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피고인은 □□시공무원노조 구성원들로 하여금 피해자 공노총이 아닌 전공노를 상급기관으로 선택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에서 허위사실이 포함된 글을 작성하였다. 피해자 공노총은 2002년 설립되어 교육청노조, 국가공무원노조, 광역연맹, 시군구연맹, 헌법기관노조 등으로 구성된 연합단체로서, 소속 노동조합과 조합원을 위해서 정부와 단체교섭을 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기관이므로, 연합단체를 구성하는 행위인 단위 노동조합 유치업무는 피해자 공노총의 업무에 해당하고, 허위사실을 포함한 글을 작성하고 게시하여 피해자 공노총이 아닌 다른 상급 단체를 선택하도록 설득하는 것은 피해자 공노총의 단위 노동조합 유치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대구지방법원 2021.5.7. 선고 2020노773 판결】
• 대구지방법원 제4형사부 판결
• 사 건 / 2020노773 명예훼손, 업무방해
• 피고인 /
• 항소인 / 검사
• 검사 /
• 원심판결 / 대구지방법원 2020.2.13. 선고 2019고정995 판결
• 판결선고 / 2021.05.07.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5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대구시청 상수도사업본부 동부사업소 소속 7급 공무원으로 2018.3.1.부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경북지역본부장으로 선출되어 활동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8.6.초순경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소속의 성명을 알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지금 부산공무원 노동조합이 상급단체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라 함)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하 ‘공노총’이라 함) 중의 하나를 선택 하려고 하니 전공노 대구시지부와 공노총 대구지부의 활동상황을 비교하여 전공노를 홍보할 수 있는 글을 써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았다.
피고인은 위 부탁에 따라 2018.6.13.경 대구 동구 신암동에 있는 전공노 대경본부 사무실에서 “한번 상급단체 결정을 하면 다시 바꾸기 어렵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대구 시청에는 공노총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있습니다. 공노총 초대위원장이 대구시청 노동조합 ○○○ 위원장이었지만, 공노총 대구시청노동조합이 그동안 보여준 모습에 많은 조합원들은 지금 분노와 실망을 느끼고 있습니다. 조합원을 위한 사회 변혁과 조합원의 지위 향상을 위해 투쟁해야 하는데, 권력에 아부하는 대구시청 노동조합의 모습이 부끄럽고 실망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구시청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에서는 현 위원장이 출마해서 재선을 한 경우가 없습니다. 조합원을 위해 일하지 않는 공노총 소속 노동조합 지도부를 조합원들이 더 이상 지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산시청공무원 여러분. 한번 상급단체 결정을 하게 되면 다시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광역시지부는 부산시청 조합원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라는 글을 작성한 후 전공노 부산지역본부에 보내 2018.6.15. 전공노 홈페이지 본부소식란 등에 게시하게 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대구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에서 초대 대구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인 ○○○을 비롯하여 현직 위원장이 출마하여 재선을 한 경우가 2차례 있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인 대구공무원노동조합의 명예를 훼손함과 동시에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피해자인 공노총의 단위 노동조합 유치업무를 방해하였다.
2. 원심의 판단
피고인이 작성하여 올리게 한 이 사건 글은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기보다 피고인의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 봄이 상당한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허위사실 적시를 전제로 한 업무방해 또한 성립하지 않는다.
3. 검사의 항소이유(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이 사건 글 중 ‘대구공무원노동조합의 현 위원장이 재선된 적이 없다’는 부분은 사실 여부에 관한 입증가능성이 매우 명확한 허위사실에 해당하고, 작성 동기와 글의 맥락에 비추어 보면 해당 부분은 ‘기존 공노총 소속 대구공무원노동조합의 위원장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재선되지 못한 것이다’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글은 현 대구공무원노동조합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이 글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공노총이 아닌 전공노로의 상급단체 선택을 이끌고자 한 것이므로 공노총의 단위조합 유치업무를 방해한 것에 해당한다.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4. 당심의 판단
가. 명예훼손의 점
1) 허위의 사실 적시에 해당
기록에 비추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 즉 ① 대구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에서 ○○○ 위원장이 초대와 2대를 연임하였고, 〇〇〇 위원장이 5대와 6대를 연임하였던 점, ② 피고인은 1989년 대구시 공무원으로 입사 후 현재까지 일하고 있고, 2003년경 전공노에 가입하여 그때부터 대구시지부 간부로 활동하였고, 2014.8.경 부터 2015.5. 초순까지 대구시지부장 직무대행을 10개월가량 하였으며, 2018.3.1. 전공노 대구경북지역 본부장으로 선출되어 현재까지 활동중에 있는 사람이어서 대구시청노동조합 위원장의 연임 여부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점, ② 피고인은 경찰 조사 단계에서 이 사건 글 작성 당시에 대구공무원노동조합 홈페이지를 참조하여 이 사건 글을 작성하였다고 진술하였고, 해당 페이지의 ‘연혁’란에는 위원장의 연임 여부에 대해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지 않으나, 같은 페이지 바로 아래의 ‘역대 위원장’란에는 위원장을 포함한 임원의 변동내역이 상세히 기재되어 있는 점을 보면(피고인은 이후 검찰 조사시 자신의 기억에 의존하여 기재하였다고 진술을 변경하였다), 이 사건 게시글 작성시 대구시청노동조합 위원장 재선 여부에 대하여 피고인이 미필적이나마 고의를 가지고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인정된다.
2)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님
가) 법리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여야 하는바, 어떤 표현이 명예훼손적인지 여부는 그 표현에 대한 사회통념에 따른 객관적 평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3.27. 선고 2011도11226 판결 참조). 비록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그 허위의 사실이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면 형법 제307조 소정의 명예훼손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14.9.4. 선고 2012도13718 판결 참조).
나) 판단
위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이 인정된다.
(1) 공소사실에 적시된 피해자는 대구공무원노동조합으로, 대구시 공무원들이 자신의 권익향상과 복리후생 증진을 위해 조직한 단체이며 대구시 내 복수노조 중 하나이다. 대구공무원노동조합은 공노총을 상급기관으로 하고 있다.
(2) 피고인은 다른 복수노조인 전공노 대경본부에 속해 있다.
(3) 피고인은 아직 상급단체가 없던 부산공무원노동조합이 공노총이 아닌 전공노를 택하도록 홍보해달라는 의뢰를 받아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하였다. 이 사건 게시글의 전체적인 취지는 ‘공노총을 상급기관으로 한 대구공무원노동조합 지도부가 조합원의 지위향상을 위한 투쟁보다 권력을 잡는데 더 관심을 두는 등, 조합원을 실망하게 하는 행동을 하고 있으니, 부산시 공무원들은 공노총이 아닌 전공노를 상급기관으로 선택해달라’는 것이다.
(4) 피고인은 자신의 위와 같은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대구시청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에서 현 위원장이 재선하는 경우가 없었다’는 허위의 문구를 기재하였다.
(5) 피고인은 위와 같이 현 위원장들이 재선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어 기재한 문구와 같이, ‘조합원을 위해 일하지 않는 공노총 소속 노동조합 지도부에 대해 조합원들이 지지를 보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서술하였다.
위와 같이 인정한 사실 및 사정에 의하면, 피고인이 위와 같은 허위사실을 기재한 이유는 공노총 소속 노동조합 지도부들이 대구공무원노동조합 구성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내기 위한 것인바, 이를 통해 피해자 대구공무원노동조합 자체에 대한 기존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근본적으로 변동될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다. 피고인의 위와 같은 표현이 비록 허위사실 적시를 포함하고 있기는 하나, 피해자 대구공무원노동조합에 대한 형법 제307조의 명예훼손적 표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3) 소결론
원심의 이유와 당심의 이유에 ‘허위의 사실’에 대한 인정 여부에 관한 판단에 차이가 있기는 하나, 피고인에 대하여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항소이유와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업무방해의 점
1) 법리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있어서는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는 것이 아니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는 것이면 족하다(대법원 2008.11.27. 선고 2008도6486 판결 참조).
2) 판단
앞서 3. 가. 1) 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게시글에는 허위사실의 표시가 포함되어 있고, 이는 부산시공무원노조 구성원들로 하여금 피해자 공노총이 아닌 전공노를 상급기관으로 선택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에서 작성된 것이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피해자 공노총은 2002년 설립되어 교육청노조, 국가공무원노조, 광역연맹, 시군구연맹, 헌법기관노조 등으로 구성된 연합 단체로, 소속 노동조합 및 조합원을 위하여 정부와 단체교섭을 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연합단체를 구성하는 행위인 단위 노동조합 유치업무는 피해자 공노총의 업무에 해당하고, 허위사실을 포함한 이 사건 글을 작성 및 게시하여 피해자 공노총이 아닌 다른 상급단체를 선택할 것을 설득하는 것은 피해자 공노총의 단위 노동조합 유치업무를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이 인정된다.
5.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업무방해의 점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제6항에 따라 이 부분이 파기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파기부분은 원심판결 중 명예훼손의 점과 형법 제40조의 상상적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그 전부가 파기되어야 한다. 따라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원심판결 중 명예훼손의 점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나, 상상적 경합범 관계에 있는 업무방해의 점에 대한 항소를 받아들여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명예훼손의 점에 대한 항소를 기각하지 않기로 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위 1.항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끝에서 세 번째 줄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인 대구공무원노동조합의 명예를 훼손함과 동시에” 부분을 삭제하고 인용한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이○○의 진술
1. 검사 및 사경 작성의 피의자 신문조서
1. 피의자 ○○○이 작성한 허위의 글
1. 고소장, 항고이유서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14조제1항(업무방해의 점), 벌금형 선택
1. 노역장 유치
형법 제70조제1항, 제69조제2항
1.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제1항
[양형의 이유]
이 사건 글의 작성 경위, 피고인의 지위, 동종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여 주문과 같은 형을 정한다.
판사 이영화(재판장) 주우현 노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