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근로계약의 종료 사유는 근로자의 의사나 동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퇴직,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해고,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자동소멸 등으로 나눌 수 있고, 그 중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

원고가 실제로 퇴직할 의사가 없으면서 부당한 하향전직을 요구한 피고에 대하여 불만과 거부의 의사를 표시하기 위한 감정적 대응을 한 것을 빌미로 마치 원고가 진정한 사직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취급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피고의 조치는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진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로서 해고에 해당한다.

 

서울고등법원 제15민사부 2019.02.15. 선고 20182034962 판결 [전직 및 해고 무효확인 등 청구의 소]

원고, 항소인 / ○○

피고, 피항소인 / 주식회사 ○○○게임즈

1심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6.15. 선고 2017가합559058 판결

변론종결 / 2018.12.07.

 

<주 문>

1. 1심판결 중 아래에서 확인하는 부분 및 지급을 명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17.8.4.자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 피고는 원고에게 2017.8.4.부터 원고의 복직 시까지 매월 5,416,666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1항의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피고가 원고에 대한 2017.7.31.자 하향전직명령이 존재하지 아니함을 자인함에 따라, 원고는 당심에 이르러 2017.7.31.자 하향전직 무효 확인 청구 부분의 소를 취하하였음).

 

<이 유>

1. 기초사실

 

. 피고는 게임용 프로그램의 제작·판매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다. 원고는 2014.7.28. 피고에게 고용되어 2015년 초경부터 아트팀의 팀장(아트디렉터)으로 근무하였다.

. 원고는 2017.7.28.(금요일) 피고의 대표이사인 지○○과 면담을 하면서 이사로의 승진 및 연봉인상 등 처우개선을 요구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지○○은 원고에게 승진은 어렵다고 하면서, 피고가 원고의 연봉인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원고가 아트디렉터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고, 원고는 그것은 상황에 달린 것이다.’라고 대답하였으며, 이에 지○○은 원고에게 연봉인상은 주말 동안 생각해 보겠다.’고 말하였다.

. 피고의 대표이사인 지○○2017.7.31.(월요일) 원고에게 연봉인상 요구를 받아줄 수 없다고 하면서, ‘원고는 인사 및 연봉에 대한 불만이 남아 있어서 관리자급인 아트팀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으니, 아트팀의 팀원으로 일해 달라.’는 요구를 하였다. 이에 원고는 화가 나서 지○○에게 그건 그만두라는 말과 뭐가 다르냐. 차라리 그럴 바엔 그만두겠다.’고 말하였다. 그러자 지○○회사에서 그만두라고 한 것이 아니라 원고가 그만둔다고 한 것이다.’라고 하면서 업무 인수인계 관련 일을 생각해 둘 테니 이틀 동안(2017.8.1. ~ 2.) 연차휴가를 다녀오라고 지시하였고, 원고는 이틀 동안 연차휴가를 사용하였다.

. 피고는 원고의 휴가기간 중에 원고가 자발적으로 퇴사하였다.’는 취지를 회사 내부에 공지하고, 2017.8.1.자 조직도에서 원고의 이름을 삭제하는 한편 아트팀의 팀장을 김○○으로 기재하였으며, 작업 프로그램에 대한 원고의 접근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원고는 연차휴가를 마치고 2017.8.3. 출근하여, 피고가 원고의 휴가기간 중에 위와 같은 조치를 한 사실을 알고, 피고의 대표이사 지○○ 3명의 이사들에게 퇴사하지 않겠다. 이건 부당하다.’고 항의하였으나, ○○은 원고에게 원고가 자발적으로 퇴사했으니 2017.8.4. 출근하더라도 캡스에 지문을 삭제하여 회사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고 통보하였다(이로써 피고는 2017.8.4.자로 원고를 의원면직 처리한 것으로 봄).

. 한편 피고는 2017.7.5.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고의 임금을 연봉 6,500만 원으로 정하고, 매월 연봉의 1/12씩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 6,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해고 무효 확인 청구에 관한 판단

 

.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원고가 2017.7.31. ○○에게 그만두겠다.’고 말한 것은, 실제로 사직할 의사 없이,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한 표현이었을 뿐, 진정한 사직 의사표시가 아니고, 피고도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사직의 의사표시로서 효력이 없다. 그런데도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즉각적으로 2017.8.4.자 의원면직 처리를 한 것은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한 근로계약관계의 종료, 즉 해고에 해당한다. 그런데 원고에 대한 피고의 해고 처분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루어졌고, 절차적 하자가 있으므로 무효이다.

2) 피고의 주장

원고는 2017.7.31. 피고에게 그만두겠다.’고 말함으로써 스스로 사직의 의사를 표시하였고, 이러한 원고의 의사표시는 비진의표시가 아니며, 설령 비진의표시라고 하더라도 피고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바, 피고가 원고의 자발적인 사직을 수리함으로써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를 해고한 사실이 없다.

 

. 판단

1) 원고의 사직 의사표시의 효력

위 인정사실과 앞서 본 증거들에 갑 제10호증, 을 제1, 2, 3, 7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그만두라는 말과 뭐가 다르냐. 차라리 그럴 바엔 그만두겠다.’고 말한 것은, 실제로 사직하겠다는 의사표시라고 할 수는 없고, 피고가 원고에게 갑자기 일방적으로 아트팀의 팀장에서 팀원으로 하향전직을 요구한 데 대하여 화가 나서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피고에 대한 강한 불만과 피고의 부당한 하향전직 요구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한 거부의 의사를 나타내기 위하여,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표출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피고의 대표이사 지○○도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인다. 따라서 원고의 사직 의사표시는 민법 제107조제1항 단서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 원고는 피고에게 승진 및 연봉인상 등의 처우개선을 요구하였다가 결과적으로 모두 거절당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팀장에서 팀원으로 하향전직을 요구받기에 이르렀다. 더구나 피고가 하향전직의 사유로 내세운 내용, 원고에게는 인사 및 연봉에 대한 불만이 남아 있어서 관리자급인 아트팀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고, 달리 원고에 대하여 하향전직을 요구할 업무상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려워(을 제4호증, 5호증의1 내지 4의 각 기재만으로는 정당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함), 원고에 대한 하향전직 요구가 부당하다고 보이므로, 이러한 부당한 요구를 받은 원고가 피고의 일방적·전격적인 하향전직 요구를 자신의 처우개선 요구에 대한 보복 조치로 인식하여 강한 배신감과 모멸감을 느낀 나머지 감정적인 대응을 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 원고가 그것은 상황에 달린 것이다.’라고 대답한 것을 두고 반드시 아트디렉터로서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단정할 수 없고, 승진 및 연봉인상과 관련한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한 말이라고 볼 여지가 많다.

) 피고의 인사관리규정 제21조제1항은 사원이 퇴직하고자 할 때에는 퇴직희망일 1개월 이전에 사직원을 제출하고 인사권자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원고는 피고에게 사직원을 제출하지 않았고, 피고는 원고가 그만두겠다.’는 말을 한 후 1개월이 되기 훨씬 이전에 즉각적으로 원고와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조치를 취하였다.

) 원고가 2017.7.31. 피고에게 그만두겠다.’고 말한 후 피고의 아트팀 파트장인 최○○에게 대표이사가 팀원으로 일하라고 해서 그만두겠다고 했다.’고 말하고, 인사담당자인 최◇◇ 이사에게 오늘부 퇴사로 얘기 끝났다.’고 말하였으며, 아트팀의 팀원 이○○에게 업무에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 사용권자 명의를 원고에서 최○○으로 넘겨주고 채용사이트의 담당자 이메일 주소를 원고의 것에서 대표이사 지○○이나 이사 최◇◇의 것으로 변경하는 조치를 하여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사실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고의 일련의 언동은 모두 피고로부터 일방적·전격적으로 부당한 하향전직 요구를 받은 당일 화가 나서 감정적인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 원고는 피고에게 그만두겠다.’는 말을 한 다음 이틀 동안 휴가를 다녀온 후 피고가 그 사이에 작업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사실을 알고, 곧바로 피고의 대표이사 및 이사들에게 퇴사하지 않겠다. 이건 부당하다.’고 항의하였다.

2) 피고의 처분의 효력

근로계약의 종료 사유는 근로자의 의사나 동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퇴직,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해고,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자동소멸 등으로 나눌 수 있고, 그 중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대법원 2011.3.24. 선고 201092148 판결 등 참조).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실제로 퇴직할 의사가 없으면서 부당한 하향전직을 요구한 피고에 대하여 불만과 거부의 의사를 표시하기 위한 감정적 대응을 한 것을 빌미로 마치 원고가 진정한 사직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취급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피고의 조치는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진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로서 해고에 해당한다.

그런데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있거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유효하고,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근로기준법 제23, 24, 27). 또한 을 제7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의 인사관리규정(15, 16)이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서 징계면직을 하도록 규정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피고가 2017.8.4.자로 원고에 대하여 한 해고에 정당한 이유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다거나, 절차적 적법성을 갖추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원고에 대한 해고는 무효이다.

 

3. 임금 청구에 관한 판단

 

근로자에 대한 해고처분이 무효가 된 경우 그 동안 고용관계는 유효하게 계속되어 있었던 것이 되고, 근로자가 해고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것은 부당한 해고를 한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말미암은 것이므로, 근로자는 민법 제538조제1항에 따라서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에 그 반대급부로 받을 수 있는 임금 전부의 지급을 구할 수 있다(대법원 1993.12.21. 선고 9311463 판결 등 참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해고일인 2017.8.4.부터 복직 시까지 원고가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에 반대급부로 받을 수 있었던 임금에 해당하는 월 5,416,666(= 65,000,000÷ 12개월)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해고 무효 확인 및 임금 청구는 각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 1심판결 중 위 각 청구에 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 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위 각 청구에 관한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위 각 청구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동근(재판장) 송석봉 서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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