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원고의 업무(아르곤 용접, 이산화탄소 용접, 절단, 타공 등)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기저핵 내출혈(좌))이 발생하였다거나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서울행정법원 2021.9.8. 선고 2020구단18545 판결】

 

• 서울행정법원 판결

• 사 건 / 2020구단18545 요양불승인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1.08.11.

• 판결선고 / 2021.09.08.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20.2.3.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17.8.28. 주식회사 B에 입사하여 아르곤 용접, 이산화탄소 용접, 절단, 타공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나. 원고는 2019.5.16. 21:22경 양주시 C 밑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되어 119구조대에 의해 D병원 응급실로 후송된 후 ‘기저핵 내출혈(좌)’(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로 진단받고 2019.9.25.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2020.2.3.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결과를 근거로 삼아, 위 신청을 불승인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2020.3.30.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 청구를 하였으나, 위 위원회는 2020.8.12. 이를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2, 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고혈압에 대한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았고, 음주를 줄이고 전자담배로 바꿨으며, 운동을 자주 하는 등 건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런데 사업주가 보안경은 물론 안전마스크도 지급해 주지 않아 강력한 용접불빛과 발암물질이 포함된 매연, 누출된 가스 등에 장시간 노출되는 등 유해한 작업환경에서 주 2회 저녁 8시까지 연장근무를 하였는바, 이러한 과로 및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을 유발 또는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시켰으므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의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상당인과관계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등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는 증명되어야 한다(대법원 2012.5.9. 선고 2011두30427 판결 등 참조).

2) 갑 제3호증, 을 제3, 4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E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 촉탁결과, 이 법원의 F의원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의 업무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다거나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결국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가) 원고는 발병 전 24시간 이내에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이 발생하거나 급격하게 업무 환경이 변화된 바 없다.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가 임금대장 등을 기초로 연장근무시간까지 포함하여 계산한 바에 의하면, 원고의 발병 전 1주 동안의 업무시간은 37시간, 발병 전 4주 동안의 1주 평균 업무시간은 40시간 45분, 발병 전 12주 동안의 1주 평균 업무시간은 39시간 45분에 불과하고, 달리 원고의 업무시간이 누락되어 산정되었음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할 정도로 과도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

나) 원고는 2012.8.9.부터 발병일까지 기타 및 상세불명의 원발성 고혈압으로 5회, 신부전이 없는 고혈압성 신장병으로 4회 치료를 받았고, 2018.1.23., 2019.3.22. 및 2019.5.15.에도 기타 및 상세불명의 원발성 고혈압으로 치료를 받은 바 있다. 원고의 혈압(수축기/이완기)이 219/135mmHg(2018.1.23. 측정), 225/145mmHg(2019.3.22. 측정), 223/128mmHg(발병 전날인 2019.5.15. 측정)로 매우 높고, 체중이 97kg에 이르며, 모친도 혈압이 높아 가족력이 있는 등 뇌혈관 질환의 위험인자를 다수 보유하고 있었다.

다) 그럼에도 원고는 평소 약을 꾸준히 복용하여 고혈압을 관리한다거나 금주, 금연을 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바(F의원의 의무기록에 원고가 평소 고혈압 약을 잘 복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고혈압과 위험인자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을 여지가 크다.

라) 비록 원고가 유해한 작업환경에 노출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위와 같이 뇌혈관 질환의 위험인자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반면, 용접불빛이나 발암물질이 포함된 매연과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객관적인 자료는 없는 이상, 막연히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해 이 사건 상병이 발생 또는 악화되었다고 추단할 수는 없다.

마) 감정의는 ‘이 사건 상병의 양태와 원고의 기저질환에 비추어 기왕증이나 위험인자로 인한 뇌출혈의 가능성을 100% 인정하는 것이 적절하고, 원고의 출혈양상인자발성, 엽성 출혈과 용접 시 발생하는 연기 등 유해환경은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의학적 소견을 밝히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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