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24.4.18. 선고 2022구합81360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7부 판결
• 사 건 / 2022구합81360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A(개명 전: B)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4.03.07.
• 판결선고 / 2024.04.18.
<주 문>
1. 피고가 2021.1.21.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C(196*.**.*.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12.*.**.부터 2019.*.**.까지 주식회사 D에서 근무하다가 2019.*.*. 주식회사 E로 이직하여 영업이사로 근무하였다.
나. 당시 주식회사 E는 주식회사 F 및 주식회사 G와 함께 ‘H 구축사업’과 ‘I 소방방제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망인은 2019.8.19. 17:30경부터 주식회사 F 이사 J, 주식회사 G 대표이사 K와 함께 맥주를 마시다가 22:18경 갑자기 쓰러졌고, 즉시 L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2019.8.19. 23:31경 그대로 사망하였다.
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2020.7.17.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는데, 피고는 2021.1.21. ‘업무상 사유에 의한 사망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6 내지 9, 17 내지 2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은 이직 직후 긴장된 상태에서 영업이사로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과로하던 중에 사업파트너들과 술자리에서 업무상 일로 언쟁을 하다가 극도의 흥분상태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사망한 것이다. 따라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 상당인과 관계가 인정된다.
나. 관계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생략>
다. 인정사실
1) 망인의 근무이력
○ 2012.5.14. ~ 2019.6.30. : 주식회사 D 전무, 영업업무 담당
○ 2019.7.1. ~ : 주식회사 E 이사, 영업·기획·마케팅 업무 일체 담당
2) 사망 당일 망인의 행적과 쓰러질 당시 정황
○ 2019.8.19. 17:30 평촌역 분수대 광장에서 J, K와 만남
○ 술을 마시며 H 구축사업과 I 소방방제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K가 주식회사 E 제품인 트래픽분석(QOS)의 가격이 높아 사업이 실패한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였고, 이에 망인과 K와 서로 언쟁
○ 근처 맥주집으로 이동하였으나 망인이 K와 언쟁을 계속하다가 22:18경 갑자기 토하며 쓰러짐
3) 망인의 건강검진 결과
가) 2010.**.*.자 건강검진
- 고혈압(146/99㎜Hg)
- 종합 권고사항: 혈압조절 요구, 싱거운 음식, 유산소운동 권장, 의사 상담 및 투약치료
나) 2013.*.*.자 건강검진
- 종합판정: 정상B, 일반질환의심, 유질환자
- 계측검사: (비실명화로 생략)
- 혈액검사: (비실명화로 생략)
- 소견 및 조치사항: 간기능 이상 의심, 지속적 혈압관리, LDL콜레스테롤 높으므로 고지혈증 추적관찰, 단백뇨 경계치, 체중감량 필요
다) 2017.**.**.자 건강검진
- 판정: 정상B, 유질환자(고혈압)
- 계측검사: (비실명화로 생략)
- 혈액검사: (비실명화로 생략)
- (비실명화로 생략)
- 비만, 이상지질혈증, 신장기능 적극 관리 필요
4) 망인의 주요 건강보험 수진내역
○ 2011.2.19.~ : 양성 고혈압, 기타 및 상세불명의 원발성 고혈압
○ 2012.4.12.~ : 두통, 어지럼증
5) 사망진단서상 사인
○ 직접 사인: 급성 심근경색 추정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6 내지 18, 20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 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5.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대법원 2022.1.13. 선고 2021두38567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다가 갑 제15, 16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N병원장, O병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가) 망인이 근무했던 주식회사 D와 주식회사 E의 각 사업주가 작성한 문답서에 따르면, 망인은 이직이 임박한 2019.6. 한 달간 이직 준비만을 하며 특별히 업무를 맡아 하지 아니하다가, 2019.7.1. 이직 후에는 근로시간 근무 외에 시간 외 영업업무까지 하였다고 되어 있다.
나) 망인은 쓰러지기 직전 H 구축사업 등을 함께 진행하던 사업파트너들과 저녁을 하던 중 사업과 관련하여 언성을 높이며 다투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돌발적이고 예측되지 않는 스트레스 요인에 해당하고, 그로 인하여 망인이 상당한 흥분상태가 되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충분히 급성 심근경색의 유발원인이 될 수 있다.
다) 피고는 망인의 근로계약서만을 토대로 망인의 1일 평균 근무시간이 8시간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정작 주식회사 E 대표 P는 망인의 1일 평균 근로시간이 10시간이라고 하였고, 사망한 2019.8.19. 당시에도 망인이 저녁까지 술자리에서 사업상대방들과 사업에 관하여 언쟁을 벌였던 점, 당시 이직 직후로서 적극적으로 성과를 보여야 하는 상황이었던 점을 함께 고려하면 당시 망인의 실제 근로시간은 근로계약서상 근로시간 이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업업무는 그 특성상 일과시간 이후에도 식사 또는 술자리를 동반하여 계속될 수 있으므로,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근로시간만을 근거로 망인이 과로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
라) 망인이 고혈압이고, 고혈압이 급성 심근경색의 위험인자에 해당하기는 하나, 망인의 혈압은 관리 가능한 정도였다는 것이 이 법원의 진료기록 감정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한 망인의 평소 음주량이 다소 많았기는 하나, 이러한 음주패턴 역시 망인이 담당한 영업업무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마) N병원 순환기내과, O병원 신경외과의 각 진료기록 감정의들은 망인이 일반적인 경우를 상회하는 과로를 하였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제시하였으나, 이는 피고가 산정한 업무시간을 전제로 한 것이고, 이것이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할 만한 결정적인 근거라고 볼 수 없다.
바) 오히려 위와 같은 사정들에 더하여 망인의 사망 당시 나이(만 55세), 경력, 생활환경 등까지 더하여 보면, 망인은 이직 등에 따른 급격한 업무량 변화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과중한 업무 수행에 따른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 및 면역 기능이 상당히 떨어졌고, 영업과 관련된 음주를 하고 사업상 언쟁을 하여 급격히 흥분하는 바람에 이것이 고혈압 등 기저질환과 중첩적으로 작용하여 급성 심근경색이 발병하였다고 보일 따름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