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피고 회사 소속의 직장 내 성희롱 피해 근로자인 원고가 ①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조사참여자의 발언, ② 원고에 대한 업무배치통보, ③ 원고에 대한 견책처분, ④ 원고에 대한 직무정지와 대기발령, ⑤ 원고를 도와준 동료 근로자에 대한 정직처분과 관련하여 피고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원심은 위 ① 조사참여자의 발언, ② 원고에 대한 업무배치 통보 관련 각 사용자책임을 일부 인정하고, 나머지 위 ③, ④, ⑤ 관련 청구는 모두 기각하였는데, 원심 판결 중 원고 승소 부분에 대한 피고의 상고는 모두 기각하고, 원고 패소 부분 중 ③ 원고에 대한 견책처분은 정당한 사유에 근거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④ 원고에 대한 직무정지와 대기발령은 그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며, ⑤ 원고를 도와준 근로자에 대한 정직처분은 원고에 대한 인격적 이익을 침해하거나 원고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피고는 원고가 입은 손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위 ③, ④, ⑤ 관련 손해배상청구 부분은 각 파기한 사례.
◆ 대법원 제3부 2017.12.22. 선고 2016다202947 판결 [손해배상(기)]
♣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 원고
♣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 피고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5.12.18. 선고 2015나200326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원고에 대한 2013.9.4.자 견책처분, 2013.12.11.자 직무정지와 대기발령, 소외 1에 대한 2013.7.19.자 정직처분에 관한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 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원고와 피고의 참고서면들은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이 사건의 경과와 주요 쟁점
가. 피고의 근로자인 원고는 2013.6.11. 피고와 제1심 공동피고 소외 2를 상대로 직장 내 성희롱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소외 2에 대한 청구원인은 소외 2가 원고의 상급자이자 소속팀장으로서 원고에게 성희롱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피고에 대한 청구원인은 ① 소외 2의 위와 같은 성희롱과 ② 피고의 인사팀 소속 직원인 소외 3 등이 위 성희롱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한 명예훼손 발언 등에 관하여 피고가 사용자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원고는 그 후 ① 원고를 도와준 소외 1에 대한 2013.7.19.자 정직처분, ② 원고에 대한 2013.9.4.자 견책처분, ③ 원고에 대한 2013.10.17.자 업무배치 통보, ④ 원고에 대한 2013.12.11.자 직무정지와 대기발령 등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제14조제2항에서 금지하는 ‘불리한 조치’에 해당한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추가하였다.
나. 제1심은 원고의 소외 2에 대한 청구를 일부 인용하고, 피고에 대한 청구와 소외 2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원고는 제1심 판결 중 피고를 상대로 한 청구 부분에 대해서만 항소하였고, 소외 2에 대한 부분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다. 원심은 다음과 같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1) 소외 2의 성희롱에 관하여 피고의 사용자책임 자체는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가 사용자책임에 따라 원고에게 배상해야 할 위자료 700만 원과 지연손해금 채무 전부가 제1심 판결 선고 후 소외 2의 변제로 모두 소멸하였다.’는 피고의 예비적 변제 항변이 이유 있으므로, 결국 소외 2의 성희롱에 관하여 피고의 사용자책임을 묻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한편 이와 별도로 성희롱 관련 조사업무를 담당하던 소외 3의 발언과 관련해서는 피고의 사용자책임이 인정된다.
(2) 위 가.에서 본 바와 같이 추가된 4가지 청구 중에서는 ‘③ 원고에 대한 2013.10.17.자 업무배치 통보’와 관련한 청구가 인정될 뿐이고, ‘① 소외 1에 대한 2013.7.19.자 정직처분, ② 원고에 대한 2013.9.4.자 견책처분, ④ 원고에 대한 2013.12.11.자 직무정지와 대기발령 등’과 관련한 청구는 인정되지 않는다.
라. 원고는 원심에서 배척된 위 ①, ②, ④ 청구 부분에 대하여 상고하였고, 피고는 피고 패소 부분에 대하여 상고하였다.
마.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첫째, 원고를 도와준 소외 1에 대한 2013.7.19.자 정직처분, 원고에 대한 2013.9.4.자 견책처분, 2013.12.11.자 직무정지와 대기발령과 관련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 둘째, 원고에 대한 2013.10.17.자 업무배치, 성희롱 관련 조사업무를 담당하던 소외 3의 발언과 관련하여 피고의 사용자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이다.
2.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조치로 인한 불법행위책임
가.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2017.11.28. 개정된 내용은 2018.5.29. 시행될 예정인데,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하여 현행법보다 더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제2조제2호).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 내 성희롱을 하여서는 안 된다(제12조).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하고 근로자가 안전한 근로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하여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제13조제1항).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이 확인된 경우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하여 징계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조치를 하여야 한다(제14조제1항).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이하 ‘피해근로자등’이라 한다)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여서는 안 된다(제14조제2항). 남녀고용평등법과 관련한 분쟁해결에서 증명책임은 사업주가 부담한다(제30조). 사업주가 제14조제2항을 위반하여 피해근로자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는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37조제2힝제2호).
나.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 내 성희롱이 법적으로 금지되는 행위임을 명확히 하고 사업주에게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사전 예방의무와 사후 조치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특히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뿐만 아니라 성희롱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도 불리한 조치를 해서는 안 되고, 그 위반자는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한 경우 사업주는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여 피해를 구제할 의무를 부담하는데도 오히려 불리한 조치나 대우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위는 피해자가 그 피해를 감내하고 문제를 덮어버리도록 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 성희롱을 당한 것 이상의 또 다른 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다. 위 규정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신속하고 적정하게 구제할 뿐만 아니라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피해자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할 때 2차적 피해를 염려하지 않고 사업주가 가해자를 징계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하리라고 신뢰하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사업주가 피해근로자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한 경우에는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을 위반한 것으로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가 성립한다. 그러나 사업주의 피해근로자등에 대한 조치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나 그와 관련된 문제 제기와 무관하다면 위 제14조제2항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 또한 사업주의 조치가 직장 내 성희롱과 별도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위 조항 위반으로 볼 수 없다.
사업주의 조치가 피해근로자등에 대한 불리한 조치로서 위법한 것인지 여부는 불리한 조치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 제기 등과 근접한 시기에 있었는지, 불리한 조치를 한 경위와 과정, 불리한 조치를 하면서 사업주가 내세운 사유가 피해근로자등의 문제 제기 이전부터 존재하였던 것인지, 피해근로자등의 행위로 인한 타인의 권리나 이익 침해 정도와 불리한 조치로 피해근로자등이 입은 불이익 정도, 불리한 조치가 종전 관행이나 동종 사안과 비교하여 이례적이거나 차별적인 취급인지 여부, 불리한 조치에 대하여 피해근로자등이 구제신청 등을 한 경우에는 그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남녀고용평등법은 관련 분쟁의 해결에서 사업주가 증명책임을 부담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제30조), 이는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분쟁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 피해근로자등에 대한 불리한 조치가 성희롱과 관련성이 없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 사업주가 증명을 하여야 한다.
3. 원고에 대한 2013.9.4.자 견책처분이 남녀고용평등법상 불리한 조치에 해당하는지 여부(원고의 상고이유 제1점)
가. 원심은, 피고 ○○○본부의 본부장 소외 4가 2013.9.4. 원고에게 징계의 일종인 견책처분(이하 ‘이 사건 견책처분’이라 한다)을 한 것이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의 불리한 조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 이유로 이 사건 견책처분이 이 사건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원고의 문제 제기와 관련된 것이 아니고, “원고가 소외 5로부터 진술서를 받는 과정에서 소외 5에게 ‘호적에 빨간 줄 긋기 싫으면 지금 당장 와. 다른 사람들에게 허위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면서 원고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맞다면 고소하겠다’고 말한 행위”(이하 ‘이 사건 행위’라 한다)가 실질적 이유라는 점을 들었다.
나. 그러나 원심 판결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견책처분은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고, 성희롱 피해나 그와 관련된 문제 제기와 무관하거나 정당한 사유에 근거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원고는 2013.6.11. 성희롱 가해자인 소외 2와 그 사용자인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한 다음, 이 사건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하여 회사 내에 퍼져 있는 소문에 관한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소외 5에게 이 사건 행위를 하였다.
(2) 소외 5는 스스로 위 진술서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건네주었고 그 내용에 별다른 이의가 없었다.
(3)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13.12.4. 이 사건 견책처분에 대한 원고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피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 그 이유로 ‘이 사건 견책처분의 사유로 삼은 행위가 형사소추의 원인이 되는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사회통념에 비추어 징계의 필요성이 있는 행위로 볼 수도 없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견책처분을 한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피고도 위 재심판정을 수용하고 2014.3.27. 원고에게 이 사건 견책처분을 취소하고 인사기록 등에서 처분 내역도 모두 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4) 피고가 이 사건 견책처분과 비슷한 징계사유를 들어 유사한 징계처분을 한 사례를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유독 원고에 대해서만 엄격하고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여 이 사건 견책처분을 한 것으로 보인다.
(5) 피고는 이 사건 견책처분과 그 공고 후인 2013.10.17. 기존에 수행하던 전문업무에서 원고를 배제하고 공통업무만 수행하는 비전문업무를 맡도록 업무배치 통보를 하였고, 2013.12.11. 절도 방조 등의 혐의를 내세워 원고에게 직무정지와 대기발령을 하고 원고를 고소하였다가, 위 재심판정 후에 위 대기발령 등을 종료하고 원고에게 원직복귀명령을 하였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견책처분이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의 불리한 조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위 조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이 옳다.
4. 원고에 대한 2013.12.11.자 직무정지와 대기발령이 남녀고용평등법상 불리한 조치에 해당하는지 여부(원고의 상고이유 제2점)
가. 원심은, 피고 연구소 인사팀장인 소외 6이 2013.12.11. 원고에 대하여 직무정지와 대기발령(이하 통틀어 ‘이 사건 대기발령 등’이라 한다)을 하고, 그 무렵 원고를 절도 방조 혐의로 고소한 것이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의 불리한 조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소외 1이 2013.12.6. 피고의 △△디자인아시아센터 사무실에서 불법적으로 피고의 문서를 반출한 행위에 원고가 가담한 혐의(이하 ‘이 사건 쟁점혐의’라 한다)가 형사소추의 원인이 되는 행위 등 징계사유에 해당된다고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나. 대기발령을 포함한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으로서 업무상 필요한 범위에서 상당한 재량이 인정된다(대법원 2002.12.26. 선고 2000두8011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라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쟁점 혐의는 그 근거가 없어 피고가 원고에게 한 이 사건 대기발령 등이 정당한 인사재량권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없고,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의 불리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1)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13.12.4. 피고의 소외 1에 대한 2013.7.19.자 정직처분에 관한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는데, 피고는 2013.12.6. 퇴근시간 20분 전쯤 소외 1에게 ‘소외 1이 구제신청절차에서 자료를 제출한 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직무정지와 대기발령을 통보하였다. 소외 1은 같은 날 퇴근하면서 급하게 위 구제신청 관련 서류들을 챙겨 나왔고, 원고는 소외 1과 동행하였다. 피고 인사팀 직원들이 퇴근하는 소외 1과 원고에게 보안점검을 실시하자, 원고와 소외 1의 신고로 경찰관이 출동하였다. 경찰관이 입회한 가운데 소외 1의 서류임이 명백한 서류는 소외 1이, 피고의 서류로 서로 인정한 55매의 서류(이하 ‘이 사건 서류’라 한다)는 인사팀 소외 6 팀장이 가져갔다. 이 사건 서류는 소외 1은 물론 피고에게도 별다른 경제적 가치나 기밀로서의 가치가 없다.
(2) 피고는 이 사건 서류를 돌려받은 후인 2013.12.11. 소외 1과 원고를 이 사건 서류에 대한 절도와 절도 방조 혐의로 고소하였다. 소외 1은 2014.6.30. 검사로부터 이 사건 서류 반출행위가 절도죄에 해당하지만 외부 유출의 목적이 없고 서류가 반환되었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15.2.26. 2014헌마574호 헌법소원 사건에서 피고가 소외 1에게 보복성 징계절차를 개시하자 자신의 구제신청 관련 서류 등을 급하게 챙겨 나오다가 이 사건 서류도 가지고 나오게 된 것으로 보이고, 소외 1에게 절도의 고의나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였다.
그리고 원고는 소외 1의 피고 서류 반출행위를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절도 방조에 대하여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3) 피고가 이 사건 쟁점 혐의를 이유로 원고에게 이 사건 대기발령 등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 피고가 자신이 보관하던 소외 1과 원고의 위 퇴근 무렵 관련 CCTV 영상 파일(이하 ‘이 사건 영상파일’이라 한다)을 증거자료로 적극 제출했을 것이다.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영상파일의 제출을 거부하였고, 원고가 이 사건 제1심 법원에 이 사건 영상파일 검증물의 제출명령을 신청하여 그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4) 중앙노동위원회가 2014.3.17. 이 사건 견책처분 관련 피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자, 피고는 2014.3.27. 원고의 절도 방조 혐의에 관한 고소 사건이 종결되기 전인데도, 위 재심신청 기각결정을 존중하여 이 사건 견책처분을 취소하였다. 또한 피고는, 성희롱 피해근로자등의 보호와 권리구제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스스로 밝히면서,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대기발령 등의 종료와 원직복귀를 명하였다.
(5) 종전에도 이 사건 쟁점 혐의와 같은 정도의 사안에서 그러한 의심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근로자에게 직무정지와 대기발령을 한 사례를 찾을 수 없다.
다. 위와 같이 이 사건 쟁점 혐의는 그 근거가 매우 희박하고, 당시의 상황에서 원고의 근로 제공이 매우 부적당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으므로,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대기발령 등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대기발령 등이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의 불리한 조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위 조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 역시 옳다.
5. 성희롱 피해근로자등을 도와준 제3자에 대한 불리한 조치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원고의 상고이유 제3점)
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은 사업주가 ‘피해근로자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사업주가 피해근로자 등이 아니라 그에게 도움을 준 동료 근로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한 경우에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을 직접 위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사업주가 피해근로자등을 가까이에서 도와준 동료 근로자에게 불리한 조치를한 경우에 그 조치의 내용이 부당하고 그로 말미암아 피해근로자등에게 정신적 고통을 입혔다면, 피해근로자등은 불리한 조치의 직접 상대방이 아니더라도 사업주에게 민법 제750조에 따라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정함으로써 불법행위에 관한 일반조항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 규정은 손해배상 청구권자를 가해행위의 직접 상대방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가해행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도 그 가해행위로 말미암아 자신의 법익이 침해되는 등의 손해를 입었다면 가해자를 상대로 불법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민법 제752조는 생명침해의 경우 위자료 청구권자를 정하고 있는데, 이는 예시적 열거 규정이다(대법원 1999.4.23. 선고 98다41377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생명침해가 아닌 다른 유형의 위법행위에 대해서도 그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가 위법행위로 생긴 자신의 법익 침해나 정신적 고통을 증명하여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민법 제750조, 제752조의 문언과 체계에 맞는다.
이때 제3자는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이 무한정 확대되지 않도록 일정한 범위로 제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 제한배상주의를 정한 민법 제763조, 제393조가 적용될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제3자가 가해행위의 직접 상대방과 밀접한 관계에 있어 가해자도 자신의 행위로 말미암아 그 제3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배상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6.1.26. 선고 94다5472 판결, 대법원 2008.9.11. 선고 2007다78777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개별 사안에서 이러한 책임의 인정 여부를 판단할 때 가해행위의 직접 상대방과 제3자 사이의 사회적 또는 법률적 관계의 내용과 친밀성, 가해행위가 이루어지게 된 경위와 모습, 가해행위로 침해된 제3자의 법익의 내용과 그 침해의 정도, 가해행위와 제3자의 법익 침해 발생 사이의 시간적・장소적 근접성, 가해자의 고의나 해의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2) 피해근로자등이 구제절차나 권리행사와 관련하여 동료 근로자의 조언 등 도움을 받는 경우에 사업주가 도움을 주는 근로자에게 적극적으로 차별적인 대우를 하거나 부당한 징계처분 등을 한다면, 피해근로자등도 인격적 이익을 침해받거나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사회에서 직장 내 성희롱의 특수성에 비추어 피해근로자 등과 그에게 도움을 준 동료 근로자는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갖는 밀접한 관계에 있을 수 있다. 피해근로자등은 동료 근로자가 자기 때문에 불리한 조치를 당하였다고 생각할 수 있고, 그 밖의 다른 근로자들도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어 피해근로자등에게 도움을 주거나 그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이러한 상태가 심화되면 피해근로자등은 직장 동료와의 관계가 단절되어 직장 내에서 사실상 고립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피해근로자등은 동료 근로자에 대한 사업주의 불리한 조치를 보고 구제절차 이용을 포기하거나 단념하라는 압박으로 느껴 성희롱 피해에 대해 이의하거나 구제절차를 밟는 것을 주저할 수 있다. 사업주가 동료 근로자에 대한 불리한 조치를 함으로써 피해근로자등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이러한 사정도 아울러 고려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피해근로자등을 도와준 동료 근로자에 대한 부당한 징계처분이나 불이익 조치가 사업주가 피해근로자등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인지 문제될 수 있다.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남녀고용평등법령에 따라 신속하고 적절한 근로환경 개선책을 실시하고, 피해근로자등이 후속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적정한 근로여건을 조성하여 근로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사업주가 피해근로자등을 도와준 동료 근로자에게 부당한 징계처분 등을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주가 피해근로자등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 한편 피해근로자등을 도와준 동료 근로자에 대한 징계처분 등으로 말미암아 피해근로자등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이러한 손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에 해당한다. 따라서 사업주는 민법 제763조, 제393조에 따라 이러한 손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때 예견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는 사업주가 도움을 준 동료 근로자에 대한 징계처분 등을 한 경위와 동기, 피해 근로자등이 성희롱 피해에 대한 이의제기나 권리를 구제받기 위한 행위를 한 시점과 사업주가 징계처분 등을 한 시점 사이의 근접성, 사업주의 행위로 피해근로자등에게 발생할 것으로 예견되는 불이익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특히 사업주가 피해근로자등의 권리 행사에 도움을 준 근로자가 누구인지 알게 된 직후 도움을 준 근로자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차별적으로 부당한 징계처분 등을 하는 경우에는, 그로 말미암아 피해근로자등에게도 정신적 고통이 발생하리라는 사정을 예견할 수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
나. 원심은 피해근로자등 본인이 아닌 제3자가 피해근로자등 본인에게 도움을 준 사람이라 할지라도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이 정한 불리한 조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피고의 △△디자인아시아센터장인 소외 7이 2013.7.19. 소외 1에 대하여 한 정직 1주일의 징계처분(이하 ‘소외 1에 대한 정직처분’이라 한다)이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의 불리한 조치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과 다른 전제에 서 있는 주장이라는 이유로 이 부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다. 피해근로자등이 아닌 소외 1이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의 불리한 조치의 상대방이 될 수는 없다는 원심의 판단은 위에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원심이 소외 1에 대한 정직처분을 이유로 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부정한 조치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기록에 따르면, 원고는 2015.7.8. 원심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변론기일에 위 준비서면을 진술한 사실을 알 수 있다.
“피고가 소외 1에게 한 일련의 불리한 조치는 전체적으로 다른 근로자들에게 ‘원고를 도와 준 사람은 이렇게 된다’는 것을 본보기식으로 보여줌으로써 원고를 회사 내에서 고립시킬 뿐만 아니라, 원고가 자신의 직장 내 성희롱 피해 구제과정에서 필요하고도 적절한 조력을 전혀 받지 못하게 하고, 그로써 원고 스스로 정당한 권리행사를 단념하게 만드는 행위로서, 결국 원고에 대한 불리한 조치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이 금지한 ‘불리한 조치’의 악의적인 형태일 뿐만 아니라 사용자인 피고가 근로자인 원고에 대하여 행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위반한 위법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은 피고가 소외 1에 대한 정직처분을 한 것이 위법한 행위로서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진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도 원심은 이에 관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는 이 사건 소장을 송달받고 원고의 동료 근로자인 소외 1이 그 증거 제출 등과 관련하여 원고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직후 곧바로 소외 1에 대해서만 차별적이고 부당한 징계처분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조치는 원고의 인격적 이익을 침해하거나 원고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하고 피고로서는 원고가 입은 손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원고는 2013.6.11. 이 사건 소 제기 당시 갑 제5호증[메신저 캡쳐 화면(사내에 퍼진 소문에 대한 제보)]을 소장에 첨부하였다. 당시 원고는 “갑 제5호증은 사내에 유포된 허위 소문에 대한 동료 직원(갑)과 원고와의 메신저 대화내용이나 피고 회사 재직중인 ‘갑’의 보호를 위하여 부득이 ‘갑’의 이름만을 가려 익명 처리하였다.”라고 밝히며, 대화 상대방 이름(소외 1) 부분은 지우고 ‘갑’으로 표시하였으나, 메신저 상단 화면에 “(소외 1의 영문이름 생략)-Conversation” 부분은 삭제하지 않았다.
(나) 피고는 2013.6.17. 이 사건 소장과 함께 위 갑 제5호증을 송달받았다.
(다) 피고는 2013.7.3.경부터 유독 소외 1만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친 출입기록을 조사하고, 2013.7.10. 소외 1에게 징계위원회에 출석할 것을 통보한 다음, 2013.7.12.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2013.1.14.부터 같은 해 6.26.까지의 근무기간(근무일 총 105일) 중 8시간의 근무시간을 준수하지 않은 일수가 총 48일이라는 이유로 소외 1에 대한 정직 1주일의 징계처분을 의결하고 2013.7.19. 소외 1에게 통보하였다.
(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13.12.4. 소외 1에 대한 정직처분이 부당한 징계처분이라고 인정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14.3.7. 피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 대전지방법원은 2014구합101254 사건에서 2015.2.11. 소외 1에 대한 정직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보아 피고의 재심판정 취소청구를 기각하였다. 피고는 위 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였다가 2015.8.17. 위 사건의 소를 취하하였다.
(마) 재심판정 취소사건에서 소외 1에 대한 정직처분이 위법하다고 본 근거는 다음과 같다. ① 피고는 사전에 근태관리시스템을 따로 운영하거나, 보안카드 리더기 등을 이용하여 출입기록과 근태상황이 확인될 수 있다는 점을 소외 1을 비롯한 근로자들에게 고지한 적이 없다. ② 보안카드 리더기로는 자신의 출입시각을 확인할 수 없어 근로자가 자신의 출퇴근 시간을 즉시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고, 이에 따라 근로시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③ 보안카드 리더기가 설치된 사무실은 △△디자인아시아센터 사무실이 유일하므로 모든 근로자에게 같은 수준의 출퇴근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④ 피고 회사는 ‘유연근무시간(Flexible Working Time) 제도’를 운영하여 근로자들이 출・퇴근시간을 비교적 유동적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관리하였다. ⑤ 피고는 근태관리의 책임을 1차적으로 부서장에게 부여하고 있는데, 소외 1의 소속 부서장은 소외 1의 근무시간에 대해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다. ⑥ 피고가 소외 1에 대한 정직처분 이전에 소외 1에게 근로시간 미준수에 관하여 경고나 주의를 준 적이 없다. ⑦ 소외 1의 근무시간 미준수로 인하여 피고의 업무에 지장을 주거나 손해를 끼쳤다는 점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다. ⑧ 소외 1이 피고 회사에서 장기간 근무하면서 징계를 받은 전력이 없고 우수한 수준의 업무 평가를 받았다. ⑨ 피고가 중앙연구소의 1,000명이 넘는 근로자 중 다른 근로자의 출입기록은 조사하지 않으면서 유독 소외 1만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친 출입기록을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징계한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볼 여지가 있다. ⑩ 소외 1에 대한 정직처분은 그 기간은 비록 1주일에 그치지만, 견책, 감급, 감봉 등의 징계에 비하여 중징계이고 그로 말미암아 소외 1이 장차 인사나 처우에서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 실제 소외 1은 정직처분 이후 직무정지와 대기발령 상태에 있다가 기존에 있던 사무실이 아닌 구매본부로 발령을 받는 등 적지 않은 불이익을 받았다.
라. 원심으로서는 피고가 이 사건 소장을 송달받은 직후 이 사건 소 제기와 관련하여 원고에게 도움을 준 소외 1에 대해서만 차별적으로 정직처분을 한 경위와 그 후의 경과, 피고의 고의나 의도, 피고의 위와 같은 조치로 원고가 입은 불이익과 이에 대한 피고의 예견가능성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하고, 소외 1에 대한 정직처분이 원고에 대해서도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와 원고에게 배상해야 할 손해가 발생했는지를 따져 원고의 이 부분 청구의 당부를 가렸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러한 사정에 관한 심리를 하지 않은 채 단지 소외 1이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의 불리한 조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 부분에 관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사용자의 피해근로자등에 대한 보호의무와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판단을 누락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이 옳다.
6. 피고의 상고이유
가. 소외 2의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사용자책임의 성립 여부(피고의 상고이유 제1점)
원심에서, 원고는 원고의 상급자인 소외 2(제1심 공동피고)가 2012.4.경부터 2013.3. 초순까지 원고에게 직장 내 성희롱을 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고 이로 말미암아 정신적 손해를 입혔으며, 피고는 소외 2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사용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하되, 피고가 사용자책임에 따라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 700만 원과 그 지연손해금 채무 전부가 부진정연대관계에 있는 소외 2의 변제로 소멸하였다는 피고의 예비적 항변을 받아들여 이 부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원고・피고는 원심판결 중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상고하지 않았고, 피고는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에 대해서만 상고하였다.
이 부분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소외 2의 원고에 대한 성희롱 행위가 사무집행 관련성이 없고, 피고에게는 민법 제756조제1항 단서의 면책사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고의 이 사건 청구 중 소외 2의 위법행위에 대한 피고의 사용자책임을 묻는 부분은 원고・피고 모두 상고하지 않은 부분으로 상고심의 심판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다.
나. 원고에 대한 2013.10.17. 업무배치통보가 남녀고용평등법상 불리한 조치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피고의 상고이유 제2, 3점)
(1) 원심은, 피고 연구소의 시스템 엔지니어링 오퍼레이션의 부서장 이사 소외 8이 2013.10.17. 원고에게 업무분장통보(이하 ‘이 사건 업무배치’라 한다)를 하였는데, 이는 이 사건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원고의 문제 제기 등과 관련된 것으로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의 불리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위에서 본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의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명확성의 원칙이나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2항의 법리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나아가 원심은 원고의 이 부분 청구에는 소외 8의 이 사건 업무배치와 관련하여 피고에게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을 묻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고 이를 전제로 피고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변론주의나 처분권주의를 위반하거나 석명권을 행사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다. 직장 내 성희롱을 조사하는 직원의 의무 위반으로 인한 사용자책임의 성립 여부(피고의 상고이유 제4점)
(1) 헌법은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제10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는다(제17조)고 정하고 있다. 형법은 개인의 비밀과 평온을 보호하기 위하여 일정한 개인의 비밀을 침해하거나 누설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제316조, 제317조).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에는 명문의 규정이 없지만, 개정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제7항 본문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조사한 사람, 조사 내용을 보고 받은 사람 또는 그 밖에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이하 ‘조사참여자’라 한다)은 해당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여 다른 사람에게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여 조사참여자의 비밀누설 금지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위 개정 법률이 시행되기 전에도 개인의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는 위 헌법 규정, 직장 내 성희롱의 예방과 피해근로자등을 보호하고자 하는 남녀고용평등법의 입법취지와 직장 내 성희롱의 특성 등에 비추어,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경우 조사참여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밀을 엄격하게 지키고 공정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조사참여자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조사하면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거나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언동을 공공연하게 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위와 같은 언동으로 말미암아 피해근로자등에게 추가적인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결국 피해근로자등으로 하여금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하는 것조차 단념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는 조사참여자에게 위와 같은 의무를 준수하도록 하여야 한다.
한편 민법 제756조에 규정된 사용자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라 함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일 때에는 행위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사무집행에 관하여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다. 피용자가 고의로 다른 사람에게 성희롱 등 가해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가 피용자의 사무집행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사용자의 사업과 시간적・장소적으로 근접하고 피용자의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거나 가해행위의 동기가 업무처리와 관련된 것이라면 외형적・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아 사용자책임이 성립한다. 이때 사용자가 위험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였는지 여부도 손해의 공평한 부담을 위하여 부가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대법원 2009.10.15. 선고 2009다44457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조사업무를 수행하던 소외 3의 발언에 대해 피고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하였다.
소외 3은 이 사건을 조사하던 초기에 피해자인 원고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의 발언을 하였다. 이는 그 발언 내용이 단순한 의견 표명인지 간접적이고도 우회적인 방법에 의한 사실의 적시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조사수행자가 지켜야 하는 의무를 저버린 위법한 행위이다. 따라서 피고는 민법 제756조에 따라 소외 3의 사용자로서 소외 3의 위 사무집행에 관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원심판결 이유에 나타난 소외 3의 발언 내용과 그 경과 등에 비추어 살펴보면, 소외 3의 위법행위와 사무집행 관련성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불법행위책임이나 사용자책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7. 결 론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원고에 대한 2013.9.4.자 견책처분, 2013.12.11.자 직무정지와 대기발령, 소외 1에 대한 2013.7.19.자 정직처분에 관한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상고는 기각하기로 한다. 이에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박보영 이기택 김재형(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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