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원고는 A 주식회사에 화물자동차를 지입한 후 주식회사 B가 위탁한 문서파쇄 업무를 수행하던 중 파쇄기에 손을 다치게 되자 주식회사 B의 근로자로서 업무를 수행하던 중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면서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원고를 주식회사 B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요양불승인 처분을 하였고, 이에 원고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불승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사안임.

대법원은, 비록 원고가 지입차주로서 화물자동차를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고, 그 유지·관리를 위한 비용도 일부 부담하였다 하더라도,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주식회사 B에 근로를 제공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함.


【대법원 2024.1.25. 선고 2020두54869 판결】

 

• 대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20두54869 요양급여불승인처분취소 청구

• 원고, 상고인 / 원고

• 피고, 피상고인 / 근로복지공단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0.11.4. 선고 2020누48002 판결

• 판결선고 / 2024.01.25.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말하는 ‘근로자’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의미한다(제5조제2호 본문).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가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사용자가 정한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이 적용되는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가 아니라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12.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9.11.28. 선고 2019두50168 판결, 대법원 2020.12.24. 선고 2018다298775, 298782 판결, 대법원 2022.4.14. 선고 2021두33715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소외 1 회사는 기업체로부터 문서파쇄를 의뢰받아 현장에서 문서파쇄를 대행해주는 업체로, 문서파쇄 및 운송 업무를 소외 2 회사에 위탁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위탁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원고는 소외 1 회사의 문서파쇄 및 운송 업무를 수행하던 지입차주로부터 위 업무에 사용된 적재량 8톤의 화물자동차(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를 구입한 후, 소외 2 회사와 이 사건 차량을 소외 2 회사에 지입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 위수탁관리운영계약(이하, ‘이 사건 지입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2012년부터 2017년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른 문서파쇄 및 운송 업무를 수행하였다.

다. 원고는 주 5일 근무를 원칙으로 하면서 08:20에 출근하고 18:30에 퇴근하였는데, 출퇴근 시간은 소외 1 회사의 필요에 따라 변경될 수 있었고, 휴무일은 소외 1 회사가 지정하는 날짜에 실시하였다. 원고는 매일 퇴근 전에 소외 1 회사의 담당직원으로부터 다음날 업무내용을 배정받아 배정받은 장소에서 업무를 수행한 후 퇴근 전에 이 사건 차량을 소외 1 회사 차고지에 입고하였고, 매일 거래처, 작업량, 주유대금, 작업시간 등을 기재한 작업일지를 작성하여 매월 말경 소외 1 회사의 확인을 받았으며, 거래처로부터 거래명세표, 파쇄완료증명서 등을 받아 소외 1 회사에 보고하였다.

라. 소외 1 회사는 이 사건 사고 당시 3명의 직영기사와 원고를 포함한 4명의 지입차주를 두었는데, 지방출장 업무를 주로 지입차주가 맡았다는 것 외에 직영기사와 지입차주가 담당하는 업무의 내용에 차이가 없었다.

마. 원고가 임의로 제3자를 고용하여 대체운행을 시킬 수 없었고, 원고의 업무를 보조할 필요가 있는 경우 소외 1 회사는 일용직을 고용하여 이 사건 차량에 동승하도록 하였다.

바. 이 사건 차량에는 현장파쇄를 위한 파쇄장비와 이를 운영하기 위한 유압 및 전기장치를 설치해야 했는데 설치된 파쇄장비 등은 여전히 소외 1 회사 소유여서 이 사건 위탁계약이 종료되면 반환해야 했다.

사. 원고는 소외 1 회사가 지정한 복장을 착용하고 이 사건 차량에 소외 1 회사의 상호와 광고를 도색하고 광고물을 부착해야 했으며, 이 사건 차량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고, 휴무일 운행 역시 원칙적으로 금지되었다. 또한 원고에게는 소외 1 회사 소속임을 드러내는 명함이 제공되었다.

아. 원고는 그 업무수행의 대가인 서비스 요금으로 매월 4,070,000원(부가가치세 포함)을 소외 1 회사로부터 직접 지급받았고, 주유대금도 별도로 지급받았다. 원고는 위 돈 중 일부를 지입료와 부가가치세 등으로 소외 2 회사에 지급하였다.

자. 일부 지입차주들이 지입료 등의 문제로 소외 1 회사에 지입회사의 변경을 요구하자 소외 1 회사는 이들의 지입회사를 소외 3 회사로 변경해 주었다.

 

3.  이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비록 원고가 지입차주로서 이 사건 차량을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고 그 유지·관리를 위한 비용도 일부 부담하였다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소외 1 회사에 근로를 제공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소외 1 회사는 직영기사와 동일하게 지입차주인 원고에 대한 업무지시를 하고 근태와 업무수행을 감독하는 등 원고에 대하여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원고가 수행한 문서파쇄 업무는 소외 1 회사의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에 해당하고, 원고가 소외 1 회사의 업무를 수행한 기간은 5년에 이르렀으며, 이 사건 사고가 없었다면 원고는 상당 기간 더 위 업무를 수행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② 문서파쇄 업무에 필수적 설비인 파쇄장비는 소외 1 회사 소유였고 파쇄장비를 파쇄현장으로 이동시키는 이 사건 차량만 원고 소유였던 점, 원고는 소외 1 회사가 배정한 업무만을 수행하고 소외 1 회사로부터 매월 고정된 대가를 직접 지급받았으며, 소외 1 회사는 원고가 지출하는 비용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유대금을 스스로 부담하였던 점, 소외 1 회사 소유의 파쇄장비가 설치되고 소외 1 회사의 상호와 광고가 도색되어 있었던 이 사건 차량은 소외 1 회사의 문서파쇄 업무를 위해서만 사용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계약상으로도 금지되었던 점, 원고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는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였다기보다는 소외 1 회사에 전속하여 노무제공의 대가만을 지급받았다고 볼 수 있다.

③ 원고는 소외 1 회사의 문서파쇄 및 운송 업무를 수행하던 지입차주로부터 이 사건 차량을 직접 구입하였고, 지입회사로서 이 사건 차량의 자동차등록원부상 소유자이던 소외 2 회사는 이 사건 차량의 매매과정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으며, 원고는 이 사건 차량을 운행하는 데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허가가 필요하여 소외 2 회사와 이 사건 지입계약을 체결한 것이었다. 이 사건 사고가 있은 후 소외 1 회사는 이 사건 차량을 원고로부터 매수하기도 하였다.

④ 소외 2 회사는 이 사건 차량의 소유명의자로서 보험료 납부 등 행정적 지원 업무만을 대행하였을 뿐, 소외 1 회사의 문서파쇄 업무를 원고에게 알선하거나 원고의 업무수행을 관리한 바 없는 점, 소외 1 회사는 지입차주들의 요구에 따라 지입료가 낮은 회사로 지입회사를 변경해 주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소외 2 회사는 원고와 소외 1 회사 사이의 노무제공 관계의 중간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⑤ 원고가 소외 1 회사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고, 사업자등록을 하는 등 사업주로서의 외관을 갖춘 채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였으나, 이러한 사정들은 노무제공의 실질에 부합하지 않는 사항이므로 원고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유력한 징표로 보기에는 부족하다.

 

4.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가 소외 1 회사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및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석준(재판장) 노정희 이흥구(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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