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노동조합활동으로 이루어진 선전방송이나 배포된 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에 의하여 타인의 인격신용명예 등이 훼손 또는 실추되거나 그렇게 될 염려가 있고, 또 그 선전방송이나 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사실 관계의 일부가 허위이거나 그 표현에 다소 과장되거나 왜곡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선전방송이나 문서를 배포한 목적이 타인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원들의 단결이나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과 근로자의 복지증진 기타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고, 또 그 선전방송이나 문서의 내용이 전체적으로 보아 진실한 것이라면, 그와 같은 행위는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법원 제32017.08.18. 선고 2017227325 판결 [징계처분무효확인]

원고, 상고인 / A

피고, 피상고인 / B 주식회사

원심판결 / 부산고등법원 2017.4.19. 선고 20165542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용자가 징계사유로 삼은 근로자의 행위가 선전방송이나 유인물의 배포인 경우 선전방송이나 유인물의 배포가 사용자의 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노동조합의 정당한 업무를 위한 선전방송이나 유인물의 배포 행위까지 금지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그 행위가 정당한지 여부는 사용자의 허가 여부만을 가지고 판단하여서는 아니 되고, 그 선전방송이나 유인물의 내용, 매수, 배포의 시기, 대상, 방법, 이로 인한 기업이나 업무에의 영향 등을 기준으로 노동조합의 정당한 업무를 위한 행위로 볼 수 있는지를 살펴본 다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6.23. 선고 9854960 판결, 대법원 1996.9.24. 선고 9511504 판결 등 참조).

한편, 노동조합활동으로 이루어진 선전방송이나 배포된 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에 의하여 타인의 인격신용명예 등이 훼손 또는 실추되거나 그렇게 될 염려가 있고, 또 그 선전방송이나 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사실 관계의 일부가 허위이거나 그 표현에 다소 과장되거나 왜곡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선전방송이나 문서를 배포한 목적이 타인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원들의 단결이나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과 근로자의 복지증진 기타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고, 또 그 선전방송이나 문서의 내용이 전체적으로 보아 진실한 것이라면, 그와 같은 행위는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1.2.24. 선고 200829123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징계사유로 삼은 근로자의 행위가 선전방송이나 유인물의 배포인 경우 그 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가 피고 회사의 허가 없이 12회 선전방송을 하고 1회 유인물을 게시하였으며, 그 내용이 피고 회사가 근로자들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경영진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한다는 취지 등이어서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되어 있고 또한 피고 회사의 경영진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여, 위와 같은 선전방송 및 유인물 게시 행위가 노동조합의 정당한 업무를 위한 행위에 해당하여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피고 회사가 2014.11.경 성과연봉제 도입, 2015.1.경 경영난을 이유로 한 1,000여명의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피고 회사의 노동조합은 2015.3.9. 원고를 비롯한 대의원들의 행동지침으로 수시로 집회를 갖고 조합원과 함께 투쟁 결의를 다지고, 구조조정 반대와 회사규탄, 피고 회사 대표이사인 C 퇴진 내용 등을 담은 대자보 등을 만들어 현장에 붙일 것등을 결정하였다. 또한 피고 회사의 노동조합은 피고 회사 측에 ‘2015.1.30.부터 진행되고 있는 전환배치가 단체협약에 위배되는 것이므로, 올바른 조치를 촉구한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하기도 하였다.

원고는 2015.3.11.부터 2015.4.29.까지 약 2개월 동안 출근시간 무렵에 도크 게이트나 문화관, 생산기술관 앞 등에서 12회에 걸쳐 선전방송을 하였고, 2015.4.7. 생산기술관 현관 출입문 등에 유인물을 1회 게시하였다. 그 주된 내용은 피고 회사가 명예퇴직을 빙자하여 정리해고를 강행하고 있고, 단체협약을 위반한 전환배치가 강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취지인데, ‘여성 노동자들을 강제퇴직 시켰다’, ‘경영진들은 아침부터 우리 노동자들을 어떻게 하면 회유하고 협박하고 탄압할 것인지 그런 연구를 하고 있다는 등 사실과 다른 내용을 포함하거나, ‘살인을 자행하는 C 사장’, ‘낙하산으로 내려온 사장’, ‘악마의 얼굴을 갖고 있는 C 사장등 경영진을 비하하는 표현도 포함되어 있다.

피고 회사의 취업규칙에는 회사의 명예나 신용을 훼손하는 행위, 허가 없이 사내에서 방송을 하거나 유인물을 게시하는 행위, 유언비어의 날조유포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고, 이를 어기거나 회사의 승인 없이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유인물 등을 배포하거나 작업자를 선동 규합하려는 행위를 한 때 등을 징계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피고 회사는 2015.6.3. ‘원고가 회사의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선전방송이나 유인물 게시를 하였고, 이를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경영진을 비하하며 명예를 훼손하는 등 직장 내 근무 질서를 문란하게 하였다는 이유로 정직 4주의 징계처분을 하였다.

 

. 위와 같은 사실관계와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비록 원고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선전방송과 유인물 게시 행위를 하였고, 그 내용에 있어 사실관계 일부가 허위이거나 타인의 인격명예 등을 훼손하는 표현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선전방송이나 유인물 게시 행위는 노동조합의 정당한 업무를 위한 행위에 해당된다고 볼 여지가 크고, 따라서 이를 이유로 한 징계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의 행위는 노동조합의 대응지침에 따라 노동조합 활동의 일환으로, 피고 회사의 구조조정이 노동조합과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데 대한 부당함을 호소하고 근로조건의 개선 및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이진 것으로 보인다.

원고의 선전방송과 유인물의 주된 내용 역시 피고 회사가 진행하는 구조조정이 사실상 정리해고에 해당함을 지적하고 단체협약을 위반하여 전환배치가 강제로 이루어졌음을 비판하는 것으로, 실제 피고 회사가 진행한 구조조정이나 전환배치 등의 사실을 근거로 한 의견이나 비판으로 보인다. 따라서 비록 그 내용 중 일부가 허위이거나 왜곡되어 있고, 타인의 인격명예 등이 훼손될 염려가 있는 표현 등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그 내용에 허위성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원고는 근무시간이 시작되기 이전에 길가에 노동조합 방송차량을 세우고, 옆에 다른 노조원들 몇 명이 현수막을 들고 서 있는 상태에서 위 차량을 이용하여 출근하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선전방송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원고의 선전방송은 근무시간 외에 2개월 동안 12회에 걸쳐 이루어진 것이고, 유인물 게시는 1회에 불과하며, 위법한 행동을 야기하거나 선동하는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원고의 행동이 폭력적이라거나 폭력성을 띄게 될 위험이 있다고 보이지 않고, 한편 이로 인해 실제로 피고 회사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방해되었다거나 피고 회사 내 근무 질서가 문란해졌다고 볼 뚜렷한 증거나 자료도 없다.

 

4.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원고의 행위가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에 해당할 수 없고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노동조합의 정당한 업무를 위한 행위 및 징계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박보영 김창석(주심) 이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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