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피고 회사가 코로나19 상황에서 경영난으로 인해 원고에 대한 정리해고를 실시하였다가 경영상황 회복 이후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여 이전에 정리해고를 하였던 원고를 우선적으로 재고용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새롭게 채용한 직원과 원고의 업무가 근로기준법 제25조제1항에서 정한 ‘같은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안.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11.15. 선고 2023가합86650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2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3가합86650 우선재고용의무이행등 청구의소

• 원 고 / A

• 피 고 / B 주식회사

• 변론종결 / 2024.09.13.

• 판결선고 / 2024.11.15.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①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고, ② 2023.1.1.부터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때까지 월 6,732,738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피고 회사는 태국 법률에 따라 설립된 외국 법인으로서 국내에 영업소를 설치하고 국내외 항공운송업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2) 원고는 1993.7.20.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여객부서 부장으로서 탑승수속, 탑승서비스, 수화물 관리, 민원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다가, 2021.11.25. 해고(이하 ‘이 사건 해고’라고 한다)된 사람이다.

 

나. 이 사건 해고의 경위 등

1) 피고 회사는 2020년경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라고 한다) 사태로 매출이 감소하여 경영난을 겪게 되었다.

2) 그에 따라 피고 회사는 2021.10.12. 원고에게 경영난을 이유로 2021.11.25.자로 해고한다는 이 사건 해고의 통지를 하였다.

3) 원고는 2021.12.27.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해고에 관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하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2.2.21.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4조에 의한 것으로 적법하다는 취지로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C).

 

다. 피고 회사의 신규 직원 채용

1) 피고 회사는 2022.12.경 정규직 회계담당직원 1명을 채용하겠다는 내용의 채용공고(을 제1호증, 이하 ‘이 사건 채용공고’라고 한다)를 게시하였다. 이 사건 채용공고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이 사건 채용공고는 영문으로 게시되었다. 아래 내용은 번역된 내용이고, 필요한 경우에는 원문을 괄호 안에 기재하였다).

<직원 채용 공고>
채용대상 : 정규직(Permanent) 경리업무 담당직원(Accounting Staff) 1명
채용일 : 2022년 12월 내
[핵심 활동/책임/임무]
- 경리업무(Accounting job)
- 비즈니스 관계자와 좋은 관계 유지
- 회계 서류의 검사 및 확인
[자격요건]
- 학사학위 소지자
- 압박 속에서도 최소한의 감독으로 일할 수 있는 능력
- 훌륭한 소통능력(유창하게 영어로 읽고, 쓰고, 말할 수 있을 것)
- 반드시 MS office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일할 수 있을 것

2) 피고 회사는 이 사건 채용공고에 따라 2022.12.26. 신규 직원(이하 ‘이 사건 신규채용 직원’이라고 한다)을 채용하였다.

 

라. 피고 회사의 국내 조직 등

1) 피고 회사는 2020년경까지 서울과 부산에 영업소를, 인천공항과 김해공항에 사무실을 두고 있었다(부산영업소는 2020.10.경 폐쇄되었다).

2) 피고 회사의 국내 지상사무직 직원은 서울 및 부산 시내에 위치한 사무실(이하 각 ‘서울 사무실’ 내지 ‘부산 사무실’이라고 한다)이나 인천공항 및 김해공항 내에 위치한 사무실(이하 각 ‘인천공항 사무실’ 내지 ‘김해공항 사무실’이라고 한다) 등에서 근무하였다.

3) 원고는 이 사건 해고 이전까지 인천공항 사무실에서 여객부서 부장으로서 근무하였고, 이 사건 신규채용 직원은 서울 사무실에서 경리부서 대리로 근무하고 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가. 고용의무 이행청구

피고 회사는 이 사건 해고일로부터 3년 이내에 원고가 이 사건 해고 당시 담당하였던 업무와 같은 업무를 할 근로자를 채용하려고 하였으므로, 근로기준법 제25조제1항(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고 한다)에 따라 원고를 우선 고용할 의무(이하 ‘우선 재고용의무’라고 한다)가 있었다.

그런데도 피고 회사는 이 사건 신규채용 직원을 채용하여 우선 재고용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원고는 피고 회사에 대하여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것을 구한다.

 

나. 손해배상청구

원고는 피고 회사가 우선 재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우선 재고용의무가 발생한 이후인 2023.1.1.부터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때까지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구한다.

 

3.  판단

 

가. 쟁점

원고의 이 사건 각 청구는 피고 회사가 이 사건 신규채용 직원을 채용할 무렵 원고에 대한 우선 재고용의무가 발생하였음을 전제로 한다.

이 사건 규정에 따른 우선 재고용의무는 사용자가 3년 이내에 경영상 이유에 의해 해고(이하 ‘정리해고’라고 한다)된 근로자가 담당하였던 업무와 ‘같은 업무’를 할 근로자를 채용하려고 할 경우에 발생한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원고가 이 사건 해고 당시 담당하였던 업무와 이 사건 신규채용 직원이 담당하는 업무가 이 사건 규정에서의 ‘같은 업무’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나. 이 사건 규정에서의 ‘같은 업무’에 대한 판단기준

1) 이 사건 규정에 의하면, 사용자가 근로자를 정리해고하고 그로부터 3년 이내에 해고된 근로자(이하 ‘해고 근로자’라고 한다)가 해고 당시 담당하였던 업무와 같은 업무를 할 근로자를 채용하려고 할 경우 해고 근로자가 원하면 사용자는 해고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할 의무가 있다.

2) 이때 해고 근로자가 해고 당시 담당하였던 업무(이하 ‘해고 근로자 업무’라고 한다)와 사용자가 채용하려고 하는 근로자로 하여금 담당하게 할 업무(이하 ‘신규채용대상 업무’라고 한다)가 이 사건 규정에서의 ‘같은 업무’에 해당하는지는,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 등에 명시된 업무내용이 아니라 근로자가 현실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3) 나아가 해고 근로자 업무와 신규채용 대상 업무가 이 사건 규정에서의 ‘같은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기 위해서는, 그 업무의 내용 및 권한과 책임 등이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담당하는 직책이나 직위의 성격, 권한·책임의 범위, 현실적으로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이 사회통념상 상당히 유사하다고 인정될 정도에는 이르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구체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다.

가) 이 사건 규정의 취지를 고려한 해석 필요성

(1) 이 사건 규정의 취지는,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직장을 잃은 근로자로 하여금 이전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여 해고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것이다(대법원 2020.11.26. 선고 2016다13437 판결 참조).

(2) 사용자는 근로자의 업무내용 변경에 관하여 상당한 재량권을 갖는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에서의 ‘같은 업무’의 의미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할 경우, 사용자가 사소한 업무내용의 변경이나 전보 등의 방법(사용자가 새로운 근로자를 채용하여 해고 근로자 업무를 담당하게 하는 대신 재직 중인 근로자를 전보하여 해당 업무를 담당하게 하고, 그 대신 전보된 근로자가 기존에 수행하던 업무를 담당할 새로운 근로자를 채용하는 경우 등)으로 이 사건 규정의 적용을 손쉽게 회피할 수 있고, 결국 해고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이 사건 규정의 입법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게 된다.

(3)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규정이 ‘같은 업무’라는 문언을 사용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내용과 범위, 권한과 책임 등에 있어 완전히 동일한 업무’를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나) 이 사건 규정의 문언적 해석 한계 등

(1)「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고 한다) 제8조제1항은 “사용자는 기간제근로자임을 이유로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여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라는 문언을 사용하고 있다.「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고 한다) 제21조제1항은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라는 이유로 사용사업주의 사업 내의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에 비하여 파견근로자에게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여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라는 문언을 사용하고 있다.

(2) 반면, 이 사건 규정은 기간제법 제8조제1항이나 파견법 제21조제1항과 달리 ‘동종 업무’, ‘같은 종류의 업무’, ‘유사한 업무’와 같은 문언이 아니라 ‘같은 업무’라는 문언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의 의미는 위와 같은 문언에 기초하여 해석하여야지, 해고 근로자의 보호 필요성을 들어 ‘같은 업무’의 의미를 과도하게 확장하여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3) 헌법 제15조에서 정하는 직업선택의 자유, 헌법 제23조제1항에서 정하는 재산권 등에 기초하여 사용자는 어떠한 근로자를 어떠한 기준과 방법에 의하여 채용할 것인지를 자유롭게 결정할 채용의 자유가 있다(대법원 2020.8.27. 선고 2016다24899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사건 규정이 사용자에게 우선 재고용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사용자의 헌법상 기본권인 영업의 자유 내지 채용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에 해당한다. 우선 재고용의무가 인정되는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면 사용자의 위와 같은 기본권을 침해하게 되므로, 이러한 측면도 이 사건 규정의 해석에 고려될 필요가 있다.

다) 이 사건 규정의 입법연혁 등

(1) 구 근로기준법(2007.1.26. 법률 제82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의2 제1항(이하 ‘구법 규정’이라고 한다)은 “제31조의 규정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한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한 날부터 2년 이내에 근로자를 채용하고자 할 때에는 제31조의 규정에 의하여 해고된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 해고 전의 직책 등을 감안하여 그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2) 구법 규정은 2007.1.26. 법률 제8293호에 따라 “제31조의 규정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한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한 날부터 3년 이내에 해고된 근로자가 해고 당시 담당하였던 업무와 동일한 업무에 근로자를 채용하고자 하는 때에는 제31조의 규정에 따라 해고된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 그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여야 한다.”는 내용으로 개정되었다(이는 이후 한글화 개정 과정에서 ‘동일한 업무’라는 문언이 ‘같은 업무’로 변경되는 등 일부 문구가 다소 바뀌었을 뿐 이 사건 규정과 거의 동일하다).

(3) 이러한 구법 규정의 개정이유는 기존의 노력규정을 의무규정으로 격상함으로써 정리해고 근로자를 그 기업에 재고용하도록 하는 수단으로서의 실효성이 낮은 구법 규정의 문제점을 극복하려는 것이다(2007.1.26. 법률 제8293호 개정이유 중 관련 부분 참조).

(4) 국회의사록 등을 살펴보면, 구법 규정의 개정입법 과정에서 ‘동일한 업무’라는 문구 대신 ‘동종 업무’라는 문구를 채택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동종업무’라는 문구를 사용할 경우 우선 재고용의무의 인정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우려가 있는 반면, ‘동일한 업무’라는 문구를 사용하더라도 해석론을 통해 우선 재고용의무의 인정 범위를 적절히 규율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최종적으로 ‘동일한 업무’라는 문구를 사용한 원안이 채택된 것으로 보인다(갑 제13 내지 15호증 등 참조).

(5) 이러한 내용에 비추어 보면, 입법자는 구법 규정에서의 노력규정을 이 사건 규정과 같은 의무규정으로 격상하는 과정에서 ‘같은 업무’라는 문언을 추가함으로써 우선 재고용의무가 인정되는 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되어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고, 정리해고 근로자의 보호와 사용자의 영업의 자유 내지 채용의 자유 존중 사이의 균형을 도모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입법자의 의도도 이 사건 규정의 해석에 고려될 필요가 있다.

라) 업무 내용의 유사성과 함께 고려될 요소

(1) 구법 규정은 “제31조의 규정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한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한 날부터 2년 이내에 근로자를 채용하고자 할 때에는 제31조의 규정에 의하여 해고된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 해̇ 고̇ 전̇ 의̇ 직̇ 책̇ 등̇ 을̇ 감̇ 안̇ 하여 그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앞서 본 구법 규정의 개정연혁과 개정이유 등에 비추어 보면, 구법 규정 중 그 개정이유와 무관한 부분 즉, ‘해고 전의 직책 등을 감안하여’라는 부분은 이 사건 규정의 해석에도 참고할 수 있다.

(2) 위 (1)항의 내용에다가 아래의 내용을 더하여 보면, 해고 근로자 업무와 신규채용 대상 업무가 이 사건 규정에서의 ‘같은 업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현실적으로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이 유사한지는 물론이고, 담당하는 직책이나 직위의 성격, 권한·책임의 범위가 유사한지도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해고 근로자에 대한 우선 재고용의무가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해고 근로자를 재고용하더라도 신규채용 대상 업무의 처리에 차질이 없어야 할 것이다. 해고 근로자 업무와 신규채용 대상 업무가 현실적으로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에 있어 상당 부분 유사하다고 하더라도, 신규채용 대상 업무를 담당할 근로자의 직책이 해고 근로자의 직책보다 높고 부여되는 권한과 책임의 범위도 해고 근로자보다 상당히 큰 경우에는 해고 근로자가 신규채용 대상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차질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더 높은 직책 수행에 필요한 경험은 단기간의 직무교육 등으로 보충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② 반대로 신규채용 대상 업무를 담당할 근로자의 직책이 해고 근로자의 직책보다 낮고 부여되는 권한과 책임의 범위도 해고 근로자보다 상당히 작은 경우에는, 해고 근로자를 재고용하여 신규채용 대상 업무를 수행하게 하더라도 해당 업무의 처리에 별다른 차질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와 같은 경우, 사용자로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을 지급받는 근로자를 통해 처리할 수 있는 업무를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여야 하는 해고 근로자를 통해 처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사용자가 부담하게 되는 추가적인 인건비 지출은, 사용자가 우선 재고용의무에 따라 해고 근로자를 재고용하여 상대적으로 더 큰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 시점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 정리해고를 시행한 지 길어도 3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임을 고려할 때(근로기준법 제24조제1항 참조), 작은 부담이라고 볼 수 없다.

③「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고 한다) 제19조제4항제1문은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이 사건 규정과 같이 ‘같은 업무’라는 문언을 법문에 채택하고 있다.

대법원은 위 규정에서의 ‘같은 업무’의 해석에 관하여, “사업주가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제4항에 따라 육아휴직을 마친 근로자를 복귀시키면서 부여한 업무가 휴직 전과 ‘같은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려면,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 등에 명시된 업무 내용뿐만 아니라 실제 수행하여 온 업무도 아울러 고려하여, 휴직 전 담당 업무와 복귀 후의 담당 업무를 비교할 때 그 직책이나 직위의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서 사회통념상 차이가 없어야 한다.”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22.6.30. 선고 2017두76005 판결).

위와 같은 판시 내용은 남녀고용평등법의 문언, 체계 및 취지 등을 고려한 것인데,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제4항과 이 사건 규정은 그 체계와 규정 취지 등이 상이하므로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제4항의 해석에 관한 위 판시 내용이 이 사건 규정의 해석과 반드시 일치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근로관계법령의 체계적 정합성을 고려하면, ‘같은 업무’라는 동일한 문언을 채택하고 있는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제4항과 이 사건 규정의 해석이 유사하여야 할 필요성은 있다.

따라서 위 대법원판결이 제시한 기준 즉, 직책이나 직위의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의 유사성은 이 사건 규정에서의 ‘같은 업무’의 해석에 있어서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

마) 배치전환 시 재배치될 수 있었던 업무인지 여부 관련

(1) 원고는, 근로기준법 제24조제2항에 따른 해고회피의 노력과 이 사건 규정에 따른 우선 재고용의무는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므로 신규채용 대상 업무가 피고 회사가 해고회피노력의 일환으로 시행한 배치전환 시 정리해고 근로자를 재배치할 수 있었던 업무에 해당한다면, 이 사건 규정에서의 ‘같은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그러나 원고의 위 주장은 아래의 이유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

① 사용자는 업무내용의 변경에 상당한 재량권을 가지고 있고 ‘같은 업무’에 한하여서만 근로자를 배치전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② 특히 해고회피노력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배치전환 시에는 불가피하게 업무내용에 상당한 변경을 초래하는 배치전환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까지도 이 사건 규정에서의 ‘같은 업무’에 해당한다고 볼 경우 우선 재고용의무가 발생하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다.

③ 근로자로서는 해고된 이후 우선 재고용의무 이행청구권을 행사하여 고용관계를 회복하는 것보다 배치전환을 감수하더라도 당초부터 해고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고 볼 여지가 크다. 해고회피노력의 일환으로 시행한 배치전환 시에 정리해고 근로자를 재배치할 수 있었던 업무에 해당한다고 하여 일률적으로 이 사건 규정에서의 ‘같은 업무’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배치전환을 통하여 정리해고를 피하려는 사용자의 노력이 위축될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근로자에게 유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바)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해고 근로자 업무와 신규채용 대상 업무가 이 사건 규정에서의 ‘같은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려면, 그 업무의 내용 및 권한과 책임 등이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담당하는 직책이나 직위의 성격, 권한·책임의 범위, 현실적으로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이 사회통념상 상당히 유사하다고 인정될 정도에는 이르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이 사건에서의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 갑 제6 내지 12, 18, 19호증, 을 제4, 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정을 앞서 “나. 이 사건 규정에서의 ‘같은 업무’에 대한 판단기준”에서 본 내용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드는 사정과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해고 당시 담당하였던 업무와 이 사건 신규채용 직원이 담당하는 업무가 이 사건 규정에서의 ‘같은 업무’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원고는 이 사건 해고 당시 인천공항 사무실에서 여객부서 부장으로서 근무하였고, 이 사건 신규채용 직원은 서울 사무실에서 경리부서 대리로 근무하고 있다. 인천공항 사무실과 서울 사무실은 물리적 위치가 다를 뿐만 아니라, 각각 공항 사무실과 시내 영업소 사무실이라는 특성상 기능과 역할에도 차이가 있다.

2) 피고 회사의 여객부서는 탑승수속, 탑승서비스, 수화물 관리, 민원 관리 등의 업무를 주로 수행한다. 반면, 경리부서는 태국과 대한민국의 관련 법규에 따른 회계업무를 주로 수행하여, 주로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에 차이가 있다. 여객부서와 경리부서 직원 모두 위와 같은 업무 외에 일반적인 사무업무도 수행하였고, 이러한 일반 사무업무의 내용에 어느 정도의 유사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여객부서와 경리부서 직원이 주로 수행하는 업무가 달랐던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여객부서와 경리부서 직원이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이 사회통념상 상당히 유사하다고 인정될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

3) 원고와 이 사건 신규채용 직원은 담당하는 직책이나 직위의 성격, 권한·책임의 범위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피고 회사의 실무자 직급은 ‘부장–차장–과장–대리’로 구분되는데(을 제3호증 참조), 원고의 직급은 부장이었고 이 사건 신규채용 직원의 직급은 대리이다. 원고는 인천공항 사무실에서 여객부서 부서장으로서의 직책을 수행하였고, 이 사건 신규채용 직원은 서울 사무실에서 경리부서 부서원으로서의 직책을 수행하고 있다. 원고는 이 사건에서 이 사건 해고 당시 월 6,732,738원 상당의 급여를 지급받았다고 주장하는데, 이 사건 신규채용 직원은 월 3,449,167원가량의 급여(각종 수당 포함)를 지급받고 있어(을 제2호증 참조), 지급받는 임금액의 차이도 크다. 이러한 차이에 따라 원고와 이 사건 신규채용 직원에게 부여된 권한과 책임의 범위에도 적지 않은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4) 국토교통부 및 D협회가 국내외 항공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서의 항공일자리의 직무별 분류에 의하면, 여객부서 업무와 경리부서 업무 모두 ‘지상사무직’의 업무내용에 포함된다고 보인다. 또한 항공사에 따라 여객부서 직원과 경리부서 직원을 구분하지 않고 채용하는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와 같은 내용은 직무유형 내지 채용절차의 행정적 구분에 관한 것이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여객부서 업무와 경리부서 업무가 ‘같은 업무’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

5) 피고 회사는 2021.10.경 여객부서 소속 직원인 E을 경리부서로 전환 배치한 바 있다(피고 회사의 2024.8.2.자 준비서면 7쪽). 그러나 앞서 ‘나. 3) 마) 배치전환시 재배치될 수 있었던 업무인지 여부 관련’ 부분에서 본 이유에다가, E의 경우 전환배치 전·후 직위가 대리로 동일하였던 점을 함께 고려하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여객부서 부장으로서 담당하였던 업무가 이 사건 신규채용 직원이 경리부서 대리로서 담당하는 업무와 ‘같은 업무’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

 

라. 소결론

원고가 이 사건 해고 당시 담당하였던 업무와 이 사건 신규채용 직원이 담당하는 업무가 이 사건 규정에서의 ‘같은 업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 회사에게 원고에 대한 우선 재고용의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고용의무 이행청구와 손해배상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정현석(재판장) 안성민 장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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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배임, 공금횡령·유용을 징계요령의 중점 부패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징계양정기준 하한인 감봉 1개월의 징계의결을 한 것은 정당하다 [서울고법 2024나2021066]  (0) 2025.01.23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절차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전보를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서울고법 2024누35394]  (0) 2025.01.21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됨에도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 [서울행법 2019구합75570]  (0) 2025.01.14
기간제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므로 계약해지는 정당한 이유가 없어 무효이다 [서울고법 2011누27799]  (0) 2025.01.09
은행의 지점장(부점장급)을 카드사업부 업무추진역으로 전보발령한 후선배치명령은 유효하다 [서울고법 2019나2055416, 서울중앙지법 2018가합565180]  (0) 2025.01.09
성희롱 등의 비위를 저지른 것을 징계사유로 한 파면처분은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무효이다 [부산고법 2020나55285]  (0) 2025.01.09
임원으로 승진함에 따라 기간제근로자로 전환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서울고법 2020누60231]  (0) 2024.12.19
실제로 대기발령의 처분을 하는 날보다 일자를 소급하여 대기발령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 실제의 처분일보다 소급한 일자로 행하여진 대기발령이 부당하다 [대법 2005두14226, 서울고법 2004누22536]  (0) 2024.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