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2023.8.10. 선고 2022나45458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0-2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2나45458 손해배상(기)
• 원고, 피항소인 겸 부대항소인 / A
• 피고, 항소인 겸 부대피항소인 / 주식회사 B
• 제1심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7.21. 선고 2020가단5176116 판결
• 변론종결 / 2023.06.20.
• 판결선고 / 2023.08.10.
<주 문>
1. 제1심 판결 중 피고에게 다음과 같이 추가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3,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2020.9.24.부터 2023.8.10.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2. 피고의 항소와 원고의 나머지 부대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와 피고가 50%씩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00,000,000원 및 그중 65,000,000원에 대하여 2017.7.27.부터 2020.7.13.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 35,000,000원에 대하여 2020.9.24.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원인변경신청서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2. 항소취지(피고)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해당 부분에 관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부대항소취지(원고)
제1심 판결 중 다음과 같이 지급을 명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85,000,000원 및 그중 50,000,000원에 대하여는 2017.7.27.부터 2020.7.13.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35,000,000원에 대하여는 2020.9.24.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원인변경신청서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이 유>
1. 인정사실(제1심 판결의 인용)
이 사건에 관하여 이 법원이 설시할 이유 중 인정사실에 관하여는 제1심 판결 “1. 인정사실”의 해당사항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C의 강간미수 행위에 관한 피고의 사용자책임 청구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1) 원고
C이 원고를 사저로 불러서 한 강간미수 행위는 비록 그것이 C의 휴가기간 중 원고의 휴무일과도 겹치는 날의 늦은 시간에 근무지와 거리가 먼 양평에서 일어난 것이기는 하나, 사내에서의 C의 지위, 휴가기간 중에도 C이 이 사건 보안사고와 같은 중요한 업무는 계속 관장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사고와 관련된 브리핑을 하라는 상사로서의 부름에 따라 사저를 찾아간 상황에서 이루어진 C의 강간미수행위는 피고의 피용자인 C의 사무집행과 관련하여 이루어진 불법행위이므로, 피고는 사용자로서 원고가 입은 손해액 1억 원 중 C로부터 배상받은 3,500만 원을 공제한 나머지 6,500만 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
2) 피고
민법 제756조에 규정된 사용자 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용자가 고의에 기하여 다른 사람에게 가해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가 피용자의 사무집행 그 자체는 아니라 하더라도 ① 사용자의 사업과 시간적, 장소적으로 근접하고, ② 피용자의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거나 ③ 가해행위의 동기가 업무처리와 관련되어 외형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 해당되어야 하는데, C은 2017.7.1.부터 같은 달 31.까지 장기휴가 중이었고, 이에 따라 팀장 업무는 모두 소외 H 부장에게 이관된 상황이었으며, 원고는 2017.7.26.부터 7.28.까지 3일간 휴무였으므로 이 사건 성폭행이 발생한 2017.7.26.은 원고와 C이 모두 업무에서 배제된 시점이었던 점, 성폭행이 발생한 장소도 근무지인 R공항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지점이었던 점, 장기휴가 중이며 팀장업무를 하지 아니한 C에게 이 사건 보안사고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사무집행상의 문제가 아닌 사적인 행위에 불과하므로 피고의 사용자책임은 성립하지 않는다.
나. 사용자책임 여부의 판단
1) 관련 법리
민법 제756조에 규정된 사용자 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라는 뜻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내지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일 때에는 행위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이를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으로, 피용자가 고의에 기하여 다른 사람에게 가해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가 피용자의 사무집행 그 자체는 아니라 하더라도 사용자의 사업과 시간적, 장소적으로 근접하고, 피용자의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거나 가해행위의 동기가 업무처리와 관련된 것일 경우에는 외형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아 사용자책임이 성립한다고 할 것이고, 이 경우 사용자가 위험발생 및 방지조치를 결여하였는지 여부도 손해의 공평한 부담을 위하여 부가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대법원 2000.2.11. 선고 99다47297 판결, 대법원 2001.2.9. 선고 2000다51896 판결 참조). 한편, 피용자가 다른 피용자를 성추행 또는 간음하는 등 고의적인 가해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가 피용자의 사무집행 자체는 아니라 하더라도, 피용자가 사용자로부터 채용, 계속고용, 승진, 근무평정과 같은 다른 근로자에 대한 고용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고 있음을 이용하여 그 업무수행과 시간적, 장소적인 근접성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피해자를 성추행하는 등과 같이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사안에서도 사용자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대법원 2009.2.26. 선고 2008다89712 판결 참조). 또한 사용자의 배상책임을 규정한 민법 제756조 소정의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라 함은 사용자의 사무집행 자체 또는 이에 필요한 행위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보여지는 행위는 설령 그것이 피용자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경우라도 이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1.1.11. 선고 90다8954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의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과 같이, ① C은 원고가 소속된 피고 회사 E지점 출입국팀의 팀장으로서 탑승구를 순회하면서 원고를 포함한 직원들의 일상적인 업무 수행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원고에 대하여 재직무 인증테스트를 선별적으로 시행하고, 근무평정과 인사에 관한 의견을 제출하는 등 상급자로서의 원고에 대한 지휘 감독을 하여 왔고, ② C은 2017.7.1.부터 같은 달 31.까지 1개월간 리프레시먼트(Refreshment) 휴가를 받았으나, 팀장 지위를 면한 것이 아니고 C을 위해 팀장 대행을 하는 H은 그야말로 ‘대행’이므로, C이 팀장으로서의 권한과 지위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였다고 볼 수는 없다(이는 C을 대행한 H이 원고 등 팀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수신인에 C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거나 팀원들이 이 사건 보안사고에 관하여 주로 H에게 보고하고 그와 상의하였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C은 휴가기간이 끝나면 이전의 팀장 직책과 업무로 복귀가 예정되어 있어서 휴가기간 중 발생한 이 사건 보안사고의 처리 과정에서도 관련 팀장으로서 일정한 관여를 하고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되었고, 실제로 업무 복귀 이후에 이 사건 보안사고의 조사와 관련하여 서울지방항공청에 제출하는 피고의 의견서의 내용에 대한 검토를 요청받아 출입국 관리팀의 입장에서 수정의견을 제시하는 등 이 사건 보안사고의 처리 과정에서 제한적이지만 팀장으로서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였다고 보이고, ③ 나아가 C은 원고가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할 사고 경위서를 송부받아 검토한 후 수정을 지시하고 그 지시에 따라서 수정된 경위서를 자신의 사내 이메일 계정으로 송부받았는바, 이는 당연히 팀장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에 따른 것으로 볼 수밖에 없고, ④ C이 원고를 양평의 사저로 부른 것 역시 같은 날 있었던 경위서 수정 건에 이어서 이 사건 보안사고에 대하여 더 들어보자는 명목에서였으며, ⑤ C은 약 1주일 정도 뒤에는 팀장 업무로 복귀하는 것이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시급하고 중대한 이 사건 보안사고를 직접 관여하여 다룰 필요성이 있었고, ⑥ 원고도 늦은 시간인데다 멀리 떨어져 있는 양평까지 C을 찾아간 것은 곧 복귀할 팀장인 C의 지위와 권한에 따른다는 인식에 기한 것일 수밖에 없고, ⑦ C도 원고를 만나고 나서 성폭력을 저지르기 전까지는 원고에게 이 사건 보안사고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해보라고 하는 등 업무상의 대화를 이어갔다는 점들을 참작하여 보면, C은 사건 당시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내지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상황에서 고의에 기하여 원고에게 가해행위를 하였으므로 외형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아 사용자책임이 성립한다.
피고는 위 사실 인정 중 C이 먼저 원고에게 연락하여 양평으로 오라고 지시하였다는 사실 등 원고가 C을 찾아간 경위가 증명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C이 원고에게 먼저 연락하였는지 여부는 피고의 사용자책임 인정 여부를 결정짓는 사정이라고 볼 수 없고, C 스스로도 원고에게 성폭행을 시도하기 전 이 사건 보안사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을나 제39호증 10쪽). 게다가 피고의 이러한 주장은 원고가 먼저 C에게 연락하였다는 C의 피고 측과의 면담 당시 진술에 따른 것인데, C 진술은 기본적으로 신빙성이 없는 반면, 원고의 주장은 그 자체로 상황을 자연스럽게 잘 설명하고 있고 C의 진술과 달리 그 자체로 의심할 구석이 뚜렷하지 않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원고 남편 G의 진술(갑 제96호증)도 신빙성이 있다. 따라서 C의 사무집행 관련성은 충분히 증명되고 있으며,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손해배상의 범위
1) C은 원고가 배우자와 딸이 있는 기혼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징계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는 원고의 절박한 상황과 자신의 팀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하여 야간에 사저로 불러서 원고를 강간하려고 시도한 점, 원고의 완강한 저항으로 강간 자체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원고는 강제로 형성된 나체 상태로 수치심속에서 1시간 가까이 C의 물리적인 힘에 의한 제압과 애무 및 강간을 위한 집요한 시도에 맞서야만 하였고, 그로 인하여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점, 그 이후에도 6개월 여 동안 원고는 가해자인 C이 팀장으로 있는 부서에서 계속 팀원으로서 근무해야 했던 점 등 전후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와 C이 공동하여 배상할 원고에 대한 정신적 손해배상액은 5,000만 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2) 한편, 원고는 C도 이 사건 소의 공동피고로 삼았으나, C과의 사이에 제1심 계속 중 2020머571479호로 진행된 관련 조정사건에서 2020.12.22.자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2021.1.19. 확정되었고, 이에 따라 C이 원고에게 3,500만 원을 지급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공동면책이 이루어진 위 금액 부분을 공제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할 손해액은 1,500만 원(= 5,000만 원 – 3,500만 원)이 남는다.
3) 피고는 이 사건 조정 과정을 살펴볼 때, 원고와 피고 및 C 사이에 확정된 이 사건 결정의 제1, 3항은 원고는 ‘C이 원고에게 35,000,000원을 지급하고,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금전에 대한 청구를 모두 포기한다’는 것이 당사자간 합의된 의사였으며, 피고 회사도 이를 전제로 이 사건 결정의 제2항에 대해서만 이의신청을 하였던 것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부제소 합의에 반하는 것으로서 각하 또는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 소송계속 중 진행된 조정절차에 따라서 2020.12.22. 아래와 같이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내려졌고, 피고가 2021.1.8. 이에 대하여 이의를 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나, 결정사항 중 피고에 대한 금전지급청구를 포기하는 내용이 포함된 3항은 피고가 2항의 의무를 수용하는 전제에 서 있어서 2. 3항은 일체로서 확정 여부가 결정되어야 할 것인데, 피고가 이의를 함에 따라서 2항이 피고의 의무로서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금전청구 포기에 관한 3항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아래 생략>
라. 소결
피고는 원고에게 1,500만 원과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인 2017.7.27.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사건 제1심 판결선고일인 2022.7.21.까지 민법 소정의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소정의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C에 대한 징계절차 회부 없는 사직 처리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요지
① 구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구 남녀고용평등법’이라고 한다) 제14조제5항은 직장내 성희롱 발생 시 조치와 관련하여, ‘사업주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직장 내 성희롱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업주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입은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하며, 피고의 취업규칙 4.5.3.과 성희롱 행위 방지 및 처리 지침 제9조제1항 역시 성희롱 등이 발생한 경우 사업주의 징계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강행규정이므로, 피고는 강간미수라는 형사소송의 원인이 되는 위법행위를 한 C을 반드시 징계할 의무가 있고, 더욱이 이 사건 C과 같이 조사과정에서 모순된 변명을 하며 도리어 피해자를 비난하는 직원을 징계하지 아니한 행위는 명백히 위법한 것이다. 원고는 피고에게 C에 대한 철저한 조사 후 회사의 절차에 따라 처리해줄 것을 요청하였을 뿐 무조건적인 사직에 동의한 것이 아니며, 설령 피고가 C의 사직에 동의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절차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등 피해자를 보호할 방법이 존재함에도, 피고의 담당 직원들은 원고에게 C에 대한 조사 및 징계가 공개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무징계 사직에 응하지 않을 경우 소문 등 불이익이 초래될 것이라는 등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여 착오에 빠지게 함으로써 원고는 회사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② 또한, 구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5항 후단은 ‘사업주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입은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피고가 C에 대하여 징계절차를 밟지 않고 사직 처리를 하려면 C이 원고에 대한 강간미수 사실을 인정하여 사실관계에 다툼이 없어야 하는데, C은 자신의 행위를 인정하지 않았으므로 사직처리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인데도, 이러한 C의 입장을 원고에게 알려주지도 않고 사직처리를 함으로써 C에 대한 형사고소 등 권리행사를 할 기회마저 상실하게 되었다.
③ 사정이 이러함에도 피고의 피용자들은 2020.9.24. 원고가 피해자 보호를 절대원칙으로 내세우면서 가해자에 대한 별도의 징계절차 없이 사직서를 조속히 접수해달라고 요청하여 징계를 거치지 않고 사직 처리를 하였던 것이라는 허위의 내용을 담은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여 피고 회사의 블라인드 어플리케이션에는 원고를 비방하는 게시물이 여러 건 게시되어 원고는 그 정신적 충격으로 계속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④ 피고는 직장 내 성폭행 피해자인 원고에 대한 추가적인 보호 내지 상담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원고가 2차 피해를 입는 것을 방관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사용자로서 피용자들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로 3,500만 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판 단
1) 징계절차의 생략 문제
가) 관련 규정과 실무매뉴얼
(1) 법률 및 취업규칙 규정
① 구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5항은 직장내 성희롱 발생 시 조치와 관련하여, “사업주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직장 내 성희롱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업주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입은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② 피고 취업규칙(을나 제14호증)은 4.5.3 “징계의 사유”에서 “직원이 다음 각 호의 경우에 해당할 때에는 이를 징계한다.”라고 하면서 제1호에 “형사소송의 원인이 되는 위법행위를 한 때”라고 정하고 있다.
③ 피고의 「성희롱 행위 방지 및 처리 지침」(을나 제15호증, 이하 ‘성희롱 지침’이라 한다) 제9조 “징계기준” 제1항은 ‘제4조, 제5조 ②항 및 ③항 또는 제8조의 규정을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상벌위원회에 회부하여 징계에 처한다.’라고 정하고 있고, 제4조는 ‘직원의 의무’로서 ‘직원은 자기 자신의 언행이 상대방에게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줄 수 있음을 명심하여 제3조에서 정의한 제반 행위를 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며, 제9조제2항은 ‘직위나 직무를 이용한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하여 제4조의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가중 처벌하며, 상식을 벗어난 의도적인 행위일 경우에는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중징계에 처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2) 관련 실무매뉴얼
① 고용노동부가 발행한 「사업주를 위한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가이드북」(을나 제28호증)에는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하였을 경우 비공식 절차에 따른 해결과 공식 절차에 따른 해결이 모두 가능함을 언급하고 있고, 이때 비공식 절차에 따른 해결은 신고인과 피신고인의 합의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며, 이러한 비공식 절차에 따라 해결되지 않은 경우 사내 고충처리기구 등을 통한 공식 절차가 진행된다고 하여, 무조건적인 공식 절차의 진행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다(을나 제28호증 17, 20쪽).
②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발행한 「직장내 성희롱 예방·대응 매뉴얼」(을나 제29호증)에는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하여 고충상담이 이루어지는 경우 직장 내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해 마련된 다양한 법제도 및 직장 내 제도와 절차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신고인이 처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한 선택지를 제공하여 신고인 스스로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가장 만족할 수 있는 방식을 생각하여 선택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을 제시하고 있으며, 당사자 간 해결을 모색해 볼 수 있는 상황에는 피해자가 당사자 간 해결을 원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비밀보장 요구 수준이 높은 경우도 제시하고 있다(을나 제29호증 43쪽).
③ 또한 위 「직장내 성희롱 예방·대응매뉴얼」에 의하면, 사용자는 피해자에게 성희롱에 관한 직장 내 절차의 전과정에서 철저히 비밀이 유지될 것임을 고지할 책임이 있다(을나 제29호증 43쪽).
나)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구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5항은 “필요한 조치”로 반드시 징계절차만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고, 앞서 본 관련 실무매뉴얼 등에 따르더라도 비공식절차를 통한 분쟁해결이 배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피고로서는 직장 내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해 마련된 다양한 법제도 및 직장 내 제도와 절차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신고인이 처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한 선택지를 제공하여 신고인 스스로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가장 만족할 수 있는 방식을 생각하여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공식적인 절차를 이용하게 될 경우 비공식절차에 비해 일정 정도 비밀유지에 어려움이 생길 수는 있으나, 피고는 비밀유지를 위해 각별한 주의를 다하여 노력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피고의 인사전략실 부장인 O과 피고 법무실 변호사인 P은 2019.12.17. 원고와 면담하는 과정에서 원고가 불가피한 경우 일정 정도 비밀이 공개되는 것마저도 감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고, 징계절차를 거치지 말아달라는 말을 먼저 꺼내지 않았음에도 공식적인 징계절차를 거치게 되는 경우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설명하거나 비밀보장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없이 공식적인 징계절차에 회부될 경우 피해가 공개될 염려가 있다는 점만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무징계 사직을 받아들일 것을 사실상 강권하였고, 이로써 원고가 다양한 선택지의 장단점을 충분히 검토하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였다.
또한 피고의 취업규칙과 성희롱 지침 등에 따르더라도, 피고로서는 원고에 대하여 성폭력행위를 저지른 C을 상벌위원회에 회부하여 징계 처분을 받도록 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징계절차를 생략하고 C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아 임의사직으로 처리하였으므로, 피고가 구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5항의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는 그 직원들이 성폭력 피해자인 원고에 대하여 위와 같은 법적인 의무를 다하지 못함으로써 정신적 피해를 준 데 대한 사용자책임을 부담한다.
피고는 C을 임의사직 처리한 것은 원고도 동의한 것이어서 위법성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데, 원고가 피고 담당직원 면담 과정에서 일부 임의사직 처리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부분이 있고, C의 사직 이후 원고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온○○도 공문으로 감사를 표한 바 있기는 하나(을나 제3호증),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의 위와 같은 잘못을 치유하기에는 부족하다. 따라서 피고의 위와 같은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의견청취의무의 이행 여부
가) 관련 규정 및 실무매뉴얼
① 구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5항 후단은 ‘사업주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입은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② 고용노동부의 「직장내 성희롱 예방·대응매뉴얼」은 피신고인에 대한 조사단계는 양측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고 가능한 해결방향에 대한 윤곽을 그릴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설명하면서, 조사 진행상황을 신고인에게 알려주도록 지시하고 있다(을나 제19호증 20쪽).
나) 구체적 판단
C은 2019.12.20. 피고 인사팀장과 가진 면담에서, 원고가 양평으로 오겠다고 먼저 얘기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을나 제39호증 4쪽), 인사팀장이 피고의 피해 주장을 들려주자 “이건 사실하고 좀 많이 다른데요. 그, 제가 뭐 이거를, 제가 이런 얘기를 해서 어떤 식으로 저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 친구가 좀 술버릇이 약간 좀 고약해요. 제가 뭐 여기에다 지금 이런 얘기를 해서 저한테 도움이 될지 안 될진 모르겠지만, 그전에도 한번 저기 시내에서 한 번 술자리가 한번 있었는데, 그때 직원이 한 명 더 있었고, 뭐 바깥에 제가 담배 피러 좀 나갔더니 이 친구가 쫓아나와 가지고 저한테 오히려 강제로 키스를 할려고 한 친구가 이 친구였어요.”, “예. 이게 아마 그 언저리였을 걸로 제가 기억을 하는데, 그 전인지 후인지 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그리고 뭐 하여튼간 술을 마시면 옆에 있는 남자들에 대해서 오히려 좀 뭐랄까. 그 오히려 남자보다 더 적극적으로 하는 그런 스타일이었고. 이때 당시 뭐 키스도 제 기억에는 이 친구가 먼저 저한테 시도를 한 거지. 제가 뭐 강제적으로 하고 뭐 그런 건 아니었던 걸로 기억을 하고요. 2층에 올라갔다는 게, 2층에 거기 뭐. 뭐 하나 보여줄라고 올라는 갔어요. 올라는 갔는데 이 친구가 거기서 어떤 그런 스킨십이 좀, 1층에서부터 시작된 그런 스킨십의 연속과정에서 제가 좀 뭐랄까, 옆으로 눕힌 사실은 있습니다. 매트리스가 아니고 바닥이었고요. 그 침대가 하나 있었는데 침대는 아니었고. 거기까지는 사실입니다. 거기까지는.”(이상 을나 제39호증 13쪽)이라고 진술하여, 사실상 원고의 피해 주장을 부인하면서 책임을 원고에게 돌리는 태도를 보였다(다만, C은 해당 면담 과정에서 피고 인사팀장이 징계절차에 회부될 경우 “파면”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자 바로 사직서 제출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은 사실이다).
피고는 현재 C의 위와 같은 진술을 바탕으로 원고가 먼저 C에게 양평으로 가겠다고 제안했다는 등의 주장을 하면서 피고의 사용자책임을 면하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원고로서는 C 진술의 구체적 양상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전달받고 C을 형사고소할지 여부 등 자신의 대응방안을 정리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어야 할 것인데, 피고는 이러한 원고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은 채 원고에게 단순히 C이 사직서 제출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점만을 전달함으로써 의견청취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평가함이 타당하다.
3) 피고의 공식 입장문 발표의 적절성 여부
피고는 그 직원들을 통해 2020.9.24. ‘원고 측 요청 하에 기밀 보장을 최우선으로 하여 징계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C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아 처리한 것’이라는 취지의 공식 입장문(갑 제13호증)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는 데 동의하는 듯한 의사 표현을 하는 과정에서 피고 직원들의 유도가 있었다는 점이 인정되는 이상 위와 같은 입장발표 역시 적절한 것이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4) 기타 보호조치 여부
갑 제63, 66, 70, 98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익명 어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 게시판에 원고를 공격하는 익명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었던 점이 확인되고, 원고가 직장 내 성폭력으로 인해 정신적 충격을 받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었음에도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지속적인 상담과 면담 및 인사상 배려 등 필요한 피해회복 지원조치를 충분히 하였다고 볼 증거는 없다. 따라서 이러한 사항들 역시 피고의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한 요소가 된다.
다. 위자료 액수의 산정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는 성폭력 피해자인 원고를 보호하고 가해자에 대해 적절히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위반한 피고 직원들의 불법행위로 인한 사용자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 다만, 이로 인한 위자료 액수를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이 원고에게 불리한 사정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즉, ① 피고 측과의 면담 과정에서 법률전문가들인 원고의 법률대리인들이 참여하였음에도 원고 측은 가해자와의 신속한 분리를 반복하여 강조하였을 뿐 징계절차에 회부하지 않겠다는 피고의 입장에 대하여 분명한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은데다가 오히려 피고의 조치에 환영과 감사의 표시를 하기도 함으로써 피고 측이 적절한 필요조치를 취하지 못하게 된 데 일정 부분 기여한 바가 있다. 피고 측은 법률전문가인 원고 법률대리인도 무징계 사직에 반대하지 않았으므로 그와 같은 처분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굳히게 되었을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원고 측 기여는 원고에게 불리한 사정으로 참작할 만하다.
② 또한 C이 피고 직원들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원고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나 결과적으로 피고 측의 사직서 제출 권고를 받아들임으로써 입장을 바꾸어 일정 부분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피고 측으로서는 이로써 원고와 C 간의 분쟁이 해결된 것으로 보고 더 이상의 상세한 상황 전달에 나서지 않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또한 C은 이 사건 제1심에서도 원고의 주장을 다투지 않고 강제조정을 통해 분쟁을 원만히 해결하였는데, 이러한 사정까지 참작해 보면 피고 측의 그러한 판단이 완전히 억측이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즉, 피고 측이 의견청취의무를 불성실하게 이행한 것은 결론적으로 잘못된 처사이기는 하지만, 피고 측으로서는 어떻게 처신하여야 할지 판단하기 애매한 측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③ 나아가 비록 C이 공식 징계절차에 회부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피고의 징계유형 중 중징계에 해당하는 권고사직의 효과를 실질적으로 거두었고, 원고도 피고 측에 강하게 요구하였던 직장에서의 가해자와의 영구 분리라는 목적을 달성하였다.
이러한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가 이 부분 불법행위와 관련하여 원고에게 배상할 위자료 액수는 300만 원으로 정한다. 이를 넘는 금액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결 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1,800만 원과 그중 1,500만 원(제1심 인용금액)에 대하여는 C의 불법행위일인 2017.7.27.부터 금전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제1심 판결선고일인 2022.7.21.까지는 민법에 의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300만 원(당심 추가 인용금액)에 대하여는 피고의 불법행위일인 2020.9.24.부터 금전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당심 판결선고일인 2023.8.10.까지는 민법에 의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일부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이 일부 달라 부당하므로, 원고의 부대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피고에게 위 추가 인용금액의 지급을 명하고, 피고의 항소는 기각한다.
판사 김동현(재판장) 이상아 송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