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사용자의 노동조합 지배, 개입 행위의 부정적 영향의 정도 및 이에 대한 예방의 필요성 측면, 근로자의 생계를 위협하고 이를 약점 삼아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개선 요구를 위한 협상의 여지 자체를 닫아버린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점 등을 참작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함께 보호관찰, 부당노동행위 예방교육 수강명령, 사회봉사명령을 명함.
【대구지방법원 2022.7.8. 선고 2021고단2843 판결】
• 대구지방법원 판결
• 사 건 / 2021고단2843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
• 피고인 / A (65년 남)
• 검 사 / 김민정(기소), 김윤식(공판)
• 판결선고 / 2022.07.08.
<주 문>
피고인을 징역 6월에 처한다.
다만 피고인에 대하여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1년간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20시간의 부당노동행위 예방교육의 수강을, 320시간의 사회봉사를 각 명한다.
<이 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경북 ○○시 소재 B판매대리점(이하 ‘이 사건 대리점’)의 대표로서 상시근로자 13명을 사용하여 C자동차 주식회사와 자동차 판매에 대한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고 자동차판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1. 확약서 작성(지배개입에 의한 부당노동행위)
사용자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8.11.16.경 D를 포함한 이 사건 대리점 소속 카마스터(car master, 자동차 판매대리점주와 자동차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자동차 판매, 수금, 채권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자동차 판매원을 말한다)들에게 “향후 어떠한 환경변화가 있더라도 판매연대(금속노동조합 자동차판매연대를 의미한다)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기재된 확약서를 작성하게 하여 근로자들의 노동조합 조직 또는 운영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
2. 카마스터 D와의 판매용역 재계약 거부(불이익처분 및 지배개입에 의한 부당노동행위)
사용자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에 가입 또는 가입하려고 하였거나 노동조합을 조직하려고 하였거나 기타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대리점 소속 카마스터 D가 같은 대리점 소속 카마스터 7명과 함께 전국금속노동조합 자동차판매연대 부산양산지회에 가입 또는 가입하려고 하였거나 노동조합을 조직하려고 한 것 등을 이유로 2019.1.14. 위 D와의 판매용역 재계약을 거부하는 등 불이익취급에 의한 부당노동행위를 함과 동시에 근로자들의 노동조합 조직 또는 운영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
3. 단체교섭 요구사실 공고 절차 미이행(단체교섭 해태에 의한 부당노동행위)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피고인은 2019.1.14. 위 노동조합으로부터 단체교섭 요구를 받았으므로, 이러한 경우 피고인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의2,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의3이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7일간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여 단체교섭에 참가할 노동조합을 확정하고 교섭대표노조를 선정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정당한 이유 없이 위 단체교섭 요구일인 2019.1.14.부터 2019.11.14.까지 위 단체교섭 요구 사실 공고 절차를 진행하지 아니하여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을 거부 또는 해태에 의한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법정진술
1. E, F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G 등 8명의 H 확인서에 대한 진술, I 등 3명의 진술서, J, K, L, M, N, O, G의 각 사실확인서, P, I, Q, R, S의 각 확인서
1. 대법원판결(2019두33712), 경북지노위 판정서(2019부노10), 중노위판정서(2019부121, 123)
1. H, R, P의 판매실적표, 녹취록, 각서, 자동차판매용역계약서
1. 경산남부상조회결의문 문자메시지 내용, D가 피고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 사진
1. 2차 확약서 사본, 1차 확약서 사본, 11월 14일자 내용증명에 대한 답신
1. 전화 등 사실확인 내용, 준비서면, 경북지노위판정서(2019부해255), 중노위판정서(2019부해816)
1. 수사자료 입수보고, 서울행정법원 2019구합81544 사건내용, 확인서(T 등 4명), 카마스터 2016년~2018년 차량판매내역, 녹취록, 준비서면
1. 자동차 판매 용역계약 해지 2차통보, 단체행위 중지 요청서
1. 수사보고(행정소송판결문 첨부)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각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0조, 제81조제1항제4호(지배개입에 의한 부당노동행위의 점, 징역형 선택),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0조, 제81조제1항제1호(불이익처분에 의한 부당노동행위의 점, 징역형 선택),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0조, 제81조제1항제3호(단체교섭 해태에 의한 부당노동행위의 점, 징역형 선택)
1. 상상적 경합
형법 제40조, 제50조[D에 대한 지배개입에 의한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죄와 D에 대한 불이익처분에 의한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죄 상호간]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제1항제2호, 제50조
[양형의 이유]
우리 헌법은 제33조제1항에서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33조제1항이 근로자에게 근로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뜻은 근로자가 사용자와 대등한 지위에서 단체교섭을 통하여 자율적으로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한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노사 간 실질적 자치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동조합의 자주성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헌재 2018.5.31. 2012헌바90 참조). 그런데 사용자가 대항적 관계에 있는 노동조합의 조직 또는 운영을 지배하거나 개입할 경우 노동조합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사용자의 지배·개입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였다. 즉, 이 사건 처벌조항은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조직·운영에 지배·개입하는 것을 처벌함으로써 사용자로부터 노동조합의 자주성 및 독립성을 확보하여 궁극적으로 근로3권의 실질적인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사용자가 부당노동행위를 할 경우 노동위원회의 구제절차가 마련되어 있기는 하다(노동조합법 제82조, 제84조). 그러나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은 일단 사용자가 부당노동행위를 한 경우 사후적인 원상회복을 목적으로 하므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예방하는 수단으로서는 불완전하다. 원상회복주의만을 취할 경우 부당노동행위 그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처벌도 따르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부당노동행위 금지에 대한 규범의식이 결여될 수 있다. 아울러 사용자가 구제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는 한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에 대하여는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아니하여 사용자가 원하는 경우에 언제든지 부당노동행위를 다시 행할 여지가 있으므로, 악의적이고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사후적 원상회복만으로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특히 사용자가 노동조합에 대하여 지배·개입함으로써 노동조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단순히 금전으로 환산하여 배상하는 것만으로는 완전한 원상회복이 곤란할 가능성이 크다. 즉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이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등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예방한다는 측면에서 형벌과 동등하게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헌재 2022.5.26. 2019헌바341 결정 참조). 이처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의 양정을 정할 때에는 위 법에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형사처벌하는 의미, 즉 사용자의 노동조합 지배·개입 행위의 부정적 영향의 정도 및 이에 대한 예방의 필요성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 각 범행은 사용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근로자의 건전한 노동조합활동을 부당하게 억제함으로써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및 노동관계의 공정한 조정을 저해하는 범행인 점에 비추어 범죄의 위법성이 가볍지 않다. 이 사건 구체적 경위를 살펴보면, 피고인은 특수고용근로자인 카마스터들의 불안정한 노동조건(2년마다 반복되는 재계약, 추상적인 계약 해지 사유 등, 특히 계약 해지의 구체적 기준으로 피고인이 카마스터들과의 사이에 판매수익을 월 3개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정했다고 하나, 관련 행정소송 판결에서 보듯이 피고인은 그 판매수익실적을 카마스터들과의 계약 해지에 있어 절대적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을 약점 삼아 카마스터 근로자들의 상조회 활동 또는 노동조합 가입 여부를 문제삼았다. 특히 피고인 운영 대리점에서 장기간 근무해오고 판매실적도 월등했던 E에 대해 2회에 걸쳐 계약 해지 통보를 하고, 그 계약 해지 통보철회를 조건으로 상조회 가입 카마스터들에게 상조회 활동 축소 또는 노동조합 가입금지 약속을 받았으며, 카마스터 D에게는 노동조합 조직 등을 이유로 기존 관행과 맞지 않게 재계약 체결을 거부하였다. 이러한 피고인의 부당노동행위는 단순히 근로자들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만을 방해한 것이 아니라 그 방해를 위해 근로자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이를 약점 삼아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개선 요구를 위한 협상의 여지 자체를 닫아버린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근로자들은 노동조합 등에 가입하여 피고인과 사이에 근로조건 개선을 협상하다가는 높은 판매실적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해지당해 직업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들은 피고인의 위와 같은 부당노동행위로 인해, 카마스터 계약 유지 및 재계약 체결과정에 있어 자신의 노동가치를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자신의 생계유지도 피고인의 의사에 좌우된다고 느꼈다고 호소하고 있다. 위 호소 및 탄원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근로자들은 피고인의 부당노동행위를 다투는 과정에서 정신적 피해를 크게 입은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카마스터 D는 피고인의 부당노동행위로 인해 피고인과 사이에 재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2019.1. 이후 현재까지 복직 내지는 다른 곳에 취직하지 못하고 무직 상태에 있었다. D는 4년간 피고인의 자신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를 다투기 위해 각종 쟁송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특히 D에게는 피고인의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심적 고통을 받은 것 이외에도 경제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고인은 이 사건 부당노동행위 당시 카마스터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는 근로자인지 몰랐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2015년 민주노총 산하 카마스터 노동조합이 결성된 이래 전국 각지에서 C 및 U 자동차판매대리점에서 카마스터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하다가 판매점주로부터 지배 개입 및 불이익의 부당노동행위를 당했다고 행정심판을 수십 건 제기하였고, 2018년 6월경 행정법원에서 카마스터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였다. 위와 같은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은 U·C 자동차판매대리점을 중심으로 카마스터들의 노동조합 가입 가능성에 대해 전국적으로 문제가 제기되다가 2016년경 발생한 노동조합 가입을 이유로 한 카마스터 계약 해지 사건이 언론의 주목을 끌며 법적 쟁송에 나아가기에 이른 것이므로, 위 카마스터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행정소송 결과가 나온 이후인 2018년 11경에는 C 자동차판매점주였던 피고인도 카마스터의 근로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을 인지하였을 것으로 보인다(특히 피고인이 2018.11.경 카마스터들과 작성한 2차 협약문에 1차 협약문에는 없던 노동조합 가입 금지 조항을 삽입하였던 점에 비춰 보아 더욱 그렇다). 설령 피고인이 이를 몰랐다고 하더라도 카마스터들의 노동조합 가입 및 운영 등을 이유로 그들의 생계가 걸려있는 계약 해지 통보 또는 재계약 체결 거부 의사를 밝히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한편, 카마스터 근로자들의 탄원서 내용을 보면, 이 사건 각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행정심판 결과와 C 및 U차 카마스터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온 2019. 말 이후에도 피고인은 피고인 운영 대리점에서 일하는 노동조합 소속 카마스터들에게 지속적으로 비우호적·비협조적인 노동환경을 제공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이 사건 부당노동행위에 대하여 카마스터들과 정당하게 다투는 것과는 별개로 피고인 운영 사업장에서 일하는 카마스터들에게 비우호적·비협조적인 근로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면, 이는 근로자들의 노동조합 가입 및 운영을 원인으로 하여 벌어진 이 사건 범행에 대하여 피고인의 반성 없음을 보여줄 뿐 아니라 노동조합 가입 근로자들에게 추가적인 피해를 준 것이나 다름 없다(다만, D를 비롯한 근로자들도 피고인의 집, 교회 등 공적 영역 외 사적 영역에서까지 피고인에게 명예훼손 및 모욕적 발언을 지속하였고 그로 인해 피고인도 적잖은 고통을 받았다고 보이는데 그런 상황에서 피고인이 피고인 운영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조합 가입 근로자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을 참작한다).
앞서 든 위와 같은 사정들과 그 외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류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