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17.10.24. 법률 제14933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제1호에 정한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 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입증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고, 업무와 사망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7.27. 선고 2000두4538 판결, 대법원 2006.3.9. 선고 2005두13841 판결, 대법원 2009.4.9. 선고 2008두23764 판결 등 참조). 또한 망인이 비후성 심근병증 등의 기존 질환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 기존 질환이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자연 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어 급격한 혈류 역학적 변화를 일으키고 급사를 초래한 경우라면 망인의 업무와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2.7.26. 선고 2002두4020 판결 등 참조).

[2] 비록 망인의 근무시간이 명확하게 산정되지 않지만, 망인이 노조위원장으로서 2016년 이 사건 회사의 구조조정 개시 이후 처한 상황 및 사망 1개월 전 제기된 망인에 대한 비판 여론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사망 무렵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있었을 것으로 추측되고, 위와 같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망인의 기존 질환인 비후성 심근병증이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어 이 사건 상병(심근경색)이 야기된 결과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


【서울행정법원 2021.7.16. 선고 2019구합84796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19구합84796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 피 고 /

• 변론종결 / 2021.06.11.

• 판결선고 / 2021.07.16.

 

<주 문>

1. 피고가 2019.1.14.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배우자 망 C(1973.*.**.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2001.6.25. 주식회사 D(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에 입사하여 전시장 임대 및 관리 업무 등을 수행해 오던 중 2014.1.부터 D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의 대표자인 위원장으로서 단체교섭을 비롯한 각종 노사관계 관련 협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나. 망인은 2017.3.18. (토요일) 07:00 무렵 교회 축구모임에 참석하여 축구를 하던 중 갑자기 숨쉬기 힘들다고 흉통을 호소하여 119구급대에 의하여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망인은 치료 중이던 2017.3.21. 15:42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하였다. 망인의 사망진단서상 사망원인의 기재는 아래 표와 같다(그 중 심정지의 원인이 된 ‘심근경색’을 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표 생략>

다. 원고는 2018.7.2.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임을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신청하였다. 피고는 2019.1.14. ‘관련 법령, 재해조사 및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결과 등을 토대로 망인의 업무시간 및 업무량, 구체적인 업무내역, 단기적·만성적인 과로 내역 및 근무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바 업무적인 사유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사유로 원고의 신청에 대하여 부지급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라.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피고에게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19.7.30. 원고의 심사청구를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1) 2016.6. 무렵부터 시작된 이 사건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인하여 망인은 인력 감축을 위한 명예퇴직, 전직 및 임금피크제의 도입 등과 관련해 이 사건 회사와 교섭을 진행하였으나 이 사건 회사가 계획한 대로 2016.12. 명예퇴직이 실시되었다. 이 사건 회사는 전 직원에 대한 개별 면담을 통해 망인의 탄핵을 위한 연판장을 2017.3.10.경 돌릴 예정이니 선택을 잘하라는 취지로 언급함으로써 망인을 압박하였다. 이 사건 회사와 이 사건 노동조합 사이 교섭이 2017.3.16. 재개되었으나 첨예한 이견이 오간 끝에 결실을 맺지는 못하였고, 이 사건 회사는 위 무렵 이 사건 노동조합에 노조 사무실의 축소 이전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망인은 이 사건 노동조합의 대표자인 위원장이자 노조전임자로서 이 사건 회사의 구조조정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다.

2) 위와 같은 망인의 스트레스만으로도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는데 충분하지만, 망인의 업무시간 및 업무량을 보더라도 망인은 만성적인 과로상태에 있었으므로, 망인의 과로가 이 사건 상병을 야기하였다고 볼 수 있다.

3) 나아가 이 사건 상병은 망인의 기존 심장질환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업무상 요인이 기존 질환과 겹쳐서 발생하였거나,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기존질환을 자연경과 이상으로 급속히 악화시켜 발생하였던 것으로서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나. 인정사실

1) 망인의 근로형태 및 업무

가) 망인은 2013.12.23. 이 사건 노동조합의 제16대 위원장으로 당선되어 2014.1.경부터 위원장으로 활동하였다. 망인은 2016.3.10. 연임되어 이 사건 노동조합의 제17대 위원장으로 활동하였다.

나) 망인은 단체협약 제17조에 따른 전임자로서 단체협약 제18조에 따라 근로시간을 면제받고 이 사건 회사로부터 근태관리를 받지 않았으며, 이 사건 노동조합의 노조사무실에서 근무하였다.

2) 이 사건 회사의 구조조정 개시

가)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 H는 2016.5.30. 이 사건 회사의 창립 30주년 기자간담회를 열어 기존에 I로부터 전시장 임대에 관한 대행업무를 맡아 수수료를 받던 수익구조에서 I에 일정금액을 내고 전시장을 마스터리스(통임대)한 후 자체 마케팅으로 수익을 내는 사업구조로 변경하고, 2016.10.까지 고령 인력을 구조조정하며 연말에 신입 및 전문 경력직을 대거 선발할 방침임을 밝혔다.

나)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는 2016.6.1. ‘향후 성장을 위한 인력의 역피라미드 구조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므로, 명예퇴직에 대한 기존 규정을 참고하여 명예퇴직을 희망하는 직원은 명예퇴직을 신청하길 바란다’는 내용을 사내에 공지하였다.

다) 이 사건 회사는 2016.6.20. 이 사건 노동조합에 퇴직일 기준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에 대하여 명예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임을 통보하였고, 사내 그룹웨어를 통해 위 내용을 직원들에게 공지하였다.

라)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6.6.22. 이 사건 회사가 위와 같이 일방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 행위가 특별 및 명예퇴직 시 이 사건 노동조합과 사전협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단체협약 제10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이 사건 회사의 위와 같은 행위를 고용노동부에 진정하기로 의결하였다.

마)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는 2016.10.4. 명예퇴직을 독려하기 위한 임직원 설명회를 개최하여, ‘지난 임기 3년 동안 구조조정을 안 한다고 하였으나 회사 환경이 바뀌어서 최대한 버틴 것이 여기까지이다. 여기 계신 시니어 40분들께 회사의 장래를 위해 내가 받는 연봉만큼 할 일이 없겠다고 생각하면 명예퇴직을 선택해라. 내일부터 형식에 관계없이 본부장들이 시니어와 면담을 할 예정이니 심사숙고해서 결정해 달라. 미안하다’고 하였다.

3) 이 사건 노동조합의 집회 결의 및 실무교섭 경과

가)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6.10.10. 총회를 개최하여 ‘구조조정 철회 및 이 사건 회사 경영진 사퇴촉구’ 투쟁을 할 것을 결의하였다. 이 사건 노동조합을 비롯한 I 자회사의 노동조합은 J와 연대하여 매주 수요일 집중연대집회를 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6.10.19. 이 사건 노동조합이 결성된 이래 첫 집회를 열었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I가 방만경영 지적을 회피하기 위해 자회사인 이 사건 회사의 구조조정을 발표하고, 올 10월 중 자산관리 업무를 이행할 ‘N‘이라는 회사를 내세워 I의 낙하산 자리 마련을 위한 꼼수를 벌이고 있으며, 이로 인한 피해는 I 직원이 아닌 이 사건 회사의 인력이다”는 취지의 입장을 표명하였다(갑 제17호증의3). 망인은 이 사건 노동조합의 대표자로서 조합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집회 일정을 공지하고, 참석을 독려하였다. 망인은 1차 집회에 비하여 2차 집회의 참석 인원이 줄어들자, 조합원들에게 ‘본부장 및 팀장들이 조직적으로 집회 참여를 방해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회에 참석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나) 이 사건 회사는 2016.10.21. 이 사건 노동조합에 공문을 보내어, I와 이 사건 회사가 체결한 한국종합무역센터 관리운영 업무대행계약이 2016.12.31. 해지되고 I의 수익자산 및 시설관리를 전담할 자산관리회사로 주식회사 N이 신설될 예정으로, 이 사건 회사의 관련 부서의 업무가 위 신설회사로 이전됨에 따라 이 사건 회사에 잉여인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 사건 회사 관련 부서의 인력이 위 신설회사로 전적할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6.10.18. 이 사건 회사에 ‘신인사제도(평가, 조직 및 임금체계) 개선, 명예퇴직 조건 개선, 임금피크제 도입, 임금교섭’을 안건으로 교섭을 개시할 것을 요청하였다. 위 요청에 따라 이 사건 노동조합과 이 사건 회사는 2016.10.27. 및 2016.11.3. 2차례에 걸쳐 실무교섭을 진행하였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6.11.8. 이 사건 회사가 위 2차례에 걸친 실무교섭에서 임금피크제 도입 안건 외에는 성실한 교섭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2019.11.10. 개최 예정인 3차 실무교섭에도 성실한 교섭이 없을 경우 상급단체인 J에 교섭위임을 할 예정임을 통지하였으나, 이후 자체적 교섭타결을 위해 이를 보류하였다.

라) 한편 2016.12. 이 사건 회사 소속 직원 중 21명이 관계사로 전적하였고, 11명이 명예퇴직하였으며, 3명에 대하여 대기발령이 내려졌다.

마) 이 사건 노동조합과 이 사건 회사는 2016.10. 이후 2017.1.까지 6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하였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7.2.3. 위와 같은 실무교섭에도 불구하고 성실한 교섭이 진행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이 사건 회사가 노조 사무실 축소 및 노조원 후생 복지지원금 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하여 원활한 교섭을 방해하고 있다는 이유로 다시 상급단체에 교섭권한을 위임하겠다고 통지하였다. 이 사건 회사는 2017.2.10. 이 사건 노동조합에 ‘지난 해 말까지 이 사건 회사의 구조개편, 직원 전적, 명예퇴직 등 핵심 사안이 종료되었으며, 현재는 2017년 임금인상 및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한 노사 의견이 근접해 있는 상황으로, 이 사건 노동조합이 문제삼는 노조 사무실 이전은 여유 사무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취지이며 도서/DVD지원은 부당노동행위 소지가 있어 시정하였는바, 이 사건 노동조합이 주장하는 부당노동행위 및 노조탄압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고 주장하며 ‘현 시점에 작년 노조총회에서 결의한 교섭 위임과 달리 교섭 안건을 변경하고 재개하는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어 관련 내용을 고용노동부에 질의하고자 한다’는 이유로 노사 교섭의 잠정 연기를 요청하였다(갑 제24호증).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7.2.14. 이 사건 노동조합이 2016.11.8. 및 2017.2.3. 이 사건 회사에 통보한 교섭 위임 내용에는 변함이 없고, 그 내용은 임금 교섭, 단체협약 보충 교섭(신인사제도 및 임금피크제)와 구조조정 전반에 관한 사안으로 노조 사무실 이전 및 도서/DVD지원 중단은 구조조정 전반에 관한 사안에 포함되므로 이 사건 회사가 교섭 안건을 제한하고 간섭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회신하였다.

바) 이 사건 회사는 2017.2.27. 이 사건 노동조합에 2019.1.9. 안내한대로 기존 노조 사무실의 임대차계약이 2017.2.28.로 만료되므로, 기존 노조 사무실에서 위 기한 내 퇴거하고 노조 사무실을 신규 노조 사무실로 이전할 것을 요청하였다. 이 사건 노동조합이 기존 노조 사무실에서 퇴거하지 않은 채 이를 무단 점유하자 이 사건 회사는 2017.3.15. 신규 노조 사무실로 이전할 것을 촉구하였다.

사) 이 사건 회사와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7.3.2. 및 2017.3.16. 2차례에 걸쳐 위임 본교섭을 진행하였다.

4) 망인에 대한 비난 여론의 형성

가) 이 사건 회사의 본부장 R은 2017.2.13. 이 사건 회사의 팀장 및 정직원을 수신인으로 하여, 이 사건 노동조합이 ‘노사교섭의 상급단체 위임’, ‘부당노동행위 및 노조탄압 중단 촉구’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 소모적인 갈등을 조장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이 사건 노동조합이 구태에서 탈피해 변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하였다.

나) 이 사건 회사의 팀장 14인이 발기인으로 참여하여 2017.2.20. 이 사건 회사의 팀장 및 정직원을 수신인으로 하고 사장을 제외한 임원을 참조인으로 아래와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송하였다(갑 제26호증의 1).


(중략)

그러나, 근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 특정인이 독단적 판단으로 노조를 사유화시키고 있으며, 이를 위해 각종 왜곡된 정보를 확산시킴으로서 직원들의 고용에 대한 불안감과 회사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아울러 본인과 회사를 ‘선과 악’의 구도로 이분화하여 마치 본인을 ‘정의의 투사’인양 포장하고 있으며, 외부 세력과 연대, 노동청 진정, 회사 내부사정의 외부유출 등 우리의 경영환경을 압박하는 ‘선전전’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선전전’의 목적은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대다수의 선량한 직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회사에 대한 불신을 확산시킴으로서, 궁극적으로 본인의 입지를 강화하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가 숨어있는 듯 보입니다.

(중략)

첫째, 민노총 등 외부세력과 연대하여 이 사건 회사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고 가는 ‘선전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릇된 판단으로 외부 고객들에게 이 사건 회사가 부도덕한 집단으로 각인되고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와 가치가 훼손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는 특정인의 그릇된 판단으로 우리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둘째, 회사에 대한 불신 조장과 직원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허위사실 유포를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합니다. 회사 측에서 그동안 수차례 회사 경영환경의 어려움, 구조조정의 취지, 미래의 비전 등 노조 위원장이 제기했던 많은 이슈에 대해 충분한 설명과 대안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 위원장은 직원들에게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함으로서 경영진와 우리 직원 사이에 갈등을 조장하고자 하는 시도를 끊임없이 전개하고 있습니다.

셋째, 노조 위원장의 진실하고 성의 있는 행동을 요구합니다. 노조 위원장은 특정 개인의 사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노조원 대다수의 민의를 대변하는 자리입니다. 경영진에 대한 막연한 불신과 두려움으로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한다면, 그것은 본인의 착각입니다. 우리 회사 경영진과 동료들은 부도덕하거나 신뢰할 수 없는 분들이 아닙니다. 진정 우리 조직과 동료를 생각한다면 용기 있는 진실한 결의와 행동을 요구합니다.


다) 망인은 2017.2.20. 위 나)항 기재 이메일에 대하여 14인의 팀장이 진의로 위와 같은 성명을 보낸 것인지 확인을 구하면서 이 사건 노동조합이 어떤 선전전을 하고 있다는 것인지와 망인이 어떤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고 어떤 사익추구를 하고 있는지 답변해 달라고 회신하였다.

라) 이 사건 회사의 팀장 14인은 2017.2.28. 망인의 이메일에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회신하였다.


4. 작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 사건 노동조합이 이 사건 회사와 직원(퇴직 직원 포함)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 자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회사가 제시하는 대인에 대한 반대주장만 한 것은 아닌지, 마음 아프게 회사를 떠나야 했던 동료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 대를 위해 소가 희생되어야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했는데 그 소임을 제대로 수행한 것인지 말입니다. 이 사건 노동조합의 결정이 개인적인 판단이 아니라 집행부와 대의원회를 통해 결의한 것이라 하지만 직원을 볼모로 자리에 연연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묻습니다. 우리 발기인들은 노조 위원장 이상으로 이 사건 회사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직원들이며 그동안 이 사건 회사를 위해 청춘을 바쳐 일해왔습니다. 발기인 대부분은 또한 노조 위원장을 비롯하여 이 사건 노동조합의 핵심역할을 담당했던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성명은 특정 사안을 두고 거론하는 것이 아닙니다. 노조 위원장이 4년간 재임하면서 노사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가 이렇게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진심으로 돌이켜 보시기 바랍니다.

(중략)

노사관계와 조직 분위기를 망치고 있는 원인이 진정 어디에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마) 이 사건 회사의 본부장 내지 팀장은 이 사건 회사 소속 직원들을 개별적으로 면담하고, 2017.3.10. 회람될 망인에 대한 탄핵 연판장에 서명할 것을 설득하였다. 망인은 위와 같은 동정을 파악하고, 이를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며 서울지방고용노동지청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서울지방고용노동지청 담당자는 2017.3.10. 10:00 ~ 10:40 이 사건 회사의 인사팀장 U와 면담하면서, ‘이 사건 회사에서 직원들 상대로 망인의 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회람한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이라면 이는 부당노동행위가 될 여지가 다분하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주기 바란다’고 하였고, U는 ‘연판장이 회람되는 일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답변하였다. 망인의 탄핵 내지 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은 회람되지 않았다.

바) 이 사건 노동조합의 사무국장 V는 2017.3.14. 망인에게 ‘노조사무실 건은 포기하였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사무국장을 그만 두겠다’고 하였고, 부위원장 W 및 조직부장 X도 이에 동조하여, 망인과 노조사무실의 이전 문제에 대하여 견해가 대립하였다.

5) 망인의 평소 건강상태 및 건강관리

가) 망인은 2007.8.19. 비후성 심근병증(심장비대)을 진단받고, 2007.10.9. 실신 및 허탈로 외래 진료를 받았다. 망인은 2007.10.16. 기타 비대성 심근병증으로 진료를 받았는데, 담당의사는 ‘무리한 운동을 삼갈 것’을 권고하였다. 망인은 2007.11.13., 2008.2.22.에도 기타 비대성 심근병증으로 진료받았고, 2009.8.19. 상세불명의 심근병증으로 진료를 받았다. 이후 망인의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상 망인이 심장질환으로 치료받은 이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 망인은 2008.5.7. 및 2009.8.19., 2011.8.23. 실시한 건강검진의 심전도 검사결과 좌심실 비대를 동반한 비특이적 ST파 이상 소견이 있다고 진단받았고, 2009.8.19. 실시한 건강검진의 심장초음파 검사결과 좌심실 비대로 지속적인 진료가 필요하다고 진단받았다. 또한 망인은 2010.8.10. 실시한 건강검진에서도 ‘심전도상 좌심비후가 의심 가능한 소견이며, 초음파 검사상에서도 비대심근병증 소견을 보인다’고 진단받았다. 망인은 2013.6.26. 실시한 건강검진에서도 심전도 검사결과 ‘T파 역위’, 심장초음파 검사결과 ‘비후성 심근증’ 진단을 받았다. 망인은 2015.11.2. 실시한 건강검진에서도 심전도 검사 결과 좌심실 비대가 의심되는 소견이 관찰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다) 그밖에도 망인은 2007.8.28. ○○대의과대학 부속병원에서 상세불명의 고지혈증을 진단받은 이래, 2008년, 2009년, 2011년, 2013년, 2014년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 소견을 받았고, 2010년 및 2015년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 수치가 높다는 소견을 받았다. 또한 망인은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5년 건강검진에서 심장질환과 관계있는 LDH(Lactate Dehydrogenase)나 CK(Creatine Kinase) 수치가 높다는 소견을 받았다.

라) 한편 망인은 대학 선·후배 축구모임, 회사 내 축구모임, 교회 축구모임에서 꾸준히 축구를 해왔다. 망인은 2014년경부터 매주 토요일 오전에 2시간 동안 교회 축구모임에서 축구를 하였다.

마) 망인은 2015년 실시한 건강검진의 문진에서 1주일에 평균 3일 술을 마시고, 술을 마실 때 보통 하루에 15잔을 마신다고 답변하여 위험음주 상태로 판정받았다. 망인은 흡연을 하지 않았다.

6) 사망 당일의 경과 및 망인 사후 이 사건 회사의 조치

가) 망인은 2017.3.18. 07:00 교회 축구 동호회에서 축구를 하던 중 흉통을 느끼고, 119구급대를 호출하였다. 119구급대는 2017.3.18. 07:13 신고 전화를 받고, 07:20 망인과 접촉하였다. 망인은 구급차를 타고 이송되던 도중 심실빈맥(V-Tach) 소견을 보이며 의식저하(mental change)되면서 동공이 산대되었으며 맥박이 약하게 잡힌 상태로 AA대학교 AB병원에 인계되었다. AA대학교 AB병원에서는 에크모를 삽입한 후 관상동맥 조영술을 실시하였으며, 관상동맥 혈전으로 인한 심근경색증으로 진단하였다. 망인은 이후 시행된 저온치료를 포함한 중환자실 치료에도 심장기능이 호전되지 않아 사망하였다.

나) 망인의 사후 이 사건 회사는 2017.3.23. 원고와 사이에 ‘대표이사가 직접 서명한 사과문을 전 직원이 볼 수 있도록 대자보로 게시하며, 망인의 사망 전 성명서를 발표한 팀장들 전원의 이름으로 망인의 명예를 훼손한 것을 인정하는 내용의 사과문을 대자보로 게시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하였다.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가 직접 서명한 사과문의 내용 중 일부는 아래와 같다.


이 사건 회사와 이 사건 노동조합은 상생발전 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서로 협력하기도 했으나 갈등하고 대립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고의였건 고의가 아니었건 망인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특히 최근 발표된 팀장 성명서로 인해 인간적으로 극심한 고뇌를 겪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대표이사로서 이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 역시 저의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명서 내용 중 ‘독단적 판단으로 노조를 사유화’, ‘정의의 투사인 양 포장’ 등의 부분은 팀장들의 그릇된 감정적 표현으로 위원장의 선의가 왜곡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 망인과 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와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당 팀장들에 대해 철저히 주의시켜 망인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상처가 치유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습니다.


7) 의학적 소견

가) 이 법원의 AE대학교 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에 의하면, 위 병원 소속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AF(이하 ‘법원 감정의 AF’이라 한다)는 망인이 노사분쟁의 처리를 담당하였으며 망인에 대한 공개적인 비난 이메일로 인해 정신적 긴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나 업무시간에 대한 평가 없이는 업무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감정을 하였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 급성심근경색은 심장근육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주 혈관인 관상동맥이 막혀 심장근육의 손상을 입어 생기는 임상적(또는 병리적) 상황을 말한다.

○ 심혈관 질환의 위험요인으로 알려진 사회 심리적 스트레스 요인은 절망감을 포함한 우울증, 불안, A형 성격, 사회적 지지의 부재 혹은 고립감, 직무 스트레스를 포함한 만성 스트레스 등이 있다. 직무 스트레스는 특히 AC 모델로 평가한 직무 긴장이 높은 군에서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밝혀져 있다.

○ 망인의 경우 이 사건 노동조합의 위원장으로 일하면서 근로시간면제자였기 때문에 근태관리를 받지 않았으며 동료들의 진술 외에는 객관적인 증빙서류가 없어서 업무시간을 측정하기 어렵다. 다만, 피고측에서 제출한 의견서 및 보충질의서상 망인의 AO 사용내역(2016.12.26.~2017.3.10.)을 통해 망인의 출퇴근 시간이 불규칙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평일 오전 11시경, 오후 4~5시경 쇼핑몰에서 지출, 평일 오전 9시경 영화관에서 지출 등).

망인의 경우 업무시간만으로는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업무부담 가중요인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며, 판정지침이 제시하고 있는 7가지 업무부담 가중 요인 중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에 해당한다. 망인은 복잡한 노사분쟁의 처리를 담당하였으며 망인에 대한 공개 비난 이메일로 인하여 정신적 긴장이 있었을 것이다.

업무관련성을 평가할 때는 업무시간을 주요 지표로 하되, 근무 일정, 유해한 작업환경에의 노출, 육체적 강도, 정신적 긴장 등 업무와 관련된 모든 상황을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검토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망인의 경우 업무부담 가중요인을 1가지 확인할 수 있으나 업무시간에 대한 평가 없이는 업무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 망인은 AD 병원에서 2007.9.27. 심장 초음파 검사를 통해 비후성 심근병증 진단을 받았다. 비후성 심근병증은 고혈압, 대동맥 판막 질환 등 원인이 되는 혈역학적 요인이 없을 때 발생하는 좌심실 비대로 정의한다. 이 질환은 심부전, 젊은 사람들 돌연사의 주요 원인이다.

또한 망인의 형은 협심증으로 스텐트 시술을 받았으며 조기 허혈성 심장질환의 가족력은 허혈성 심장질환(협심증, 심근경색 등) 위험 증가의 중요한 지표이다. 따라서 이에 해당하는 경우 고지혈증, 고혈압 및 당뇨병과 같은 치료 가능한 위험요인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망인의 2007.11.13. AD 병원 외래 진료기록에 ‘3개월 후 추적관찰’이라는 소견과 2008년에서 2013년까지의 종합검진결과에서 계속적으로 이상지질혈증 소견 및 심장내과 전문의 진료 권고를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망인은 비후성 심근병증, 조기 허혈성 심장질환의 가족력을 갖고 있으며 고지혈증 소견이 확인되나 이에 대한 심장내과 전문의의 진료 및 관리나 약물복용을 확인할 수 없다.


나) 이 법원의 AG대학교 의과대학부속 AH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에 의하면, 위 병원 소속 심장내과 전문의 AI(이하 ‘법원 감정의 AI’이라 한다)은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스트레스보다는 기존 질환의 기여도가 높았다고 보면서, 망인이 언제든지 자연경과적으로 급성심근경색증이 발생될 가능성이 많던 상태였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감정하였다. 그 구체적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심장비대 및 비대성 심근병증은 증상 유무와 관계 없이 건강한 상태가 아니다.

○ (망인은 심장비대 및 비대성 심근병증으로 쓰러진 이력이 있으므로) 치료 후 추적관찰이 필요하였다.

○ 일반적으로 말해, 과도한 심신의 스트레스는 심근경색 발생의 유발인자가 될 수도 있다. 양적인 요소 및 질적인 요소 모두 고려대상이 될 수 있다.

○ 증상이 없다고 하여 병이 잘 관리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질환 및 위험인자(심근경색증 과거력, 고지혈증 등)가 심각한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한 것으로 판단된다.

○ 업무상 스트레스와 비교했을 때 망인이 본래 가지고 있던 기존 질환 위험인자가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고 봄이 상당하다. 언제든지 자연경과적으로 급성심근경색증이 발생될 가능성이 많은 상태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다. 판단

1)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17.10.24. 법률 제14933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제1호에 정한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 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입증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고, 업무와 사망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7.27. 선고 2000두4538 판결, 대법원 2006.3.9. 선고 2005두13841 판결, 대법원 2009.4.9. 선고 2008두23764 판결 등 참조). 또한 망인이 비후성 심근병증 등의 기존 질환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 기존 질환이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자연 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어 급격한 혈류 역학적 변화를 일으키고 급사를 초래한 경우라면 망인의 업무와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2.7.26. 선고 2002두4020 판결 등 참조).

2)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에 앞서 든 증거, 갑 제14호증의 1 및 갑 제36호증의 2, 갑 제39 내지 43호증, 갑 제47호증의 1의 각 기재, 증인 AJ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망인의 근무시간이 명확하게 산정되지 않지만, 망인이 노조위원장으로서 2016년 이 사건 회사의 구조조정 개시 이후 처한 상황 및 사망 1개월 전 제기된 망인에 대한 비판 여론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사망 무렵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있었을 것으로 추측되고, 위와 같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망인의 기존 질환인 비후성 심근병증이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어 이 사건 상병이 야기된 결과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

가) 먼저 망인의 근무시간에 대하여 본다. 망인은 노조전임자인 근로시간면제자로서 근태관리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망인의 출퇴근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원고는 망인이 평소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출근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 법원의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에 대하여 주식회사 AL, AM 주식회사, 주식회사 AN는 2016.12.26.부터(단, 주식회사 AN는 2016.12.16.부터) 2017.3.17.까지 망인 소유 카드 및 교통카드의 사용내역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회신하였다. 또한 주식회사 AO의 사실조회회신 내용에 비추어 보면 사용내역이 존재하기는 하나, 교통카드 이용기록은 존재하지 않고, 위 사용내역 중 일부는 원고가 출퇴근길에 주거지 인근에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이 법원의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에 대하여 AP 주식회사는 망인의 하이패스 단말기 결제 내역을 회신하였으나, 위 기재만으로 망인의 출퇴근 시간이나 주말 내지 연장근무 내역이 특정되지는 않는다. 그밖에 망인의 컴퓨터가 교체되어 망인의 컴퓨터 사용기록도 확인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사실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근무시간을 구체적으로 산정하기는 어렵기는 하다. 다만 이 사건 노동조합의 사무차장으로 채용되어 망인의 업무를 지원하였던 증인 AJ는 9시부터 18시까지 근무하였는데 ‘망인은 보통 제가 출근하기 전에 이미 와서 책상에 앉아 계셨고 퇴근도 항상 제가 먼저 했었다’고 증언하였는바, 망인의 근무시간이 짧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나) 다음으로 망인의 업무상 스트레스에 관하여 본다.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사망 무렵 이 사건 노동조합의 위원장으로서 망인의 업무상 스트레스는 사회통념상 극심한 수준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인다.

(1) 이 사건 노동조합은 과거 오랫동안 사측과 관계가 전반적으로 원만하고 상호협조적인 분위기였다고 평가되었다(갑 제36호증의2). 그러나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기 약 10개월 전인 2016.6.경 이 사건 회사가 구조조정을 개시하면서 노사관계가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하였다. 이 사건 노동조합의 위원장인 망인으로서도 2016.6. 이후 구조조정으로 인하여 촉발된 갈등상황이 익숙하였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2) 이 사건 회사는 이 사건 노동조합의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명예퇴직 및 전적과 같은 조치를 계획대로 추진하였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6.10.경부터 상급단체인 J나 I의 다른 자회사의 노동조합과 연대하여 매주 수요일 집회를 열고 I의 결정에서 촉발된 이 사건 회사의 구조조정 등을 규탄하였다. 망인은 이메일로 조합원들의 참여를 독려하였으나, 집회에 참석하는 인원이 적어 고민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3) 2016.12. 무렵을 기준으로 이 사건 회사 소속 직원 중 21명이 관계사로 전적하였고, 11명이 명예퇴직하였으며, 3명에 대하여 대기발령이 내려졌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구조조정이 개시된 이래 노사교섭 및 집회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저지하려고 하였으나, 위와 같은 결과에 비추어 보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망인이 위 시기에 ‘오랫동안 같이 일하며 믿고 의지했던 선배들이 결국 못 버티고 나가는 선택(명예퇴직)을 하고 시설팀이 (N으로) 분리되어 나가면서 직원들이 갑자기 떠나가는 것(전적)에 대해 엄청난 마음의 고통을 느꼈다’고 진술하였다(갑 제14호증의1). 망인은 2016.12.27. 자신의 AQ에 ‘노조위원장으로서 괴로운 심정이다. 그러지 못한게 아쉽고, (중략) 제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다. (중략) (망인의) 무능이 아쉽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기도 하였다(갑 제47호증의1).

(4)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6.10.27. 이전까지 노사교섭에서는 주로 임금 관련 세부적인 사항을 다루었으나, 위 시점 이후의 노사교섭에서는 구조조정, 명예퇴직, 성과급 지급률, 임금피크제와 같은 문제가 다루어졌고, 2017.1. 이후에는 이 사건 노동조합의 노조 사무실 축소 문제에 대하여 첨예하게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6.10.27.부터 2017.1.24.까지 6차례에 걸친 실무교섭에도 타결의 여지가 보이지 않자, 교섭권을 상급노조인 J에 위임하기로 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수행한 업무가 노사관계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것으로서 정신적 긴장을 요하였다고 볼 수 있다.

(5) 위와 같이 이 사건 노동조합이 상급단체에 교섭권한을 위임하자 이 사건 회사가 고용노동부 질의를 이유로 교섭의 중지를 선언하여 노사교섭이 교착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 사건 회사의 팀장들은 망인이 개인적인 욕심에 판단을 그르치고 있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위와 같은 사건은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기 한 달 이내에 발생하였는바, 망인은 위 성명서를 원고에게 보여주고 괴로움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원고는 망인이 위 성명서가 발송된 이후인 2017.2.말부터 사망 무렵까지 힘들어하고 잠을 거의 자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망인은 2017.3.3. 카카오톡 단체방 대화에서 “미안합니다. 팀장들의 성명서가 터무니없는 얘기지만 제 맘속에 여전히 가시로 남아있네요. 맘 추스르고 다시 정진하겠습니다”라고 언급하기도 하였다(갑 제43호증).

(6)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기 약 일주일가량 전인 2016.3.10.에는 망인을 이 사건 노동조합의 위원장의 지위에서 탄핵하는 내용의 연판장이 돌려질 예정이었다. 망인은 이와 같은 사실을 미리 알고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기는 하였으나, 이와 같이 망인의 거취를 두고 사내 갈등이 촉발된 상황에서 망인이 느낀 스트레스는 통상적인 업무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상회하였으리라 짐작된다.

(7) 나아가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기 4일 전인 2017.3.14.에는 망인과 함께 이 사건 노동조합의 집행부를 꾸려온 부위원장 W, 사무국장 V, 조직부장 X가 망인의 노선에 반기를 들었다. 이와 같이 망인은 이 사건 회사와 갈등이 봉합되기는커녕 심화되는 상황에서 함께 일해 온 집행부마저 자신의 노선을 지지하지 않자 사회적 지지의 부재에 따른 고립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8) 망인의 대학교 후배이자 이 사건 회사 축구부 후배인 AT는 ‘팀장들 14인의 성명서가 게시된 이후 임원들이 조합원들과 개별 면담을 가지면서 조합원의 피로가 극에 달했고 심지어 노조 사무실을 찾는 것조차 꺼리는 직원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시점에 망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이렇게까지 힘들어했구나,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위원장이라는 위치를 지켜나가고 있구나. 항상 주변에 사람들로 가득했던 분이 지금은 외로움을 느끼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갑 제36호증의2).

다) 망인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하여 보건대, 법원 감정의 AF, AI는 공통적으로 심신의 스트레스가 심근경색의 유발인자가 된다고 보았다. 법원 감정의 AF는 심혈관 질환의 위험요인으로 알려진 사회 심리적 스트레스 요인에 사회적 지지의 부재 혹은 고립감, 직무 스트레스를 포함한 만성 스트레스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앞서 본 망인의 업무상 스트레스는 통상 업무가 과다한 것으로 인하여 겪게 되는 스트레스와는 달리 노조전임자의 업무의 특수성에 따라 노사갈등, 사내정치나 인간관계에서 비롯하는 스트레스가 망라되어 있었다고 판단되고 이 사건 상병 발생 무렵에 이를수록 그 강도가 높아졌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같은 망인의 업무상 스트레스는 망인의 기존 질환은 비대성 심근병증을 자연적으로 악화시켜 이 사건 상병을 발병시켰다고 봄이 상당하다.

라) 한편, 망인은 2007.10.16. 무리한 운동을 하지 말 것을 권유받기는 하였으나, 이후로도 사내 축구부나 교회 축구모임에서 꾸준히 축구를 해온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상병이 축구 중 발병하였더라도 업무상 스트레스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또한 망인이 비대성 심근병증을 진단받은 이후 지속적인 추적관찰을 위한 진료를 받지 않은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지만,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업무와 사망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고, 이 사건 상병은 특성상 급성으로 발병하기 때문에 망인이 평소 추적관찰 및 관리를 하였더라도 망인과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발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3.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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