 제53조의2 등에 따른 각종 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에게 소명기회조차 주지 않는 등 재임용거부 절차를 규정한 사립학교법 제53조의2 등이 규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임용취소처분은 무효이다.

2) 판단

가) K이 이 사건 이사회 결의에 참여할 수 있는지 여부

살피건대, 대구광역시 교육감이 2017.1.11. 피고의 이사장인 K에 대한 피고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하고, 2017.1.31. 피고의 임시이사로 5명을 선임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을 제7, 10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대구지방법원은 2017.1.26. 2017아10024호로 대구광역시 교육감의 K에 대한 위 임원취임승인 취소처분의 효력을 대구지방법원 2017구합20165호 임원취임승인 취소처분 취소사건의 판결 선고시까지 정지하는 내용의 결정을 한 사실, 그 후 K이 이 사건 이사회 결의에 참여하여 이 사건 이사회 결의가 이루어지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임용취소처분이 내려진 사실이 인정된다.

이러한 인정사실에 의하면, K은 위 임용취임승인 취소처분의 효력정지 결정에 따라 피고 이사장 및 이사 지위를 유지한 채 이 사건 이사회 결의에 참여하였고, 이 사건 이사회 결의는 K과 다른 등기 이사인 U 및 임시이사 5명의 출석 아래 적법하게 개최되어 결의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가 원고에게 소명기회를 주고, 사립학교법 제53조의2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여 부

우선 원고가 주장하는 재임용거부절차는 대학교육기관의 교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고등학교 교원인 원고에게는 적용되지 아니한다.

나아가 살피건대,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을 위한 계약은 사립학교법 소정의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그 법적 성질은 사법상의 고용계약에 다름 아닌 것으로 그 계약체결에 관한 당사자들의 의사표시에 무효 또는 취소의 사유가 있으면 그 상대방은 이를 이유로 당연히 그 임용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여 그에 따른 법률 효과의 발생을 부정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는 것이므로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계약의 취소는 결국 사법상의 고용계약의 취소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고, 그 임용계약의 취소가 징계처분 또는 징계처분적 성질을 가지는 것이어서 소정의 징계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5.1.20. 선고 93다55425 판결, 대법원 1996.7.30. 선고 95다1168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사건 임용취소처분은 사립학교법 제53조의3에서 말하는 교원의 재임용거부절차와 성질이 다르고 징계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도 아니므로, 위 규정에 의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거나 원고에게 소명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하여 이 사건 임용취소처분이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게다가 을 제5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대구광역시 교육감의 이 사건 학교에 대한 특별감사시 진술조사를 받으면서 E의 배임증재 사실 및 원고가 부정행위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의견진술을 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피고가 이 사건 임용취소처분을 하기 전에 원고에게 소명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러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임용취소처분에 실체적 하자가 존재하여 무효인지 여부

1) 주장의 요지

① 원고는 부친이 돈을 건넨 것을 몰랐고, 이는 부친의 잘못인데 피고의 인사관리규정에 따르면 본인의 잘못이 아닌 사유는 임용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며, 설사 그러한 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징계사유에 불과할 뿐 임용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② 원고는 피고의 체육교과 교사 1명 선발에 단독 지원하였고, 원고는 2010년경부터 교직에 종사하며 5년 6개월 가량 오랜 기간제 교사 경력이 있으며, 그 기간 동안 수차례 표창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원고는 이 사건 임용시험 응시자들 중 학습지도안 작성과 수업실연, 면접심사 점수에서 96.57점을 받아 응시자들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등 원고의 경력과 능력이 뛰어나다. 따라서 원고는 표의 배임증재가 없었더라도 합격하였을 것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임용시험 합격은 위 배임증재와 인과관계가 없다. ③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임용취소처분은 임용권자인 피고의 진지하고 신중한 판단 없이 대구광역시 교육감의 강권에 의해 졸속으로 이뤄졌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임용취소처분은 피고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 내지 객관성을 잃었으므로, 위법 무효이다.

2) 판단

가) 살피건대, 사립학교법 제52조는 사립학교의 교원의 자격에 관하여 국·공립학교의 교원의 자격에 관한 규정에 의하도록 하면서, 같은 법 제53조의2 제9항에서 고등학교 이하 각급학교 교원의 신규채용은 공개전형에 의하도록 하며, 공개전형에 있어서 담당할 직무수행에 필요한 자격요건과 공개전형의 실시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21조제2항에서는 공개 전형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에 관하여 교육공무원임용령 제11조의3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교육공무원임용령 제11조의4에서는 ‘부정한 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당해 시험을 정지·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21조제3, 4항에 따른 피고의 이 사건 임용공고 제10항에 의하면, 최종합격자로 결정된 자라도 부정행위자는 합격을 취소하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관련 법령 및 이 사건 임용공고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임용시험 과정에 부정한 행위를 한 자에 대해서 그 임용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나) 나아가 원고가 이 사건 임용시험과 관련하여 부정행위자에 해당하는지 살피건대, 여기서 말하는 부정행위란 시험의 공정성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시험에 관한 일체의 부정행위를 통틀어 지칭하는 것으로서, 그것이 합격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어도 부정행위에 해당하면 그 합격을 무효로 하는 사유가 된다고 할 것이다. 또 응시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타인이 응시자를 위하여 부정행위를 한 경우일지라도 응시자가 타인의 부정행위로 인하여 경쟁시험에 의하여 공정하게 선발된 자로 평가될 수 없을 경우에는 그 응시자 역시 ‘부정행위자’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대법원 2006.7.13. 선고 2006다23817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앞서 인정한 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의 부친은 이 사건 임용시험 공고가 나기 전 G에게 정교사 채용이라는 부정한 청탁과 함께 1억 7,000만 원이라는 거액을 교부한 점, ② G는 피고의 전 이사장이자 당시 이사장 F의 부친으로서 이 사건 학교의 실질적인 교사채용 권한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원고가 위 부정행위를 알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원고 아버지의 위 부정행위는 사립학교 교원 임용의 공정성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큰 행위로서 사회통념상 중대한 범죄행위이므로, 이와 결부된 이 사건 임용계약에 의해 선발된 원고를 공정하게 선발된 자로 평가할 수 없는 점, ④ 교원 임용계약은 엄격하고 공정한 진행으로 모든 응시자에게 능력에 따른 균등한 임용기회를 보장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임용계약은 위와 같이 임용제도의 근간을 훼손하고 교원 임용 제도에 대한 불신감을 조장한 것이므로,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라고 볼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피고가 합격취소의 사유로 미리 공고한 바 있는 ‘부정행위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피고가 대구광역시 교육감의 강권에 의해 졸속으로 이 사건 임용취소처분을 하였다는 점에 대한 아무런 증거도 없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임용취소처분이 재량권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재량권을 남용하여 이루어졌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서보민(재판장) 황성민 심웅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