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망인이 업무상 사고로 척추손상을 입고 약 7년 뒤에 심정지로 사망하여 그 유족인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이에 대하여 피고가 부지급처분을 한 사안에서, 업무상 질병을 얻은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에 그 업무상 질병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질병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면 증명된 것으로 보아야 함을 전제로, 망인이 비록 심정지의 주요 원인으로 손꼽히는 동맥경화 등의 개인질환으로 치료받은 전력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질병인 척추손상과 망인의 심정지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단된다고 보아 피고의 부지급처분을 취소한 사례.
◆ 울산지방법원 제1행정부 2017.06.29. 선고 2017구합194 판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17.06.01.
<주 문>
1. 피고가 2016.1.22.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남편 망 C(1942.**.*.생, 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은 주식회사 D 소속 근로자로 일하던 중, 2006.1.20. 컨베이어 벨트에 몸이 끼이면서 추락하는 업무상 사고로 인하여 ‘제1, 4요추 압박골절, 경부 및 요추염좌, 요추부 척수손상, 좌하지 다발성 신경근병증, 좌측 골반부 타박’ 등의 상병(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고 한다)을 입었다.
나. 망인은 이 사건 상병으로 2008.2.29.까지 요양한 후 치료 종결하였고, 피고로부터 장해등급 5급 8호 판정을 받고 장해연금을 받아왔다.
나. 원고는 2015.12.23.경 망인이 자택 화장실 바닥에 넘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E병원으로 후송하였으나, 망인은 같은 날 02:05경 사망하였다.
라 . 원고는 2016.1.4.경 피고에 대하여 망인이 이 사건 상병으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를 하였고, 피고는 2016.1.22. 이 사건 상병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마.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심사청구 및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위 각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4 내지 7, 11호증, 을 제1, 4,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의 사망은 이 사건 상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인정사실
1) 망인의 건강상태(이 사건 상병의 발병 무렵부터 사망 전까지)
망인은 2006.1.20.경부터 2013.8.21.경까지 ‘일차성 폐동맥 고혈압, 상세불명의 급성심근경색증, 기타 흉통, 기타 명시된 만성 폐쇄성 폐질환, 파열의 기재가 없는 복부대동맥류, 심혈관기능검사의 이상결과, 상세불명의 사지동맥의 색전증 및 혈전증’ 등으로 진료받았고, 피고에 대하여 ‘복부대동맥류, 말초동맥색전증’ 등의 상병으로 요양신청을 하였으나, 2013.11.26.경 요양불승인처분을 받았다.
2) 의학적 소견
가) 사망진단서(E병원)
망인의 직접 사인: 상세불명의 심정지
나) 소견서(F병원, 2016.1.4.자)
① 망인은 2006년 요추압박골절 및 척수손상으로 수술을 받은 사람으로 현재까지 심한 요통, 하지저림 및 방사통, 척수손상으로 인한 보행 및 거동장애(혼자 서 있지 못하고 중심도 잡지 못함-넘어지면서 갈비뼈 골절도 있었음), 우측 편마비 증상 등이 있어서 일상생활 및 노동이 불가하였던 점, ② 사고 전날 심한 요통 및 불편감을 호소하였던 점 등으로 보아 장기간의 척수손상 후유증으로 인한 자율신경계 이상과 심정지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사료됨.
다) 소견조회 회신서(E병원, 2016.1.20.자)
① 망인이 당일 응급실에서 시행한 뇌전산화단층촬영상 뇌출혈 등 심정지를 유발할 만한 원인이 발견되지 않았던 점, ② 심전도 및 혈액 검사상 심근경색 및 심정지를 유발할 만한 다른 내과적인 소견 보이지 않았던 점, ③ 내원 전날 심한 허리통증 있었던 점, ④ 내원 당시부터 심한 저혈압 및 의식소실 있었던 점 등으로 미루어 보아 복부 대동맥류 파열 혹은 이전 척수손상에 의한 자율신경계 이상에 의한 심정지 배제 할 수 없었으므로 사망진단서상 망인의 사망 원인을 ‘상세불명의 심정지’로 진단하였으나, 응급실에서 시행한 검사만으로는 정확한 사망 원인을 단정짓거나 알 수도 없는 상태였음.
라) 소견서(E병원 응급의학과, 2016.4.2.자 및 같은 달 4.자)
망인은 ① 평소에 오랫동안 척추수술로 인한 합병증 많았던 점, ② 내원 전날 심한 허리통증이 있었던 점, ③ 내원 당시부터 심한 저혈압 및 의식소실 있었던 점 등으로 미루어 보아 복부대동맥 파열 혹은 이전의 척추(척수)손상에 의한 자율신경계 이상과 심정지와의 인과관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겠음. 심전도 및 피검사상에서는 환자 의식상태 및 심정지를 설명할 만한 소견을 보이지 않았음.
라) 피고 원처분기관 자문의 소견
1) 자문의사 1: 급격한 사망으로 의료기록상 정확한 원인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임(응급실 기록상의 뇌 단층촬영 및 심전도 소견). 사망의 원인과 관련된 승인상병명의 역할을 정확히 확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됨. 그러므로 산재승인 상병명과 사망의 인과관계에서 직접적인 관련성은 희박할 것으로 판단됨.
2) 자문의사 2: 최초승인 상병과 사망원인(응급실 기록 및 사망진단서)은 관계가 없을 것으로 사료됨.
마) 피고 본부 자문의 소견
① 사망 당시 73세였던 망인의 명확한 사인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인 한편, 망인은 복부 대동맥류와 말초혈관 질환 등의 동맥경화 질환을 갖고 있었던 사람인 점, ② 망인은 2006년 이 사건 상병을 입고 2008년 요양 종결하였는데, 그 후로 7년 동안 발견되지 않은 이 사건 상병의 후유증에 의하여 망인이 돌연사하였다는 유족들의 주장은 의학적으로 근거가 희박한 점, ③ 의학적으로는 동맥경화 질환자들이 10년 이내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평균적으로 50%에 이르는 점 등을 감안할 때에 망인의 사망도 동맥경화 질환과 더 관련성이 높음.
바) 산업재해보상보험 재심사위원회의 판단
① 망인은 이 사건 상병으로 2008.2.29.까지 요양 후 약 7년 이상 경과하여 증세가 고착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상병과 관련하여 특별히 증상의 악화 소견은 없었던 점, ② 반면 건강보험 수진내역상 복부대동맥류, 사지동맥 색전증 및 혈전증, 고혈압, 급성심근경색증, 동맥경화 등 급성 심장사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다수 가지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의 사망은 개인적인 기저질환의 자연경과적 악화에 의한 사망으로 보이고, 당초 업무상 재해 및 상병 간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의학적 소견과 객관적·법률적 근거가 미흡하므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함.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앞서 본 증거들, 갑 제9호증의 1, 2, 8, 을 제2,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에 정한 ‘업무상의 재해’는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 질병, 장해 또는 사망을 뜻하므로 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면 증명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7.4.28. 선고 2016두56134 판결 등).
이러한 법리는 업무상 질병을 얻은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에 그 업무상 질병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할 것이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망인은 2006년경부터 2013년경까지 상당한 기간 동안 고혈압, 급성심근경색, 복부대동맥류, 사지동맥의 색전증 및 혈전증 등 다수의 동맥경화성 질환을 앓고 있었고, 이는 일반적으로 심정지로 인한 심장 돌연사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한편 망인의 사망을 직접 진단한 E병원에서 망인에 대하여 심전도 및 혈액 검사를 실시한 결과, 심근경색 등 심정지를 유발할 만한 내과적인 요인을 발견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이 바로 동맥경화성 질환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② 이에 따라 E병원에서는 망인이 복부대동맥류 등 동맥경화성 질환 외에 이 사건 상병(척수손상)에 의한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인하여 사망하였을 가능성을 비중 있게 고려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F병원에서도 장기간의 척수손상으로 인한 자율신경계 이상을 망인의 사망 원인으로 지적하는 의견을 개진한 점, ③ 망인은 2008년경 이 사건 상병의 치료를 종결하였으나, 그 증상이 완치된 것이 아니라 고정된 것에 불과하였고, 망인은 사망 전날까지 심한 허리통증을 호소하기도 하였는바, 망인의 척수손상은 치료 종결 후 사망 전까지 7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이어져 온 것이어서 그 정도가 가볍지 않다고 보이므로, 위 각 의료기관의 의학적 소견은 수긍이 가는 점, ④ 이 사건 상병으로 인한 자율신경계 이상 증세가 동맥경화성 질환과 경합하여 망인의 사망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업무상 질병인 이 사건 상병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김태규 정우철 권순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