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24.5.23. 선고 2021구합76361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7부 판결

* 사 건 / 2021구합76361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1. A, 2. B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4.04.04.

* 판결선고 / 2024.05.23.

 

<주 문>

1. 피고가 2020.10.5. 원고들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C(19**.*.*.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2014.*.**.부터 D 주식회사에 소속된 기전대리로서 E 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하였다.

나. 망인은 2017.5.5. 11:14경 인천 계양구 *** ******** ***** 지점에서 자가차량을 운전하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었고, 즉시 국민건강보험공단 J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2017.5.14. 17:00경 사망하였다.

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 A와 망인의 자녀인 원고 B는 2020.6.16.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는데, 피고는 2020.10.5. 원고들에게 ‘망인의 업무와 상병 사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은 과로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병한 심실세동으로 사망한 것이다. 따라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나. 관계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다. 인정사실

1) 망인의 근무형태 및 업무내용

○ 근무시간: 08:00~익일 8:00, 24시간 격일제 교대근무

○ 휴식시간: 점심시간 12:00~13:00(1시간), 저녁시간 18:00~19:00(1시간), 야간휴게시간 2시간

○ 담당업무: 기전직, 오피스텔 및 상가 건물 감시·순찰, 공용부분 보수, 세대민원 처리

○ 2017.5.5. 이전 1주간 근무시간: 87시간 12분, 2017.5.5. 이전 4주 및 12주간 주당 평균 근무시간: 각 76시간 17분

2) 망인의 건강검진 결과

(비실명화로 생략)

3) 망인의 주요 건강보험 수진내역

○ 심장 관련 수진내역 없음

4) 사망진단서상 사인

○ (가) 직접사인: 다발성 장기부전

○ (나) (가)의 원인: 심실세동

○ 심실세동이란 심실이 1분에 350~600회씩 무질서하고 불규칙적으로 수축하는 것으로서 심장에서 유의미한 혈액박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지속되면 순환부전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는 부정맥의 일종임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7호증, 을 제1, 6 내지 8호증의 기재, 이 법원의 F병원장, G병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 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5.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대법원 2022.1.13. 선고 2021두38567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다가 갑 제12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H병원장, D 주식회사 I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가)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고용노동부고시 제2022-40호)에 따르면,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와 위 질병들의 발병 사이에 관련성이 있을 수 있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망인이 쓰러지기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근무시간은 76시간을 초과하고, 망인이 쓰러진 2017.5.5. 이전 1주일 근무시간은 무려 87시간을 초과한다. 망인은 격일로 24시간 동안 근무하는 등 만성적으로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으며, 실제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기 하루 전인 2017.5.4. 08:00부터 2017.5.5. 08:00까지 밤새 근무한 뒤에도 별다른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운전을 하다가 불과 세 시간 후인 11:14경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나) 근로계약서상 망인에게 보장된 야간휴게시간은 2시간이다. 그러나 망인은 야간에 기전업무뿐만 아니라 순찰·민원처리 등 상가와 오피스텔의 전반적인 관리업무를 수행하고, 긴급한 민원을 처리하거나 정전이나 화재 등 사고발생에 대비하고 대응해야 했던 것으로 보이는바, 망인이 야간근무 중 실제로 자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 피고는 망인의 사인인 심실세동은 상병이 아니라 사망에 이르는 과정 내지 결과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심실세동은 심실에 분당 350~600회씩 불규칙적으로 수축하면서 유의미한 혈액박출이 불가능한 상태로서 부정맥의 한 종류이며, 충분히 사망 원인이 될 수 있는 질병에 해당한다.

라) 피고는 국민건강보험공단 J병원의 의무기록을 근거로 망인에게 기존에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었고, 이로 인하여 심실세동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망인이 실제로 심장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내역은 전혀 없으며, 심실세동의 원인 중 선천성 심장질환은 매우 드물다는 것이 이 법원의 진료기록 감정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망인에게 심실세동을 일으킬만한 특별한 심장병변이 발견된 것도 없는바, 결국 국민건강보험공단 J병원 의무기록상 해당 내용이 어떠한 근거로 작성된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망인에게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마) 망인은 건강검진 결과 이상지질혈증과 당뇨 관리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망인의 콜레스테롤과 혈당 수치는 정상범주를 벗어나지 않았고, 그 외에 달리 심장질환 위험인자도 없었다. 이에 더하여 망인이 쓰러질 당시 만 39세에 불과했던 점, 망인은 1주당 평균 76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하였고, 격일제 24시간 교대근무로 적정한 수면이 어려웠던 점 등을 종합하면, 만성적인 과로와 그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망인의 심장에 부담을 누적시켰고, 결국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심실세동이 발생하여 사망에까지 이른 것으로 보인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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