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2]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성희롱을 사유로 한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증명책임이 있다. 다만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그 지도이념과 증명책임,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되므로, 징계사유인 성희롱 관련 형사재판에서 성희롱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가 선고되었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의 존재를 부정할 것은 아니다.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피해자는 이러한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학생들에 대한 성희롱을 이유로 해임된 대학교수인 원고가 소청심사 청구를 기각한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사건에서, 피해자가 사건 이후에도 계속하여 원고의 강의를 수강한 점, 피해 진술에 소극적인 점, 사건 발생 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문제를 제기한 점 등을 이유로 피해자 진술을 배척하거나 원고의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성희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보아 파기한 사례]
◆ 대법원 제2부 2018.04.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교원소청심사위원회결정취소]
♣ 원고, 피상고인 / 장○○
♣ 피 고 / 교원소청심사위원회
♣ 피고보조참가인, 상고인 / ○○이공대학교 총장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7.11.10. 선고 2017누3483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경위
가. 원고는 학교법인 ○○학원이 설립・운영하는 ○○이공대학교의 컴퓨터계열 교수이고, 피해자 권○○, 변△△은 소속 학과 학생들이다.
나. 피고보조참가인은 2015.4.10. 원고가 소속 학과 여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행위 등을 포함하여 수차례 성희롱 및 성추행 행위를 하였고 이는 사립학교법 제61조 제1항 각 호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사유로 원고를 해임하였다.
(1) 피해자 권○○ 관련 징계사유
① 권○○이 봉사활동을 위한 추천서를 받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원고의 연구실을 방문했을 때, 뽀뽀해 주면 추천서를 만들어 주겠다고 하였다(제1-2 징계사유).
② 수업 중 질문을 하면 권○○을 뒤에서 안는 듯한 포즈로 지도하였다(제1-3 징계사유).
③ 권○○이 원고의 연구실을 찾아가면 “남자친구와 왜 사귀냐, 나랑 사귀자”, “나랑 손잡고 밥 먹으러 가고 데이트 가자”, “엄마를 소개시켜 달라”고 하는 등 불쾌한 말을 하였다(제1-4 징계사유).
(2) 피해자 변△△ 관련 징계사유
① 수업시간에 변△△을 뒤에서 안는 식으로 지도하고 불필요하게 변△△과 한 의자에 앉아 가르쳐 주며 신체적 접촉을 많이 하였다(제3-1 징계사유).
② 복도에서 변△△과 마주칠 때 얼굴에 손대기, 어깨동무, 허리에 손 두르기와 함께 손으로 엉덩이를 툭툭 치는 행위를 하였다(제3-2 징계사유).
③ 변△△과 단 둘이 있을 때 팔을 벌려 안았다(제3-3 징계사유).
④ 학과 MT에서 아침에 자고 있던 변△△의 볼에 뽀뽀를 2차례 하여 정신적 충격을 주었다(제3-4 징계사유).
⑤ 장애인 교육 신청서를 제출하러 간 변△△에게 자신의 볼에 뽀뽀를 하면 신청서를 받아 주겠다고 하여 변△△이 어쩔 수 없이 원고의 볼에 뽀뽀를 하였다(제3-5 징계사유).
다. 원고는 징계에 불복하여 2015.5.7. 피고에 대하여 소청심사를 청구하였고, 피고가 원고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결정을 하자,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2. 원심의 판단
가. 피해자 권○○ 관련 징계사유에 관하여
(1) 제1-3 징계사유 가운데 소위 ‘백허그’를 하였다는 것은, 교수인 원고가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실습실에서 그러한 행위를 시도하였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 피해자가 익명으로 이루어진 강의평가에서 이에 대한 언급 없이 원고의 교육방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발생사실 자체를 인정하기 어렵다. 다만 원고가 위 피해자의 손 위로 마우스를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등의 불필요한 신체적 접촉을 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지만, 이는 원고의 적극적인 교수방법에서 비롯된 것이고 위 피해자가 그 후에도 계속하여 원고의 수업을 수강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에 이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2) 제1-2, 제1-4 징계사유와 같은 말을 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고 이는 부적절한 면이 없지 않지만, 원고는 평소 위 피해자를 비롯한 소속 학과 학생들과 격의 없고 친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주 농담을 하거나 가족 이야기, 연애상담을 나누기도 한 점, 원고와 위 피해자의 대화 가운데 극히 일부분을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문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이는 피해자인 여학생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보기 어렵다.
나. 피해자 변△△ 관련 징계사유에 관하여
제3-1 내지 5 징계사유에 관한 피해자 변△△의 진술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신빙성을 인정하기 곤란하다. 그리고 그 진술 내용에 의하더라도 원고의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가 매우 좋았던 점, 원고가 평소 친밀감의 표현으로 다수의 제자들을 향하여 팔을 벌려 안으려는 듯한 자세를 취한 것을 과장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드는 점, 위 피해자가 원고에게 뽀뽀를 한 것은 그녀의 친구들이 벌인 장난 가운데 일어난 일로서 원고가 이를 강요하였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징계사유를 모두 인정할 수 없다.
첫째로, 피해자 변△△은 최초 권○○의 부탁을 받고 자신의 성희롱 사건도 함께 신고하게 된 것인데, 자신의 피해사실에 대하여는 형사고소 이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진술을 거부하면서도 권○○의 피해사실에 대하여는 증인으로 출석하여 자유롭게 진술하고 있는데, 이를 성희롱 내지 성추행 피해자로서의 대응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둘째, 위 피해자가 자신의 진술서를 작성한 것은 2014.12.17. 무렵인데, 그 기재 내용은 2013년부터 2014년 전반기까지 일어난 일들이어서 권○○의 권유 또는 부탁이 없었더라면 과연 한참 전의 원고 행위를 비난하거나 신고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셋째, 위 피해자는 이전에는 원고와 격의 없이 지내다가 이 사건 해임처분이 있은 이후로는 원고를 만나는 것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로 미루어 볼 때 위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사실에 대하여 수사기관 등에서 진술을 거부한 이유는 자신의 신고로 인한 책임추궁이 두렵기 때문으로 의심된다.
넷째, 위 피해자는 원고에 대한 형사고소를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는 각서를 작성하여 주는 대신 원고에게도 자신에 대한 법적 대응을 하지 않도록 요구하여 그러한 내용의 원고 명의 각서를 공증사무소에서 인증받기까지 하였는데, 이는 통상 피해자가 단순히 가해자를 용서하는 합의를 하여주는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이례적이다.
다. 징계양정에 관하여
가사 위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언동은 좁은 실습실에서 소위 맨투맨식 강의방법으로 적극적인 수업을 하고 학생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고 농담도 하며 친밀하게 지내던 중에 아무런 고의 없이 이루어진 일이라는 점, 여학생들도 대부분 당시에는 별다른 문제점을 느끼지 못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 후에 피해자 권○○의 문제 제기로 인하여 신고하게 된 것이라는 점 및 이 사건 발생 경위와 피해 정도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해임처분은 원고 행위의 비위 정도에 비추어 지나치게 무거워 징계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성희롱의 판단기준 및 증명책임에 관하여
(1)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7.6.14. 선고 2005두6461 판결 등 참조).
(2) 성희롱을 사유로 한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증명책임이 있다. 다만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대법원 2010.10.28. 선고 2008다6755 판결 등 참조).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그 지도이념과 증명책임,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되므로, 징계사유인 성희롱 관련 형사재판에서 성희롱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가 선고되었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의 존재를 부정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5.3.12. 선고 2012다117492 판결 등 참조).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피해자는 이러한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나. 징계사유의 존부에 관하여
(1) 위 법리에 비추어 원심이 제1-3, 제3-1 내지 5 징계사유인 성희롱 사실 발생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부분을 살펴본다.
먼저 원심은 제1-3 징계사유와 관련하여 원고가 수업 중에 실습실에서 소위 ‘백허그’를 하였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은 위 행위 외의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원고가 피해자 권○○에 대하여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위 행위 부분에 대해서는 위 피해자가 익명으로 이루어진 강의평가에서 이에 대한 언급 없이 원고의 교육방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든가 또는 그 후에도 계속하여 원고의 수업을 수강한 점 등을 근거로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였다. 그러나 이는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법원이 충분히 심리를 한 끝에 상반되는 증거를 비교・대조하여 증명력을 평가하여 내린 결론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음으로 제3-1 내지 5 징계사유에 관한 피해자 변△△의 진술을 배척한 이유들 역시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피해자가 자신의 성희롱 피해 진술에 소극적이었다거나 성희롱 사실 발생 후 일정 시간이 경과한 후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등의 사정이 피해자 진술을 가볍게 배척할 사유가 아님은 이미 살펴본 바와 같다. 특히 원심이 권○○의 권유 또는 부탁이 없었더라면 과연 피해자에게 한참 전의 원고 행위를 비난하거나 신고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한 부분은 성희롱 사실 발생 자체를 배척하는 근거로 삼기에 적절하지 않다.
(2) 제1-2, 제1-3, 제1-4 징계사유에 관한 원심 판단을 살펴본다.
원심이, 제1-2, 제1-4 징계사유와 관련하여 원고와 피해자의 대화 가운데 극히 일부분을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문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 자체는 옳다. 그러나 원심이 이에 관하여 원고가 평소 학생들과 격의 없고 친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주 농담을 하거나 가족 이야기, 연애상담을 나누기도 한 점 등을 이유로 들고, 제1-3 징계사유와 관련하여 원고가 피해자에 대하여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한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이는 원고의 적극적인 교수방법에서 비롯된 것이고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 이후에도 계속하여 원고의 수업을 수강한 점 등을 이유로 들어 원고의 행위가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에 이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부분은 수긍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이유 설시는 자칫 법원이 성희롱 피해자들이 처한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은연중에 가해자 중심적인 사고와 인식을 토대로 평가를 내렸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
원고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가해자가 교수이고 피해자가 학생이라는 점, 성희롱 행위가 학교 수업이 이루어지는 실습실이나 교수의 연구실 등에서 발생하였고, 학생들의 취업 등에 중요한 교수의 추천서 작성 등을 빌미로 성적 언동이 이루어지기도 한 점, 이러한 행위가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이루어져 온 정황이 있는 점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우리 사회 전체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이 아니라 피해자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였는지를 기준으로 심리・판단하였어야 옳았다.
다. 소결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앞서 본 이유만을 들어 피해자들의 진술을 배척하거나 원고의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사건 징계사유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성희롱의 성립 요건 및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않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 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영한(재판장) 김소영 권순일(주심) 조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