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이 사건 집회는 이 사건 지회가 그 소속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되었던 점, 피고인들은 이 사건 지회가 소속된 산업별 노동조합의 전략조직부장 및 이 사건 지회의 지회장으로서, 피고인들은 이 사건 집회의 진행과 준비를 위하여 이 사건 집회 당일 이 사건 사업장에 출입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들은 이 사건 사업장의 비종사 조합원이고, 이 사건 집회의 시간, 장소, 방법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집회는 피해 회사의 효율적 사업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들이 이 사건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이 사건 사업장에 들어간 행위 또한 쟁의행위의 일환으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사용자의 효율적인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원칙적으로 사업장 내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조합법 제5조제2항의 개정 취지에도 부합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은 정당한 조합활동을 위하여 이 사건 사업장에 출입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러한 조합활동으로 인하여 피해 회사의 기업운영이나 업무수행, 시설관리 등에 실질적으로 지장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이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이 사건 사업장에 들어간 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창원지방법원 2021.12.23. 선고 2021노1841 판결】
• 창원지방법원 제3-2형사부 판결
• 사 건 / 2021노1841 폭력행위등처 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
• 피고인 / 1. 이○▽▽, 2. 김△△
• 항소인 / 피고인들
• 검 사 / 성진영(기소), 박혜진(공판)
• 원심판결 /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21.7.7. 선고 2021고정51 판결
• 판결선고 / 2021.12.23.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법리오해)
피고인들은 노동조합의 정당한 조합활동을 위하여 ○○△△해양 주식회사 ○○조선소(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 들어간 것이므로, 이러한 피고인들의 행위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2. 공소사실의 요지
피 고인 이○▽▽은 전국금속노동조합 전략조직 부장이고, 피고인 김△△는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지회장이다.
피고인들은 2020.7.10.경 불상의 장소에서 피해자 ○○△△해양 주식회사(이하 ‘피해 회사’라 한다.)에 ‘2020.7.16. 12:00경 거제시 거제대로 ○○○○에 있는 피해 회사가 관리 하는 ○○조선소 내 PDC#1 민주광장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 지회가 주최하는 집회의 참석을 위한 출입을 허가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고, 이에 대하여 같은 달 14.경 피해 회사 직원인 유○정은 피고인들에게 집회개시·종료시간, 진행동선, 규모, 방법이 불분명하다는 이유 등으로 위 조선소 내의 출입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회신 공문을 보냈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같은 달 16. 10:43경 위 조선소 정문 출입 통제 담당 직원으로부터 출입을 제지받았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위 조선소 정문을 통과하여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위 조선소 내부로 들어갔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피해 회사가 관리하는 건조물에 침입하였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노동조합의 조합활동은 근로자가 가지는 결사의 자유 내지 노동3권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 제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는 민형사상 면책이 된다(노동조합법 제4조, 형법 제20조). 노동조합의 활동이 정당하다고 하려면, 첫째 주체의 측면에서 행위의 성질상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볼 수 있거나 노동조합의 묵시적인 수권 혹은 승인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둘째 목적의 측면에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근로자들의 단결 강화에 도움이 되는 행위이어야 하며, 셋째 시기의 측면에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별도의 허용규정이 있거나 관행이나 사용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 외에는 원칙적으로 근무시간 외에 행하여져야 하고, 넷째 수단·방법의 측면에서 사업장 내 조합활동에서는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규율이나 제약에 따라야 하며 폭력과 파괴행위 등의 방법에 의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이 중에서 시기·수단·방법 등에 관한 요건은 조합활동과 사용자의 노무지휘권·시설관리권 등이 충돌할 경우에 그 정당성을 어떠한 기준으로 정할 것인지 하는 문제이므로, 위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조합활동의 필요성과 긴급성, 조합활동으로 행해진 개별 행위의 경위와 구체적 태양, 사용자의 노무지휘권·시설관리권 등의 침해 여부와 정도, 그 밖에 근로관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충돌되는 가치를 객관적으로 비교·형량하여 실질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7.29. 선고 2017도2478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은 정당한 조합활동을 위하여 이 사건 사업장에 출입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러한 조합활동으로 인하여 피해 회사의 기업운영이나 업무수행, 시설관리 등에 실질적으로 지장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공소사실 기재 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1) 이 사건 지회가 2020.7.16. 이 사건 사업장에서 개최한 집회(이하 ‘이 사건 집회’라 한다)는 피해 회사 하청노동자 임금인상 및 권리보장을 목적으로 계획되었고, 실제 집회 현장에서 “하청노동자들의 상여금 300%를 쟁취하자”는 등의 구호가 외쳐졌으며, 그와 같은 내용의 플래카드 등이 설치되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집회는 이 사건 지회가 그 소속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되었다.
2) 피고인 이○▽▽은 이 사건 지회가 소속된 산업별 노동조합인 전국금속노동조합의 전략조직부장이고, 피고인 김△△는 종전에 피해 회사 내 하청업체에서 근무하다 해고된 상태였으나 이 사건 당시 이 사건 지회의 지회장으로서, 사실상 이 사건 집회를 주도하고 진행하여야 하는 역할을 하여야 하였으므로, 피고인들은 이 사건 집회의 진행과 준비를 위하여 이 사건 집회 당일 이 사건 사업장에 출입한 것으로 보인다.
3) 이 사건 집회가 개최된 장소는 이 사건 사업장 내에서 ‘민주광장’이라고 불리는 광장으로서 사방이 트인 넓은 공간이고, 사무동에서도 비교적 거리가 있는 곳이다. 따라서 이 사건 집회가 주요 생산시설이나 사무공간을 점거하거나 그와 인접한 곳에서 개최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사업장이 방위사업법 제35조에서 정한 ‘주요방위산업체’이고, 통합방위법에 의해 지정된 국가중요시설 ‘가급’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업장의 시설이나 보안에 대한 실질적인 침해의 위험이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4) 이 사건 집회는 12:00경에 시작되었고, 12:40경부터는 피해 회사 서문 방향으로 행진을 한 후 13:15경 서문을 나서며 집회가 마무리되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집회는 종료되고 해산하는 과정에서 점심시간을 조금 넘긴 13:15경에 최종적으로 끝나기는 하였으나 주로 점심시간 내에 진행되었다.
5) 피고인들을 포함한 이 사건 집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집회 과정에서 다른 작업자들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폭행, 협박 또는 물리력을 행사한 바 없고, 단지 함께 구호를 외치거나 행진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집회를 진행하였다.
6) 피고인들이 이 사건 사업장에 노동조합차량을 타고 들어갈 당시 피해 회사의 경비업무를 담당한 직원인 박○준은 피고인들을 알아보고 출입을 제지할 목적으로 “차량을 옆으로 세워서 출입할 수 있는지, 발열체크를 하여야 한다”고 말하였는데, 위 차량을 운전하던 사람이 차량을 세우지 않고 그냥 들어갔을 뿐이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이 사건 사업장에 들어가면서 폭행 등의 물리력을 행사하며 강제적으로 진입하였다고 볼 수도 없고, 피해 회사 측이 현장에서 명확하게 피고인들의 출입을 저지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7) 나아가, 피고인들은 이 사건 사업장의 비종사 조합원이고, 위와 같은 이 사건 집회의 시간, 장소, 방법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집회는 피해 회사의 효율적 사업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들이 이 사건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이 사건 사업장에 들어간 행위 또한 쟁의행위의 일환으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사용자의 효율적인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원칙적으로 사업장 내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조합법 제5조제2항의 개정 취지에도 부합한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제6항에 따라 이를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위 2항 기재와 같다.
2.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3항 기재와 같은 이유로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되, 형법 제58조제2항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성열(재판장) 김기풍 장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