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시용계약이란 본계약 체결 전에 근로자가 앞으로 담당할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사용자가 일정 기간 평가하기 위하여 체결하는 계약으로서 일종의 해약권 유보부 근로계약(사용자가 근로자를 정식사원으로 채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아니하다고 평가할 경우 향후 근로계약을 해지하기로 하면서 체결한 근로계약)인데, 사용자가 시용계약에서 정한 시용기간 만료 시 본계약의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유보된 해약권의 행사로서 해고에 해당한다. 한편 시용기간 중에 있는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시용기간 만료시 본 계약의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유보된 해약권의 행사로서, 당해 근로자의 업무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려는 시용제도의 취지·목적에 비추어 볼 때 보통의 해고보다는 넓게 인정되나, 이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시용제도란, 사용자에게 일정 기간 근로자를 시용할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조직과 업무에의 적응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근로자를 미리 선별하여 채용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하여, 사용자의 경제활동에 의도치 아니한 생산성의 저하를 방지하고자 함을 목적으로 확정적인 근로계약의 체결을 일정 기간 유보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사용자는 시용기간 중 나타난 업무 수행능력과 자질 및 근무태도 등을 토대로 근로자의 직업적 능력과 업무 적격성을 평가할 수 있고, 그러한 사용자의 평가가 당사자들이 약정한 근로계약, 사용자의 취업규칙 및 복무규정 등에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다면, 이것은 노사의 사적 자치 영역에 포섭되어 원칙적으로 정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시용기간 만료에 따른 본계약의 채용거부도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면 효력이 없다는 제한을 받으므로, 채용거부 및 그 근거가 되는 사용자의 평가 또한 형식적으로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에서 정한 기준에 의하여 이루어져 일응 객관적인 근거에 의한다고 보이는 경우라는 것 외에, 실질적으로 평가 과정 및 결과를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
[2] 원고 회사가 초번 근무나 공휴일 근무를 지시한 것은 일견 외관상으로는 취업규칙 및 복무규정에 따른 적법한 것이고,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의 전제가 되는 수습평가 결과 또한 ‘초번 근무 불이행’ 및 ‘공휴일 무단결근’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원고 회사는 참가인의 수습기간 및 수습평가 과정에서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나 노력을 기울이지 아니하고 형식적으로 관련 규정을 적용하여 실질적으로 참가인이 ‘근로자로서의 근무’와 ‘어린 자녀의 양육’ 중 하나를 택일하도록 강제되는 상황에 처하게 하였고, 그 결과 참가인이 ‘초번 근무’와 ‘공휴일 근무’를 수행하지 못하여 수습평가의 근태 항목에서 전체 점수의 절반을 감점 당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는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여 효력이 없다.
◆ 서울행정법원 제14부 2019.03.21. 선고 2018구합50376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 고 / 주식회사 맥○○
♣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임○○
♣ 변론종결 / 2019.02.28.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생긴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중앙노동위원회가 2017.11.29. 중앙2017부해1016호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이하 ‘원고 회사’)는 1974.1.18. 설립되어 상시 약 6,400명의 근로자를 고용하여 건물종합관리업, 위생, 냉·난방 설비 공사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원고 회사는 광주 제2순환도로 주식회사가 광주 제2순환도로의 유지관리용역에 관하여 시행한 공개 경쟁입찰에 참여하여 위 순환도로 중 4구간의 유지관리용역에 관하여 낙찰받아 위 회사와 사이에 2017.4.1.부터 2018.12.31.까지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은 2008.6.16. 원고 회사가 위 도급계약을 체결하기 이전 위 순환도로 4구간의 유지관리용역을 수급한 아○○도로관리 주식회사(이하 ‘종전 회사’)에 입사하여 근무하던 중, 위와 같이 원고 회사가 해당 용역을 수급함에 따라 2017.4.1. 원고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 그 무렵부터 위 순환도로 4구간의 ○○영업소(이하 ‘이 사건 영업소’)에서 종전과 같이 서무주임의 직책으로 근무하였다.
다. 원고 회사는 2017.6.30. 참가인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수습기간 종료에 따른 정식채용 부적격 결정 통보’라는 서면을 교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
<제목 : 수습기간의 종료에 따른 정식채용 부적격 결정 통보>
1. 관련 규정
가. 근로기준법 제27조(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
나. 근로계약서 근로조건의 표시 2-3 (2)항 수습기간의 표시
다. 근로계약서 근로조건의 표시 6. 계약의 해지 등의 (2)항
라. 취업규칙 제13조(시용 및 수습) 1항 및 2항
2. 귀하는 2017.4.1. 입사 후 수습기간 동안 무단결근을 5일(5월 1일, 3일, 5일, 9일, 6월 6일) 하였으며 (중략) 초번주임 근무 결원시 초번 근무를 지정받고도 5월에 3회, 6월에 6회의 초번주임 근무를 거부하는 등 근무지시를 위반하는 등의 사유로 귀하의 수습기간 평가결과가 70점 미만으로 정식채용 부적격 대상으로 결정되었는바, 위 관련 근거에 따라 2017.6.30.자 근로계약이 해지됨을 통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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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참가인은 2017.7.11.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가 부당한 해고라고 주장하면서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하였다.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17.9.7. ‘참가인이 수습평가를 통해 본채용 여부가 결정될 수 있음을 예상하였거나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참가인이 휴무일에 관한 설명을 들었음에도 그 후 무단결근을 계속한 사실이 있는 점, 참가인이 종전 회사의 근로자로서 이 사건 영업소에서 근무할 때도 초번 근무(교대직으로 근무하는 직원들의 근무전환 시간 또는 휴게시간 동안 공백을 방지하기 위하여 06:00~15:00 근무하는 것, 이하 같다)를 한 적이 있으나 원고 회사의 초번 근무지시에 대하여는 거절한 점 등에 비추어, 원고 회사가 유보된 해약권을 행사하여 행한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취지의 이유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마. 이에 참가인은 2017.9.27. 중앙노동위원회에 위 초심 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재심을 신청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17.11.29. ‘원고 회사가 참가인의 무단결근 사정이나 이유를 적절하게 청취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아니한 점, 참가인이 1세와 6세를 양육하는 일하는 엄마라는 점을 감안하여 초번 근무지시에서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도록 노력해야 함에도 그러하지 아니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가 합리적 이유가 존재하지 않아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이유로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가 부당해고임을 인정하여 위 초심 판정을 취소하고 참가인의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받아들이는 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을 하였다.
〔인정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가 제1,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 요지
1) 원고 회사
가) 이 사건 근로계약은 원고 회사가 3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쳐 참가인을 평가한 후 채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는 수습기간 약정을 두고 있고, 원고 회사는 수습기간 종료 후 참가인에 대한 평가결과에 따라 본채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나) 참가인은 이 사건 영업소의 영업관리팀에 속하는 서무주임으로, 고유 업무 외에 고속도로의 요금 수납을 관리하는 수납원 및 영업주임 지원 업무 또한 담당하고 있었다. 따라서 참가인은 직무의 특성상 공휴일 근무 및 월 3~6회의 초번 근무를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는데도, 2017.5.1.(근로자의 날)과 같은 달 3일(석가탄신일)에 무단결근을 하고, 상급자가 공휴일 근무를 주지시켰음에도 같은 달 5일(어린이날), 9일(대통령 선거일) 및 2017.6.6.(현충일)에 무단으로 결근하였으며, 2017.5.11.경부터 초번 근무의 수행도 거부하였다. 이는 참가인이 원고 회사의 정당한 업무지시에 응하지 아니하고 노무제공을 거부한 경우에 해당한다.
다) 참가인은 그 해당 사항이 근태 항목에 반영되어(무단결근 1회 당 10점 감점, 합계 50점 감점), 수습평가 결과 채용점수인 70점에 미달하는 점수를 받았다. 원고 회사는 이러한 수습평가 결과에 따라 정식채용을 거절한 것이므로,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
라) 이 사건 영업소에는 참가인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고, 원고 회사는 참가인이 초번 근무시 외출을 하도록 허용하는 등 참가인의 사정을 배려한 사실도 있다. 그럼에도 이 사건 재심판정은 ‘참가인이 어린 자녀를 양육하며 일하는 엄마임을 감안하여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도록 노력하지 아니하였다’는 취지의 사정 등을 들어 이사건 본채용 거부통보가 부당하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2) 피고 또는 참가인
가) 참가인은 이 사건 영업소와 동일한 영업장에서 약 8년간 근무하던 경력직으로서 수습기간이 필요 없는 숙련된 근로자이고, 원고 회사는 기존 근로자들의 고용을 승계하기로 약정하며 입찰에 참여하여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참가인에 대한 고용을 승계하였으므로, 참가인의 근로조건을 종전보다 불리하게 변경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근로계약서상 ‘수습기간 약정’에 관한 부분은 비진의의사표시 또는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효력이 없고, 원고 회사는 종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참가인이 경력직으로 채용되는 것에 상호 합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는 시용기간 만료 후의 해지권 행사가 아니라 징계해고에 해당하는데, 원고 회사가 주장하는 사유는 징계해고의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징계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이루어졌으므로 그 효력이 없다.
나) 가사 수습기간 약정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아래와 같이 참가인에 대한 본채용 거절에는 합리적 이유가 없으므로,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는 무효이다.
(1) 참가인은 일근제 근무(09:00~18:00 근무)를 전제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서무주임으로서 교대제 근무의 일종인 초번 근무를 할 의무가 없다. 또한 참가인은 종전 회사에서 공휴일에 근무하지 아니하였고 원고 회사는 참가인의 고용을 승계하였으므로 종전 회사의 근로조건이 승계되었다고 보아야 하며, 다른 일근제 직원들 역시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적용받아 왔으므로, 참가인이 공휴일에 근무할 의무도 인정될 수 없다. 참가인의 초번 근무 및 공휴일 근무 의무를 전제로 한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는 그 원인 사실이 인정될 수 없다.
(2) 설령 무단결근 또는 초번 근무지시 거부가 인정되더라도, 아래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는 합리적 이유가 없다.
(가) 원고 회사의 수습평가 기준은 ‘근태’ 항목이 지나치게 높은 비중을 차지하여 불합리할 뿐만 아니라, 원고 회사가 사전에 이러한 수습평가 기준에 관하여 설명한 적도 없으며, 수습기간의 취지에 비추어 직무능력이 인정됨에도 근태와 관련한 사유로 본채용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 근태 항목을 고려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 회사가 주장하는 사유는 취업규칙상 해고사유에 이를 정도가 아니므로, 이를 근거로 참가인에게 실질적으로 해고와 동일한 ‘본채용 거부’를 하는 것은 지나치다.
(나) 참가인은 당시 1세, 6세의 어린 자녀를 양육하던 ‘일하는 엄마’였음에도 이러한 사정을 배려받지 못하였다.
(다) 다른 일근제 직원들도 공휴일에 출근하지 아니하였는데, 참가인에게만 무단결근을 문제 삼아 징계를 가하는 것은 합리적인 사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다.
나. 관련 규정 등 <생략>
다. 수습기간 약정의 효력 유무
1) 인정사실
가) 광주 제2순환도로 주식회사는 광주 제2순환도로 민간투자사업 통합운영 유지관리용역에 관하여 입찰을 공고하였고, 원고 회사는 종전 회사가 관리하던 위 도로 중 4구간 유지관리용역에 관한 입찰에 참여하여,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원고 회사는 위 입찰 참여시 광주 제2순환도로 주식회사의 요구에 따라 ‘근로조건 이행 확약서’라는 문서를 제출하였다. 그 문서 제1항은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위하여 근로자의 자진퇴사, 정년도래, 요금수납부정, 기타 사회 통념상 고용이 어려운 경우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과업인원을 고용승계하고 본 용역기간 동안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다.
다) 원고 회사는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하게 되자 참가인 등 종전 회사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그중 원고 회사가 참가인과 체결한 이 사건 근로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표 생략>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호증, 을가 제2,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처분문서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6.11. 선고 2002다6753 판결 등 참조).
나)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근로계약이 정한 수습기간의 약정은 유효하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는 참가인에 대한 수습기간 만료 후 원고 회사가 유보된 해지권을 행사하여 참가인의 채용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가 징계해고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하는 참가인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1) 이 사건 근로계약서는 참가인에게 ‘수습기간 3개월’이 적용된다고 명시하고 있고, 시용기간을 전제로 ‘수습기간 중 직무적응에 문제가 있는 경우 근로자를 본채용에 거부 또는 사직을 권할 수 있다’는 규정 또한 기재하고 있다. 수습기간에 관한 약정도 근로조건 중 하나이므로 해당 조건이 포함된 청약에 대하여 참가인이 승낙한 이상 이 사건 근로계약의 내용으로서 효력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원고 회사의 취업규칙은 시용제도를 채택하여 실제로 채용하는 근로자들이 시용기간을 거치게 하고 있고, 참가인과 마찬가지로 종전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원고 회사에서 근무하게 된 다른 직원들에 대하여도 이 사건 근로계약서와 유사한 조건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3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쳐 수습평가를 바탕으로 채용한 것으로 보인다. 참가인의 주장만으로는 원고 회사가 경력자나 숙련자에 대하여 형식적으로 수습기간 약정을 기재하였을 뿐이라고 보기 부족하다.
(3) 이 사건 영업소는 24시간 요금 수납이 이루어지는 현장이라는 특징이 있으므로, 한정된 인력으로 이 사건 도급계약상의 관리용역을 수행하고자 하는 원고 회사로서는, 수습기간을 통하여 업무의 숙련도 외에도 업무 공백을 방지하기 위한 성실성 등의 근태 항목을 평가할 유인이 있다.
(4) 원고 회사가 입찰 당시에 제출한 위 ‘근로조건 이행 확약서’는 ‘기타 사회 통념상 고용이 어려운 경우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과업인원을 고용승계’하는 등의 사항을 준수하겠다고 하여 문언 자체에서도 고용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를 예정하고 있다. 또한 해당 문서가 권고적 의미 또는 일반적 기준의 의미를 넘어 어떠한 계약문서로서의 효력이 있는지에 관하여 달리 주장·증명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이 사건 도급계약은 원고 회사와 광주 제2순환도로 주식회사 사이에서 체결되고 해당 문서는 그들 사이 수수되었는데, 제3자에 불과한 참가인이 위 문서만을 근거로 직접 근로계약 당사자 일방에 대하여 수습기간이 없는 근로계약을 주장하는 등의 특정한 권리를 취득한다는 근거에 대한 주장·증명도 없다.
라.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의 효력 유무
1) 관련 법리
시용계약이란 본계약 체결 전에 근로자가 앞으로 담당할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사용자가 일정 기간 평가하기 위하여 체결하는 계약으로서 일종의 해약권 유보부 근로계약(사용자가 근로자를 정식사원으로 채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아니하다고 평가할 경우 향후 근로계약을 해지하기로 하면서 체결한 근로계약)인데, 사용자가 시용계약에서 정한 시용기간 만료 시 본계약의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유보된 해약권의 행사로서 해고에 해당한다(대법원 2006.2.24. 선고 2002다62432 판결 등 참조). 한편 시용기간 중에 있는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시용기간 만료시 본 계약의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유보된 해약권의 행사로서, 당해 근로자의 업무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려는 시용제도의 취지·목적에 비추어 볼 때 보통의 해고보다는 넓게 인정되나, 이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위 대법원 2002다62432 판결, 대법원 2003.7.22. 선고 2003다5955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 원인사실의 인정 여부
가) 원고 회사가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에서 언급한 참가인의 부적격 사유는, 초번 근무지시의 불이행(이하 ‘제1 해지원인사실’)과 5일(2017.5.1., 같은 달 3., 같은 달 5., 같은 달 9., 2017.6.6.)의 무단결근(이하 ‘제2 해지원인사실’)이다. 그런데 이 사건 근로계약서는 참가인의 근무시간을 09:00부터 18:00로 정하고 있고, 참가인의 무단결근으로 문제된 날짜는 모두 공휴일이므로 참가인에게 초번 근무 의무 및 공휴일 근무 의무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나) 사실인정
(1) 이 사건 영업소는 도로의 통행료를 징수하는 요금소가 있는 사업장으로, 총괄소장 아래 영업관리팀, 교통관리팀, 시설유지관리팀, 설비팀, 정보통신팀, 도로관리팀이 있다. 영업관리팀은 통행료 수납과 관련된 영업을 하는 직원들인 수납원(37명), 요금을 관리하고 지원업무를 하는 영업주임(4명), 미납관리실 직원(7명), 서무주임(1명, 참가인)으로 구성되어 영업관리팀장의 지휘, 감독을 받는다.
(2) 영업관리팀 중 수납원들은 24시간 통행료를 징수하기 위하여, 공휴일을 포함하여 초번(07:00~14:00), 중번(14:00~22:00), 말번(22:00~07:00)의 3개조로 나뉘어 8시간씩 교대근무를 하고, 수납원 외 영업주임, 미납관리실 직원, 서무주임(이하 ‘지원인력’)은 일근직으로 근무하되 매월 일정 회수(3~6회) 초번 근무를 한다. 지원인력의 초번 근무일은 일정하지 아니하며, 매월 미리 작성되는 근무편성표를 통하여 본인의 초번 근무일을 확인하게 된다.
(3) 참가인은 2017.5.1.과 같은 달 3일에 출근하지 않았고 이와 관련하여 2017.5.4. 원고 회사에 ‘지금까지 ○○요금소에서 근무해 온 10여 년 동안 5월 1일, 석가탄신일(5월 3일)은 휴무일이었습니다. 광주 제2순환도로 타요금소 서무들 역시 휴무일로 계속 쉬고 있습니다. 오랜 근무형태를 하루 아침에 변경하는 것은 부당하기에 휴무일로 여기고 출근하지 않았습니다’라는 경위서를 작성·제출하였다. 참가인은 같은 날 위 경위서에 ‘휴무일(공휴일)에 영업조 근무자로서 휴무가 불가하다는 설명을 들었음’이라고 추가 기재하였으나, 다음날인 2017.5.5.과 같은 달 9일, 2017.6.6.에 결근하였다.
(4) 원고 회사의 2017년 4월 근무편성표에는 참가인이 3회(13일, 19일, 25일) 초번 근무를 할 것이 예정되어 있고, 같은 해 5월 근무편성표에는 4회(5일, 11일, 17일, 23일), 6월 근무편성표에는 5회(2일, 8일, 14일, 20일, 21일, 26일)의 초번 근무가 예정되어 있었다. 참가인의 상급자는 참가인의 초번 근무 시 어린 자녀의 어린이집 등원 시간에 맞추어 외출시간을 허용해 주었으나 위와 같이 참가인이 2017.5.1.과 같은 달 3. 출근하지 아니하자 ‘무단결근이 지속되면 외출의 편의를 봐줄 수 없다’는 취지로 언급하였다. 이에 참가인은 2017년 4월에는 초번 근무를 수행하였으나 5, 6월에는 이를 수행하지 아니하였다.
(5) 원고 회사는 수습사원 평가와 관련하여, 업무수행능력 4개 항목, 업무수행태도 4개 항 항목, 인성평가 2개 항목에 대해 각 항목별로 ‘매우 우수(10점)’부터 ‘매우 부족(2점)’까지 5단계를 두어 평가를 하도록 한다. 이처럼 항목별 평가결과 점수가 도출되면, ‘근태 관리’ 항목을 통하여 무단결근은 회당 10점, 지각은 3회 이상시 회당 5점, 그 외에는 회당 3점을 감점하였으며, 동 결과의 총점이 70점 미만일 경우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는 것이 불가하다고 정하였다. 참가인에 대한 수습평가 결과(이하 ‘수습평가 결과’)는 아래와 같다. <표 생략>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앞서 든 증거, 갑 제4 내지 21호증, 을가 제5호증, 을나 제1 내지 14호증(가지번호가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다) 구체적 판단
(1) 위 인정사실에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참가인은 정당한 이유 없이 원고 회사의 초번 근무지시를 거부하지 못하고, 근로자의 날인 5월 1일을 제외한 공휴일에는 근로를 제공할 의무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이 사건 근로계약에 의하면 참가인의 근무형태 및 근로시간은 일근직으로 ‘09:00부터 18:00까지’라고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 사건 근로계약에 의하면 근로자는 계약서에 기재되지 아니한 사항은 현장직 복무규정 등 제 규정에 따라야 하는데, 현장직 복무규정은 현장직 사원 중 일근직에 종사하는 사원의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은 법정 근로시간 내에서 현장의 특성에 맞추어 정하고(제15조제1항), 출퇴근 시간은 개별 현장의 기준에 따르며(제18조), 근무시간이 회사의 부득이한 사정으로 변경되는 경우 개별사원에게 사전에 통보한다면, 사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제15조제2, 3항).
② 원고 회사는 이 사건 영업소 중 영업관리팀을 요금 수납과 관련된 팀으로 분류하고, 24시간 운영이 필요하다는 전제에서 수납원들을 교대제로 운용하였으며, 수납원이 아닌 영업관리팀의 사원들도 지원인력으로 분류하여, 일근제이지만 교대제 운용시 발생할 수 있는 업무 공백의 보충 등을 위하여 매월 일정 회수의 초번 근무를 지시하는 방식으로 운용하였다. 이는 원고 회사가 사용자로서 이 사건 영업소의 특성을 반영하여 인력을 배치·운용하고자 하는 운영상의 재량이라고 할 것이고, 원고 회사가 근무시간을 변경·지시할 수 있는 사정으로 봄이 타당하다.
③ 이 사건 영업소의 영업관리팀 소속 직원들은, 실제 팀장을 제외하고는 매월 일정 회수의 초번 근무를 수행하였고, 그중에는 ‘서무주임’인 참가인과 동일한 주임 직급의 영업주임 4인도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초번 근무 시 일찍 출근하는 시간만큼 일찍 퇴근하여 총 근로시간에는 변동이 없는 점, 원고 회사가 근무편성표를 통하여 매월의 초번 근무 일정을 미리 서면으로 안내하던 점, 서무주임은 영업관리팀으로 분류되어 있고 참가인의 후임인 서무주임 또한 초번 근무를 수행하고 있는 점 등을 보태어 보면, 원고 회사의 초번 근무지시는 현장직 복무규정 제15조가 예정하는 근무지시에 해당하므로, 참가인은 원칙적으로 이를 거부할 수 없다.
④ 이 사건 근로계약서는 주휴일 및 근로자의 날을 휴일로 인정하고 원고의 취업규칙 또한 사원의 유급휴일을 주휴일, 근로자의 날로 정하므로, 2017.5.1.은 근로자의 날로써 휴일에 해당하여 참가인이 근무할 의무가 없다고 할 것이지만, 참가인이 결근한 나머지 공휴일은 이 사건 근로계약상의 휴일이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참가인에게 근무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⑤ 이러한 사정에 더하여, 서무주임은 수납원의 근태관리 보조, 영업소 문서관리, 세금계산서 취합 및 발행 등 영업관리팀의 운영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므로, 원고 회사가 서무주임을 영업관리팀으로 분류하여 공휴일 근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참가인에게 근무를 지시한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영업관리팀이 아닌 다른 직원들이 실질적으로 공휴일에 근무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업무 내용이나 성격의 차이를 무시하고 서무주임인 참가인에게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어야만 한다고 볼 수는 없다.
(2) 이처럼 참가인은 원고 회사의 초번 근무지시에 따라야 하고 공휴일에 근무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원고 회사의 지시에 따르지 아니하였다. 이에 참가인이 상급자의 지적에도 종전 회사의 근무형태나 다른 일근직 근로자의 근무형태를 들어 거듭 지시를 이행하지 아니한 점, 원고 회사의 관련 규정은 ‘사업장을 이탈할 경우 회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현장직 복무규정 제18조), ‘결근시 사전에 결근계를 제출하여야 한다’(취업규칙 제37조)는 취지의 내용을 정하고 있는데 참가인이 그러한 절차를 거쳤다는 자료가 없는 점 등의 사정까지 보태어 보면, 참가인이 초번 근무지시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는 제1 해지원인사실과, 제2 해지원인사실 중 4일(2017.5.3., 같은 달 5.5., 같은 달 5.9., 2017.6.6.)의 무단결근을 하였다는 사실은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될 수 있다. 나아가 이를 사유로 한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가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이유로서 상당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3)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의 합리성 유무
가) 쟁점
참가인은 ‘당시 1세, 6세의 두 아이를 양육하고 있어서 보육시설이 운영되지 아니하는 오전 이른 시간이나 공휴일에는 근무할 수 없던 것이므로, 초번 근무 및 공휴일 근무 거부를 이유로 이 사건 해고 통보를 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원고 회사는 ‘약정 근로조건을 성실하게 이행해 줄 근로자가 필요하므로, 계약상 의무인 초번 근무 및 공휴일 근무를 거부한 참가인을 채용하지 아니한 것은 합리적이다’라고 주장한다. 즉, 약정된 노무제공 의무를 근로자가 어린 자녀 양육이라는 사유를 들어 이행하지 아니하였을 때, 그러한 근로자의 본채용 거부에 사회통념상의 합리성, 상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나) 판단의 전제
(1) 시용제도란, 사용자에게 일정 기간 근로자를 시용할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조직과 업무에의 적응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근로자를 미리 선별하여 채용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하여, 사용자의 경제활동에 의도치 아니한 생산성의 저하를 방지하고자 함을 목적으로 확정적인 근로계약의 체결을 일정 기간 유보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사용자는 시용기간 중 나타난 업무 수행능력과 자질 및 근무태도 등을 토대로 근로자의 직업적 능력과 업무 적격성을 평가할 수 있고, 그러한 사용자의 평가가 당사자들이 약정한 근로계약, 사용자의 취업규칙 및 복무규정 등에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다면, 이것은 노사의 사적 자치 영역에 포섭되어 원칙적으로 정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시용기간 만료에 따른 본계약의 채용거부도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면 효력이 없다는 제한을 받으므로, 채용거부 및 그 근거가 되는 사용자의 평가 또한 형식적으로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에서 정한 기준에 의하여 이루어져 일응 객관적인 근거에 의한다고 보이는 경우라는 것 외에, 실질적으로 평가 과정 및 결과를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
(2) 부모의 자녀 양육권은 비록 헌법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아니하지만, 이는 모든 인간이 누리는 불가침의 인권으로서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장하는 헌법 제36조제1항,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10조 및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37조제1항에서 나오는 중요한 기본권이다[헌법재판소 2000.4.27. 선고 98헌가16, 98헌마429(병합) 결정 참조]. 양육권은 공권력으로부터 자녀의 양육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라는 점에서는 자유권적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을, 자녀의 양육에 관하여 국가의 지원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는 점에서는 사회권적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을 아울러 지닌다. 이러한 헌법상 부모의 자녀 양육권은 우리 사회의 객관적인 가치질서를 이루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민간 영역에서도 영유아의 양육을 배려하여야 한다는 사회적인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근로관계에서 ‘양육에 대한 배려 및 지원’에 관한 인식은 보편화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계속된 저출산 기조로 초저출산 사회로 접어들고 그 주요 원인으로 경제활동을 비롯하여 사회활동을 하는 여성의 영유아 양육 부담도 크게 작용한다는 문제의식 아래, 영유아 양육의 문제를 국가와 사회가 함께 해결하여야 한다는 인식이 형성·확대됨에 따른 것이다. 즉, 영유아 양육에 관해 종전에는 가정 또는 개인이 각자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에 머물렀으나, 이제는 점차 사회에서도 그 책임을 분담하여야 한다는 시각이 확대되고 있고, 근로자가 기업 존속을 위한 기업의 구성원으로서 노동력을 제공하여 이익 창출에 기여하며 영유아 역시 장래의 인적 자원이 된다는 점에서, 근로자들의 양육문제에 대하여 기업에도 일부 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다거나 사용자의 배려를 요구할 수 있다는 데에도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3) 입법자는 민간 근로관계에 적용되는 ‘남녀고용평등법’ 등 관련 법령을 통하여 사인간의 근로관계에서 근로자의 양육을 배려하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마련하고 있다. 입법자는 위와 같이 변화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을 구체화하여, 종전의 ‘남녀고용평등법’을 2007.12.21. 현재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로 일부 개정하고, 모성 보호와 여성 고용을 촉진하여 남녀고용 평등을 실현함과 아울러 근로자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함으로써 모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법률의 목적으로 삼아 관련 규정을 두고 있다.
(4)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는, 위와 같이 우리 사회가 사회적·경제적 상황 변화에 상응하여 이루어 낸 공감대나 입법자가 법률의 제정을 통하여 구현하고자 하는 가치를 침해하지 아니하여야 하며, 이것이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가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이 법원의 기준이 된다.
다) 구체적 판단
원고 회사가 초번 근무나 공휴일 근무를 지시한 것은 일견 외관상으로는 취업규칙 및 복무규정에 따른 적법한 것이고,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의 전제가 되는 수습평가 결과 또한 ‘초번 근무 불이행’ 및 ‘공휴일 무단결근’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 회사는 참가인의 수습기간 및 수습평가 과정에서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나 노력을 기울이지 아니하고 형식적으로 관련 규정을 적용하여 실질적으로 참가인이 ‘근로자로서의 근무’와 ‘어린 자녀의 양육’ 중 하나를 택일하도록 강제되는 상황에 처하게 하였고, 그 결과 참가인이 ‘초번 근무’와 ‘공휴일 근무’를 수행하지 못하여 수습평가의 근태 항목에서 전체 점수의 절반을 감점 당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는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여 효력이 없다.
① 참가인의 수습평가 결과에 의하면, 참가인은 ‘업무 수행능력’에서는 적어도 70% 이상(평가자 모두 해당 항목의 배점 40점 중 모두 30점 이상으로 평가하였다)으로 우수하였고, 어느 평가자로부터는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참가인에 대한 수습평가 결과에 따른 본채용 거부는 오직 공휴일 무단결근과 초번 근무지시를 거부한 것에 따른 근태 평가 때문이다.
② 초번 근무는 통상적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보육 업무를 시작하는 시간보다 일찍 출근할 것을 요구하게 되므로, 어린 자녀를 보육시설에 등원시켜야 하는 참가인으로서는 초번 근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곤란한 상황이었다. 참가인은 2017.4. 초번 근무를 담당할 때 상급자가 자녀의 어린이집 등원을 위해 외출을 허용함에 따라 초번 근무를 수행하다가 2017.5. 참가인의 공휴일 결근 문제가 불거져 상급자로부터 ‘초번 근무시 외출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말을 들은 이후부터 초번 근무를 거부하였다. 참가인의 초번 근무지시 거부는 이처럼 자녀 양육과 충돌되는 상황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원고 회사의 복무규정 또한 근로시간 변경 지시와 관련하여 사원이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거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음에도(제15조제3항 단서), 원고 회사가 참가인에게 거듭하여 초번 근무를 지시하는 외에, 위 정당한 사유의 존부를 검토하고 배려하는 등의 노력을 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다.
③ 참가인의 결근이 문제된 법정 공휴일에는 참가인의 자녀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운영되지 아니하여 참가인은 법정 공휴일에 출근하는 것이 매우 곤란하였다. 참가인이 종전 회사에 고용되어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할 때 공휴일에 쉬어 왔으므로 2017.4. 원고 회사로 사용자가 변경된 이후 얼마 지나지 아니한 2017.5.부터 공휴일 근무에 대비하여 안정적인 자녀 양육 방안을 마련하기에는 준비할 시간이 촉박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고 회사가 제반 사정에 대한 검토 없이 참가인에게 공휴일 근무를 명하는 것은, 참가인에게 사실상 출근과 자녀 양육 중 택일이 강제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하는 것이다.
④ 앞서 본 바와 같이 영유아 양육은 사회적 연대로 대처할 문제라는 인식에 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고, 입법자 또한 이러한 인식을 구체화하여 2007.12.21. 남녀고용평등법의 개정을 통해 제19조의5를 신설하여 ‘사업주는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는 근로자의 육아를 지원하기 위하여 업무를 시작하고 마치는 시간 조정, 연장근로의 제한, 근로시간의 단축·탄력적 운영 등 근로시간 조정, 그 밖에 소속 근로자의 육아를 지원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취지를 규정하였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여성 경제인력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며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을 강화하고자 하는 위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면, 원고 회사는 위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참가인이 6세와 1세의 어린 자녀 양육 때문에 ‘무단결근’ 또는 ‘초번 근무지시 거부’에 이른 사정을 헤아려 참가인에게 일·가정 양립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
⑤ 물론 참가인의 양육 지원에 관하여 사용자인 원고 회사에 기대할 수 있는 노력의 정도나 구체적인 대안은 원고 회사의 제반 상황이나 이 사건 영업소의 여력을 고려하여 평가되어야 한다. 원고 회사의 이 사건 영업소에서 근무하는 A(정보통신팀장), B(2017.12.31. 퇴직, 교통관리팀) 등, 근로시간에 관하여 참가인과 유사하게 ‘일근직’으로 계약한 사원들이 이 사건 무단결근이 문제된 날을 포함하여 공휴일에 유급휴가를 보장받아 왔고, 참가인이 종전 회사에서 출산 및 자녀 양육을 이유로 초번 근무를 면하고 소속 팀장이 이를 대행한 사실이 있다. 원고 회사는 2017.9.21. ‘통상근무자 공휴일은 연차로 대체한다’는 취지의 공고를 게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이 사건 영업소의 인력 현황, 가동 현황, 원고 회사의 규모 등을 종합하여 보면, 초번 근무나 공휴일 근무와 관련하여 참가인의 근로시간을 조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기대하는 것이 원고 회사에 대하여 과도한 기대이거나 무리한 정도라고 판단되지 아니한다.
마. 소결론
이 사건 본채용 거부통보는 합리적인 이유를 인정할 수 없어 효력이 없다. 이와 같은 취지의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3. 결 론
원고 회사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정중(재판장) 이강호 김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