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원고는 취업규칙 제55조제35호에서는 교통사고를 임의처리한 경우를 교통사고 발생 후 조치 및 의무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뺑소니한 경우와 함께 해고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교통사고 임의처리를 뺑소니와 같은 정도의 비위행위로 규정한 취지는 교통사고 임의처리가 행정청이나 사용자에게 교통사고를 은폐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부적합한 운전기사를 배제하지 못하게 되고 이로 인해 승객의 안전이 침해될 뿐만 아니라 운송사업의 공공성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가인은 승객 김◎◎의 사고를 임의처리한 사실이 적발되어 원고로부터 임의처리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음에도 또다시 승객 고○○의 사고를 임의처리함으로써 위 지시를 위반하였는바, 비록 위 두 사고에서 발생한 피해의 정도가 크지 않지만 참가인은 2차례에 걸쳐 사고를 임의처리하여 비위 정도가 가볍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원고의 지시를 위반하여 다시 사고를 임의처리하여 그 비난가능성도 크다.
◆ 서울행정법원 제13부 2015.9.17. 선고 2015구합4297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 고 / ○○여객자동차 주식회사
♣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김○○
♣ 변론종결 / 2015.07.14.
<주 문>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15.2.12.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2014부해1290호 부당해고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부담하고, 나머지 부분 중 90%는 피고보조참가인이 부담하고 10%는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 제1항과 같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상시 1,000여 명의 근로자를 고용하여 여객운송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1996.9.8. 원고 회사에 입사하여 버스운전기사로 근무하였다.
나. 원고는 2014.8.27.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① 2014.5.31. 참가인이 운전하던 버스에서 승객 김◎◎이 하차하던 중 참가인이 버스 문을 닫아 김◎◎의 발목이 버스 문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하였음에도 참가인이 위 사고를 은닉하는 한편 김◎◎에게 100만 원을 지급하고 합의함으로써 전국버스운송사업연합회 공제조합을 통하지 않고 교통사고를 개인적으로 처리(이하 ‘임의처리’라 한다)하였고(이하 ‘제1 징계사유’라 한다), ② 2014.6.12. 참가인이 운전하던 버스에 김◎◎이 승차하려고 하자 참가인이 김◎◎에게 버스에 타지 말라고 말하며 승차거부를 하고 버스에 탄 김◎◎에게 폭언을 하였고(이하 ‘제2 징계사유’라 한다), ③ 참가인이 2014.8.12. 신호대기로 버스를 정차하였다가 다시 출발할 때 주의를 다하지 않아 다음 정류장에서 하차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던 고령(81세)인 승객 고○○이 넘어져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였고(이하 ‘제3 징계사유’라 한다), ④ 참가인은 승객 김◎◎의 사고를 임의처리한 사실이 적발되어 원고로부터 임의처리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음에도 2014.8.18. 고○○에게 55만 원을 지급하고 합의함으로써 고○○의 사고를 임의처리하여 위 지시를 위반하였다(이하 ‘제4 징계사유’라 한다)는 징계사유로 참가인을 해고하는 의결을 하였고 2014.9.4. 참가인에게 이를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
다. 참가인은 2014.9.22. 이 사건 해고가 부당해고에 해당하다고 주장하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는데,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14.11.18. 제1 징계사유 중 승객 김◎◎의 사고를 은닉한 점은 인정되지 않고 나머지 징계사유는 인정되는데 나머지 징계사유만으로는 징계양정이 과하여 이 사건 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라. 원고는 2014.12.18. 위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2015.2.12. 위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제1 징계사유 중 승객 김◎◎의 사고를 은닉한 점의 존재 여부
① 원고: 2014.5.31. 참가인이 운전하던 버스에서 승객 김◎◎이 하차하던 중 참가인이 버스 문을 닫아 김◎◎의 발목이 버스 문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한 점, 위 사고로 김◎◎이 부상을 당해 참가인에게 항의하였음에도 참가인은 원고에게 위 사고를 알리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볼 때, 참가인이 승객 김◎◎의 사고를 은닉하였다고 볼 수 있다.
② 피고 및 참가인: 참가인이 사고 직후 김◎◎에게 부상을 입었는지를 물었는데 김◎◎이 괜찮다고 말하여 원고에게 위 사고를 알릴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은 점, 원고가 김◎◎의 사고를 알게 된 후에 참가인이 김◎◎에게 합의금을 지급하여 임의처리하였으므로 임의처리를 통해 김◎◎의 사고를 은닉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참가인이 김◎◎의 사고를 은닉하였다고 볼 수 없다.
2) 징계양정의 적정 여부
① 원고: 참가인은 원고가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음에도 2회에 걸쳐 사고 피해자들에게 합의금을 지급하여 사고를 임의처리하였고, 또한 참가인은 불특정 다수의 승객 앞에서 승객 김◎◎에게 수차례 폭언을 하여 김◎◎을 포함한 승객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여객운송사업을 영위하는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 비위 정도가 중한 점, 참가인은 승객 김◎◎의 사고를 임의처리한 사실이 적발되어 원고로부터 임의처리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음에도 또다시 고○○의 사고를 임의처리함으로써 위 지시를 위반하여 비난가능성도 큰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해고는 적정하다.
② 피고 및 참가인: 참가인이 임의처리한 사고 2건 모두 경미한 사고인 점, 참가인이 장기간 원고 회사에 근무하면서 회사 발전에 기여한 점, 승객 김◎◎이 참가인의 버스 운행 중 사고로 합의금을 지급받은 후 멀쩡하게 버스에 타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나 우발적으로 김◎◎에게 폭언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해고는 참가인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
나. 관련 규정 <생략>
다. 판단
1) 제1 징계사유 중 승객 김◎◎의 사고를 은닉한 점의 존재 여부
갑 제7호증의 1 내지 7의 각 기재, 갑 제15호증의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로 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2014.5.31. 참가인이 운전하던 버스에서 승객 김◎◎이 내리기 전에 참가인이 버스 문을 닫아 김◎◎의 발목이 버스 문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하였는데, 그 당시 버스 문에 센서가 달려있어 버스 문이 김◎◎의 발목에 부딪치자마자 곧바로 다시 열렸고 또한 김◎◎이 버스 앞 쪽으로 걸어와서 참가인에게 항의하여 참가인은 김◎◎이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였고 이에 따라 김◎◎의 사고를 원고에게 알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원고는 김◎◎이 위 사고를 신고하여 알게 되었는데 그때까지 참가인은 김◎◎과 개인적으로 합의하려고 시도하는 등 사고를 은닉하기 위한 행위를 하지 않은 점, ③ 참가인은 원고가 김◎◎의 사고를 알게 된 후에 김◎◎에게 합의금을 지급하여 임의처리를 하였으므로 임의처리를 통해 김◎◎의 사고를 은닉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참가인이 승객 김◎◎의 사고를 은닉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제1 징계사유 중 참가인이 승객 김◎◎의 사고를 은닉한 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2) 징계양정의 적정 여부
갑 제3, 4, 7, 9, 10, 1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갑 제15호증의 영상, 증인 김◎◎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이 주장하는 여러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사회통념상 고용계약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참가인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에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가) 원고는 취업규칙 제55조제35호에서는 교통사고를 임의처리한 경우를 교통사고 발생 후 조치 및 의무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뺑소니한 경우와 함께 해고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교통사고 임의처리를 뺑소니와 같은 정도의 비위행위로 규정한 취지는 교통사고 임의처리가 행정청이나 사용자에게 교통사고를 은폐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부적합한 운전기사를 배제하지 못하게 되고 이로 인해 승객의 안전이 침해될 뿐만 아니라 운송사업의 공공성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가인은 승객 김◎◎의 사고를 임의처리한 사실이 적발되어 원고로부터 임의처리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음에도 또다시 승객 고○○의 사고를 임의처리함으로써 위 지시를 위반하였는바, 비록 위 두 사고에서 발생한 피해의 정도가 크지 않지만 참가인은 2차례에 걸쳐 사고를 임의처리하여 비위 정도가 가볍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원고의 지시를 위반하여 다시 사고를 임의처리하여 그 비난가능성도 크다.
나) 참가인은 승객 김◎◎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고 사고를 임의처리한 후 김◎◎이 다시 자신이 운전하는 버스에 타려고 하자 앞문을 열지 않고 승차를 거부하였다.
그러던 중 다른 승객들이 버스에 타려고 하자 마지못해 버스 문을 열었고 이에 김◎◎이 다른 승객들과 함께 버스에 타자 김◎◎에게 “택시 타고 다니지 왜 버스를 타고 다니냐”, “19년 운전생활 하면서 너 같은 년은 처음이야”라고 말하면서 욕설을 하였으며 신호대기 등으로 버스를 정차할 때에는 운전석에서 일어나서 김◎◎을 쳐다보며 김◎◎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욕설을 하였다. 참가인은 버스에 다른 승객들이 있었음에도 김◎◎이 버스에 탈 때부터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계속해서 김◎◎에게 폭언을 하였고 이를 견디지 못한 김◎◎은 참가인을 경찰에 신고하였다. 참가인은 버스 운전기사로서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오히려 승객에게 폭언을 하고 운전에 전념하지 않는 등 승객에게 불안감을 주는 행위를 하였다. 또한 다수의 승객들이 위와 같은 광경을 목격하여 참가인의 위와 같은 행위로 원고의 명예가 훼손되는 결과가 초래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참가인의 폭언의 경위, 정도 및 그 결과에 비추어 볼 때 참가인의 비위 정도는 가볍지 않다.
다) 참가인은 교통사고를 임의처리한 사실이 발각되자 원고에게 ‘다른 회사에서는 지원까지 하면서 임의처리를 하는데 우리 회사는 왜 임의처리를 금지하는지 모르겠다’고 항의하며 임의처리를 금지하는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였고 임의처리 한 이유에 대하여 ‘개인택시 면허기준이 되는 무사고 경력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말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참가인이 앞으로도 임의처리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
라) 참가인은 2011.7.6. 버스를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내고 2011.8.19. 사직하였다가 2011.9.6. 원고 회사에 복직하였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반정우(재판장) 김용찬 서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