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쟁의행위가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경우 제3자가 그러한 정을 알면서 쟁의행위의 실행을 용이하게 한 경우에는 업무방해방조죄가 성립할 수 있다. 다만, 헌법 제33조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근로자나 노동조합이 노동3권을 행사할 때 제3자의 조력을 폭넓게 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고, 나아가 근로자나 노동조합에 조력하는 제3자도 헌법 제21조에 따른 표현의 자유나 헌법 제10조에 내재된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가지고 있으므로,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한 조력행위가 업무방해방조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는 헌법이 보장하는 위와 같은 기본권이 위축되지 않도록 업무방해방조죄의 성립 범위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방조범은 정범에 종속하여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방조행위와 정범의 범죄 실현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필요하다. 방조범이 성립하려면 방조행위가 정범의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정범으로 하여금 구체적 위험을 실현시키거나 범죄결과를 발생시킬 기회를 높이는 등으로 정범의 범죄 실현에 현실적인 기여를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정범의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없는 행위를 도와준 데 지나지 않는 경우에는 방조범이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21.9.9. 선고 2017도19025 전원합의체 판결).
▣ ○○노조 △△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자동차 생산라인을 점거하면서 쟁의행위를 한 것과 관련하여, ○○노조 미조직비정규국장인 피고인2가 ① △△자동차 정문 앞 집회에 참가하여 점거 농성을 지원하고, ② 점거 농성장에 들어가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을 독려하고, ③ ○○노조 공문을 비정규직지회에 전달하는 등 역할을 수행한 사안임.
피고인2의 농성현장 독려 행위는 정범의 범행을 더욱 유지·강화시킨 행위에 해당하여 업무방해방조로 인정할 수 있지만, 집회 참가 및 공문 전달 행위는 업무방해 정범의 실행행위에 해당하는 생산라인 점거로 인한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방조범의 성립을 인정할 정도로 업무방해행위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피고인2의 위 행위들을 모두 업무방해방조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대법원 2021.9.16. 선고 2015도12632 판결】
• 대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15도12632 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나. 업무방해
다.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재물손괴 등)
라. 건조물침입
• 피고인 / 피고인 1 외 1인
• 상고인 / 피고인들
• 원심판결 / 부산고등법원 2015.7.22. 선고 2014노781 판결
• 판결선고 / 2021.09.16.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피고인 1의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부분에 관하여
1)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성립한다. 여기서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함은 그 행위가 공무원의 추상적 권한에 속할 뿐 아니라 구체적으로도 그 권한 내에 있어야 하고 직무행위로서의 중요한 방식을 갖추어야 한다. 추상적인 권한에 속하는 공무원의 어떠한 공무집행이 적법한지 여부는 행위 당시의 구체적 상황에 기하여 객관적·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8.23. 선고 2011도4763 판결 등 참조). 한편 공무원이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그 인적·물적 능력의 범위 내에서 적절한 조치라는 판단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경우에는, 그러한 직무수행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여 현저하게 불합리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 한 이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0.11.11. 선고 2010도7621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에서 문제된 집행관들의 강제집행에 관한 직무집행이 전체적으로 적법성을 결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 1 등의 이 부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범죄의 위법성 역시 조각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가) 재판의 집행은 집행관의 직무에 해당하고(집행관법 제2조), 집행관은 그 직무에 관한 명령 또는 위임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집행관법 제14조). 그 직무행위의 구체적 내용이나 방법 등은 집행관의 전문적 판단에 기한 합리적인 재량에 위임되어 있다.
나) 집행권원인 울산지방법원 2012카합841호 불법집회금지 및 업무방해등가처분결정 정본에는 ‘○○○○노동조합 △△△△△ 비정규직지회 등 피신청인들은 신청인의 주차장 내에 설치된 천막 기타 불법시설물들을 철거하고, 향후 신청인의 허가 없이 어떠한 시설물도 설치하여서는 아니 된다. 위 명령 위반 시, 신청인은 울산지방법원 소속 집행관으로 하여금 불법시설물의 철거 등 원상회복에 필요한 상당한 조치를 하게 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다. 위 불법시설물은 주로 피신청인 비정규직지회를 지원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이러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집행관들의 강제집행에 관한 직무집행이 전체적으로 적법성을 결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다) 집행관들이 2013.1.8. 집행을 시도하다가 저지당하자 기한을 정하여 자진철거의 기회를 주었고, 이후 집행관들이 다시 집행을 시도하면서 집행대상의 특정을 요구하였으나 피고인 1 등이 이를 거부하고 집행관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1 등이 공무집행의 적법성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할 수도 없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에서 직무집행의 적법성 및 위법성조각사유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업무방해 부분에 관하여
원심은, △△△△△ 주식회사(이하 ‘△△△△△’라 한다)의 출입통제 조치에 따라 피고인 1 등의 출입을 제지하려는 경비원들의 업무는 보호할 가치가 있고, 따라서 이를 위력으로 저지한 피고인 1 등의 행위는 업무방해에 해당하며, 정당행위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관련 법리
1) 직장 또는 사업장시설의 점거가 적극적인 쟁의행위의 한 형태로서 이루어지는 경우 그 점거의 범위가 직장 또는 사업장시설의 일부분이고 사용자측의 출입이나 관리지배를 배제하지 않는 병존적인 점거에 지나지 않을 때에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볼 수 있으나, 이와 달리 직장 또는 사업장시설을 전면적, 배타적으로 점거하여 조합원 이외의 자의 출입을 저지하거나 사용자측의 관리지배를 배제하여 업무의 중단 또는 혼란을 야기케 하는 것과 같은 행위는 이미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나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대법원 1991.6.11. 선고 91도383 판결, 대법원 2001.11.27. 선고 99도4779 판결 등 참조).
2) 쟁의행위가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경우 제3자가 그러한 정을 알면서 쟁의행위의 실행을 용이하게 한 경우에는 업무방해방조죄가 성립할 수 있다. 다만, 헌법 제33조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근로자나 노동조합이 노동3권을 행사할 때 제3자의 조력을 폭넓게 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고, 나아가 근로자나 노동조합에 조력하는 제3자도 헌법 제21조에 따른 표현의 자유나 헌법 제10조에 내재된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가지고 있으므로,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한 조력행위가 업무방해방조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는 헌법이 보장하는 위와 같은 기본권이 위축되지 않도록 업무방해방조죄의 성립 범위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3) 또한, 방조범은 정범에 종속하여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방조행위와 정범의 범죄 실현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필요하다. 방조범이 성립하려면 방조행위가 정범의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정범으로 하여금 구체적 위험을 실현시키거나 범죄결과를 발생시킬 기회를 높이는 등으로 정범의 범죄 실현에 현실적인 기여를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정범의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없는 행위를 도와준 데 지나지 않는 경우에는 방조범이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21.9.9. 선고 2017도19025 전원합의체 판결).
나. 공소사실 중 업무방해방조 부분의 요지
○○○○노동조합(이하 ‘○○○○’라 한다) △△△△△ 비정규직지회(이하 ‘비정규직지회’라 한다) 조합원 50여 명은 2010.11.15. 14:00경 사내하청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하며 △△△△△ 울산1공장 자동차 문짝 탈부착 생산라인(CTS 라인)을 점거하였고, 비정규직지회는 조합원들에게 △△△△△ 울산1공장으로 집결하도록 투쟁지침을 시달하여 900여 명의 조합원들이 위 생산라인을 점거하였다(이하 ‘이 사건 생산라인 점거’라 한다). 비정규직지회는 2010.11.16. 07:00경 쟁의대책위원회를 개최하여 ‘△△△△△ 울산1공장 점거를 계속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하였고, 이에 따라 2010.12.9.경까지 25일간 △△△△△ 울산1공장을 점거하여 울산1공장의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시키고, 자동차를 조립할 수 없게 하여 △△△△△에 약 2,544억 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였다.
이 사건 생산라인 점거 과정에서 ○○○○ 미조직비정규국장인 피고인 2는 ① 2010.11.15.경, 같은 달 17일경, 같은 달 20일경, 같은 달 21일경, 같은 달 30일경, 2010.12.3.경, 같은 달 5일경 △△△△△ 정문 앞 집회(이하 ‘이 사건 집회’라 한다)에 참가하여 이 사건 생산라인 점거 농성을 지원하였으며(이하 ‘이 사건 집회 참가’라 한다), ② 2010.11.17. 이 사건 생산라인 점거 농성장에 들어가 농성 중인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을 독려하였고(이하 ‘이 사건 농성현장 독려’라 한다), ③ 2010.11.경 ○○○○ 공문을 비정규직지회에 전달하는 등(이하 ‘이 사건 공문 전달’이라 한다)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2는 비정규직지회 및 그 조합원 900여 명이 2010.11.15.경부터 2010.12.9.경까지 25일간 △△△△△ 울산1공장 등을 점거함으로써 위력으로써 △△△△△의 자동차 생산 업무 등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위와 같은 방법으로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의 범행을 용이하게 하여 방조하였다.
다.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농성현장 독려 행위에 관하여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2의 이 사건 농성현장 독려 행위는 위법한 업무방해행위가 계속되고 있던 이 사건 생산라인 점거현장에서 직접 이루어진 것으로 그 당시 피고인 2의 노동조합 내 지위와 영향력이나 현장에서의 구체적인 발언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정범의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현실적으로 범행을 실행하고 있던 정범으로 하여금 그 범행을 더욱 유지·강화시킨 행위에 해당하므로, 이를 쟁의행위에 대한 조력행위라거나 산업별 노동조합의 통상적인 조합활동으로서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인 2의 위 행위를 업무방해방조로 인정한 원심판단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이 사건 집회 참가 및 이 사건 공문 전달 행위에 관하여
그러나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2의 이 사건 집회 참가 및 이 사건 공문 전달 행위가 업무방해방조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가) 이 사건 집회는 비정규직지회의 쟁의행위 목적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과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직접 고용을 지지하기 위해 △△△△△ 정문 앞에서 개최된 것이다. 비록 이 사건 집회에서 피고인 2가 사회를 보거나 기자회견을 함으로써 △△△△△ 울산1공장 내에서 생산라인을 점거하고 있던 조합원들에게 일정 정도의 영향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이는 쟁의행위의 목적 자체를 지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간접적이고 부수적인 결과에 불과하다.
나) 그리고 이 사건 공문 전달 행위 역시 산업별 노동조합인 ○○○○ 내에서 미조직비정규국장으로서의 통상적인 활동에 해당하는 것인데, 공문 작성 경위 및 그 내용에 비추어 피고인 2가 공문 전달을 통해 비정규직지회에 이 사건 생산라인 점거 자체를 직접 독려하거나 지지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위와 같은 사정에다가 비정규직지회의 이 사건 생산라인 점거 경위와 그 행위태양, 진행 경과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2의 이 사건 집회 참가 및 이 사건 공문 전달 행위가 비정규직지회의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를 포함한 쟁의행위를 전체적으로 보아 거기에 일부 도움을 준 측면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업무방해 정범의 실행행위에 해당하는 이 사건 생산라인 점거로 인한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는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 2의 위와 같은 조력행위는 방조범의 성립을 인정할 정도로 업무방해행위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
3)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 2에 대한 업무방해방조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업무방해방조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 주장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라. 파기의 범위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이 사건 집회 참가 및 이 사건 공문전달 행위로 인한 업무방해방조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이 부분이 파기되는 이상 업무방해의 주위적 공소사실 및 이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이 선고된 나머지 유죄 부분도 파기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은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피고인 1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김재형 노정희 이흥구(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