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24.4.17. 선고 2023구단64815 판결】
• 서울행정법원 판결
• 사 건 / 2023구단64815 요양불승인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4.04.03.
• 판결선고 / 2024.04.17.
<주 문>
1. 피고가 2023.5.16.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배달대행업체인 B 소속 배달원으로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2022.11.17. 19:24경 배달을 위해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의정부시 소재 C 앞 교차로(이하 ‘이 사건 교차로’라 한다)를 D 쪽에서 E초등학교 쪽으로 진행하면서 좌회전 신호에 신호를 위반하여 정지하지 않고 직진하여 교차로를 통과한 후 반대차로에서 좌회전 신호에 따라 E 초등학교 쪽으로 유턴하는 승용차(이하 ‘상대차량’이라 한다)의 앞부분을 원고 운전 오토바이의 왼쪽 옆부분으로 들이받았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나.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① 경골 근위부 분쇄 골절, 개방성(좌측), ② 슬관절 탈구(좌측), ③ 오금동맥의 손상(좌측)’(이하 합하여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받고,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에 대하여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다.
다. 피고는 2023.5.16.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는 오로지 또는 주로 원고의 신호위반이라는 도로교통법 위반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고이므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라. 한편 원고는 2023.4.3.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이륜자동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이 사건 교차로의 전방 좌회전 신호에 신호를 위반하여 그대로 직진 진행한 과실로 맞은 편 반대차로에서 좌회전 신호에 따라 E초등학교 쪽으로 유턴하던 상대차량 앞부분을 원고 이륜자동차의 왼쪽 옆부분으로 들이받아 피해자에게 약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게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벌금 5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고(의정부지방법원 2023고약***호), 위 약식명령은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다. 위 약식명령의 적용법령에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제1항, 제2항 단서 제1호, 형법 제268조’ 등이 기재되어 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 을 제3, 6, 8, 9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가 이 사건 교차로에 이르러 황색 신호에 직진하기는 하였으나, 원고가 신호위반을 한 것은 순간적인 집중력의 저하나 판단 착오로 인한 것으로서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이고 상대차량 운전자도 좌회전 신호로 바뀌기 전 반대차로의 차량 통행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유턴을 시도한 과실이 있으므로, 이 사건 사고는 원고의 과실과 상대차량 운전자의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오로지 또는 주로 원고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고, 원고의 범죄행위가 부상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에 해당하지도 아니하므로 업무상 재해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2항 본문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의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이라 함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부상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하여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부상을 입은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중앙선 침범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5.26. 선고 2022두30072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교차로의 진행 방향 신호가 좌회전 신호임에도 신호를 위반하여 정지하지 않고 직진하여 교차로를 통과한 후 반대차로에서 좌회전 신호에 따라 유턴하는 상대차량을 충격하였다. 위와 같은 원고의 신호위반 행위는 도로교통법 제156조제1호, 제5호에 따라 처벌되는 범죄행위에 해당하고, 원고가 신호를 준수하였다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에다가,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6호증, 을 제13호증의 각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는 그 발생 과정에 원고의 도로교통법위반의 범죄행위가 사고 발생의 원인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신호위반 행위에다가 상대차량의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아 원고의 범죄행위가 부상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가) 이 사건 교차로의 상대차량 진행 방향에는 신호기와 함께 좌회전 신호에 유턴이 가능하다는 유턴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장소에서 유턴을 하려는 운전자는 이 사건 교차로에 설치된 신호기의 좌회전 신호에 따라 유턴을 하여야 한다.
그런데 상대차량 블랙박스 영상(갑 제2호증)에 의하면, 상대차량 운전자는 이 사건 교차로의 진행 방향에 설치된 신호기에서 황색 등화 후(위 영상 13:08:58경) 좌측 녹색화살표 등화 전(위 영상 13:09:01경)인 위 영상 13:08:59경부터 상대차량을 운전하여 유턴을 시도하는 모습이 확인되고, C CCTV 영상(을 제8호증)에 의하면 위 신호기에 좌측 녹색화살표가 등화되었을 당시 상대차량이 이미 반대차로 1차선에 상당 부분 진입해 있는 모습이 확인되므로, 상대차량 또한 좌회전 신호 점등 전 황색 등화에 유턴을 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일으킨 과실이 있어 보인다.
나) 신호등에 의하여 교통정리가 행하여지고 있는 교차로를 진행신호에 따라 진행하는 차량의 운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차량들도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믿고 운전하면 충분하고, 다른 차량이 신호를 위반하고 자신의 진로를 가로질러 진행하여 오거나 자신의 차량을 들이받을 경우까지 예상하여 그에 따른 사고 발생을 미리 방지할 특별한 조치까지 강구할 주의의무는 없다(대법원 2002.9.6. 선고 2002다38767 판결 참조).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상대차량이 좌회전 신호에 유턴이 가능하다는 유턴 표지판이 설치된 교차로에서 좌회전 신호 점등 전 황색 등화에 유턴을 한 이상, 원고 운전의 오토바이가 신호를 위반하여 교차로에 진입하였다고 하더라도 상대차량의 운전자에게 그 오토바이의 동태를 두루 살피면서 서행하는 등으로 사고를 방지하며 운전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없다고 볼 수 없는데, 상대차량 블랙박스 영상(갑 제2호증)이나 C CCTV 영상(을 제8호증)에서 상대차량 운전자가 다른 차량의 동태를 살피면서 서행하는 등의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다(오히려 상대차량은 이 사건 사고 직후 바로 정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다) 상대차량의 좌회전 신호 점등 전 반대차로의 진입 정도,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충돌 부분이 상대차량 앞부분과 원고의 오토바이 왼쪽 옆부분인 점 등을 고려하면, 만일 상대차량 운전자가 좌회전 신호에 정상적으로 유턴을 하였다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이므로, 이 사건 사고 발생에 대한 상대차량의 기여도가 적다고 단정할 수 없다.
라) 원고가 이 사건 교차로의 진행 방향 신호가 좌회전 신호임에도 신호를 위반하여 정지하지 않고 주행하는 등 안전에 관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교통사고의 위험 또는 발생 가능성은 업무로서 차량을 운전하는 근로자에게 상시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에 이 사건 사고 발생에 상대차량 운전자의 과실도 있어 보이는 점, 원고가 이 사건 교차로의 진행 방향 신호가 좌회전 신호로 변경된 직후 이 사건 교차로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는바, 원고가 이 사건 교차로에 진입하기 직전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나 판단 착오로 정지하지 못하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점, 원고의 신호위반에 업무 외적인 동기나 의도가 개입되어 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존재하지 않는 점까지 더하여 보면, 이 사건 사고는 업무로서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근로자에게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는 그 업무 자체에 내재된 전형적인 위험 중의 하나라고 봄이 타당하다.
마) 산업재해보상보험을 포함한 사회보험의 기능은 업무에 수반한 불의의 재난에 대비해 그 위험을 담보하고 피해를 당한 사람의 생활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범죄행위로 인한 경우를 보험급여의 제한 사유로 삼은 것은 범죄행위로 인한 보험사고 그 자체의 위법성 때문에 일종의 징벌 또는 보험정책적인 목적에서 보험급여를 행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되는데(대법원 1990.2.9. 선고 89누2295 판결 참조), 앞서 살펴본 이 사건 사고 발생의 경위,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상대차량 운전자의 상해 정도가 중해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신호위반 행위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보호대상에서 배제될 정도로 불법적이고 사회적으로 비난할 만한 반사회성이 있다거나 우연성의 결여로 보험사고성이 상실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