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 제37조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에 포함되는 ‘업무상 질병’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고, 이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는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4.13. 선고 2011두30014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상병인 급성 뇌실내, 뇌실질내, 지주막하출혈은 원고의 업무로 인한 과중한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그 원인이 되어 발병하였거나 자연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추단함이 상당하므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요양불승인처분은 위법하다.


【서울행정법원 2020.9.17. 선고 2019구단67442 판결】

 

• 서울행정법원 판결

• 사 건 / 2019구단67442 요양불승인처분취소

• 원 고 / 신○○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0.08.13.

• 판결선고 / 2020.09.17.

 

<주 문>

1. 피고가 2019.5.30.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주식회사 ○○○△△△라이프(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 소속 근로자로 압축다중화 시스템 설계 및 구축 등의 업무를 담당하여 오던 중 2018.6.28. “급성 뇌실내, 뇌실질내, 지주막하출혈(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받았다.

나.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에 관하여 요양급여를 신청하였으나, 피고는 2019.5.30. 원고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기초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원고의 의무기록 및 영상자료를 검토한 결과 이 사건 상병 모두 확인되며 원고의 기존 질환인 뇌동정맥기형 파열에 의하여 발병한 것으로 보인다. 뇌출혈 발병 즈음에 K7구축사업과 CA구축사업이라는 두 개의 중요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며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였고, 프로젝트 실무 책임자로 목표 달성에 대한 압박 등 정신적 스트레스 요인 또한 확인되므로 업무관련성이 인정된다는 소수 의견이 있다. 반면, 원고의 발병 전 업무내용, 업무시간 등을 확인한 결과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규정하는 단기 및 만성 과로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으며, 발병 당일의 새벽작업 또한 기존 상병 상태를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는 정도의 특별히 과중한 정신적·육체적 부담을 받을 수 있는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업무상 요인보다는 기존질병인 뇌동정맥기형이 자연경과적으로 악화, 발병된 것으로 판단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내지 4, 11, 1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2018. 1월경 이 사건 회사 기술본부 인프라기획팀에서 방송운영팀으로 전보되면서 인프라기획팀에서 다른 실무자와 함께 담당하던 압축다중화 업무를 혼자 담당하게 되었다. 특히 2018. 4월경부터 회사의 중요 프로젝트인 K7 구축사업이 진행되었는데 원고가 담당하는 압축다중화 업무는 위 프로젝트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위 업무의 유일한 실무책임자였던 원고의 업무상 부담이 가중되었고, 방송정보보안팀에서 추진중이던 CAS 구축사업의 지원 업무까지 병행하게 되면서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누적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원고에게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는바, 이 사건 상병은 원고의 업무로 인하여 발병 또는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된 것으로서 업무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할 것임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인정사실

1) 원고의 업무형태

○ 직책 : 기술본부 방송운용팀 대리

○ 근무형태 및 시간 : 주 5일 주간근무, 1일 09:00 ~ 18:00(휴게시간 12:00 ~ 13:00)

2) 원고의 담당업무 및 내용

가) 원고는 2012.8.2. 이 사건 회사에 입사하여 기술본부 인프라기획팀 소속으로 방송 품질 관리, 위성 방송 연구 개발 지원, 압축다중화 플랫폼 확장 설계·기획, 중계기 대역 효율화 방안 기획·수립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다. 그 중 압축다중화 플랫폼 확장 설계·기획, 중계기 대역 효율화 방안 기획·수립 업무는 이○○ 과장이 담당자로, 원고가 부담당자로서 2인이 실무를 담당하는 체제로 이루어졌다.

나) 원고는 2018. 1월경 조직 개편으로 인프라기획팀이 해체되면서 기술본부 방송운영팀으로 전보되었고, 방송운영팀에서 ① 압축다중화 시스템 설계 및 관리, ② 압축다중화 기술행정 및 관련부서·대외기관 협의, ③ 압축다중화 플랫폼 구축·증설·변경 시스템 운영 관리, ④ 중계기 대역 효율화 계획 수립, ⑤ 압축다중화 시스템 운영 및 유지보수, 장애 대응, 품질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다. 위 업무들은 한○○ 차장과 원고가 공동 담당자로 수행하였는데, 원고가 실무를 전담하였고, 한○○ 차장은 타 부서와의 협의 등 기술관리 행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다) 원고가 상시 수행하여 오던 압축다중화 시스템 운영 및 유지보수 업무는, 타 부서의 요청 또는 방송운영팀의 자체 판단으로 서비스 추가·변경이 필요한 경우 부서 간 회의 및 기술 분석, 테스트를 거쳐 변경사항을 프로그램에 적용·검증하거나,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할 경우 보수 및 백업 장비 가동 등을 하는 것이다. 위 업무는 방송 신호를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시청률이 낮은 새벽 시간대에 작업을 하여야 하는 경우가 많았고, 2018.3.부터 이 사건 상병 발병일 무렵까지 원고가 수행한 야간작업은 아래와 같다(최초 및 최종 출입문 통과기록은 원고의 이 사건 회사 건물 방제실의 출입문 통과 내역상 확인되는 시각이다. 다만 위 출입문 통과 기록은 건물로 들어올 때만 본인 확인을 통하여 출입문이 개방되는 시스템이어서 원고가 건물로 들어온 내역만 남고 나간내역은 따로 남지 않게 되므로, 야간작업의 시작 시점은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나 종료 시점은 파악이 불가하다. 다만 야간작업 중에 원고가 마지막으로 건물로 들어온 시각이 확인되므로, 적어도 최종 출입문 통과기록 시점 이후로 야간작업이 종료되었을 것이라는 정도의 추정은 가능하다). <표 생략>

라) 이 사건 회사는 2002년 개국 당시 10개의 중계기를 이용하여 방송 송출을 시작하여, 2010년까지 중계기를 18개로 확대하였는데, 2018.4.경부터 무궁화7호 위성에 탑재된 6개의 중계기를 추가로 사용하여 가입자에게 채널을 공급하는 K7 프리미엄 HD 압축다중화 시스템 구축사업(이하 ‘K7 구축사업’이라 한다)을 추진하였다. K7 구축 사업은 위성 중계기 6대를 신규로 이용하여 채널을 증설하고 압축방식을 변경해서 UHD 가입자에게만 제공되는 고화질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으로서, 압축 방식의 변경과 그로 인한 화질의 개선이 핵심적인 부분이다.

마) K7 구축사업의 주요 일정은 아래와 같이 이루어졌고, 그 중 원고의 업무는 2018.6.5. 장비 입고 후에 2018.6.15. 시험 송출 일정 전까지 압축다중 시스템을 구성하고 타 파트와의 연동 등을 확인하는 작업이었으며, 촉탁한 작업 일정 탓에 원고는 공휴일인 2018.6.13. 지방선거일에도 출근하여 오전 10:50경부터 오후 10시경까지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였다.

○ 기본 결재 완료 및 구매 계약 : ~ 2018.4.9.

○ 세부 설계, 설치 상면 Rack 공간정리 : ~ 2018.5.25.

○ Rack별 케이블 포설/재단/커넥팅 구성 : ~ 2018.5.31.

○ 3rd Party 장비입고/설치, 신호구성 : ~ 2018.6.5.

○ 중계기별 신호구성, 장비설치(임시), 채널구성 : ~ 2018.6.14.

○ BS 14/16/18/20 채널 송출(시험 송출) : ~ 2018.6.15.

○ K7 프리미엄 HD 실용화 시험국 검사 : ~ 2018.6.22.

○ CA N/W, Backbone 연결 및 출력신호 점검 : ~ 2018.6.26.

○ 준공검사 : ~ 2018.7.4.

바) 한편 당시 기술본부 방송정보보안팀에서는 CAS(Conditional Access System) 구축사업이 추진되었는데, 위 구축사업 또한 창사 이래 세 번째fh 추진되는 프로젝트였다. CAS 정보는 원고 담당의 압축다중화 시스템에서 압축된 방송 신호와 함께 다중화 되어 전송되어야만 셋톱박스에서 정상적으로 동작하기 때문에 원고는 기술정합 확인을 위하여 CAS 구축사업의 지원 업무도 담당하여야 했다.

사) 이 사건 상병 발병 무렵 원고의 일정은 다음과 같다.

○ 원고는 2018.6.25. 퇴근하여 사내 탁구동호회 모임을 가진 후 24:00경 귀가하였다.

○ 원고는 2018.6.26. 09:00경 출근하여 18:17경 정규근무를 마치고, 예정된 야간작업을 위해 근처에서 대기하며 저녁식사를 하고 회사 동료들이 스크린 골프장를 치는 것을 구경하다 회사에 복귀하였으며, 23:00경부터 다음날 02:30경까지 야간작업을 수행하였다.

○ 원고는 2018.6.27. 03:00경 집으로 귀가하였고, 잠을 자던 중 2018.6.27. 08:56경 방송정보보안팀 유○○ 과장으로부터 야간작업 내용을 확인하는 업무 전화를 받고 통화를 마쳤는데, 09:20경 몸의 마비 증상과 함께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3) 의학적 소견

가) 주치의(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2018.8.22.)

뇌동정맥 기형의 파열로 인한 뇌출혈의 후유장애로 의식 저하 및 사지운동 기능 부전이 있다.

나) 피고 자문의

2018.6.27. 두부 CT에서 뇌동정맥기형파열로 인한 급성 뇌실내, 뇌실질내, 지주막하출혈 소견 확인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상정 요함.

다) 이 법원의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사실조회결과


○ 원고에게 발생한 이 사건 상병은 오로지 원고의 동정맥기형 파열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 원고의 진료기록, 수술기록, 영상 등 의무기록 전체에 의할 때, 원고에게 발생한 뇌실내 뇌내출혈, 상세불명의 뇌내출혈은 원고의 우측 두정부에 위치한 동정맥기형 파열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우측 두정부의 뇌내출혈과 우측 두정부의 뇌동맥기형이 같은 위치에 있었고, 동정맥기형에서 자주 보이는 뇌실내출혈이 보였다는 것에 근거한 소견이다.

○ 대뇌혈관의 동정맥기형이 있는 젊은 환자, 대뇌혈관의 동정맥기형이 없는 젊은 환자에게서 통상적으로 뇌출혈이 발생하는 확률.

- 출혈성 뇌혈관질환의 유병률은 전 세계적으로 해마다 인구 10만 명당 10~30명 정도에서 발생한다. 가장 흔한 자발성 뇌출혈은 주로 남자에게서 빈번하며 55세 이상에서 흔하다.

- 뇌동정맥기형의 자연경과

• 약 반수에서 뇌출혈을 초래

• 파열되지 않은 뇌동정맥 기형이 출혈을 일으킬 확률은 매년 2~3% 정도

• 뇌동정맥기형의 유병률은 인구의 0.14%라고 하며, 뇌동맥류 발생빈도의 1/10~1/7로 알려져 있다.

• 남자에게서 비슷하거나 더 많이 발생하며, 20대에서 40대 사이에 증상이 호발한다.

○ 원고가 2018.6.26. 정상 출근하여 야간 근무까지 마친 후 새벽경 귀가하여 잠들었다가 다음날 아침 업무 연락을 받고 잠에서 깬 직후 쓰러졌다면, 이러한 정황으로 인하여 뇌동정맥기형을 기저질환으로 가진 자가 자연경과 이상으로 뇌출혈의 발생을 촉발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는 볼 수 없으나, 구체적으로 그 정도를 특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뇌동정맥기형에서 대부분 증상 발현이 생기는 이유는 뇌동맥에서 뇌정맥으로 직접 연결되는 혈관덩어리가 형성되는 선천적인 병적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바, 즉 이러한 병적 구조로 인하여 동맥압이 정맥압으로 바로 연결되어 증가된 혈류량과 높은 압력이 연령이 증가하면서 계속해서 동맥의 압력이 정맥에 전달되어서 결국 혈관내벽의 변성이 심해지고 못 견디게 되면 뇌혈관이 파열되어 뇌출혈이 발생하는 원리이므로, 일회적으로 잠에서 깨어 잠을 방해받은 사실 등의 업무와의 연관성(감정의 의견 : 30%)보다는 선천적으로 계속되어 온 비정상 혈관덩어리의 병적 상태가 지속적으로 변성되고 언제가 50%에서 터지는 기왕질환의 자연경과(감정의 의견 70%)가 더 우세하다 추정된다.

이는 과로, 스트레스 요인이 뇌동정맥기형 파열에 기여하였을 확률이 30%, 관련 없을 확률이 70%라는 의미이다.

○ 원고는 이 사건 상병과 관련하여 호발 나이, 고혈압, 자연경과적 뇌출혈 발생율이 50%에 달하는 뇌동정맥기형의 위험인자를 가진 것으로 확인된다.


라) 이 사건 상병 관련 의학정보


○ 병태생리

- 뇌 발생 과정에서 동맥과 정맥 사이에 정상적으로 발생하여야 할 모세혈관이 생기지 않고, 뇌동맥에서 뇌정맥으로 바로 연결되어 혈관 덩어리를 형성하는 선천성 질환이다. 정상 뇌 조직에서는 모세혈관이 말초저항을 증가시키고 혈류압력을 낮추지만, 뇌동정맥 기형은 말초저항을 정상적으로 감소시키는 모세 혈관구조가 없어서 동맥혈의 압력이 직접 정맥으로 전달되고 동시에 과도하게 혈류가 증가되어 이차적으로 혈관이 확장되고 늘어나서 구불구불한 모양을 갖는다. 이러한 낮은 혈류 저항으로 인해 증가된 혈류량과 높은 압력으로 정맥압이 상승하고 또한 유출 정맥의 협착 등이 동반되어 유입 혈류의 배출이 제한되어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혈류의 우회배출통로가 생기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우회배출이 잘 되지 않거나 혈관내벽의 변성이 심해지면 혈관이 파열되어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기형 주위의 정상 뇌 조직은 오랜 기간의 혈류장애로 인해 자동조절기능이 손상되어 혈관들이 확장 되어 있어서 병적인 상태에 있게 된다.

○ 임상적 평가

- 뇌동정맥기형은 선천질환이지만, 어린 나이에 증상이 생기는 경우는 드물고, 10대 이후가 되어야 증상발현이 시작되는 것이 보통이다. 20~40대에 주로 증상이 발현한다. 증상이 있을 경우 가장 흔한 증상은 뇌출혈이며, 뇌동정맥기형 발현 증상의 30~55%를 차지한다. 출혈위험도는 연간 2~4%로 알려져 있고, 뇌동정맥기형을 갖고 있는 사람이 평생 출혈할 확률은 약 50%이다.

- 논란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발현 당시의 나이, 흡연, 혈관조영술상 핵 내 동맥류 동반 여부, 작은 크기의 핵, 심부에 위치한 핵 등이 뇌출혈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 외에 고혈압이 있거나, 추골기저동맥 또는 관통동맥이 유입동맥인 경우에도 출혈과 관계가 있다는 연구가 있다.


4) 개인적 소인

○ 1982.2.9.생으로, 이 사건 상병 발병 당시 만 36세.

○ 2018.5.24. 건강검진결과 혈압 130mmHg/90mmHg, 2016.5.27. 건강검진 결과 혈압 120mmHg/90mmHg. 각 혈압이 높아 고혈압이 의심되므로 혈압을 재측정하고 고혈압 소견의 지속시 가까운 내과 진료를 받으라는 소견 제시됨.

[인정근거] 갑 제6, 8, 9, 10, 14 내지 22, 26 내지 30호증(가지번호 포함), 을 제1, 2, 4, 6 내지 13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장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촉탁결과 및 사실조회결과, 증인 한○○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 제37조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에 포함되는 ‘업무상 질병’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고, 이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는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4.13. 선고 2011두30014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 및 증인 한○○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상병은 원고의 업무로 인한 과중한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그 원인이 되어 발병하였거나 자연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추단함이 상당하므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할 것이다.

가) 원고는 2018.1.15.경 기술본부 방송운영팀으로 전보되면서, 종전에 인프라 기획팀에서 이○○ 과장과 함께 실무 인력 2인 체제로 수행하던 압축다중화 실무 업무를 혼자서 담당하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업무상 부담이 증가하였다.

나) 특히 2018. 4월경부터 K7 구축사업이 진행되었는데, 이 사건 회사에서 중계기의 추가 구축은 2010년 이후 처음 진행되는 사업으로 전사적 차원의 중요한 프로젝트였던 것으로 보인다. 위 구축사업의 내용은 위성 중계기 6대를 신규로 구축하여 채널을 증설하고 압축방식을 변경해서 UHD 가입자에게만 제공되는 고화질의 프리미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서, 압축 방식의 변경과 그로 인한 화질의 개선이 핵심적인 부분으로 압축다중화 업무를 담당하는 유일한 실무 인력인 원고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K7 구축사업의 진행은 당초 계획된 일정보다 지연되어 원고는 장비 입고 후 열흘 남짓의 기간 동안 촉박한 일정하에 시스템 구성 작업을 하였고, 2018.6.13. 공휴일에도 출근하여 12시간에 가까운 근무를 하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상당한 중압감 속에서 업무를 수행하였으리라 보인다.

다) 또한 원고는 K7 구축사업과 더불어 기술본부 방송정보보안팀에서 추진하고 있던 CAS 구축사업에도 지원업무를 담당하면서, 2개의 프로젝트성 업무를 병행하였는바, 이 또한 업무상 부담의 가중요인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라) 원고는 상시적으로 압축다중화 시스템의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하여 왔는데, 방송 관련 업무의 특성상 시청률이 낮은 야간에 작업을 하는 경우가 수시로 있었다. 원고는 2018. 3월에는 3회, 2018. 4월에는 2회, 2018. 5월에는 4회, 2018. 6월에는 2회 야간작업을 수행한 것으로 보이는데, 야간작업은 작업계획서에 의하면 통상 3~4시간, 길게는 6시간 가량 상당한 시간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위와 같이 야간작업을 하는 경우 원고는 정규근무를 마친 후 귀가하지 않은 채, 회사나 회사 인근에서 대기하다 야간작업을 모두 마치고 귀가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고는 정상근무가 시작된 오전 9시경부터 야간작업이 종료된 다음 날 새벽까지 장시간 온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극심한 피로가 발생하였을 것이다. 이와 같은 불규칙한 야간작업은 생체리듬의 혼란, 수면의 질 저하 및 그로 인한 피로 누적을 야기하여 원고의 신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으리라 보이고, 비록 원고가 위와 같은 야간작업 당일 휴가를 부여받아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사정이 인정되기는 하지만, 불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야간작업으로 인하여 누적된 피로 등이 충분히 해소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마) 원고의 객관적 근로시간 자체가 통상적인 수준을 현저히 초과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다만 피고가 원고의 야간작업 종료 시간으로 특정한 시간은 원고가 당일 최종적으로 출입문 안으로 통과한 시각인바,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업무 종료 시간은 위 시각 이후로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의 실제 근로시간은 피고가 산정한 시간보다는 많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중요 프로젝트의 실무 책임자로서 받았을 중압감과 불규칙적인 야간근무로 인한 신체적 부담의 누적 등을 고려할 때, 업무로 인한 과로 및 스트레스의 영향을 단지 근로시간의 양적인 측면에서만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그 밀도와 강도를 두루 종합하여 고려함이 옳다.

바) 원고는 상병 발병일 이틀 전 사내 탁구동호회 활동으로 귀가가 늦어 졌고, 전일 정상근무 이후에도 당일 오전 02:30경까지 계속된 야간작업으로 인하여 극심한 피로가 누적된 상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원고는 귀가하여 잠을 자던 중 08:56경 업무상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되면서 수면에 장애가 발생하였고, 이러한 상병 발병 무렵의 일련의 사정들은 원고의 신체에 급격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만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진료기록감정의도 ‘정상출근 후 야간 근무까지 마치고 새벽에 귀가하여 잠들었다가 아침 경 업무연락을 받은 상황이 뇌동정맥기형을 기저질환으로 가진 자에게 자연경과 이상으로 뇌출혈의 발생을 촉발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는 볼 수 없다’는 취지로 그 가능성을 인정하는 취지의 의학적 소견을 밝히기도 하였다.

사) 원고는 선천적인 뇌동정맥 기형을 가지고 있고, 뇌동정맥기형으로 인한 뇌출혈의 호발연령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상병의 발병이 뇌동정맥기형의 자연경과에 의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이는 다른 한편 원고가 뇌동정맥기형으로 인하여 정상 혈관보다 쉽게 파열되는 개인적 소인을 가지고 있어 통상인보다 과로, 정신적 스트레스에 취약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앞서 본 법리와 같이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는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고, 뇌동정맥기형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뇌출혈의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아니 되며, 앞서 본 바와 같이 상병 발병일 무렵 원고의 업무로 인한 과도한 육체적·정신적 부담이 인정되는 이상 적어도 업무상 요인이 주된 발생원인인 뇌동정맥기형에 겹쳐 이 사건 상병의 촉발 또는 악화 인자로서 작용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아) 고혈압은 뇌혈관 질환의 위험요인에 해당하고, 원고에 대하여 2015년 및 2017년 각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의심 소견이 제시되기는 하였지만, 그 수치상 정상 범주를 크게 벗어나는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여 이 사건 상병의 발병에 있어 그 영향력이 상당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소결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손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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