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24.6.20. 선고 2022구합77330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7부 판결
• 사 건 / 2022구합77330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4.05.09.
• 판결선고 / 2024.06.20.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21.3.2.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B(1972.*.*.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05.7.1.부터 C특허법인(이하 ‘이 사건 법인’이라 한다)에서 변리사로 근무하였다.
나. 망인은 2017.6.15. 01:10경 한 쪽 다리가 저리고 의식이 흐려지는 증상을 호소하여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같은 날 02:20경 사망하였다.
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2020.10.26.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는데, 피고는 2021.3.2. ‘망인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망인의 업무와 상병 사이 상당인과관계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 5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망인은 실질적으로 이 사건 법인에 종속되어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이다.
2) 망인은 만성적인 과로와 높은 업무 난이도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병한 대동맥박리 및 심낭압전으로 사망한 것이다. 따라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나. 관계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다. 망인이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1) 인정사실
가) 이 사건 법인은 특허 출원과 등록 등 변리사 업무를 수행하는 특허법인으로서 2017.4.1. 기준 소속 변리사는 약 180명 정도였는데, 그중 매니징 파트너(Managing Partner)가 1인, 시니어 파트너(Senior Partner)가 5인이고, 매니징 파트너와 시니어 파트너를 제외하고 망인과 같이 구성원으로 등기된 사람이 36명이었다.
나) 이 사건 법인은 특허 관련 수임계약을 회사 명의로 체결한 이후 망인을 포함한 소속 변리사에게 업무를 분배하였고, 망인도 이 사건 법인으로부터 배당받은 업무를 수행하였다.
다) 망인은 2005.7.1.부터 이 사건 법인에서 근무하다가 2009.4.1. 이 사건 법인의 임원으로 취임하였고, 2009.5.15. 이 사건 법인 구성원으로 등기되었으나, 임원 취임 전과 후 망인의 업무내용에 변동은 없었다.
라) 망인은 임원 취임 이후에도 통상적으로 이 사건 법인 사무실에 출근하였는데, 업무용 컴퓨터에 의하여 출퇴근 시간과 특근시간이 입력되었고, 이 사건 법인은 이를 토대로 업무내역을 산정하였다. 이 사건 법인의 업무내역 산정자료에는 지각, 반차, 연차 등 근태집계가 표시되어 있다.
마) 망인은 이 사건 법인 구성원으로 등기된 이후에도 이 사건 법인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여 그에 따라 기본급과 수당 등 매월 일정한 급여를 지급받았고, 근로소득세를 납부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5 내지 7, 10, 13, 14, 20, 21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C특허법인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이 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를 말한다고 정하고 있다(제5조제2호 본문). 따라서 보험급여 대상자인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실질이 근로자가 사용자에 대한 종속적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 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이 적용되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 시간·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되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 도구를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도록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해 스스로 이윤을 창출하거나 손실 등 위험을 부담하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 인정되는지 등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사용자가 정한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이 적용되는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되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근로자가 아니라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9.11.28. 선고 2019두50168 판결 등 참조).
또한 법무법인에 근무하는 변호사의 근로자 해당 여부도 변호사법에 규정된 변호사의 추상적 지위나 구성원 등기 여부 등의 형식만을 따질 것이 아니고, 위와 같은 기준을 종합적·실질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대법원 2012.12.13. 선고 2012다77006 판결 등 참조), 이는 특허법인에 근무하는 변리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3)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 따라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이 사건 법인에 대한 종속적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망인의 업무내용은 이 사건 법인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배당받은 업무들이고, 망인이 이 사건 법인으로부터 받은 업무수행을 임의로 거부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 망인은 이 사건 법인이 정한 사무실로 출근하였고, 출퇴근 시간을 입력하였으며, 휴가를 위하여 이 사건 법인에 연차를 별도로 신청하였다. 그에 따라 이 사건 법인은 망인의 지각, 특근시간, 반차·연차 사용횟수 등 근태를 집계하여 관리하였다.
다) 망인이 별도로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거나 이 사건 법인으로 부터 배당받은 업무 외에 다른 업무를 수행한 내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망인은 이 사건 법인의 관리지원부서의 지원을 받고 이 사건 법인에서 부담하는 각종 사무용비품을 사용하였다.
라) 망인이 임원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이 사건 법인과 근로계약서를 따로 작성하여 그에 따라 매월 일정한 급여를 지급받았으며, 근로소득세도 납부하였다. 망인이 임원으로 취임한 이후 이 사건 회사로부터 매년 세전 2,000만 원의 배당금을 지급받았으나, 이 또한 사업실적과 관계없이 매년 고정적·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된바, 실질적으로는 급여를 보전하는 성격의 금원으로 보일 따름이다.
마) 이 사건 법인의 인사, 마케팅, 예산집행 등 주요 경영사항은 매니징 파트너와 시니어 파트너 5인이 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일 뿐, 망인이 이 사건 법인 주요 경영사항에 관여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전혀 없다. 또한 망인은 임원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이전과 동일한 내용의 업무를 계속하여 수행하였고, 이 사건 법인으로부터 임원으로서 특별한 혜택을 제공받은 내역도 없다.
라.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 상당인과관계 인정 여부
1) 인정사실
가) 망인의 근무형태 및 업무내용
○ 특허출원, 심사, 등록 관련 업무: 고객으로부터 발명신고서가 접수되면 이를 검토하고 고객의 의견을 반영하여 특허명세서를 작성하여 특허청에 제출, 특허출원이 거부되는 경우 내용 검토 후 의견서와 보정서 제출
○ 이 사건 법인의 업무시간 산정자료에 따른 망인의 근무시간: 2017.6.15. 이전 1주간 근무시간 42시간 39분, 2017.6.15. 이전 4주간 및 12주간 각 주당 평균업무시간 42시간 11분 및 45시간 40분
나) 망인의 건강검진 결과
○ 2010.7.7.자 건강검진: (비실명화로 생략)
○ 2012.4.19.자 건강검진: (비실명화로 생략)
○ 2014.4.17.자 건강검진: (비실명화로 생략)
○ 2016.5.16.자 건강검진: (비실명화로 생략)
○ 공통: 흡연, 음주 개선필요(하루 10개비 흡연, 1주 1회 5잔 음주)
다) 망인의 주요 건강보험 수진내역
○ 2017.2.21.~: 합병증이 없는 대상포진
라) 부검감정서상 사인
○ 대동맥박리 및 심낭압전
○ 대동맥박리: 대동맥의 미세한 내막파열로 인해 노출된 중막에 높은 대동맥압이 가해지면서 중막이 대동맥의 장축을 따라 찢어지는 치명적 질환, 주요 원인은 고혈압, 낭포성 중막괴사, 임신 등, 치료하지 않을 경우 24시간 이내 사망할 확률이 25%, 1주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50%에 이름
○ 심낭압전(심장눌림증): 심장벽이나 대혈관의 파열로 인한 심낭내출혈이 심장을 압박하여 심장박동이 제한된 상태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9, 10, 19, 24, 2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의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8.30. 선고 2014두12185 판결 등 참조).
3)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다가 갑 제16 내지 18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 D대학교 E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및 사실조회 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망인은 대동맥박리와 그에 따른 출혈로 인한 심낭압전으로 사망하였는데, 고혈압은 대동맥박리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그런데 망인은 최소 2010년경부터 줄곧 높은 혈압을 유지하고 있었음이 확인됨에도, 특별히 혈압 관련 치료를 받거나 한 내역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나) 망인이 쓰러지기 전 4주 동안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42시간 11분이며, 12주 동안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45시간 40분이다. 망인의 교통카드 사용내역에 따르면 출퇴근 시간이 편도 약 20분 정도 소요된 것으로 보이는데, 출퇴근 시간을 고려하더라도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고용노동부고시 제2022-40호)에서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되는 것으로 규정한 업무시간인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에 미치지 못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망인의 교통카드 사용 내역과 재택근무 등을 들어 망인의 실제 근무시간이 이 사건 법인의 업무시간 산정자료보다 훨씬 많다고 주장하나, 회사 근처에서 지하철에 탑승한 시각을 망인의 퇴근시각이라고 마냥 단정할 수 없고, 망인의 추가 재택근무 등을 인정할 객관적인 자료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 밖에 망인이 심장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만성적이고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고 볼 만한 객관적 사정도 찾아보기 어렵다.
다) 망인이 쓰러지기 전 1주 동안 업무시간은 42시간 39분으로서 그 이전보다 특별히 증가하지 않았다. 망인이 쓰러질 무렵 특별히 업무의 양, 강도, 환경이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하게 변동되었다거나, 심장에 부담을 줄 정도의 특별한 상황이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아보기 어렵다.
라) 원고는 망인이 과로로 인하여 대상포진이 발병하였음에도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계속하여 과로하면서 심장상태가 악화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망인의 대상포진 발병 원인이 업무상 과로라고 단정할 근거가 없다. 또한 발병 이후 합병증 없이 호전되고 있었는바, 그 발병 등이 망인의 심장에 무리를 주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진료기록 감정의의 소견이다.
마) 원고는 과도한 업무로 인하여 망인의 혈압이 높아졌고, 결국에는 고혈압이 악화되어 대동맥박리와 심낭압전으로 망인이 사망에 이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에서 본 것과 같이 망인의 업무가 과도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고, 진료기록감정의 또한 업무상 스트레스가 혈압 상승에 기여할 수 있으나 이는 보통 일시적인 상승에 그치며, 이것이 지속적으로 혈압을 상승시켜 독립적인 위험인자로서 고혈압을 발생시키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는 소견을 밝혔다.
바) 오히려 망인은 수 년 전부터 건강검진 결과 계속하여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판정을 받았음에도 그에 필요한 검사, 진료, 처방을 전혀 받지 않았고, 흡연과 음주를 계속하는 등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였는바, 결국 건강상태가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악화되어 결국 대동맥박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일 따름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