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1.6.24. 선고 2020다34363, 2020다34356 판결】

 

• 대법원 제2부 판결

• 사 건 / 2020다34356(본소) 임금, 2020다34363(반소) 임금

• 원고(반소피고), 피상고인 / 1. A ~ 10. J

• 피고(반소원고), 상고인 / K 합자회사

• 원심판결 / 의정부지방법원 2020.2.6. 선고 2016나7693(본소), 2019나4480(반소) 판결

• 판결선고 / 2021.06.24.

 

<주 문>

원심판결 중 본소에 관한 피고(반소원고) 패소 부분과 예비적 반소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3점에 관하여

 

가. 최저임금법 시행령(2018.12.31. 대통령령 제294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제1항제2호 및 제3호는 비교대상 임금 중 주 단위 또는 월 단위로 지급된 임금에 대하여 ‘1주 또는 1개월의 소정근로시간 수’로 나눈 금액을 시간에 대한 임금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소정근로시간이란 근로기준법(2018.3.20. 법률 제155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50조, 제69조 또는 산업안전보건법 제46조에 따른 근로시간의 범위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을 말하고(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7호),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수와는 구별되므로, 주급제 혹은 월급제에서 지급되는 유급휴일에 관한 임금인 주휴수당 관련 근로시간은 고려할 필요가 없다(대법원 2007.1.11. 선고 2006다64245 판결, 대법원 2018.6.19. 선고 2014다44673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종전 취업규칙에 따른 소정근로시간 조항 중에서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 한다)들에 대한 기본급(주휴수당 포함) 지급의 기준이 된 월 209시간 부분이 최저임금액 산정을 위한 월 소정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위 기본급에는 주휴수당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위 월 209시간에는 소정근로시간 외에 주휴수당 관련 근로시간까지 고려된 것이다. 앞서 본 법리에 따른다면 기본급 산정에 있어 기준이 된 위 월 209시간을 최저임금 산정에서의 월 소정근로시간으로 볼 수는 없다.

오히려 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7호는 ‘소정근로시간’을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으로 정의하고 있고, 종전 취업규칙에 의해 근로시간을 1주일 40시간으로 명확히 정하였으므로, 결국 최저임금액 산정을 위한 월 소정근로시간은 위 합의에 따른 1주 40시간을 기초로 산정되어야 한다.

라. 따라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 한다)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1, 2차 변경 취업규칙 중 소정근로시간 부분은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 제6조제5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이고, 종전 취업규칙에 따른 소정근로시간 조항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미달액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런 다음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의 신의칙위반 항변과 원고들에게 추가사납금 납부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선이행 및 상계항변, 예비적 반소청구를 모두 배척하였다.

관련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소정근로시간합의의 효력, 종전 소정근로시간의 효력, 신의성실의 원칙, 추가사납금 지급의 근거규정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리고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한 상고이유보충서 등에 기재된 사유 중 위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를 벗어난 부분은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새로운 사유를 추가한 것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3.  파기범위

 

피고의 예비적 반소에 대한 상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유 없지만, 예비적 반소는 원고들의 본소청구 중 원심에서 인용된 본소 부분이 인용될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서, 이 부분 본소청구에 대한 상고를 받아들여 파기하는 이상 합일확정을 위하여 예비적 반소 부분도 파기하여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본소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과 예비적 반소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재연(재판장) 이동원(주심) 민유숙 천대엽

 


 

【의정부지방법원 2020.2.6. 선고 2016나7693, 2019나4480 판결】

 

• 의정부지방법원 제1민사부 판결

• 사 건 / 2016나7693(본소) 임금, 2019나4480(반소) 임금

• 원고(반소피고), 항소인 / 1. A ~ 11. K

• 피고(반소원고), 피항소인 / L 합자회사

• 제1심판결 /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6.7.1. 선고 2012가단5905 판결

• 변론종결 / 2019.12.12.

• 판결선고 / 2020.02.06.

 

<주 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반소피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반소원고)는 원고(반소피고)들에게 별지 원고별 청구금액의 ‘원고별 청구금액’란 기재 돈 및 이에 대하여 2015.8.22.부터 2020.2.6.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반소피고)들의 나머지 항소와 이 법원에서 제기한 피고(반소원고)의 반소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 총 비용은 본소, 반소를 합하여 피고(반소원고)가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가. 본소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 한다)는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들에게 별지 원고별 청구금액의 ‘원고별 청구금액’란 기재 각 해당 돈과 위 각 돈에 대하여 2015.8.22.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반소

피고에게, 원고 A은 30,208,814원, 원고 B은 28,490,236원, 원고 C은 27,409,798원, 원고 D은 29,094,505원, 원고 E는 26,933,599원, 원고 F는 28,473,323원, 원고 G은 28,064,836원, 원고 H는 27,818,265원, 원고 I은 28,473,323원, 원고 J은 27,375,922원, 원고 K는 27,835,198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9.5.16.부터 이 사건 반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피고는 이 법원에 이르러 반소를 제기하였다).

2.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원고별 청구금액의 ‘원고별 청구금액’란 기재 각 해당 돈과 위 각 돈에 대하여 2015.8.22.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인정사실

 

가. 피고는 택시운송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 회사에 고용되어 택시기사로서 근로한 사람들인데 2010.7.1.부터 2015.3.까지 격일제로 근무하였다. 원고들은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만 사납금 명목으로 피고에게 납부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이하 ‘초과운송수입금’이라 한다)을 자신이 차지하며, 피고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방식인 이른바 정액사납금제 형태의 임금을 지급받고 있었다.

나. 2007.7.1. 무렵부터 시행·적용된 피고의 취업규칙(이하 ‘종전 취업규칙’이라 한다)은 소정근로시간을 1일 8시간, 주 40시간, 월 209시간(격일제 근로자의 경우 월 13일 만근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다. 그런데 피고는 2010.7.1.부터 구 최저임금법(2018.6.12. 법률 제1566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최저임금법’이라고 한다) 제6조제5항이 시행되어 더 이상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최저임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임금에 사납금을 제외한 초과수입금 등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산입시킬 수 없게 되자, 근로자들의 실제 근로시간은 종전과 변함이 없음에도 2010.7.29. 취업규칙의 내용을 변경하였는데(이하 ‘1차 변경취업규칙’이라 한다), 소정근로시간을 1일 2교대제 근로자의 경우 1일 6시간 20분, 월 184시간, 격일제 근로자의 경우 1일 7시간, 월 182시간으로 각 정하였고, 부칙에서 그 시행일을 2010.7.1.로 정했다.

라. 피고는 2010.10.27. 다시 취업규칙을 변경하였는데(이하 ‘2차 변경 취업규칙’이라 한다), 소정근로시간을 1일 2교대제 근로자의 경우 1일 4시간, 월 116시간, 격일제 근로자의 경우 1일 6시간 40분, 월 115시간으로 각 정하였으며, 부칙에서 그 시행일을 2010.7.1.로 정했다.

마. 종전 취업규칙, 1, 2차 변경 취업규칙 모두 ‘임금은 매월 1일에 기산하여 매월 말일로 마감하고 익월 5일부터 지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바. 구 최저임금법에 따라 결정·고시된 2010년도(2010.1.1.부터 2010.12.31.까지) 최저임금은 시간당 4,110원이고, 2011년도(2011.1.1.부터 2011.12.31.까지) 최저임금은 4,320원이며, 2012년도(2012.1.1.부터 2012.12.31.까지) 최저임금은 4,580원이고, 2013년도(2013.1.1.부터 2013.12.31.까지) 최저임금은 4,860원이며, 2014년도(2014.1.1.부터 2014.12.31.까지) 최저임금은 5,210원이고, 2015년도(2015.1.1.부터 2015.12.31.까지) 최저임금은 5,580원이다.

사. 한편 이 사건과 관련 있는 법령은 아래와 같다. <아래 생략>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소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들의 주장

실제 근로시간의 변경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으로 변경한 1, 2차 변경 취업규칙은 강행규정인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것으로서 무효이고, 그렇지 아니하더라도 1, 2차 변경 취업규칙은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인데 이에 대하여 근로자의 동의가 결여되어 있으므로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들의 소정근로시간은 종전 취업규칙에 따라 월 209시간이 되고, 격일제 근로자인 원고들의 근로일수가 13일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209시간을 실제 근무일수에 비례하여 계산한 근로시간이 최저임금 산정을 위한 근로시간이 된다. 이를 기준으로 2010.7.부터 2015.3.까지의 최저임금 미달액을 계산하면 별지 원고별 청구금액의 ‘원고별 청구금액’란 기재와 같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의 주장

1, 2차 변경 취업규칙이 최저임금법에 반하거나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변경이라고 할 수 없고, 설령 불이익한 변경이라고 하더라도 이에 대하여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있었으므로 1, 2차 변경 취업규칙은 유효하며, 피고는 원고들에게 2차 변경 취업규칙이 정한 소정근로시간에 따라 임금을 모두 지급하였다.

종전 취업규칙상의 209시간 역시 단순히 법정 근로시간인 주당 40시간(= 8시간 × 5일)에 유급휴일 8시간을 더하여 1주일에 48시간을 근로하였다고 보고, 월 평균 4.345주(= 365일 ÷ 7일 ÷ 12개월)을 곱하여 산출한 시간이 209시간(= 48시간 × 4.345주, 소수점 이하 반올림)에 불과할 뿐 실제 원고들이 근로한 시간을 반영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1차 변경 취업규칙상의 182시간(격일제 근로자의 경우)이 실제 원고들의 근로시간이므로, 주휴수당은 제외하여야 한다.

피고는 원고들을 비롯한 근로자들과 사납금을 종전과 비슷하게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소정근로시간을 협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은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만약 원고들의 청구가 인용된다면 피고는 예측하지 못한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떠안게 되어 재정적 파탄 상황이 초래되므로 원고들의 청구는 신의칙에 반한다.

 

나. 1, 2차 변경 취업규칙의 효력

1)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에 따라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사용자가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근로자들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이 없음에도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개정한 취업규칙 조항이 유효한지 여부이다.

2) 구 근로기준법(2018.3.20. 법률 제155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제50조제1, 2), 그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제1항제7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 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 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M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이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라 한다)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상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이 사건 특례조항 등 최저임금법 규정은 헌법상 국가의 의무로 규정된 최저임금제를 구체화하여 택시운전근로자의 안정된 생활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강행법규로, 이러한 입법 취지를 회피하기 위해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나) 이 사건 특례조항 도입을 위한 국회 논의 당시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초과운송수입금을 제외하게 되면, 고정급 인상으로 임금안정성이 높아져 택시운전근로자의 생활 안정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택시운전근로자의 임금구조가 단순해지며 투명성이 제고되고,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 유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등의 정책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반면 일반택시운송사업체의 비용 상승, 최저임금 인상시마다 노동쟁의 발생 가능성, 성과급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 등과 같은 단점도 함께 지적되었다. 국회는 이 사건 특례조항 도입에 따른 이러한 여러 가지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인식한 상태에서 택시운전근로자의 안정된 생활 보장 등 긍정적 입법 효과를 더 우선시하여 이 사건 특례조항을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 사건 특례조항 도입 당시 일반택시운송사업자들의 회사 경영 상황이나 일반택시운송사업의 운송수입 구조상 매년 최저임금액 인상에 따라 이 사건 특례조항의 취지와 같이 고정급을 인상하는 것에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유효하다고 보는 것은 이러한 구체적인 입법 경과와 입법 취지에 반하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이 사건 특례조항은 일반택시운송사업에서의 일반택시운송사업자와 택시운전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를 특별히 규율하고 있다.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를 사법(私法)상 허용할 것인지는 일반택시운송사업에서 이러한 합의가 가지는 규범적 의미 역시 함께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일반택시운송사업과 관련하여 국가에 의한 면허 제도를 운영하면서 상당한 규제와 지원을 함께 하고 있다. 이는 일반택시운송사업이 가지는 공공성을 전제로 택시운송사업에 관한 질서를 확립하고 여객의 안전하고 원활한 운송을 도모하여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공공복리를 증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을 고려하면, 택시운전근로자에게 보다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이 사건 특례조항은 더 많은 운송수입을 얻으려는 택시운전근로자들의 무리한 운행을 방지하여 일반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고 운송질서를 저해하는 현상을 막고자 하는 목적 역시 전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및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실질적으로 의도하고 있는 국민의 안전 및 교통편익 증진과 같은 입법 취지를 근로관계 당사자가 개별적 합의를 통해 잠탈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라) 소정근로시간 단축이 근로관계 당사자들 사이의 자발적인 합의에 의한 것이라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특례조항의 취지를 회피하기 위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를 유효라고 할 수는 없다.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의 취지를 잠탈하기 위한 행위 그 자체일 뿐인데도 역으로 이러한 합의를 오히려 중시하여 유효하다는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강행법규가 보호하는 이익을 보호의 대상자가 스스로 포기하기로 하였다고 하여 강행법규의 취지와 규범으로서의 효력이 부정될 수는 없다.

마)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효력을 유효하다고 해석하게 되면, 장래 최저임금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한 소정근로시간 단축 행위를 계속적으로 허용하게 되고,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부합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에 대해서도 탈법행위를 이유로 직접적으로 무효라고 판단할 수 없게 되어 심히 부당하다. 또 근로기준법은 4주 동안을 평균하여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해 주휴일제도(제55조)와 연차유급휴가제도(제60조)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고(제18조제3항), 이러한 초단시간근로자에 대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퇴직급여제도를 설정할 사용자의 의무를 면제하고 있다(제4조제1항 단서). 그리고 1개월간 소정근로시간이 60시간 미만인 자는 고용보험 적용 제외 대상자이고(고용보험법 제10조제2호, 같은 법 시행령 제3조제1항), 건강보험의 직장가입자에서도 제외된다(국민건강보험법 제6조제2항제4호, 같은 법 시행령 제9조제1호). 이처럼 여러 법률은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에 따라 근로자 보호 규정 내지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중대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유효하다고 해석하게 되면, 이러한 수준 이하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도 다른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므로, 택시운전근로자들로서는 근로기준법 등의 적용에서 큰 불이익을 입을 수 있는 불안한 지위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불합리하여 수긍하기 어렵다.

3) 앞에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2회에 걸쳐 변경한 취업규칙 중 소정근로시간 부분은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에 따라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을 외형상 증액시키기 위해 변경한 것으로,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이다.

 

다. 피고의 주장 등에 대한 판단

1) 피고는 설령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라 할지라도, 원고들이 실제 근무한 시간은 월 209시간이 아니고, 오히려 1차 변경 취업규칙에서 정한 182 시간이 실제에 부합하므로 이를 기준으로 미지급임금이 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았을 때, 단체 협약 또는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무효인 경우,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 미지급 여부와 관련하여 종전에 정한 소정근로시간 조항(월 209시간)이 근로관계 당사자 사이에 효력을 미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근로자가 근로의무를 부담할 것을 약정하고, 사용자가 그 근로의무의 이행에 관하여 임금을 지불하기로 약정한 시간인 소정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수당 등을 산정하기 위한 전제가 되는 통상임금의 계산, 최저임금법상 비교대상 임금의 시간급 환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퇴직금 제도의 설정의무 존부 결정 등을 위한 도구 개념이다. 반편 판례는 근로기준법 제50조가 정한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아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 즉 실근로시간을 말한다고 하고 있다(대법원 1992.10.9. 선고 91다14406 판결 등 참조). 즉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아 실제 근로한 시간인 실근로시간과 관련하여 근로기준법은 1일 또는 1주의 기준근로시간을 정하는 방식으로 이를 규제함과 동시에 이러한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한 실근로시간에 대해서는 가산임금 지급의무를 긍정하고 있다(제50조, 제53조, 제56조 등). 이와 같이 소정근로시간과 실근로시간은 개념상 구분되는 것으로 양자가 양적으로 반드시 일치해야만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유효하다고 할 수는 없다.

나) 이 사건은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실제 근무형태나 근로시간에 아무런 변경이 없음에도 탈법적 의도를 가지고 소정근로시간만을 형식적으로 단축하여 그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무효인 사안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경우 근로관계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효력이 없는 변경된 소정근로시간이 아니라 기존의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에 상응하는 근로의무를 여전히 부담하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판례는 단체협약 중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하여 정한 부분인 이른바 규범적 부분은 단체협약이 실효되더라도 다른 사정이 없는 한 그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고 있던 개별적인 근로자의 근로계약의 내용으로서 여전히 남아 있어 사용자와 근로자를 규율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대법원 2000.6.9. 선고 98다13747 판결, 대법원 2014.6.26. 선고 2011다33825 판결 등 참조). 마찬가지로 새로이 체결된 단체협약상 규범적 부분인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애초부터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인 경우라면, 종전 단체협약이 유효기간 만료 등으로 실효된 채 노사 간에 무협약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과 규범적 상황이 다르지 않으므로, 위와 같은 판례 법리가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2) 피고는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가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항변하나,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추상적 규범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를 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러한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살피건대, 원고들이 강행법규에 반하는 취업규칙의 변경으로 인해 받지 못한 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변경된 취업규칙에 동의하였다는 등의 사정이나 을 제31, 32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만으로는 앞서 본 법리와 같이 원고들이 피고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 피고의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라. 최저임금 미달액

갑 제1호증의 1, 2, 갑 제13, 1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소정근로시간 월 209시간(격일제 근로자의 경우 월 13일 만근 기준)을 기준으로 한 원고들의 2010.7.부터 2015.3.까지의 최저임금 미달액을 계산하면 별지 원고별 청구금액의 ‘원고별 청구금액’란 기재와 같게 된다.

 

마.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원고별 청구금액의 각 해당 ‘원고별 청구금액’란 기재 금액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지급기일 이후로서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2015.8.21.자 청구취지 변경신청서 송달 다음날인 2015.8.22.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투는 것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0.2.6.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제1항 본문, 구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제1항 본문의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2019.5.21. 대통령령 제297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피고의 선이행항변, 상계항변 및 예비적 반소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피고의 주장

1, 2차 변경 취업규칙 이후에도 2012.1.1. 시행 취업규칙, 2013.1.1. 시행 취업규칙, 2014· 1.1. 시행 임금협정서(이하 ‘각 변경된 취업규칙 및 임금협정’이라고 한다)에 따라 근로시간을 각 변경하면서 각 변경된 소정근로시간에 해당하는 사납금을 1일 138,000원으로 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 그 사납금을 종전과 비슷한 1일 138,000원으로 정했다면 실질적으로 사납금을 인상한 셈이 되고, 비록 1, 2차 변경 취업규칙 중 소정근로시간을 월 209시간에서 단축한 부분이 무효가 된다고 하더라도 사납금(인상)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것이다. 각 변경된 취업규칙 제41조 및 임금협정 제52조, 제53조는 근로자들이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하는 경우에 ‘연장근로수당’ 명목의 고정급을 추가로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되, 근로자들이 변경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한 시간에 대한 고정급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그 선이행으로 초과 근로시간에 상응하는 시간당 추가 사납금을 피고에게 납부하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들이 추가 임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각 변경된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1일 사납금을 시간당 사납금으로 환산하여 2014년의 경우 1시간 당 24,470원, 2015년의 경우 1시간 당 26,418원의 비율에 의한 사납금을 추가로 지급하여야 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 A으로부터 30,208,814원, 원고 B으로부터 28,490,236원, 원고 C으로부터 27,409,798원, 원고 D으로부터 29,094,505원, 원고 E로부터 26,933,599원, 원고 F로부터 28,473,323원, 원고 G으로부터 28,064,836원, 원고 H로부터 27,818,265원, 원고 I로부터 28,473,323원, 원고 J으로부터 27,375,922원, 원고 K로부터 27,835,198원의 각 추가 사납금을 선이행받은 다음 원고들에게 최저임금 부족분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설령 피고의 선이행항변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원고들에 대한 추가 사납금 청구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들의 임금채권과 대등액의 범위에서 상계하고, 피고는 예비적으로 원고들에게 위 추가사납금의 지급을 구한다.

2) 원고들

원고들이 피고 주장과 같은 추가 사납금을 지급하게 될 경우 결과적으로 원고들이 받게 되는 금액은 최저임금에 미달하게 되므로 최저임금법의 취지에 반한다.

 

나. 판단

피고의 선이행항변, 상계항변 및 예비적 반소 청구는 모두 1, 2차 변경 취업규칙 중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 그 사납금을 종전과 비슷한 금액으로 정했다면 실질적으로 사납금을 인상한 것이 되기 때문에 피고는 원고들에 대하여 그 인상분에 해당하는 추가 사납금 청구 채권을 가진다는 주장을 그 전제로 한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았을 때 1, 2차 변경 취업규칙에 의해 사납금이 인상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위 각 항변 및 예비적 반소 청구는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① 1, 2차 변경 취업규칙에서 사납금을 인상하는 결정이 명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② 피고는 1, 2차 변경 취업규칙과 임금협정서에서 정한 초과근로시간에 대한 추가사납금 납부 규정을 피고 주장의 근거로 들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는 초과근로시간에 대한 규정일 뿐이고, 원고들은 소정근로시간 근무에 관하여 미지급된 최저임금 부족분의 지급을 구하고 있는 것이어서 피고가 주장하는 규정을 들어 원고들에게 추가사납금을 청구할 수는 없다.

③ 사납금이 실질적으로 인상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은 1, 2차 변경 취업규칙 중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부분이 무효일 때, 위 취업규칙의 다른 부분인 사납금에 관한 가정적 의사와 관련된 주장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15조는 민법 제137조 본문이 정한 일부 무효시 전무 무효 원칙의 적용을 명시적으로 배제하고 있는데, 근로기준법이 정한 최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단체협약·취업규칙·근로계약은 무효가 되고(제1항), 그 무효로 된 부분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으로 보충된다(제2항). 노동사건 재판실무에서는 흔히 근로기준법 제15조의 적용이 문제되고, 그런 사건에서는 ‘일부 무효 부분이 없더라도 당사자들이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인가’ 또는 ‘일부 무효임을 알았더라면 당사자들이 다른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인가’라는 가정적 의사를 탐구할 필요가 없다.

④ 사납금제 방식하에서 인상된 임금에 상응하는 금액의 사납금을 소급하여 지급하게 되면 이는 실질적으로 임금의 일부를 반납하는 결과가 되어 결국 원고들이 받게 되는 금액이 다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사태를 초래하게 된다.

⑤ 사용자가 고정급 인상을 위해 그 재원이 되는 사납금을 증액하는 것이 통상적일 수는 있으나 반드시 필연적인 것은 아니고,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에 따라 사용자가 고정급을 인상하면서 회사 경비를 절감하여 사납금을 높이지 않는 경우 등도 있을 수 있으므로 고정급 인상을 위해서 사납금의 인상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고 볼 수도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본소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그 각 나머지 청구 및 피고의 반소 청구는 이유 없어 각 기각하여야 한다.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한 제1심판결 중 위 인정금액에 해당하는 원고들 패소 부분은 부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피고에 대하여 위 인정금액의 지급을 명하며, 원고들의 나머지 패소 부분은 정당하므로 이에 대한 원고들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고, 피고의 반소 청구는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규설(재판장) 김혜선 김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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