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피용자가 다른 피용자를 성추행 또는 간음하는 등 고의적인 가해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가 피용자의 사무집행 자체는 아니라하더라도, 원고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방법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원고를 성추행하는 등 그 가해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업무의 수행에 수반되거나 업무수행과 밀접한 관련 아래 이루어지는 경우뿐만 아니라, 피용자가 사용자로부터 채용, 계속고용, 승진, 근무평정과 같은 다른 근로자에 대한 고용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고 있음을 이용하여 그 업무수행과 시간적, 장소적인 근접성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원고를 성추행하는 등과 같이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사안에서도 사용자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회사가 사내 성추행 사건을 보고 받고도 가해 직원에게 경고 조치만 내린 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면 회사도 배상책임이 있다. 회사가 임・직원을 상대로 성희롱예방교육을 실시한 것만으로는 사용자로서 성범죄 방지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없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02.06. 선고 2016가단5234961 판결 [손해배상(기)]
♣ 원 고 / 김○○
♣ 피 고 / 1. 이AA
2. 주식회사 ○○테크
♣ 변론종결 / 2017.11.28.
<주 문>
1.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40,000,000원 및 이에 대한 2015.1.31.부터 2018.2.6.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4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 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60,000,000원 및 이에 대한 2015.1.10.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 주식회사 ○○테크(이하 ‘피고 회사’이라고 한다)는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회사이고, 피고 이AA는 ◇◇베이커리 본점(**점)에서 제과장으로 근무하면서 피고 회사의 제과, 제빵업무를 총괄하였던 사람이며, 원고는 피고 회사의 ◇◇베이커리에서 일을 하였던 사람이다.
나. 피고 이AA의 강간 및 강제추행
1) 피고 이AA는 2015.1.10. 서울 중구 충무로5가에 있는 ◇◇베이커리 퇴계로 지점에서 원고에게 “너무 외롭고 힘드니 같이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말하여 원고와 함께 서울 종로구 종로5가에 있는 상호 불상의 식당에서 술을 마신 후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절대 없으니 잠깐 쉬었다 가자”고 말하는 등으로 모텔로 유인하였고, 모텔 안에 들어서자 갑자기 원고를 껴안고 키스를 하며 침대에 강제로 눕혀 반항을 억압하고 1회 강간하였다.
2) 피고 이AA는 2015.1.24. 서울 중구 **로 *길 **에 있는 ◇◇베이커리 본점에서 빵을 옮기고 있는 원고에게 “가는 길도 비슷하니 청량리역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말하여 원고를 자신의 차량에 태운 후 “이번에는 손 하나 까딱 안 건드릴 테니 그냥 같이 있기만 해달라”고 하며 모텔로 유인하였고, 모텔 안에 들어가자마자 원고에게 키스를 하고 강제로 눕혀 반항을 억압하고 1회 강간하였다.
3) 피고 이AA는 2015.1. 일자불상 10:30경 위 ◇◇베이커리 본점 지하 공장 안에 있는 개수대 앞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던 원고의 뒤로 다가가 “아 좋다”고 말을 하며 원고를 뒤에서 껴안고 피고 이AA의 성기를 원고의 엉덩이에 2~3회 문질러 위력으로 원고를 추행하였다.
4) 피고 이AA은 2015.1. 일자불상 11:00경 위 1)항 기재 장소에서 일을 마치고 퇴근을 하려고 하는 원고에게 다가가 “야동을 같이 보자”고 이야기하고 원고가 싫다고 하자 휴대전화기로 야동을 보고, 같은 날 11:50경 위 장소에서 퇴계로점에 가지고 갈 빵을 챙기고 있는 원고에게 다가가 갑자기 원고의 오른쪽 볼에 뽀뽀하여 위력으로 원고를 추행하였다.
5) 피고 이AA은 2015.1. 일자불상 11:00경 위 1)항 기재 장소에서 원고의 뒤로 다가가 원고의 입에 뽀뽀를 하려하였으나 원고가 이를 피하자 “나는 너를 사랑해서 이러는 건데 왜 너는 자꾸 나를 피하냐”고 말하면서 원고의 팔을 잡아끌어 원고의 입에 뽀뽀를 하여 위력으로 원고를 추행하였다.
다. 형사재판 결과
피고 이AA는 위 나.항의 범죄사실 등으로 강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사건으로 공소제기되어 2016.1.27. 그 범죄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되어 징역 5년의 형을 선고받았고(서울서부지방법원 2015고합186), 피고 이AA가 이에 항소하였으나 2016.6.3. 항소심에서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받았다(서울고등법원 2016노460).
[인정근거] 갑 제1, 7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피고 이AA의 불법행위 책임 존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직장 상사인 피고 이AA의 2회의 강간과 3회에 걸친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추행으로 정신적 피해를 당하였음이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 이AA는 이를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
3. 피고 회사의 불법행위 책임 존부
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는, 피고 회사는 피고 이AA의 사용자로서 민법 제756조제1항의 사용자책임으로 피고 이AA의 성추행 및 성폭력으로 인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 회사는 피고 이AA의 위 불법행위는 피고 회사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없고, 설령 피고 회사의 사무집행과의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 회사가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 방지교육을 매년 실시해 오고 있는 등 사용자로서의 모든 주의의무를 다하였으므로 피고 회사에게는 사용 자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1) 민법 제756조에 규정된 사용자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라는 뜻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내지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일 때에는 행위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이를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으로, 피용자가 고의에 기하여 다른 사람에게 가해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가 피용자의 사무집행 그 자체는 아니라 하더라도 사용자의 사업과 시간적, 장소적으로 근접하고, 피용자의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거나 가해행위의 동기가 업무처리와 관련된 것일 경우에는 외형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아 사용자책임이 성립한다고 할 것이고, 이 경우 사용자가 위험발생 및 방지조치를 결여하였는지 여부도 손해의 공평한 부담을 위하여 부가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한편, 피용자가 다른 피용자를 성추행 또는 간음하는 등 고의적인 가해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가 피용자의 사무집행 자체는 아니라하더라도, 원고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방법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원고를 성추행하는 등 그 가해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업무의 수행에 수반되거나 업무수행과 밀접한 관련 아래 이루어지는 경우뿐만 아니라, 피용자가 사용자로부터 채용, 계속고용, 승진, 근무평정과 같은 다른 근로자에 대한 고용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고 있음을 이용하여 그 업무수행과 시간적, 장소적인 근접성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원고를 성추행하는 등과 같이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사안에서도 사용자책임이 성립 할 수 있다(대법원 2009.2.26. 선고 2008다89712 판결 등 참조).
2) 위 인정사실 및 위 증거들과 갑 제2 내지 6, 8호증의 각 기재, 증인 정BB, 이AA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 이AA는 피고 회사의 업무 중 제과제빵 분야의 책임자였고, 본점 뿐 아니라 다른 지점도 왔다 갔다 했던 사실, 원고는 ◇◇베이커리 퇴계로점과 **점에서 판매보조 업무를 하면서, 피고 회사의 본사가 있는 ○○에서 피고 이AA 등으로부터 제빵기술을 배우게 된 사실, 피고 이AA는 이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원고가 당시 피고 회사 총무과 직원 정BB을 통해 제과제빵을 배우고 싶어 한다고 허락을 구해 와서 내가 허락했다’, ‘회사차원에서 정확히 어떤 지시가 있어서 그런 것은 잘 모르겠다’, ‘같이 보조업무 식으로 해서 일을 배우면서 제품을 만드는 것을 가르쳐 주고 그렇게 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증인 정BB도 ‘제가 피고 이AA에게 원고가 배우고 싶어하는데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물어봤더니 사장님 사인이 있어야 된다고 해서 제가 총무과장에게 보고하였고, 총무과장님이 아마도 사장님에게 보고를 했을 것이다’ ‘원고가 피고 이AA에게 제빵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피고 회사한테 배우는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며, 피고 회사의 총무과장이었던 장CC는 피고 이AA의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 이AA가 제과 쪽 관련된 직원의 면접이나 채용, 급여 책정에 관하여 피고 법인 대표이사로부터 어느 정도 위임을 받았다’, ‘원고도 제과장인 피고 이AA와 지휘관계가 있었던 것은 맞다’라고 진술하였는바, 이에 의하면, 원고가 피고 이AA 등으로부터 제빵기술을 배우게 된 데는 회사 차원의 승낙이 있었고, 그 결정의 실질적 권한은 피고 이AA가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사실, 원고는 본점에서 피고 이AA의 근무시간에 피고 이AA가 피고 회사를 위한 빵을 만드는 기회에 그 날 판매할 빵의 반죽을 만들고 발효, 성형, 둥글리기 등의 제작과정을 돕는 등 같이 일을 하면서 빵을 배웠고, 빵 작업일을 같이 하고 난 후 피고 이AA와 함께 퇴계로 매장에 필요한 빵을 운반하기도 하였으며, 그 과정에서도 피고 이AA로부터 추행을 당한 사실, 이 사건 각 성추행 사건은 피고 이AA와 원고의 근무장소인 ◇◇베이커리 **점 지하 공장 내에서 발생하였고, 이 사건 각 강간 범행은 원고의 근무 직후 퇴근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실, 피고 이AA는 원고뿐 아니라 그 전후로 다른 직원들도 지속적・반복적으로 추행을 하여 왔고, 그 중 김○희에 대한 성추행 사실은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에게 보고되었음에도, 피고 회사는 피고 이AA에 대하여 경고를 하는데 그쳤을 뿐 피해사실을 조사하고 징계하며 피고 이AA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사실, 이에 제과팀 직원인 진○○이 피고 회사를 그만두어서 원고와 피고 이AA가 단 둘이 빵을 만드는 작업을 하게 되었고, 이후 피고 이AA의 원고에 대한 강간 및 강제추행 범행이 이루어진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이AA의 각 불법행위와 피고 회사의 사무집행과의 관련성이 인정되는바, 피고 회사는 피고 이AA의 사용자로서 피고 이AA와 공동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 회사가 임직원들을 상대로 성희롱예방교육을 실시하였다는 점 등만으로는 피고 회사가 사용자로서 성범죄 방지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나아가 원고가 피고 이AA의 위와 같은 행위가 사무집행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4.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
앞서 인정한 피고 이AA의 원고에 대한 위력 추행 및 간음 행위의 태양, 그로 인하여 원고가 받은 정신적 충격 그 밖에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이AA와 피고 회사가 공동하여 책임질 위자료 금액은 40,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고, 원고의 주장 중 이를 넘어서는 부분은 이유 없다.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4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최종 불법행위일인 2015.1.31.부터 피고들이 이 사건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8.2.6.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