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업무상 재해라고 함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이 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입증이 된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며, 업무와 질병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부산고등법원 제2행정부 2017.07.19. 선고 2016누21046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고, 항소인 / A
♣ 피고, 피항소인 / 근로복지공단
♣ 제1심판결 / 부산지방법원 2016.4.27. 선고 2015구단657 판결
♣ 변론종결 / 2017.06.14.
<주 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15.1.6.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 제1, 2항 기재와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쓸 이유는 제1심판결 이유 제1항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인정사실
1) 망인의 업무내용 및 근무형태 등
가) 망인은 2007.2.13.경 소외 회사에 입사하여 물류 상·하차 업무와 소외 회사에서 김해상동터미널까지의 물류 운송 업무를 수행하여 왔다. 물류 상·하차 작업은 3명이 1조가 되어 5톤 카고 트럭에 화물을 싣고 내리는 작업인데, 통상 100kg 이상의 화물은 지게차를 이용하였으나 100kg 이하의 물건은 수작업으로 진행하였다. 물류 상·하차 작업은 중량물을 다루는 것으로서 육체적으로 매우 힘든 작업이었고, 그로 인해 근로자들이 사직하는 경우가 잦았으며 대체인력을 구하기도 용이하지 아니하였다.
나) 망인이 처리하는 물류량은 월별로 일정하지 않았으나 명절을 전후하여서는 평소보다 많은 물류량을 처리하였다. 한편 주중에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운송하는 물류량이 다른 요일보다 많았는데, 특히 월요일은 일요일 휴무 이후 누적된 물류량을 처리하기 위해 가장 바쁜 날이었다.
다) 망인은 평일 5일과 토요일 근무를 원칙으로 주6일간 근무하였는데, 평일에는 오후 2시부터 밤 12시까지 근무하면서 2차례에 걸친 물류운송작업을 하였으며, 토요일에는 오전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근무하면서 1차례 물류운송작업을 하였다. 망인의 식사시간은 평일에는 20분 정도였고, 토요일에는 1시간 정도였으며, 휴게시간은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았다.
라) 망인은 평일 근무와 토요일 근무를 합쳐서 1주일에 대략 56시간 내지 60시간 가량 근무하였다. 망인의 평일 업무일과는 아래 [도표]의 ㉮항 기재와 같고, 토요일 업무 일과는 아래 [도표]의 ㉯항 기재와 같다. [표 생략]
2)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할 무렵의 상황
가) 망인이 담당한 물류 상·하차 작업은 원래 3인 1조로 이루어지는 작업이었다. 그런데 망인과 한 조를 이루어 상·하차 작업을 하던 B가 2014.8.15. 퇴사하였고, 나머지 1명인 C도 2014.9.6. 퇴사하였으나 인원보충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 그 이후부터 소외 회사의 직원인 D가 망인의 업무를 가끔 보조하는 이외에는 망인 혼자서 물류 상·하차 작업을 하였다.
나) 망인은 2014.9.8.부터 같은 달 10.까지는 추석 연휴로 인해 근무를 하지 아니하였다. 망인은 2014.9.11.부터 다시 근무를 시작하여 같은 달 13.까지 하루 약 10시간 가량 근무하였다. 이 사건 상병 발생 전날인 2014.9.14.은 휴일(일요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망인은 소외 회사에 출근하여 당일 18:00경부터 다음날(2014.9.15.) 02:30경 까지 8시간 30분 동안 근무하였다. 망인은 위와 같이 휴일근무 및 야간근무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014.9.15. 14:00경 소외 회사에 다시 출근하였다. 망인은 당일 14:00부터 17:00까지 물류 상차작업을 하였고, 17:00부터 19:30까지 김해 상동터미널 물류 운송 및 하차작업을 한 다음 19:30부터 20:00까지 저녁식사를 하였다. 망인은 저녁식사를 마친 20:00경부터 D와 함께 물류 상차작업을 하였는데, 상차작업을 하던 도중인 21:30경 트럭 위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게 되었다. 망인은 119 차량을 통해 동아대학교병원으로 후송 되었으나 이틀 뒤인 2014.9.17. 이 사건 상병으로 인해 사망하였다.
다) 소외 회사의 2014.7.부터 2014.9.까지 월평균 일일배송량은 7월에는 948개였고, 8월에는 801개였으며, 9월에는 809개였는데, 이는 공휴일을 모두 포함하여 그 평균수치를 계산한 것이다. 한편 2014.7.1.부터 2014.9.30.까지 실제 근무일을 기준으로 한 일일배송량은, 평일에는 통상적으로 1,100개 내지 1,300개 정도였으나 추석연휴를 전후하여 그 배송량이 상당히 늘어나게 되었다. 특히 추석연휴가 끝난 2014.9.11.에는 그 배송량이 1,535개에 이르렀고, 2014.9.12.에도 그 배송량이 1,409개에 이르렀으며, 망인이 쓰러진 2014.9.15.에는 1,547개에 이르렀다. 2014.9.15.자 일일배송량인 1,547개는 2014.7.1.부터 2014.9.30.까지의 일일배송량 중 가장 많은 배송량이었다.
3) 망인의 건강상태 등
가) 망인은 1968.7.13.생이다. 이 사건 상병의 발생 당시 망인은 키 173cm, 체중 55kg이었다. 망인은 생전에 건강검진을 받거나 병원진료를 받은 바 없으므로, 건강검진기록 등을 통해 기저질환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는 상태이다.
나) 망인은 담배를 피우지 않았고, 주 1회 소주 1병 정도를 마셨으며, 휴일에 등산 등의 운동을 하였다.
4) 의학적 견해
가) 제1심법원의 인제대학교 부속 부산백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 망인의 사망원인은 ‘자발성 뇌내출혈 우측 시상부’, ‘자발성 뇌실내 출혈’로 판단된다. 망인의 의무기록 및 영상 검사 자료(뇌 CT 등)를 종합해서 볼 때 외부 충격으로 발생한 것이 아닌 자발성 뇌출혈로 판단된다.
○ ‘자발성 뇌내출혈’은 뇌의 조직 내에 출혈이 생긴 것으로 외상 등 외적 요인에 의한 뇌출혈을 제외한 모든 뇌출혈로 정의된다. ‘자발성 뇌내출혈’은 여러 가지 유발 요인에 의해서 발생하는데, 대개 뇌혈관 중에서 관통동맥이라고 불리는 작은 혈관가지가 찢어지면서 발생하게 된다. 자발성으로 발생한 경우에 한정해서 보면 크게 원발성과 속발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원발성의 경우 그 유발요인으로는 고혈압, 아밀로이드 혈관병증, 항응고제/혈전용해제 사용, 항혈소판제 사용, 약물사용 및 출혈경향 등이 있고, 속발성의 경우 그 유발요인으로는 혈관기형, 뇌동맥류, 뇌종양, 뇌경색의 출혈전환, 뇌동맥혈전증 및 모야모야병 등이 있다. 그 중 고혈압이 가장 흔한 유발요인으로 원발성 뇌내출혈의 75%를 차지한다.
○ 망인은 생전에 특별히 건강검진이나 병원 진료를 받은 기록이 없으므로 뇌출혈의 유발요인이 될 만한 고혈압 등의 성인병이 있었는지 알 수는 없다. 다만 뇌출혈 당시 병원에서의 혈압 상승은 뇌출혈로 인한 두개강내압 상승으로 인해 흔히 있을 수 있는 현상이므로, 이 점만으로 망인에게 고혈압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이 법원의 대한의사협회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 과로사의 원인이 되는 대표적 질환으로는 뇌혈관질환과 심장질환이 있다. 일반적으로 과로의 유형을 급성, 단기, 만성과로로 구분하고 있다.
○ 단기간의 한시적 과로는 뇌심혈관질환 발생 직전의 1주일간 근로시간이 60시간을 초과한 경우를 말하고, 만성과로는 뇌심혈관질환 발생 이전에 적어도 3개월 이상 기간 동안 1주일 평균 52시간 이상 근로한 경우를 말한다. 단, 이런 경우를 충족하였다고 하더라도 업무의 양이나 강도를 고려해서 판단하여야 하며, 반대로 이런 조건이 충족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업무의 양이나 강도, 정신적 부담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
○ 망인의 업무시간만 놓고 볼 때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다만, 같은 업무시간을 일했더라도 3명이 해야 할 일을 혼자서 할 경우 일의 강도와 이에 대한 스트레스가 증가되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서는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
○ 이론적으로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릴 때 혈압상승이 일어날 수 있지만 이는 신체보상범위 안에서 일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환자의 신체상태나 주위환경의 영향 등으로 이러한 신체보상 범위를 벗어날 경우 비가역적인 신체변화가 올 수도 있다.
○ 고혈압은 뇌출혈의 주요한 위험인자이며 전체 자발성 뇌출혈의 약 78~88%가 고혈압과 관련된 것이다. 고혈압성 뇌출혈은 신체혈관이 보상할 수 없는 혈압상승으로 발생되며, 혈압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만큼 뇌출혈의 위험성도 증가하며 예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주로 만성고혈압에 의한 혈관변성이나 병증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갑자기 상승된 혈압을 이겨내지 못하여 출혈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망인의 출혈부위를 보면 2차적 요인보다는 고혈압에 의한 자발성 뇌출혈의 가능성이 많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3 내지 9호증, 갑 11호증의 1, 2, 을 1호증의 각 기재, 제1심증인 E 및 당심증인 D의 각 증언, 제1심법원의 인제대학교 부속 부산백병원장 및 이 법원의 대한의사협회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나. 판단
1) 업무상 재해라고 함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이 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입증이 된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며, 업무와 질병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4.9. 선고 2008두23764 판결 참조).
2) 앞서 본 인정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상병은 망인이 동료 직원의 사직과 일일배송량 증가 등으로 인해 업무량이 늘어난 상태에서 지속적인 과로에 시달리다가 이 사건 상병 발생 당일 상차작업 과정에서의 격무로 인해 고혈압 등 기존질환이 자연경과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으로 인한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망인의 주된 업무내용은 무거운 화물을 상·하차하는 것과 화물트럭을 야간에 운전하는 것이었으며, 그 업무형태도 오후부터 야간에 이르는 주야근무로서 별도의 휴게시간도 정해지지 않은 것이었다. 이와 같이 중량물을 다루는 업무내용은 비교적 왜소한 체구의 망인에게는 상당한 육체적 부담으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보이고, 이와 같은 육체적 부담은 야간근무와 휴게시간의 부족 등으로 인해 더욱 가중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②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기 이전인 2014.8.15.과 2014.9.6.에 망인과 한 조를 이루어 상·하차 작업을 담당하던 직원들이 모두 퇴사하였으나 인원보충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 그 이후 망인은 동료직원 1인의 간헐적인 도움만을 받는 상태에서 3인 1조로 이루어지던 상·하차 작업을 혼자 담당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망인의 업무량 및 업무강도는 크게 증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2014.9.경에는 추석을 전후하여 소외 회사의 일일배송량이 상당히 증가하였는데, 이로 인해 망인의 업무량 및 업무강도는 더욱 증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③ 이 사건 상병 발생 전날인 2014.9.14.은 휴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망인은 8시간 30분의 주야근무를 마치고 2014.9.15. 02:30경 퇴근하였다. 망인은 2014.9.15. 14:00경 소외 회사에 다시 출근하여 1차례 물류 운송작업을 마친 다음 당일 20:00경부터 상차작업을 하였는데, 상차작업을 하던 도중인 21:30경 트럭 위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게 되었다. 망인이 상차작업 도중 쓰러진 당일의 일일배송량은 2014.7.1.부터 2014.9.30.까지 3개월 동안의 일일배송량 중 최고수치를 기록한 날이었다.
④ 망인은 생전에 건강검진을 받거나 병원진료를 받은 바 없으므로, 건강검진기록 등을 통해 기저질환을 확인할 수는 없는 상태이다. 그러나 고혈압은 뇌출혈의 주요한 위험인자이며 전체 자발성 뇌출혈의 75% 이상이 고혈압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점, 이 법원의 대한의사협회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에 대하여, 위 협회 소속 의사는 망인의 출혈부위를 보면 고혈압에 의한 자발성 뇌출혈의 가능성이 크다는 의학적 소견을 밝히고 있는 점에다가 이 사건 상병의 발생경위 등을 더하여 보면, 그 정도를 알 수는 없으나 망인에게는 고혈압 등의 기저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⑤ 통상적으로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경우 일시적인 혈압 및 혈류량의 증가가 발생하는데, 그것이 신체가 감당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게 되면 뇌출혈 등 비가역적인 신체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상병 발생 당일 망인은 트럭 위에서 중량물을 끌어올리는 상차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망인이 상차작업 도중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도 중량물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혈압 및 혈류량의 증가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해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3)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으로 인한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 이와 결론을 달리한 제1심판결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손지호(재판장) 김종기 구자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