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22.12.16. 선고 2022나2028421 판결】
• 서울고등법원 제15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2나2028421 성과보수청구
• 원고, 항소인 / A
• 피고, 피항소인 / B 주식회사
• 제1심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7.8. 선고 2020가합601249 판결
• 변론종결 / 2022.11.25.
• 판결선고 / 2022.12.16.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32,198,4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9.5.부터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피고는 신용카드의 발행, 판매 및 관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2) 원고는 2012.12.1. 피고에 입사하여 개인영업본부장, 마케팅실장, 전략영업본부장 등 임원으로 근무하다가 2020.1.21. 퇴사하였다.
나. 피고의 장기성과 인센티브 제도
1) 피고는 상무 이상의 직위에 있는 임원들에게 일정 기간 동안의 성과를 토대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이른바 ‘장기성과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2013.4.30.부터는 피고의 임원보수규정의 위임에 따라 ‘임원 장기성과 인센티브 제도 운영규정’(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고 한다)을 제정하여 그에 따라 임원들에게 장기성과 인센티브(이하 ‘장기성과급’이라고 한다)을 지급하여 왔다.
2) 이 사건 규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음 생략>
다. 원고의 퇴직 및 피고의 장기성과급 미지급
1) 원고는 2020.1.21. 계약기간 종료로 피고의 임원직에서 퇴직하였는데, 자문역위촉계약에 따라 퇴직일인 2020.1.21.부터 1년간 피고가 요구하는 경영현안에 관한 자문 업무를 수행하는 자문역으로 근무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 피고는 2020.5.경 피고의 자문역을 그만두고 2020.6.1. C 주식회사(이하 ‘C’라 한다)에 마케팅본부장으로 입사하였다.
2) 피고는 2020.8.31. 평가보상위원회를 개최하여 2017년부터 2019년까지(이하 ‘이 사건 성과평가기간’이라고 한다)의 경영성과에 대한 장기성과급과 관련하여 평균연봉의 146%에 해당하는 금액을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분할 지급(2020년 현금 40%, 2021년~2023년 주가 연동 현금 연 20%)하기로 하면서, 원고에 대하여는 경쟁사이직을 이유로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는 결의를 하였다. 그에 따라 피고는 2020.9.4.경 2020년도 지급분 장기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원고에게는 이를 지급하지 않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1, 5, 7, 20, 2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이 사건 성과평가기간 동안 피고의 임원으로 근무하였으므로 이 사건 규정에 따른 장기성과급 지급대상이다. 그럼에도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성과평가기간에 대한 장기성과급 중 2020년도 지급분 232,198,400원을 지급하지 않았는데,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가. 이 사건 규정은 피고가 다수의 임원들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내용으로서 ‘약관’에 해당하므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법’이라고 한다)의 규율을 받는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규정 제7조제1항에 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고(약관법 제3조), ‘4년의 지급기간 중 전직금지’를 조건으로 장기성과급을 지급한다고 해석하는 한 이 사건 규정 제7조제1항은 임원들에게 지나치게 불리하여 공정성을 잃은 조항으로 약관법 제6조제2항에 따라 무효이다. 설령 이 사건 규정 제7조제1항이 유효한 조항으로서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었다고 하더라도, 위 조항의 내용은 그 의미가 불분명한 이상 원고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하므로(약관법 제5조제2항), ‘장기성과급 지급기간 중 동종업체로의 전직’을 장기성과급 미지급 사유로 볼 수 없다.
나. 원고가 ‘전직’한 것만으로 이 사건 규정 제7조제1항에서 정한 장기성과급 미지급 사유, 특히 ‘회사의 사업활동을 방해하거나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원고에게는 장기성과급 미지급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사건 규정 제7조제1항이 성과평가기간 이후의 전직을 장기성과급 미지급 사유로 정한 것이라면, 이는 사실상 전직을 금지하는 것이고 근로기준법 제7조에 정한 강제 근로 금지 규정에 반하는 것이다. 또한 이는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거나, 근로기준법 제20조의 임금 위약 예정 금지 및 동법 제43조제1항에 정한 임금 전액 지급 원칙에 반하고, 현저히 불공정한 조항으로서 무효이다. 한편 피고는 원고보다 먼저 동종업계 회사로 전직한 다른 임원에게 장기성과급을 지급한 전례가 있는데, 원고에게만 장기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형평에도 반한다.
3. 판단
가. 이 사건 규정이 약관인지 여부
원고는 이 사건 규정이 ‘약관’에 해당함을 전제로 이 사건 규정 제7조제1항이 무효라거나 위 조항이 원고에 대하여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약관법은 사업자가 그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하여 불공정한 내용의 약관을 작성하여 거래에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고 불공정한 내용의 약관을 규제함으로써 건전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이를 통하여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생활을 균형 있게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제1조), 약관법상 약관이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에 상관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을 말한다(제2조제1호). 그런데 이 사건 규정은 일정한 범위의 임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기성과급 지급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정하기 위해 마련된 피고의 내부규정일 뿐, 사업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 내용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약관법상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이 약관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규정 제7조제1항에 따른 장기성과급 미지급 사유의 존부
앞서 채택한 증거와 을 제7, 8, 13, 16 내지 19, 21, 2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피고를 퇴직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C로 전직한 행위는 이 사건 규정 제7조제1항 다호의 ‘회사의 사업활동을 방해하거나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로서 장기성과급 미지급 사유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성과평가기간에 대한 장기성과급 중 2020년도 지급분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정당하다.
1) 피고의 장기성과급 지급에 관한 광범위한 재량권
가) 회사가 임직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할지 여부, 성과급을 지급할 경우 지급방법과 시기 및 지급조건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사적자치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이다. 피고의 임원처우규정 제6조도 임원의 보수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회사의 경영성과 등을 고려하여 회사의 재량에 의해 임의로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특히 장기성과급은 기본적으로 임원 개인의 업무실적보다는 회사 전체의 경영성과와 연동된 성과급이라는 점에서 다른 성과급에 비해 그 지급에 관한 재량의 여지가 더욱 크다. 한편, 피고가 원고와 체결한 업무위임약정에도 보수 및 처우 부분에서 ‘성과 인센티브 및 목표 인센티브는 해당 조직의 경영성과에 따라 별도로 지급한다’고 하여 임원보수규정 제10조의 목표 인센티브, 제11조의 성과 인센티브만이 기재되어 있을 뿐, 제12조의 장기성과급 지급에 관해서는 언급되어 있지 않다.
나) 피고가 운영하는 장기성과급 제도는 임원들이 높은 성과보상을 위해 과도한 위험을 부담하며 단기성과를 추구하는 행위를 제어할 수 있도록 장기성과급을 수년간 나누어 지급함으로써 합리적이고 건전한 성과보상체계를 구축하는 데 그 목적과 취지가 있다. 따라서 피고로서는 장기성과급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 장기성과급의 지급을 제한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필요성은 ‘장기성과급 지급기간 중 퇴직한 임원’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인정된다.
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은 피고와 같은 금융회사로 하여금 일정한 범위의 임직원에 대하여 보수의 일정 비율 이상을 성과에 연동하는 보수로 일정 기간 이상 이연하여 지급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제22조제3항), 같은 법 시행령은 성과보수의 40% 이상에 대한 이연기간을 3년 이상으로 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그 밖에 지급시기 및 방식, 지급조건 등 구체적인 사항에 관하여는 별다른 규정을 두지 않음으로써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라) 위와 같은 장기성과급의 성격, 장기성과급 제도의 취지, 관련 법령의 내용 등을 고려하면, 장기성과급은 평가보상위원회의 지급 결의가 있기 전까지는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확정된 성과급이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는 강행규정을 위반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장기성과급 지급 여부, 미지급 또는 감액 사유 등 지급조건에 관하여 광범위한 재량권을 갖는다고 보아야 한다.
마)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규정 제7조제1항이 성과평가기간 이후의 전직을 장기성과급 미지급 사유로 정한 것이라면, 이는 사실상 전직을 금지하고 근로를 강제하는 것이어서 민법 제103조나 근로기준법 제7조에 따라 무효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근로기준법 제7조는 “사용자는 폭행, 협박, 감금, 그 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으로써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여 강제 근로를 금지하고, 동법 제107조는 강제 근로 금지를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그 밖에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이라고 하려면 사회통념상 수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정신적 또는 신체적 제한을 가하여 근로자의 자유의사를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① 장기성과급을 지급할지 여부, 성과급을 지급할 경우 이를 이연하여 지급할지 여부, 경쟁사에 이직하는 등으로 피고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장기성과급의 지급을 제한할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사적 자치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점, ② 피고는 성과에 따라 산정된 일응의 장기성과급 중에서 40%를 먼저 지급하고 나머지 60%에 대해서만 3년간 순차적으로 이연하여 지급하는데, 그 지급 시기, 지급 비율 및 이연기간에 비추어 대상자의 퇴직의사에 대한 제한이 과도하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장기성과급의 지급 거절 또는 감액에 관한 이 사건 규정 제7조제1항이 사회통념상 수긍할 수 없을 정 도로 정신적 또는 신체적 제한을 가하여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한다거나, 지급 대상자의 자유의사에 반하여 근로의 계속을 부당하게 강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바) 원고는 또한 이 사건 규정 제7조제1항이 성과평가기간 이후의 전직을 장기 성과급 미지급 사유로 정한 것이라면, 이는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위약 예정 금지나 임금 전액 지급 원칙에 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라고, 동법 제43조제1항 본문은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각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불이행한 경우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서 더 나아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면 근로자로서는 비록 불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이므로, 위와 같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보호하려는 데에 위 규정의 취지가 있다(대법원 2022.3.11. 선고 2017다202272 판결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① 원고의 계약기간은 장기성과급의 지급일과 무관하게 설정되어 있어 원고가 장기성과급의 지급일까지 재직하지 않는 것이 근로계약의 불이행이라고 볼 수 없는 점, ② 이 사건 장기성과급은 점진적으로 그 지급이 확정되는 것으로서 각 지급일이 도래하기 전에는 구체적인 청구권이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대법원 2022.3.31. 선고 2021다229861 판결 참조), 원고가 이 사건 규정 제7조제1항에 정한 행위를 하였다고 인정되어 장기성과급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 마땅히 지급받았어야 할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반환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거나 추가적인 위약의 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점, ③ 근로기준법 제43조제1항 본문은 ‘발생요건을 모두 갖추어 이미 발생한 임금이 근로자에게 전액 지급되어야 한다’는 취지이므로, 원고가 이 사건 규정 제7조제1항에 정한 행위를 하였다고 인정되어 장기성과급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 이에 반한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④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장기성과급의 지급 거절 내지 감액에 관한 이 사건 규정 제7조제1항이 강제 근로 금지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규정 제7조제1항이 근로기준법 제20조나 제43조에 반하여 무효가 된다고 할 수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2) 원고의 경쟁사로의 전직 행위에 대한 평가
가) 피고와 C의 경쟁관계
(1) 우리나라의 전업카드회사는 총 8곳으로 은행계 전업카드회사와 기업계 전업카드회사로 분류되는데, 피고와 C는 모두 기업계 전업카드회사에 속한다. 2020년 기준으로 피고의 시장점유율은 약 18%로 2위권을 형성하고 있고, C의 시장점유율은 약 9%로 5위권을 형성하고 있지만, 분기별로 카드회사의 시장점유율이 상당한 폭으로 변동됨에 따라 순위도 달라지고 있는 점에 비추어, 피고와 C는 경쟁관계에 있는 경쟁사라고 볼 수 있다.
(2) 원고는 7년 넘게 피고에서 개인영업본부장, 마케팅실장, 전략영업본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피고의 마케팅과 영업전략을 총괄하는 지위에 있었고, 퇴직 직전에는 피고의 미등기 임원들 중 피고의 경영정보에 접근할 기회가 가장 많았던 최고위급 임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원고가 피고를 퇴직한 후 약 4개월여 만에 C의 마케팅본부장으로 영입되어 피고에서 담당했던 업무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원고가 피고에서 근무한 기간이나 피고에서의 지위 및 업무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C에서 마케팅본부장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피고에서 근무하면서 취득한 인적·물적 네트워크, 마케팅 기법, 영업전략 등을 활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자신이 피고를 퇴직하기 직전에는 법인카드 등 B2B(Business to Business) 마케팅을 담당하였으나, C에서는 개인카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므로, 업무의 대상과 성격에 차이가 있어서 원고가 피고에서 쌓은 법인들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다툰다. 그러나 원고가 피고에서 근무하는 기간 동안 개인영업본부장이나 마케팅실장으로도 상당 기간 근무하면서 개인카드 마케팅 업무도 관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3) 특히 C는 2019년경 사모펀드(D-E은행 컨소시엄)에 매각된 이후 수익성을 강화하고 시장점유율을 올려 기업 가치를 높이고자 피고를 비롯하여 C보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카드회사 출신 임원들을 다수 영입하였고, 그 일환으로 원고를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 C로서는 원고가 피고에서 근무하면서 쌓은 다양한 영업상 노하우와 경험 등을 높이 평가하여 이를 마케팅에 적극 이용할 것을 기대하고 원고를 영입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원고가 C에 입사한 후에도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오히려 피고가 증가하고 C는 감소하였으므로 장기성과급 지급 취소 내지 감액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규정 제7조는 장기성과급 지급 취소 내지 감액 사유로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라고 정하고 있는바, ‘회사에 (실제) 손해를 야기한 경우’로 한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 주장과 같은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위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원고의 보안서약서 위반
(1) 피고는 경쟁이 치열한 신용카드 시장 상황 속에서 피고의 영업정보, 영업비밀 등이 경쟁사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소속 임직원으로 하여금 ‘보안서약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 보안서약서에는 ‘퇴직일로부터 1년 동안은 회사의 사전 서면 동의 없이 본인이 취급한 정보자산이 사용될 우려가 있는 동종·유사업체에 취업하지 않겠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2) 원고는 2020.1.7. 위와 같은 보안서약서를 작성하였음에도 퇴직일로부터 1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동종업체인 C에 입사함으로써 보안서약서상 동종업체 전직금지 조항을 위반하였다.
(3) 이에 대하여 원고는 ‘원고가 담당한 마케팅 분야는 기술, 제조 등 다른 분야와 달리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갖는 정보나 비밀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보안서약서 중 퇴직 후 1년간 동종업체 취업을 금지하는 전직금지 조항은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에서 근무할 당시 지득한 마케팅 기법, 영업전략 등이 동종업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거나 많은 비용과 노력 없이 입수할 수 있는 정보로서 보안서약서에 의해 보호할 가치가 없거나 그 보호가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만약 원고의 주장과 같이 마케팅 기법이나 영업전략이 보호할 가치가 없거나 적다면, 동종 경쟁업체인 C가 약 30만 주에 이르는 스톡옵션을 부여하면서까지 원고를 영입하였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다가 보안서약서에 따라 전직이 금지되는 기간은 1년으로 지나치게 길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가 원고를 퇴직일부터 1년간 자문역으로 위촉하여 적지 않은 금액의 보수를 제공하기로 함에 따라 동종업체 전직금지로 인한 불이익이 어느 정도 상쇄되었다고 볼 여지도 있는 점까지 함께 고려하면, 위 전직금지 조항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민법 제103조에 반하여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또한 원고는, 이미 퇴직이 결정된 상황에서 보안서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퇴직 처리가 되지 않는다는 피고의 요청에 따라 협조 차원에서 서명한 것에 불과하고, 자신이 보안서약서의 내용에 동의한 것은 아니라고 다툰다. 그러나 보안서약서는 퇴직 직전에만 작성된 것이 아니라 매년 작성되어왔던 것으로 보이고, 달리 원고가 진의에 반하여 서명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피고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
(1) 원고가 피고에서의 근무를 통해 취득한 인적·물적 네트워크, 마케팅 기법, 영업전략 등은 카드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요소로, 적어도 보안서약서에서 정한 전직금지기간 중에 경쟁사인 C로 전직하여 피고에서와 동일한 분야의 업무를 담당하는 것은 그 자체로 ‘피고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다(따라서 피고가 ‘피고에서 퇴직한 뒤 약 2년 반 동안 피고의 자회사에서 근무하다가 경쟁사로 전직한 임원’에게 이연된 장기성과급을 지급한 것과 달리 원고에게 장기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형평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
(2) 특히 이 사건 규정 제4조에 따르면, 장기성과급 지급률은 피고의 절대적 경영성과뿐만 아니라 경쟁사 대비 상대적 경영성과까지 고려하여 정해지는데, 이러한 점에서도 임원이 퇴직 후 단기간 내 경쟁사로 전직하는 행위를 장기성과급 미지급 사유로 삼는 것이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3) 이 사건 규정은 ‘장기성과급은 회사가 임의적으로 지급하는 성과금이므로 성과평가기간에 성과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평가보상위원회의 결의로 지급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제2조제2항), 미지급 사유를 규정하면서 그 사유의 발생시점에 관하여 성과평가기간 외에 ‘지급기간’도 포함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나아가 원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보안서약서에 정한 전직금지기간인 1년 내에 경쟁사로 전직하였다. 여러 카드회사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경력을 통해 신용카드 시장 상황과 업계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원고는, 피고를 퇴직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경쟁사로 전직하는 경우 이 사건 규정 제7조제1항 다호의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에 해당하여 장기성과급을 지급받지 못한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4) 원고는, 이 사건 규정을 ‘장기성과급 지급기간인 4년 내에 경쟁사로 전직할 경우 나머지 장기성과급 지급이 취소 또는 거절될 수 있다’고 해석하면, 그 기간 등을 고려할 때 현저히 불공정한 조항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장기성과급 지급에 관하여는 피고에게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는 점, ② 피고가, 피고에서 퇴직한 뒤 약 2년 반 동안 피고의 자회사에서 근무하다가 경쟁사로 전직한 임원’에게는 이연된 장기성과급을 지급한 반면, 퇴직 후 1년의 전직금지기간 내에 경쟁사로 전직한 원고에게는 장기성과급을 미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아, 이 사건 규정 중 경쟁사 전직과 관련한 부분은 ‘보안서약서를 위반하여 전직금지기간 내에 전직한 경우’로 한정하여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5) 또한 원고는, 이 사건 규정에서 ‘보안서약서 위반 시 장기성과급을 미지급한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으므로, 보안서약서를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장기성과급 지급을 배제하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이 사건 규정에서 장기성과급 지급 취소 내지 감액 사유로 정하고 있는 사유 중 하나로 ‘회사의 사업활동을 방해하거나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정해져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피고는 원고가 보안서약서를 위반하면서까지 경쟁사에 이직한 것이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장기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보안서약서 위반 시 장기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명문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보안서약서에 반하여 퇴직일로부터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경쟁사에 취업한 것은 충분히 장기성과급 지급 취소 또는 감액 사유로 인정될 수 있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4.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고 원고의 항소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원고는 당심 변론종결 후 변론재개신청을 하였으나, 변론재개신청서에 기재된 주장은 변론종결 전에 원고가 하였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고 달리 증거조사를 추가로 하여야 할 필요성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판사 윤강열(재판장) 양시훈 정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