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 제37조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에 포함되는 ‘업무상 질병’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고, 이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는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원고의 업무가 과중했고, 발병일에 다가올수록 업무 부담이 증가하여 원고에게 뇌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인 과로와 부담, 스트레스를 유발하였고, 그로 인해 원고의 모야모야병이 발현되었거나 혹은 내재해 있던 모야모야병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어, 뇌출혈로 발전하여 이 사건 나머지 상병이 발병하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 서울행정법원 2017.08.17. 선고 2016구단53619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
♣ 원 고 / 김○○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17.07.06.
<주 문>
1. 피고가 2015.8.17.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원고는 2013.10.1. ㈜○(아래에서는 ‘소외 회사’라고 하겠다)에 입사하여 2013.10.20.부터 싱가포르에서 진행되는 △△△△ 204 FPSO Turret Carryover Work Project 사업에 참여하게 되어 싱가포르의 ○○○○-MAC 회사(아래에서는 ‘싱가포르 현지 회사’라고 하겠다) 내 사무실에서 자재부장으로서 자재총괄 및 전기/계장 지원 업무를 담당해왔다.
그러던 중 2013.12.30. 동료들과 퇴근 후 숙소인 M호텔에서 휴식 중 20:25경 호텔 방문 앞에 쓰러진 채 호텔 직원에게 발견되었다. 구급차로 싱가포르 현지 병원에 이송되어 ‘좌측 뇌내출혈’ 판정을 받아 2013.12.31. 00:40경 혈종 제거술을 받았고, 2014.1.29. 대한민국의 아주대학교 병원으로 전원하여 치료받은 후,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연세마두병원 등에서 재활치료를 받던 중 ‘모야모야병, 우측 편마비, 혈관성 치매, 전실어증’ 진단(아래에서는 ‘이 사건 상병’이라고 하겠다)을 받았다.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에 대해 요양급여신청을 하였다.
부산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2015.8.12. “검사상 상병이 인지되나, 발병 전 급격한 업무적 환경 변화가 없었으며, 단기간의 업무적 과중, 장기간의 업무상 과로가 인지되지 않아 상병과 업무 관련성이 낮다. 선천성 질병인 모야모야병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번에 나타난 증상은 이 모야모야병의 발현 형태인 것으로 추정된다. 신청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정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는 2015.8.17. 원고에게 불승인 결정을 통보(아래에서는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하겠다)하였다.
원고가 이에 불복하여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15.12.29. 기각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싱가포르로 해외출장을 가서 자재를 점검하고 관리하는 생소한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업무의 양이 상당히 방대했고, 현지 회사의 협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원고의 업무가 지연되었다. 체류기간 3개월 내에 끝마쳐야 하는 프로젝트였기에 심리적 압박감도 상당했다.
원고는 오전 6시쯤 숙소에서 일어나 간단히 아침을 먹고 택시를 타 오전 7시경에 회사 사무실에 도착하여 바로 일을 시작하였고, 업무가 많아서 점심시간에도 간단히 샌드위치를 시켜먹으며 계속 업무를 했었다.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야근을 하기도 했다. 원고의 실질적인 업무시간은 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8시간 26분이고, 11월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64시간 53분이며, 12월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66시간 25분으로서 발병일에 다가올수록 업무시간이 증가하였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상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에 해당한다(원고가 이 사건 소에 이르러서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인 택시를 이용하며 출·퇴근에 소요된 시간 각 1일당 합계 약 1시간씩을 업무시간에 추가로 계산을 하여, 주장하는 업무시간이 이보다 더 늘었다). 원고는 이 사건 재해 직전에는 크리스마스, 일요일도 쉬지 못하고 일했다.
비록 원고에게 기저질환인 모야모야 병이 있었다는 의학적 소견이 있다 하더라도, 이처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며 기한 내에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무리하게 일을 하다 과로와 스트레스가 유발되었고, 이로 인해 기저 질환이 자연경과적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아니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다. 인정사실
(1) 이 사건 해외 출장 프로젝트 경위와 원고의 업무 내용
(가) 싱가포르에서 해외 출장 업무를 수행하게 된 경위
소외 회사는 해외 선주회사 등에 해양플랜트 설계, 개조, 시운전, 성능향상 등의 기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하는 회사이다.
영국 석유회사인 BP가 영국 시할리온 유전에 FPSO를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하였고, 현대조선소에서 만들고 있는 FPSO 선에 장착되는 장비로서 선체에 고정하여 가스나 원유를 심해로부터 공급받는 Turret 장비에 대해, SBM이 그 수주 제작을 맡고, 싱가포르 현지 회사인 ○○○○-MAC이 현지 제작을 맡았다. 소외 회사는 현지 회사에서 제작중인 것을 한국 현대중공업으로 운송하는 ‘Carryover work Cow’ 계약을 체결하고, 그 잔여업무에 필요한 작업을 공수하고 자재 인도를 받는 일을 처리하게 되었다. 현지 회사가 일부 끝내지 못한 일과 일정상 설치하지 못한 자재를 정리하여 한국으로 보내는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현지 회사의 협조가 필요했던 관계로 그 작업을 위해 원고를 포함한 소외 회사 직원 7명이 함께 3개월 동안 싱가포르에 체류하며 현지 회사 사무실에서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나) 해외 출장에서의 원고의 업무 내용
소외 회사의 싱가포르 현지 업무 중에서 원고가 맡은 업무는, BP TFT 포스팀 자재부장으로 전기배관 및 설계를 검토하고 자재를 관리하는 자재 총괄 업무 및 전기/계장 지원 업무였는데, 상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즉 ① Turret 장비 설치 도면이 제작되고 그에 필요한 자재가 산출되어 필요한 자재의 명세서가 나오면, 그에 따라 자재 창고에서 현장 조사를 하며 수량과 사양을 확인하고 관련 담당자의 확인을 거치는 일, ② 확인, 검수된 자재들을 한국에 보내기 위해 박스에 포장하는 일, ③ 명세서에 빠져있는 필요 자재나 파손, 불일치 부분 등을 파악하여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 ④ 선주사인 BP 담당자와 전기 및 배관기자재 사양 및 수량을 확인하여 목록을 작성하는 일, ⑤ 포장한 장비들의 운송 및 한국 도착시의 일정 등을 통보하는 일, ⑥ 전체적으로 기계 배관, 전기 계장, 자재, 구조 등 공정에서 빠진 부분이나 싱가포르 현지에서 늦게 도착하거나 검수에서 누락된 자재를 찾아서 공정에 지장이 초래되지 않도록 현지의 각 담당자와 협의하여 자재를 구비·조달해 주는 일, ⑦ 전기/ 계장 쪽 부서의 요청이 있으면 그 업무를 지원하는 일 등이었다.
원고는 소방방재설비전문가로서 소외 회사에 입사하기 전 2012.8.13.부터 2013.5.23.까지 현대중공업에서 전기 계장 전문가로 근무하였는데, 소외 회사에 입사하여 싱가포르 해외 출장에서 처음 이러한 자재 관리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소외 회사의 이 사건 해외 출장 업무는 2013.10.20.부터 체류기간 90일의 무비자가 적용되는 2014.1.20.까지 마쳐야 하는 기한이 예정되어 있었다.
(2) 원고의 근무 강도(업무시간과 관련하여)
(가) 공식적인 근무시간
원고가 소외 회사에 입사하여 싱가포르로 해외출장가기 전까지는 국내에서 주 5일 근무하였고, 싱가포르로 해외 출장을 간 2013.10.20.부터는 주 6일 근무하였으며, 일요일이 휴무일이었다. 공식적인 근무시간은 주중 08:00부터 18:00까지이고, 고정주간근무형태였다.
(나) 피고가 인정한 업무시간
피고는 기본적으로 원고의 업무시간을, 회사 업무 시작시간 오전 8시를 기준으로 하고 식사시간으로 12:00부터 13:00까지 1시간을 차감해서, 발병 전 1주간 평균 근로시간은 54시간, 발병 전 4주간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53시간 40분, 발병 전 12주간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51시간 40분으로 인정하였다.
(다) 원고의 주장내용 및 제반 사정
원고는, 호텔 숙소에서 택시를 타고 회사에서 내려 바로 사무실에 올라가서 근무를 시작하였으므로, 공식적인 근무시간 전이라도 택시 하차 시간부터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여야 하고, 따라서 택시영수증에 찍힌 출근시 회사 하차시간, 퇴근시 회사 승차시간에 따라 업무시간을 계산하면, 발병 전 4주 동안 주당 평균 68시간 26분 근무하였고, 택시 영수증 등 자료가 남아 있는 2013.11. 4부터 2013.12.29.까지 주당 평균 66시간 24분 동안 근무하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피고는 원고의 주장을 감안하더라도, 점심시간, 휴게시간 등으로 1일 각 1시간씩을 차감해야 한다면서, 근로시간을 발병 전 4주간 주당 평균 58시간 52분, 발병 전 12주간 주당 평균 54시간 51분으로 계산하였다.
원고는 싱가포르 노동법상 원고가 받는 급여(월 1,000만 원 이상) 수준에서 별도로 휴게시간이 정해져 있거나 보장되지 않았고, 점심은 보통 업무를 하면서 샌드위치 등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실제로 선주사인 BP의 타임시트에도 일정한 점심시간을 부여한다는 내용 없이 08:00 ~ 18:00까지 전체시간을 근로시간으로 표시하고 있다. 사업주 역시 원고의 업무 양이 많았고, 업무로 인하여 중식시간이 간소화되기도 했음을 인정하고 있다.
동료 근로자들도 모두, 숙소에서 함께 택시를 타고 출근하여 대략 오전 7시 경 무렵에 도착하여 매일 오전 1시간 정도는 업무를 일찍 시작하였고, 한국에서처럼 점심시간이 정해져서 그 시간에 외부에 나가서 식사를 한 것이 아니라, 샌드위치 등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을 사와 사무실 내에서 먹으면서 업무를 하였으며, 일주일에 한두 번씩 1시간 정도는 근무시간 이후 연장근무를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3) 구체적인 원고의 업무 상황 및 발병 직전 근무 상황
(가) 원고가 수행한 업무의 어려움
석유시추선 공사를 하면, 여러 가지 구조, 전기배관, 기계 등이 복잡하게 있고, 원고가 담당한 자재관리업무는, 거기에 들어가는 자재 관련 작업을 전부 총괄해야 하는 업무였다. 원고가 처리해야 할 자재가 수천, 수만 개에 달했고, 평소 방재 설계 전문가였던 원고에게 생소한 자재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원고의 업무량이 상당하였다. 더군다나 여러 회사의 물건을 취합해서 보내야 했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COW 업무의 특성상, 선주사인 BP, Turret 수주사인 SBM, Turret 제작사인 현지 회사 등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고, 설계가 빈번히 변경되어, 원고가 자재 업무를 수행하기가 많이 어려웠다고 동료 근로자들 및 사업주가 공히 인정하고 있다. 특히 현지 제작사인 현지 회사가 자신이 현재 수행하는 공정에만 치중할 뿐 소외 회사 업무에 협조를 해 주지 않아서, 자재 내역이나 명세서가 분명하지 않았고, 계속 물건이 늦게 들어왔다. 자재 업무를 총괄하여 혼자 담당하고 있던 원고로서는 불명확한 자료에 근거하여 일을 진행할 수밖에 없어 지속적으로 업무가 지연되었으며, 업무를 수행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나) 발병일에 즈음한 원고의 업무 상황
발병 전 4주 즈음에는 당초 예정된 프로젝트 마감시일을 도과하였고, 원고가 담당한 자재 업무가 다른 업무의 진행 상태보다 현저히 밀리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원고가 더욱더 압박감을 받게 되었다.
2013.11.10.부터 전기계장 분야 이사 김○규가 원고에게 전기 설계도면 검토를 지시하여 원고가 2013.11.30.까지 기존 자재 업무와 함께 추가로 지시받은 업무를 하여 평소보다 스트레스를 더 받았다.
발병 전 일주일 동안 한국에 자재를 보내기 위해 자재목록을 작성하면서 선주와 자재코드가 맞지 않아 코드(10,000개 정도)의 규격을 맞추는 작업을 하느라 크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다) 원고가 연장근무를 하였던 상황
원고는 프로젝트 진행 초기에는 공직석인 근무시간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였으나, 재해 발생 시점에 이르러서는 일요일 등 휴일에도 출근하여 9 ~ 10시간 정도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가 쓰러지기 2주 전부터는 일요일에도 9시간 이상 일을 하였고, 크리스마스 당일에도 일을 하였다. 일주일에 2 ~ 3일 정도는 늦게 퇴근하였다.
재해일 직전 휴일인 2013.12.29. 일요일에 원고는 출근하여 10시간 정도 근무를 하였다.
(4) 원고의 건강 상태
원고의 신장 171㎝, 몸무게 66㎏이다. 흡연양은 일주일에 담배 약 2갑 정도이고, 음주량은 2주에 1회, 소주 반병 정도이다.
원고의 건강보험급여 내역상 이 사건 상병과 관련된 질환으로 치료받은 적은 없었다. 2005년 및 2006년 건강검진결과상 고혈압, 고지혈증도 없었다.
(5) 의학적 소견
① 주치의 소견(연세마두병원, 2015.6.2.): 우측 상하지의 근력 약화로 독립적 기립 보행이 불가능하고, 거의 모든 일상생활 동작의 수행에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이다. 의사소통도 불가능하다.
② 피고 자문의 소견1: CTA상 좌측 모야모야병 인지되고, 이로 인한 출혈로 나머지 상병이 온 것으로 판단되나,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었고,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에 대한 평가 후 판정함이 타당하다.
③ 피고 자문의 소견2: 2014.1.29. 혈관조영두부 CT상 좌측 내경동맥에서 혈관이 막혀 있으면서 좌측 뇌기저핵부에 뇌실질 감소(이전 뇌내혈종에 의한 뇌손상) 및 측두엽 위축 소견과 함께 두개골 절제 상태 확인되어 일측성 모야모야병에 의한 뇌출혈로 개두술 시행받은 소견이 확인되는 상태이다. 발병전 업무력 조사 후 판단 요한다.
(6) 이 법원의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따른 법원 감정의 소견
① 원고에게 2005년 및 2006년 건강검진 상 고혈압, 고지혈증을 의심할 소견이 아니다.
② 모야모야병은 일부 유전적 요인이 관여하며 가족력과 관계가 있다는 결과가 있으나 대부분의 환자의 경우 발병 원인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③ 원고의 경우 모야모야병에 의한 뇌출혈이므로, 만성적으로 누적된 생활습관에 의한 기여보다는, 약해진 병적 모야모야혈관의 파열에 의하여 뇌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생각된다.
④ 모야모야병에서의 뇌출혈과 외부적 요인(과로 내지 스트레스)의 인과관계에 대하여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모야모야병 환자의 병적 혈관은 정상 혈관에 비해 약하므로 혈압이 갑자기 상승하는 외부적 촉발요인이 있었다면 정상인에 비해서 뇌출혈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사료된다. 혈압이 갑자기 상승되는 큰 스트레스는 모야모야병이나 고혈압과 같은 기존질환을 가진 사람의 경우 뇌출혈 발생의 촉발요인이 될 수 있다. 갑작스런 혈압상승을 초래하는 급성 스트레스는 모야모야병을 가진 환자에게 뇌출혈 내지 뇌경색 촉발요인으로 작용 가능하다.
⑤ 모야모야병의 자연적인 진행속도에 과로와 스트레스가 영향을 준다는 의학적 증거는 없다.
(7) 피고의 뇌혈관질병에 대한 내부 처리 지침
피고는 뇌혈관질병, 심장질병의 업무상 질병 여부를 판정함에 있어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의 평가기준’을 내부 지침으로 정해놓고 있다.
‘일상적으로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로 ① ‘회사에 중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책임이 있는 업무’, ② ‘과대한 달성 목표가 있는 업무’, ③ ‘정해진 시간(납기 등)대로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곤란한 업무’, ④ ‘주위의 이해나 지원이 없는 상황 하의 곤란한 업무’, ⑤ ‘복잡곤란한 신규 사업, 회사의 재건을 담당하는 업무’ 등을 열거하고 있고, ‘발병에 근접한 시기에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와 관련된 사건’으로 ① ‘업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였다’, ② ‘중대한 사고(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되었다’, ③ ‘이동(전근, 배치전환, 비연고지 근무 등)이 있었다’ 등을 열거하고 있다.
[인정근거] 앞서 든 증거, 갑 제2 내지 5호증, 갑 제6호증의 1, 2, 갑 제7호증, 을 제2 내지 6호증, 을 제7호증의 1, 2의 각 기재, 증인 김○규, 김○주의 각 증언, 이 법원의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변론 전체 취지
라. 판단(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간의 상당인관관계의 존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 제37조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에 포함되는 ‘업무상 질병’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고, 이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는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10.29. 선고 2013두24860 판결, 2012.4.13. 선고 2011두30014 판결, 2010.1.28. 선고 2009두5794 판결, 2009.3.26. 선고 2009두164 판결, 2008.2.28. 선고 2006두17956 판결, 2007.4.12. 선고 2006두4912 판결, 2001.7.27. 선고 2000두4538 판결 등 참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싱가포르로 해외 출장을 가서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자재를 관리하고 총괄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다. 여러 회사들의 물건을 취합해서 보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수천, 수만 개의 자재들의 세세한 품목까지 정확히 맞는지를 확인해야 했기에 고도로 집중해서 업무를 수행해야 했으며, 처리해야 할 업무의 양도 방대했다. 원고가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 싱가포르 현지 회사의 업무 협조가 절실했는데, 현지 회사가 자신의 일에만 집중할 뿐, 원고의 업무에 제대로 협력해주지 않아 원고가 업무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그에 따라 원고의 자재관리 업무가 계속 지연되었다. 원고가 혼자 담당하고 있는 자재 총괄 업무도 벅찼을 것인데, 그 외에도 전기계장 부분 업무 지원도 덧붙여 해왔다.
이처럼 원고는 낯선 환경에서 익숙치 않은 업무를 처리해야 했으며, 원고가 수행해야 할 업무의 양이 상당히 많았고 어려웠던데다가, 해외 체류기간 3개월 내에 끝마쳐야 하는 시한이 정해져 있던 터라 원고가 겪는 업무적 부담과 정신적 압박감은 심했을 것이다.
객관적 지표상으로도 원고의 업무 부담이 과중했음이 드러난다. 피고는 원고의 업무시간을 근로계약에 정해진 오전 8시부터로 계산하고, 점심시간 1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차감하여, 발병 전 1주간 근로시간은 54시간, 발병 전 4주간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53시간 45분, 발병 전 12주간 주당 평균 근로시간 51시간 40분으로 책정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피고가 정해준 숙소에서 동료들과 함께 택시를 타고 출근해서 오전 7시경 무렵에 바로 업무를 시작했고, 업무 부담이 많아 점심도 대부분 샌드위치 등으로 때우며 계속 업무를 보았다. 정해진 기간 내에 COW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 해외 출장을 가게 되었고, 거기서 사업주가 제공한 출퇴근 택시를 이용하여 사업주가 제공한 숙소와 사무실을 오가며 꽉 짜여진 틀에서 거의 쉴 틈 없이 계속 업무를 보았다. 따라서 업무시간에서 점심시간, 휴게시간으로 1시간을 통째로 차감하는 것은 가혹하고, 공식적인 근무시간 전이라도 실질적으로 업무를 시작하였으면, 업무시간 계산에 포함되어야 하므로, 적어도 원고 주장처럼 오전 출근시 택시 하차시간, 저녁 퇴근시 택시 승차시간을 기준으로 그 전 시간을 원고의 업무시간으로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럴 경우 원고의 업무시간은 원고 주장처럼 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8시간 26분이고, 11월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64시간 53분이며, 12월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66시간 25분으로서 발병일에 다가올수록 업무시간이 증가하였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 및 그에 따른 고용노동부 고시(제2013-32호)상 뇌혈관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으로 정한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시간 기준에 해당한다.
또한 이 사건 재해 직전에는 프로젝트 마감시한이 거의 다가왔고, 원고의 업무가 다른 업무보다 현저히 밀려 있었던 상태라 원고는 이 사건 재해 직전 크리스마스, 일요일도 쉬지 못하고 강도 높게 일했다.
이처럼 원고의 업무의 강도와 부담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고, 이러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며 기한 내에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무리하게 업무를 계속 하다가 원고에게 육체적·정신적 과로와 부담이 유발되었을 것임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비록 원고에게 기저질환인 모야모야병이 인지되었으나, 법원 감정의는 모야모야병이 일부 유전적 요인이 관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발병 원인이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으며, 모야모야 병 환자의 병적 혈관은 정상 혈관에 비해 약한 것이어서 혈압상승을 초래하는 큰 스트레스는, 고혈압 환자와 마찬가지로 모야모야병 환자에게도 뇌출혈 발생의 촉발요인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원고는 고혈압, 고지혈 등 뇌혈관 질병과 관련된 별다른 증상이 없는 신체 건강한 사람이었다.
결국 원고의 업무가 과중했고, 발병일에 다가올수록 업무 부담이 증가하여 원고에게 뇌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인 과로와 부담, 스트레스를 유발하였고, 그로 인해 원고의 모야모야병이 발현되었거나 혹은 내재해 있던 모야모야병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어, 뇌출혈로 발전하여 이 사건 나머지 상병이 발병하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따라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아니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임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