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한 후 이를 수리하는 이른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 볼 수 없다. 이때 의원면직이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 경위, 사직서의 기재 내용과 회사의 관행, 사용자 측의 퇴직권유 또는 종용의 방법, 강도 및 횟수,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직서 제출에 따른 경제적 이익의 제공 여부, 사직서 제출 전후의 근로자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2민사부 2018.06.15. 선고 2017가합559058 판결 [전직 및 해고 무효확인 등 청구의 소]

원 고 / ○○

피 고 / 주식회사 ○○○게임즈

변론종결 / 2018.05.11.

 

<주 문>

1. 이 사건 소 중 하향 전직 무효 확인 청구 부분을 각하한다.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17.7.31.자 하향 전직 및 2017.8.4.자 해고는 각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017.8.4.부터 원고의 복직 시까지 매월 5,416,666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 사실

 

. 피고는 게임용 프로그램의 제작·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다. 원고는 2014.7.28. 피고에 고용되어 2015년 초경부터 아트팀의 팀장(아트디렉터)으로 근무하여 왔다.

. 원고는 2017.7.28. 피고 대표이사인 지○○에게 자신과 유사하게 피고 설립 초창기에 입사한 다른 직원들이 이사로 등재되어 있거나 자신보다 늦게 입사한 다른 직원이 이사로 승진한 것에 불만을 제기하며 자신을 이사로 승진시켜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은 이를 거절하였다. 이에 원고는 다시 지○○에게 연봉 인상을 요구하였고, ○○은 원고에게 만약 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원고가 아트디렉터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는데, 원고는 그것은 상황에 달린 것이다.”라고 대답하였다.

. ○○2017.7.31. 원고에게 연봉을 인상하여 줄 수 없다고 답변하면서, 위 나.항 기재 면담 과정에서 나타난 원고의 태도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회사에 대한 불만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팀원들을 관리하는 아트디렉터의 직책을 수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니 팀원으로 일해 줄 것을 통보하였다. 그러자 원고는 그만두라는 말과 뭐가 다르냐. 차라리 그럴 바엔 그만두겠다.”는 말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6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하향 전직 무효 확인 청구 부분의 적법 여부

 

직권으로 이 사건 소 중 하향 전직 무효 확인 청구 부분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본다.

원고는 2017.7.31.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원고에게 하향 전직 처분을 하였고, 이는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위 하향 전직 처분이 무효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원고가 위 하향 전직 처분 직후에 퇴직의 의사표시를 하여 의원면직되었음은 아래 3의 나.항에서 보는 바와 같은바, 위 하향 전직 처분은 원고의 의원면직에 의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였고,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더 이상 고용관계가 존재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소 중 하향 전직 무효 확인 청구 부분은 과거의 법률관계의 확인청구에 지나지 않으므로 그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3. 해고 무효 확인 및 임금 청구에 관한 판단

 

. 원고의 주장

피고가 2017.7.31. 원고에 대하여 하향 전직 처분을 하여 원고가 이에 대한 항의 과정에서 그만두라는 말과 뭐가 다르냐. 차라리 그럴 바엔 그만두겠다.”는 말을 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한 표현이었을 뿐 실제로는 퇴직을 할 의사가 없었다. 그럼에도 피고는 원고가 퇴직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보고 의원면직 처리를 하였는바, 이는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진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로서 해고에 해당한다. 그런데 원고에 대한 피고의 해고 처분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루어졌고, 근로기준법 및 피고의 인사관리규정에 따른 해고절차에 따라 이루어지지도 않았으므로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위와 같은 해고 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함과 아울러, 해고일 이후인 2017.8.4.부터 원고의 복직 시까지 원고가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인 월 5,416,666(= 65,000,000÷ 12개월)의 비율로 계산한 돈의 지급을 구한다.

 

. 해고 무효 확인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는, 원고의 퇴직 의사표시가 없었음에도 피고가 원고의 퇴직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보아 의원면직 처리를 한 것이 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므로, 먼저 원고의 퇴직 의사표시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한 후 이를 수리하는 이른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 볼 수 없다. 이때 의원면직이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 경위, 사직서의 기재 내용과 회사의 관행, 사용자 측의 퇴직권유 또는 종용의 방법, 강도 및 횟수,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직서 제출에 따른 경제적 이익의 제공 여부, 사직서 제출 전후의 근로자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2.3. 선고 2016255910 판결 참조).

을 제7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의 인사관리규정 제21조제1항은 사원이 퇴직하고자 할 때에는 퇴직희망일 1개월 이전에 사직원을 제출하고 인사권자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 사실, 원고가 피고에게 사직원을 제출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한편,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원고는 피고 대표이사에게 승진 및 연봉 인상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였다가 거절당하고 2017.7.31. 위 대표이사로부터 원고의 직급을 아트디렉터(팀장)에서 팀원으로 강등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후에 이에 반발하여 그럴 바엔 일을 그만두겠다는 말을 하였던 점, 원고는 위와 같이 사직의사를 밝힌 후 같은 날 자신이 속해 있던 아트팀의 파트장인 최○○에게 대표이사가 팀원으로 일하라고 해서 그만두겠다고 했다. ‘우리 회사는 아트직군으로서 올라갈 수 있는 최대치가 아트디렉터까지다라는 대표이사의 말에 실망했다.”고 말하며 자신이 퇴직한다는 사실을 알렸던 점, 원고는 같은 날 피고의 인사담당자인 최◇◇ 이사에게 오늘부 퇴사로 얘기 끝났다고 말하였으며, ◇◇ 이사는 이러한 내용을 피고 대표이사에게 보고하였던 점, 또한 원고는 같은 날 아트팀원 이○○에게 업무에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의 라이센스 사용권자 명의를 본인에서 다른 팀원인 최○○에게 넘겨주고 채용사이트의 담당자 이메일 주소를 본인의 것에서 대표이사 지○○이나 이사 최◇◇의 것으로 변경하는 조치를 하여 달라고 요구하였던 점, 원고가 위와 같이 퇴직 의사표시를 하고 그에 따른 후속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피고 측의 기망이나 강박행위는 물론 개입이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원고의 퇴직 의사표시에 따라 피고와 퇴직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져 퇴사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로부터 해고되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 임금 청구에 관한 판단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가 피고와의 퇴직에 관한 합의에 따라 퇴사한 이상, 원고가 해고되었고 그 해고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임금 지급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 중 하향 전직 무효 확인 청구 부분은 부적법하여 이를 각하하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종섭(재판장) 임상은 송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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