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망인은 퇴근 후 자신이 총괄담당자인 회사(D)의 팀과 협력사 직원들과 함께 회식에 참석하여 3차를 마치고 귀가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과속하던 택시와 충돌하여 다발성 손상 등으로 사망하였는바, 3차 회식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업무와 관련되어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였고, 망인이 1, 2, 3차 회식에서 마신 술로 취하였으며, 음주를 한 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망인이 횡단보도를 건넌 경위를 정확히 알기 어렵고, 신호를 위반하여 횡단보도를 횡단하였다고 하더라도 망인이 술에 취해 순간적인 판단으로 화장실에 가려고 하였던 것은 아닌가 하는 점 등에 비추어 그것을 자해행위 등으로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택시 기사가 제한속도를 준수하였을 경우 충돌하지 않았거나,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 또한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망인의 업무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서울행정법원 2022.4.21. 선고 2020구합83461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13부 판결

• 사 건 / 2020구합83461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2.02.24.

• 판결선고 / 2022.04.21.

 

<주 문>

1. 피고가 2020.3.13.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B(C생 남자,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08.6.30. D 주식회사(이하 ‘D’이라 한다)에 입사하여 정보기술실 산하 IT업무팀에서 과장 직급으로 RPA 프로젝트 총괄담당자, 선물옵션 매매시스템 개발/운영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나. 망인은 2019.10.23. 퇴근 후 회사 RPA팀, 협력사 직원들과 함께 회식에 참석하여 3차를 마치고 귀가하다가 2019.10.24. 00:08경 여의도공원 방향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과속하던 택시와 충돌하여 다발성 손상 등으로 사망하였다.

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2020.3.13. 망인의 3차 회식은 사업주 지배관리하의 공식적인 행사로 인정되지 않아 취업 관련성이 없고, 사고 당시 통상적인 출퇴근 경로를 벗어나 왕복 10차로의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정상신호에 진행 중인 차량에 부딪히는 사고로 사망에 이르게 된 점 등에 비추어 통상의 출퇴근 중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부지급결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라. 원고가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20.9.1. 1차 회식은 사업운영상 필요하다고 볼 수 있으나, 2, 3차 회식의 경우 1차 회식에 참가한 인원이 대부분 불참한 점에서 참석의 강제성이 없어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로 보기 어렵고, 회식에서 업무 관련 이야기를 하였다 하더라도 망인이 무단횡단을 하던 중에 발생한 재해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보아 심사청구를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5, 7, 8, 9, 1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이 참석한 회식은 1차부터 3차까지 모두 업무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사업주의 전반적인 지배·관리 하에 있어 업무관련성이 인정되고, 회식에서 과음하여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발생하게 되어 사고가 발생한 것이며, 망인이 보행자 신호 점멸 상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등 교통사고 발생시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과속 중인 택시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와 관련성이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다. 인정사실

1) RPA 파일럿 프로젝트

- RPA는 Robotic Process Automation의 약자로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D의 업무과정을 자동화 하는 사업으로, 시범 사업임

- 계약기간 : 2019.9.26. ~ 2019.11.30.

- 발주자 : D, 수급자 : E 주식회사, 재수급자 : 주식회사 F(이하 ‘협력사’라 한다)

- D에서는 망인, 협력사에서는 G 대리가 총괄책임자(project manager)였음

- 2019.9.26. 첫 공식 회의

- 2019.10.18. 회의에서 2019.10.23. 퇴근 후 회식이 결정됨

2) 회식 개요 <생략>

3) G은 망인이 1차 때 소주 한 병반, 맥주 한 병, 2차 때 와인 한 병, 3차 때 맥주 600cc 두잔 정도를 마셨다고 진술하였다.

4) 망인은 2019.10.24. 00:08경 3차 회식을 마치고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영업용택시와 충격하는 사고를 당하였는데, 택시는 시속 95.2km 또는 96.9km로 운행하여 속도위반 상태로 주행 중이었고 망인이 횡단할 당시 차량용 신호는 녹색이었다. 사고 현장 당시 상황은 다음과 같다. <그림 생략>

5) 망인은 자택에서 근무지까지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였다. 그런데 사고 발생장소는 자택으로 가는 방향인 여의도환승센터의 반대편으로 가는 횡단보도상이다.

[인정근거] 갑 제10, 11, 12, 15, 16, 17, 21, 22호증의 각 기재, 갑 제20호증의 영상, 증인 G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근로자가 회사 밖의 행사나 모임에 참가하던 중 재해를 입은 경우에 그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 목적, 내용, 참가인원과 그 강제성 여부, 운영방법, 비용부담 등의 사정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그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고 또한 근로자가 그와 같은 행사나 모임의 순리적인 경로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는 회식 과정에서 근로자가 주량을 초과하여 음주를 한 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 등의 재해를 입은 경우 이러한 재해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 이때 상당인과관계는 사업주가 과음행위를 만류하거나 제지하였는데도 근로자 스스로 독자적이고 자발적으로 과음을 한 것인지, 업무와 관련된 회식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따르는 위험의 범위 내에서 재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아니면 과음으로 인한 심신장애와 무관한 다른 비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재해가 발생하였는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3.26. 선고 2018두35391 판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는 근로자의 생활보장적 성격이 있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과실을 요하지 아니함은 물론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근로자의 과실을 이유로 책임을 부정하거나 책임의 범위를 제한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해당 재해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2항에 규정된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경우가 아닌 이상 재해 발생에 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되어 있음을 이유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함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3.30. 선고 2016두31272 판결).

2) 위 인정사실, 갑 제4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을 고려하면, 3차 회식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업무와 관련되어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였고, 망인이 1, 2, 3차 회식에서 마신 술로 취하였으며, 음주를 한 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므로, 업무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결국 다른 전제에서 판단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가) 1차 회식의 경우 D이나 협력사에서 모두 승인을 받았다.

나) 2, 3차 회식에 대하여는 D의 명시적인 승인이 있지 않았다. 그러나 망인과 회식에 함께 참여하였던 협력사 직원 G은 D에서 1차를 결제하였는데, 협력사 입장에서 어느 정도 금액을 맞출 필요가 있었고, 시범사업으로 진행되는 RPA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와 향후 예산 상황 등을 물어볼 필요가 있었으며, 망인의 입장에서도 Q그룹 전체적으로 진행되는 해당 프로젝트가 다른 계열사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싶어했다고 진술하였다. 이처럼 상호 필요로 인하여 2, 3차 회식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다) 사업장 확인서의 기재에 따르더라도 IT 업무 특성상 D과 협력사는 상호 도움과 지원이 필요한 관계이고, 발주처 입장에서 외주업체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임무이다. 따라서 D에서 3차 회식을 진행하라는 명시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고, 회식참석이 의무였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망인은 프로젝트의 책임자로서 회식에 참석하여 우호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인다.

라) 협력사에서는 2, 3차 비용을 법인카드로 결제하여 업무관련성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마) 망인은 1, 2, 3차를 거쳐 소주 한 병반, 맥주 한 병, 와인 한 병, 맥주 600cc 두잔 정도를 마셔 여러 종류의 술을 섞어 마셨고, 그 양도 적지 않다. 비록 망인이 위와 같은 음주로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만취하였는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충분히 취할 수 있는 정도라고 보인다. 또한 D 등 회사에서 직원들의 과음행위를 만류하는 119 운동 등의 조치가 있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

바) 더욱이 앞서 본 회식의 경위와 과정, 즉 1차 회식 후 2차는 2시간, 3차는 1시간 정도로 시간 공백 없이 연속하여 모두 인근 장소에서 비교적 짧게 이루어진 점, 각 회식 장소, 술의 종류, 음주량을 고려할 때 사회통념상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회식의 연장 범주를 넘지 않으며 그것이 오로지 개인적 여흥의 만족을 위한 일탈로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비록 3차 회식에 이르기는 하였으나 이는 당일 모임의 순리적 범위내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사) 망인은 3차에서 맥주를 마셨고, G과 헤어지기 전에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화장실에 가기 위하여 횡단보도를 건넌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는 술을 마시는 회식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따르는 위험 범위 내의 행위로 보인다.

아)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20.5.2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7조제2항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 다만, 그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망인이 횡단보도를 건넌 경위를 정확히 알기 어렵고, 신호를 위반하여 횡단보도를 횡단하였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보았듯이 망인이 술에 취해 순간적인 판단으로 화장실에 가려고 하였던 것은 아닌가 하는 점 등에 비추어 그것을 자해행위 등으로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택시 기사가 제한속도를 준수하였을 경우 충돌하지 않았거나,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 또한 있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위 규정에 따라 이 사건 사고를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자) 망인이 비록 평소에 출퇴근 하는 여의도환승센터 정류장 맞은편으로 이동하기는 하였으나, 위와 같은 사고 경위, 이동거리 등을 고려할 때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출퇴근 경로의 일탈 또는 중단이 있었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3.  결론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수빈 정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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