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노동조합법에 따라 노동위원회에서 정식으로 교섭단위 분리결정을 받지 않은 사용자가 복수노조 중 어느 노조와 개별교섭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때 사용자는 개별교섭을 원하는 노조를 차별적으로 분리·선택할 수 없다. 즉 복수노조 중 하나의 노조와 개별교섭에 동의하면 다른 모든 노동조합과도 개별교섭을 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쟁의행위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소속 조합원들의 투표만 거치면 될 뿐, 복수노조 조합원들까지 포함시킬 하등의 이유가 없다.
따라서 C노동조합의 대표자인 피고인이 쟁의행위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C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의 투표만 거치면 될 뿐, 다른 복수 노동조합의 조합원들까지 포함시킬 하등의 이유가 없다.
【수원지방법원 2020.11.13. 선고 2019노4120 판결】
• 수원지방법원 제1-3형사부 판결
• 사 건 / 2019노4120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
• 피고인 / A
• 항소인 / 피고인
• 검 사 / 김소영(기소), 이종민(공판)
• 원심판결 /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19.7.12. 선고 2019고정167 판결
• 판결선고 / 2020.11.13.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안성시 B에 있는 C노조 경기지부 D 지회장이다.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그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에 의한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지 아니하면 이를 행할 수 없고,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결정된 경우에는 그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 소속 조합원으로 한정한다)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에 의한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지 아니하면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피고인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E 노동조합의 조합원에 대하여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를 실시하지 아니하고 2018.7.13.부터 2018.11.28.까지 노동조합의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안 수용 등을 요구하며 소속 조합원들과 함께 쟁의행위(파업 및 태업)를 하였다.
2. 원심의 판단: 검찰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약칭) 제91조, 제41조제1항(정확히는 제1항 중 ‘후문’)을 적용하여 기소하였고, 원심 법원은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함
3. 항소이유 요지: 법리오해 및 양형부당
4. 당심의 판단
가. 노동조합법의 관련 규정
제29조의2(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①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노동조합은 교섭대표노동조합(2개 이상의 노동조합 조합원을 구성원으로 하는 교섭대표기구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을 정하여 교섭을 요구하여야 한다. 다만, 제2항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기한 내에 사용자가 이 조에서 정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기로 동의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교섭대표노동조합 결정 절차(이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라 한다)에 참여한 모든 노동조합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한 내에 자율적으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한다.
제29조의3(교섭단위 결정) ① 제29조의2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을 결정하여야 하는 단위(이하 “교섭단위”라 한다)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한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을 고려하여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노동위원회는 노동관계 당사자의 양쪽 또는 어느 한 쪽의 신청을 받아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
제41조(쟁의행위의 제한과 금지) ①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그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한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지 아니하면 이를 행할 수 없다. 제29조의2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결정된 경우에는 그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 소속 조합원으로 한정한다)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한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지 아니하면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제91조(벌칙) ……, 제41조제1항, …… 의 규정을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나. 인정사실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이 인정된다.
○ D 주식회사(이하 ‘D’라 약칭)는 안성 소재 본사 및 공도공장과 경주 소재 공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위 회사의 노동조합으로는 본사 및 공도공장 소속 직원들로 구성된 C노동조합(경기지부 D 지회, 대표자: 피고인) 및 G 산하 E 노동조합, 경주공장 소속 직원들로 구성된 D 노동조합 등 3개의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있다.
○ D는 2015년부터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진행해 왔는데, 노동위원회로부터 정식으로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에 따른 ‘교섭단위분리결정’을 받은 적이 없다[2019.10.30.자 사실조회회신].
○ D는 2018년도 단체교섭 당시 경주공장에 있는 D 노동조합과 개별교섭을 진행하였다.
다. 판단
앞서 살핀 노동조합법의 관련 규정에 의하면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에 따라 노동위원회로부터 정식으로 교섭단위분리결정을 받지 않은 사용자가 복수 노동조합 중 어느 노동조합과 개별교섭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 때 사용자는 개별교섭을 원하는 노동조합을 차별적으로 분리·선택할 수 없다. 즉, 복수 노동조합 중 하나의 노동조합과 개별교섭에 동의하면 다른 모든 노동조합에 대해서도 개별교섭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노동위원회로부터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에 따른 ‘교섭단위분리결정’을 받은 적이 없는 D가 2018년도 단체교섭 당시 경주공장에 있는 D 노동조합과 개별교섭을 진행한 사실은 앞서 보았는바, 그렇다면 D는 원칙적으로 본사 및 공도공장 소속 직원들로 구성된 C노동조합과 G 산하 E 노동조합에 대해서도 개별교섭을 진행해야 하고, 다만 C노동조합과 E 노동조합이 단체교섭 과정에서 외관상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을 거쳐 C노동조합이 대표로 단체교섭을 진행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위 2개 노동조합의 편의에 따라 이루어진 것일 뿐, C노동조합이 노동조합법 제29조의2에서 정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지위를 취득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C노동조합의 대표자인 피고인이 쟁의행위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C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의 투표만 거치면 될 뿐, G 산하 E 노동조합의 조합원들까지 포함시킬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 외 달리, G 산하 E 노동조합이 노동조합법 제29조의2에서 규정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하였음을 뒷받침할 증거 없다.
라. 소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해야 함에도, 이와 달리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그릇되게 인정하거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고 이러한 잘못이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이 점을 다투는 피고인의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받아들인다.
5. 결론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64조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1항 기재와 같은바, 이에 대하여는 제4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제2항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서영효(재판장) 함종식 강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