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23.2.10. 선고 2022나2025019 판결】

 

• 서울고등법원 제15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2나2025019 임금

• 원고, 항소인 / A 외 132명

• 피고, 피항소인 / 주식회사 B

• 제1심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6.16. 선고 2020가합505662 판결

• 변론종결 / 2022.12.23.

• 판결선고 / 2023.02.10.

 

<주 문>

1. 원고들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망 C의 소송수계인들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게 별지 2 표 ‘청구금액 합계’란 기재 각 돈을, 망 C의 소송수계인 원고 D에게 9,201,540원, 원고 E, F에게 각 6,134,36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9.1.1.부터 2022.3.7.자 청 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제1심판결의 인용

 

원고들의 항소이유는 제1심에서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고, 제1심에서 제출된 증거에 이 법원에서 제출된 증거[갑 제36 내지 119호증, 을 제30 내지 39호증(가지번호가 있는 경우 가지번호를 포함한다)의 각 기재]를 보태어 보더라도, 제1심판결은 정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적을 이유는 제2항에서 추가판단을 덧붙이는 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의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약어를 포함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다만 분리·확정된 제1심 공동원고들에 대한 부분은 제외한다).

 

2.  추가판단

 

가. ‘조합원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아니한 ‘이 사건 각 노사합의’가 무효라는 주장에 관한 추가판단

1) 원고들 주장의 요지

근로기준법 제4조는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근로자의 근로조건 자유결정의 원칙을 밝히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법 제16조제1항제3호는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은 노동조합 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각 노사합의는 근로조건 결정의 주체인 근로자들을 배제한 상태에서 노동조합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체결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각 노사합의는 근로기준법 제4조, 노동조합법 제16조제1항제3호를 위배하여 무효이다.

2) 판단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노사합의가 무효라고 볼 수 없다. 원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근로기준법 제4조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근로조건은 근로관계 당사자 사이에서 자유로운 합의에 따라 정해져야 하는 사항임을 분명히 함으로서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주된 취지이다(대법원 2019.11.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참조). 그런데 근로자의 현실적으로 열악한 지위를 고려하고 근로조건이 사업장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특성에 따라, 노동조합은 노동조합법에서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에 관한 권한을 부여받았다.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 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 없고, 노동조합으로서는 그러한 합의를 위하여 사전에 근로자들에게서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을 필요가 없다(대법원 2011.7.28. 선고 2009두7790 판결 참조). 따라서 노동조합이 노동조합법에 따른 노사합의인 단체협약으로써 근로조건을 변경하는 것은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용자에 의한 일방적인 근로조건의 변경이라고 할 수 없다.

② 노동조합법 제29조제1항에서는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여 노동조합 대표자에게 단체협약 체결권한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한편, 노동조합법 제16조제1항제3호에서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을 노동조합의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할 사항으로 정하여 노동조합 대표자가 단체교섭 개시 전에 총회를 통하여 교섭안을 마련하거나 단체교섭 과정에서 조합원의 총의를 계속 수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대법원 2018.7.26. 선고 2016다205908 판결 참조), 노동조합은 노동조합법 제16조제1항제3호에 따라 그 대표자가 단체협약을 체결할 때 거쳐야 할 내부적 절차를 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G노동조합 규약 제21조제4호 및 제61조제1항은 단체협약 체결에 관한 사항을 조합원 총회 의결사항으로 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제한은 노동조합의 대표자의 단체협약 체결권한을 전면적·포괄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그 유효성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규약은 노동조합 내부를 규율하는 것으로서 내부적 절차의 수범자는 노동조합의 대표자인 점, 노동3권의 헌법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절차로서의 단체협약제도의 기능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는 점, 노동조합 내부 문제는 대의제도에 의하여 제한이 가능한 점에서, 단체협약 체결권한을 가지고 있는 노동조합 대표자가 노동조합 내부의 절차적 제한을 어겼다는 사정만으로 단체협약의 효력이 무효로 된다고 볼 수는 없다.

③ 원고들은, 노동조합법 제16조제1항제3호에 의하면 단체협약의 체결은 노동조합 총회 의결사항이고, 위 규정은 강행규정으로서 효력규정이므로 이를 위반하여 총회 의결 없이 체결된 이 사건 각 노사합의는 무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조합법 제16조제1항제3호는 문언상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을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정하고 있을 뿐 총회의 의결을 요건으로 하여 이를 거쳐 단체협약을 체결하도록 정하고 있지 않고,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이란 단체협약 체결의 일반적인 원칙, 기준 및 범위에 관한 사항이나 단체교섭을 거쳐 단체협약에 담아야 할 사항, 단체교섭과 협약 체결의 구체적인 방법·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며, 앞서 본 바와 같이 오히려 노동조합법 제29조제1항은 단체협약 체결권한을 노동조합 대표자의 권한으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④ 원고들은, 이 사건 각 노사합의가 근로자 퇴출을 유도하여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임금을 삭감하기 위한 일련의 부당한 목적에서 근로자들의 의사를 배제한 채 밀실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근로기준법 제4조 및 노동조합법 제16조제1항제3호의 취지에 반하여 무효라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G노동조합은 정기적인 단체협약과 달리 특정 현안에 대한 상시적 노사합의의 경우에는 조합원 총회 결의 없이 피고와 협약을 체결하여 왔고 이에 대하여 조합 내부나 조합원들이 특별히 이의를 제기한 사정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을 제9호증]. G노동조합은 5차례의 노사상생협의회(노사 각 8인의 교섭위원으로 구성)를 통하여 이 사건 각 노사합의 체결에 관한 협의를 거쳤고 6차 노사상생협의회 당시 전국 확대간부회의를 개최하기도 하였으며 G노동조합은 이러한 논의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하였다[을 제3, 4호증, 을 제22호증, 을 제23호증의 2]. 임금피크제 도입 방침을 확인한 2014.4.8.자 노사합의 체결 이후인 2014.11.경 실시된 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에서 H가 투표자 대비 71.47%의 득표율로 재차 당선되었다. 이 처럼 협의과정이 공개적으로 진행된 점, 위원장의 재선에서 보는 바와 같이 조합원들의 의사에 반한다고 보이지도 않는 점에서 의도적으로 조합원을 배제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노동조합 규약에 정한 내부적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거나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다.

 

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로서 무효라는 주장에 관한 추가판단

1) 원고들 주장의 요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사업주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임금을 차별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는 호봉제를 폐지하고 고과연봉제를 시행하고 있어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시행의 필요성이 없는 점, 4년간 임금 100% 삭감이라는 불이익의 정도가 큰 반면 적절한 대상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에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또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때에는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1.7.28. 선고 2009두7790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노동조합 총회를 거치지 않은 절차적 하자와 직원퇴출 목적의 임금삭감이라는 내용적 하자가 중대하여 단체협약의 내재적 한계를 위반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로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위배하거나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이다.

2) 판단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로서 무효라거나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원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으로 정년이 60세로 연장되자 이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조치의 일환으로 도입되었다[을 제11호증]. 2013.5.22.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 개정에 따라 2016.1.1.부터 300인 이상의 사업장의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의무화하면서 인건비 증가가 예상되었다.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에서는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은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에서 규정한 ‘임금체계 개편 조치’로서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위 조항 시행 전인 2015.3.1.부터 적용되기는 하였으나 피고는 2016.1.1.부터 60세로의 정년 연장이 적용되는 1958년생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였는바(을 제11호증), 정년연장을 전제로 한 조치로 보아야 한다.

② 원고들은 2010년부터 호봉제를 비롯한 연공서열적 임금체계가 폐지되고 성과에 따른 고과연봉제가 도입되어 급여의 증가가 연령에 연동하지 않으므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합리적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피고는 2009년도 노사합의에 의해 2010년부터 기존 호봉제 대신 연봉제를 도입하였고, 종전에는 호봉승급에 따라 1.5%씩 급여가 인상되던 것을 2010년부터는 고과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급여인상률이 결정되었다[갑 제36, 37, 39호증]. 그러나 최초에는 고과등급이 하위 5%에 해당하는 직원은 1%씩 급여가 삭감되지만, 나머지 95%는 급여가 인상되도록 설계되었고 이후 개정을 거쳐 2015년경 실시되던 인사규정 시행세칙에 의하면 고과등급 최하위 5%의 직원은 임금이 1% 또는 0.5% 감소하고, 그 다음 하위 등급에 해당하는 5%의 직원은 임금이 동결되거나 0.5% 인상되도록 변경되었는데,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기간 동안 실제로 임금이 감소하는 고과등급을 받은 직원은 전체의 0.05% 정도에 불과하다[을 제34, 35, 36호증]. 이처럼 2010년부터 연봉제가 도입되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직원은 매년 차등적으로 급여를 인상 받았는바 피고의 연봉제는 실질적으로는 근속연수가 증가함에 따라 급여가 우상향하는 연공급적 성질도 가지고 있었으므로, 피고로서는 정년연장에 따른 고령 근로자에 대한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합리적 이유와 필요성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③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앞서 본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이외에도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의 사정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5.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이 사건과 같은 이른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원고들은 정년연장이 피고의 자의가 아닌 법령의 개정에 따라 이루어졌거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정년이 연장된 2016.1.1. 이전인 2015.3.1.부터 시행되었음을 이유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조치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점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이 적용되는 1958년생부터 적용·시행되었으므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한다. 한편 임금피크제의 효력 여부는 임금피크제의 유형뿐만 아니라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정년연장에 의한 추가적인 근로기회의 제공 및 그로 인한 ‘임금총액’의 증가가 가장 중요한 대상조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종전 정년 이전인 56세에 10%, 57세에 20%의 임금이 삭감되기는 하였으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이 적용되는 1958년생부터 적용·시행하였으므로 정년연장을 적용받지 못하면서 임금만 삭감되는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들은 정년이 2년 연장되어 계속 근로를 제공함으로써 58세에는 70%, 59세에는 60%의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았다.

위 감액률은 기본급(기준급 + 역량급)에 한하여 적용되고 직책급, 역할급은 감액률을 적용하지 않았으며, 급식통근비, 통신지원금, 의료비, 상조지원금, 복지포인트 등은 유지되었는바, 전체 급여에서 실제로 감액되는 부분은 위 감액률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을 제11호증].

피고는 임금피크제 적용대상자에게 인사평가등급에 따라 성과보상금(100만 원 ~ 400만 원)을 지급하고[갑 제4호증의 2, 을 제11호증], 정년퇴직 후 재고용제도를 신설하였으며[갑 제4호증의 2], 직원가족사랑 프로그램에 임금피크제 적용자 할당을 별도로 배정하여 우대하였고[갑 제16호증], 근로자들은 고용안정센터로부터 임금피크제 지원금을 지급받았다[을 제38호증].

이처럼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에 대하여 업무내용의 변경이나 업무시간의 감축 등의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하는 방법·정도가 적정하지 않다고 볼 수 없다.

④ 또한, 고령자고용법 개정 조항의 시행에 의하여 임금피크제 도입의 필요성에 따라 임금피크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2014.4.8.자 노사합의를 하였고, 6회에 걸친 노사상생협의회를 통하여 구체적인 내용과 조건에 관하여 협의를 진행한 뒤 임금피크제의 적용대상, 적용시점, 적용산식, 임금삭감의 범위 등을 정한 2015.2.24.자 노사합의를 체결하였는바, 위와 같은 임금피크제 도입 경위와 절차 등에 비추어 노동조합 조합원 총회 의결이라는 내부적인 절차 제한을 위반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근로조건의 변경은 관계법령의 변경이나 경영상황의 변화, 근로자들 사이의 이해관계 불일치 등의 원인으로 불리하게 변경될 수도 있는 것이므로, 근로조건이 불리하게 변경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대법원 2007.12.14. 선고 2007다18584 판결, 대법원 2014.9.4. 선고 2012다35309 판결의 취지 참조).

⑤ 한편, 원고들은 임금피크제의 도입은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에 위배된다거나 다른 통신업계에 비하여 감액률이 커서 부당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은 근로자의 개별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근로제공 시점과 상황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근로제공의 시기나 주변 여건의 변화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근로자가 동일한 근로를 제공한다면 기존의 임금이 계속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또한 경영여건과 인력구조가 상이한 다른 통신업계의 임금피크제 내용을 피고에게 그대로 원용할 수는 없다.

 

다. 이 사건 각 노사합의가 ‘대표권 남용행위’로서 무효라는 주장에 관한 추가판단

1) 원고들 주장의 요지

G노동조합 위원장 H는 대표자 본인 또는 제3자인 피고의 이익을 위하여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하였고, 피고는 이를 종용하거나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악의 내지 중과실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 사건 각 노사합의 체결행위는 대표권 남용행위에 해당하고 상대방인 피고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무효이다.

2) 판단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노사합의 체결행위가 H 자신 또는 피고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대표권 남용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원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대표이사가 대표권의 범위 내에서 한 행위는 설사 대표이사가 회사의 영리목적과 관계없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그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 할지라도 일단 유효하고, 다만 그 행위의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로 된다(대법원 2004.3.26. 선고 2003다34045 판결 참조).

② 2014.4.8.자 노사합의는 고령자고용법이 2013.5.22. 개정되어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임금피크제의 적용연령 및 감액률 등 세부규정은 추후 합의하여 시행하기로 하고 임금피크제의 도입만을 확인한 것이다. 피고와 G노동조합은 2014.4.8.자 노사합의 이후 재당선된 H를 주축으로 하여 2014.12.23.부터 2015.2.24.까지 6차례에 걸쳐 노사상생협의회를 개최하였고, G노동조합 간부 8명이 위 노사상생협의회의 교섭위원으로서 참석하여 임금피크제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하여 협의하여 왔다. G 노동조합 측은 임금피크제에 관하여 위 노사상생협의회 중 제2차 협의에서 ‘정년 전 삭감 절대반대, 해당안 철회 및 진전안 요구’를, 제3차 협의에서 ‘임금피크제 도입명분 없음, 해당한 철회 및 진전안 요구’를, 제4차 협의에서 ‘60세 이후 추가정년연장 등 명 분제공’ 등을 각 주장해 왔다[을 제3, 4호증]. 위와 같은 G노동조합 측의 요구 내지 주장들은 모두 원고들을 포함한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③ 위와 같은 6차례의 노사상생협의회의 결과로 임금 삭감률의 합계는 당초 피고가 제시한 140%(= 만 56세 20% + 만 57세 30% + 만 58세 40% + 만 59세 50%)에서 100%로 감소하는 등의 성과도 있었고, 2015.2.24.자 노사합의를 통하여 임금피크제 실시와 함께 정년퇴직 후 재고용제도 도입, 직원 가족사랑 프로그램 시행 등과 같은 대상조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④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을 제도화 하면서 필요한 임금체계 개편조치로서 도입되었고 정년연장에 따른 ‘총임금액’의 증가, 재고용제도의 실시 등의 대상조치가 부여되었는바 피고의 일방적인 이익만을 도모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

⑤ 한편, G노동조합이 노동조합 홈페이지 게시판에 대한 답변으로 “임금피크제는 회사 측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실행방안이 확정되면 조합원 총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한 예정이다”라고 게재하였다가 2015.2.24.자 노사합의 이후 이를 삭제하였다[갑 제3, 5호증].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노사합의는 노동조합 목적 내의 행위이고, 근로자들의 이해관계도 대변하고 있다. 따라서 위 사정만으로 G노동조합의 절차위배 및 조합원의 절차권 침해에서 나아가 노동조합의 목적과 관계없이 노동조합에는 손실만을 가하고 위원장 및 피고의 이익만을 위한 대표권 남용행위였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⑥ 원고들은 피고가 노동조합 총회의 의결 없이 몰래 체결된 사실을 알았으므로 대표권 남용행위가 되고, 악의 또는 중과실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노사상생협의회 개최 사실, 협의회 일시와 목적, 협의회 위원구성, 그 협의 결과 등은 모두 G 노동조합 홈페이지의 ‘조합소식’ 게시판을 통하여 조합원들에게 공지되었고, 그 협의결과에 대한 세부 내용도 위 홈페이지의 ‘자료실’에 게시되었다[을 제4호증, 을 제23호증의 3]. 이처럼 노사합의 관련 절차는 공개적으로 진행되었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일방적인 이익만을 도모한 행위라고 보이지 않으므로 노동조합 총회의 의결이 없었음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대표권 남용행위가 된다거나 그에 관하여 악의 또는 중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라. 이 사건 각 노사합의에 관하여 피고의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한다는 주장에 관한 추가판단

1) 원고들 주장의 요지

확정된 선행 손해배상 사건에서 G노동조합 및 위원장 H 등의 불법행위가 인정되었는바, 피고는 이에 공모하였거나 적어도 과실에 의한 방조를 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하여 삭감된 임금 상당액의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2) 판단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G노동조합 및 위원장 H의 불법행위에 공모하였거나 방조하였다고 볼 수 없고, 위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원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G노동조합 및 위원장 H 등이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함에 있어서 G노동조합 규약 등에서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음으로써 조합원들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었다(선행 손해배상 사건). 그러나 이는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단체협약 체결 시 총회 결의를 거치도록 한 내부 규약을 위배함으로써 조합원에 대하여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불법행위가 된다는 것으로서, 그러한 내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정만으로는 G노동조합과 사용자인 피고 사이에서 체결된 위 각 노사합의의 효력 자체를 부정할 수 없다는 점은 앞서 가.항에서 본 바와 같다.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자신의 단체협약 체결권한을 행사하면서 노동조합이 내부적으로 정한 절차를 준수할 것인지는 노동조합 내부의 문제이고,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내부적 절차 준수 여부에 관여할 수 없다(노동조합법 제81조제1항제4호 참조).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각 노사합의 체결시 총회 결의가 없음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교섭 상대방인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절차위반 불법행위에 가담하거나 공모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② 이 사건에서 피고가 G노동조합의 대표자 위원장 H와 사이에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함에 있어 노동조합의 내부적 절차를 위반하도록 공모하였다거나 방조하였음을 인정할 증거는 없다.

③ 한편, 2014.4.8.자 노사합의 이후 2014.11.경 위원장 H가 투표자 대비 71.47%의 득표율로 재선되는 등 그 이후에도 G노동조합의 지도부가 조합원들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었던 점에서 설령 G노동조합의 지도부가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쳐 피고 측과 교섭을 진행하였더라도 이 사건 각 노사합의가 좌절되거나 다른 내용으로 변경되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다. 또한 근로자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에 따라 정년이 연장되어 ‘총임금액’의 측면에서는 더 많은 액수를 지급받게 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원고들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윤강열(재판장) 양시훈 정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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