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24.4.19. 선고 2023구합75058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23구합75058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1. A, 2. B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4.03.08.
• 판결선고 / 2024.04.19.
<주 문>
1. 피고가 2023.6.27. 원고들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C(196*.*.**.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포천시 소재 ㈜ D(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 소속 근로자이다.
나. 망인은 2022.10.24. 18:45경 포천시 소재 D 부근 도로를 이 사건 회사 방면에서 E 방면으로 오토바이(차량번호 생략)를 운전하여 주행하던 중, 앞서 시속 약 60km로 진행하는 H 차량을 좌측으로 추월하여 진행하다 위 H 차량 약 80~90m 앞에서 진행하고 있던 한국특장 14.2톤 사료 운반차량(이하 ‘사료 운반차량’이라 한다)의 좌측 뒷 부분을 망인의 오토바이 전면부로 추돌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망인은 의료법인 F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다가 2022.10.25. 00:42경 외상성 뇌출혈로 사망하였다.
다. 망인의 자녀들인 원고들은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3.6.27. “망인이 오토바이를 운전한 행위는 도로교통법상 무면허 운전행위인 점, 일몰 이후 가로등이 없는 어두운 도로 환경임을 감안하더라도 앞 선 차량을 추월하기 위해 시속 60km 이상으로 과속 주행하였고 평소 유사한 도로주행 습관이 있었다는 목격자(회사동료)의 진술이 있는 점, 사료 운반차량 운전자에게 도로운행 상 과실을 찾을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상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부지급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요지
망인이 운전한 오토바이는 대중교통이 불편한 농어촌 지역에서 가까운 거리 간 이동수단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고, 망인의 집에서 이 사건 회사까지는 대부분 농로나 도로가 아닌 곳으로 구성되어 있어 출·퇴근에 이용할 만한 대중교통이 없었으며, 이 사건 회사에서도 망인이 수년 간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하는 것을 인지 또는 용인하고 있었던 점, 이 사건 사고 당시 비록 망인이 무면허 상태였으나 수년 간 오토바이자동차보험에 가입한 것을 비롯해 신호위반 등으로 범칙금 처분을 받은 사실이 없었고, 망인이 무면허 상태로 오토바이를 타고 통근한 행위가 산재보험법의 보호대상에서 배제될 정도로 그 위법의 정도나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어려운 점, 사료 운반차량 운전자에게도 비상등을 켜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통상의 속도가 아닌 시속 20km로 서행하여 운전한 잘못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사고는 오로지 망인의 무면허운전 내지 운전미숙으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라기보다는 망인이 앞차를 정상적으로 추월하는 과정에서 통상의 차량보다 상당히 서행하여 운행하고 있던 사료 운반차량 운전자의 안전조치 미이행이 경합하여 발생한 사고로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의 범죄행위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는 오토바이를 운전하는데 통상 수반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산재보험법상 범죄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판단
1) 관련법리
산재보험법 제37조제2항 본문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이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하여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근로자의 중대한 과실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5.26. 선고 2022두30072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에서 본 법리에 앞서 인정한 사실과 갑 제10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사건 사고가 망인이 무면허 상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다른 차량과 충돌하여 발생한 사고이고, 위 사고 발생 과정에 망인의 도로교통법위반의 범죄행위나 업무상 과실이 일부 기여하고 있기는 하나, 이 사건 사고가 ‘근로자인 망인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라고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망인이 수행하던 업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① 산재보험법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여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등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산재보험법의 위 입법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산재보험법 제37조제2항 본문이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등에 따른 부상 등을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 것은 업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현실화가 아닌 업무 외적인 관계에 기인하는 행위 등을 업무상 재해에서 배제하려는 것으로, 우연성 결여로 보험사고성이 상실되거나 보험사고 자체의 위법성에 대한 징벌이 필요한 경우에는 보험급여를 행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보인다(대법원 1990.2.9. 선고 89누2295 판결, 대법원 1995.1.24. 선고 94누8587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위 조항에서 ‘범죄행위’는 법문 상 병렬적으로 규정된 고의·자해행위에 준하는 행위로서 산재보험법과 산재보험수급권 제한사유의 입법취지에 따라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절시키고 재해의 직접 원인이 되는 행위로 제한하여 해석·적용함이 타당하다.
② 망인의 집과 이 사건 회사까지는 대중교통이 없어 망인은 평소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있었고,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망인이 평소 통근을 위하여 이용하고 있는 도로로서 정상적인 경로를 벗어난 곳에 있다고 볼 수 없으며,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이 이 사건 회사 소속 직원으로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던 중에 발생하였다.
③ 이 사건 사고 경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이 무면허 상태로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귀가하던 중 앞서 진행하는 H 차량을 좌측으로 추월하여 진행하다가 위 H 차량의 약 80~90m 앞에서 진행하는 사료 운반차량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사료 운반차량의 좌측 뒷부분을 망인의 오토바이 전면부로 추돌함으로써 발생하였다.
④ 그러나 망인이 수년 간 무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을 해왔을 뿐만 아니라 신호위반 등으로 범칙금 처분을 받은 사실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은 운전면허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사실상 오토바이를 운전할 능력은 보유하고 있었다고 보이고, 교통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무면허운전 등의 과정에서 일어났다는 이유로 업무상 재해임을 부정하는 데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는 대법원 2022두30072 판결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무면허운전은 이 사건 사고 발생과 직결된 것이 아니라 운행의 적법성 요건에 흠결이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므로, 망인의 무면허운전 그 자체가 이 사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⑤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전 망인의 오토바이가 H 차량을 추월한 사실이 있긴 하나, ⅰ)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차량 통행이 비교적 적은 중앙선이 설치되지 않은 폭 6m의 이면도로로 망인으로서는 선행차량 앞에 주행 중이던 사료 운반차량이 통상의 속도가 아닌 시속 약 20km의 속도로 서행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미처 예견하지 못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ⅱ) 더욱이 당시 해가 진데다가 이 사건 사고 장소 및 그 주변에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매우 어두운 상태여서 시야가 상당히 제한적이었을 것으로 보이고, 사료 운반차량이 후미등을 작동시키지 아니한 상태로 주행 중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는 점(사료 운반차량 운전자는 당시 위 차량의 모든 등화를 켠 상태로 운행 중이었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이 사건 사고 현장 주변에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H 차량 및 사료 운반차량에서도 이 사건 사고 장면을 촬영한 블랙박스 영상이 제출되지 아니하여 사료 운반차량 운전자가 후미등을 켠 상태로 주행 중이었는지 여부가 불명확하다), ⅲ) 당시 선행차량인 H 차량과 사료 운반차량이 약 80~90m의 상당한 간격을 유지한 채 주행 중이었고, 이 사건 사고가 망인의 오토바이가 H 차량이 아닌 위 차량에 앞서 주행 중이던 사료 운반차량의 좌측 뒷부분을 추돌한 사고인 점에 비추어, 망인은 H 차량을 정상적으로 추월한 후 전방이 어두워 시야가 상당히 제한된 상태에서 그에 앞서 주행 중이던 사료 운반차량을 미처 보지 못하였고, 그로 인해 사료 운반차량을 추돌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의 이 사건 처분 사유 중 이 사건 사고가 망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교통사고라고 본 부분은 납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과연 이 사건 사고가 온전히 망인의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⑥ 이 사건 사고 발생 직전 망인이 시속 약 60km로 주행하고 있던 H 차량을 추월하기 위해 과속운전을 한 사정이 엿보이긴 하나, ⅰ)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장소가 차량 통행이 비교적 적은 중앙선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폭 6m의 이면도로이고 제한속도의 표시가 없는 도로인 점, ⅱ) 이 사건 사고 현장 주변에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아니하고 H 차량 및 사료 운반차량에서도 이 사건 사고 장면을 촬영한 블랙박스 영상이 제출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망인의 오토바이 속도를 특정하기 어려운 점, ⅲ) ‘망인이 평소 오토바이를 타고 퇴근할 때 다른 차량들을 급하게 추월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H 차량 운전자의 진술만으로는 망인에게 교통사고 야기 및 상습적인 법규 위반 등의 잘못된 운전습관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ⅳ) 범죄행위에 대해 과해지는 법정형의 형종과 형량은 그 범죄행위의 죄질뿐만 아니라 그에 수반된 불법 및 책임에 따른 비난의 정도에 관한 사회적 평가를 반영한 것이기도 한 것인데, 망인이 이 사건 사고를 통해 저지른 과속운전의 안전의무위반행위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죄의 법정형은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과속운전이 사고의 우연성을 결여시켰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과속운전에 관하여 도로교통법위반에 따른 징벌에서 나아가 업무상 재해성을 부정하여 산재보험법상의 보험급여를 부정하여야 할 필요까지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⑦ 더욱이 망인의 오토바이가 사료 운반차량을 들이받음으로써 야기된 인적·물적 피해는 전혀 없고 이 사건 사고로 인한 피해는 망인에게서만 발생하였는데, 이러한 피해는 망인과 같이 평소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있어 안전에 관한 주의의무를 태만히 하였을 경우, 이 사건에서처럼 도로 여건이나 교통 상황 등 주변 여건과 결합하여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는, 업무 자체에 내재된 전형적인 위험 중의 하나라고 보인다.
⑧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산재보험을 포함한 사회보험의 기능은 바로 이와 같이 업무에 수반한 불의의 재난에 대비해 그 위험을 담보하고 피해를 당한 사람의 생활을 보장하려는 것이고, 앞서 본 이 사건 사고 발생의 경위나 우연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외형상 법령을 위반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망인에게 징벌로서 보험급여를 박탈할 정도의 불법적이고 사회적으로 비난할 만한 과실행위나 반사회성이 있는 경우로 보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