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법률혼주의 및 중혼금지 원칙을 대전제로 하고 있는 우리 가족법 체계를 고려하여 보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4조제1항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자’를 유족보상연금을 받을 수 있는 배우자에 포함하고 있는 취지는, 사실상 혼인생활을 하여 혼인의 실체는 갖추고 있으면서도 단지 혼인신고가 없기 때문에 법률상 혼인으로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그 사실상 배우자를 보호하려는 것이지, 법률혼 관계와 경합하고 있는 사실상의 동거관계를 보호하려는 것은 아니므로, 만약 사실상 배우자 외에 법률상 배우자가 따로 있는 경우라면, 이혼의사의 합치가 있었는데도 형식상의 절차미비 등으로 법률혼이 남아 있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그 사실상 배우자와의 관계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사실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 서울행정법원 제14부 2007.11.01. 선고 2007구합21051 판결 [유족보상일시금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OOO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피고보조참가인 / OOO
♣ 변론종결 / 2007.10.04.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07.4.18.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이 유>
1. 처분 경위
가. 망인은 주식회사 OO토건(이하 OO토건이라 한다) 소속 작업반장으로 2007.2.9. 13:30경 OO토건이 OOOOOO 주식회사로부터 하청받아 시공하던 OO군 하수관거 정비사업 공사현장에서 자재정리를 하다 업무상 재해를 당하여 치료를 받던 중 2007.2.12. 01:20경 직접사인 뇌간압박, 선행사인 뇌교출혈로 사망하였다.
나. 원고는 2007.3.19. 자신이 망인의 사망 당시 망인으로부터 부양받고 있던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자로서 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자라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다.
다. 피고는 2007.4.18. 피고보조참가인(이하 보조참가인이라 한다)이 망인의 법률상 배우자이고, 원고는 중혼자에 해당할 뿐이어서 정당한 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위 청구서를 반려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갑 1, 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성
가. 원고의 주장
보조참가인이 망인의 법률상 배우자이기는 하나, 망인과 보조참가인 사이에는 이혼의사가 합치되어 형식적인 혼인관계만 존재할 뿐 사실상 혼인관계가 해소되어 법률상 이혼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 상태라 할 것이므로, 원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유족보상연금 수급자격자에 해당함이 명백하고, 이와 견해를 달리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생략>
다. 인정 사실
(1) 망인은 1977.12.21. 보조참가인과 혼인하여 그녀와 사이에 2남 1녀를 두었다.
(2) 망인은 1988.5.경 집을 나와 그 무렵부터 사망 당시까지 보조참가인과 별거한 채 1989.6.경부터 사망 무렵까지 원고와 동거하면서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였다.
(3) 망인의 주민등록등본에는 2000.8.1.부터 원고가 망인의 동거인으로 등재되어 있고, 국민건강보험에도 원고가 망인의 피보험자로 등재되어 있는데, 보조참가인은 망인의 주민등록등본이나 국민건강보험에 동거인 또는 피보험자로 등록되어 있지 않다.
(4) 원고가 망인과 동거를 시작한 이후 망인의 가족 모임 등에 망인의 배우자 자격으로 참석한 반면, 보조참가인은 망인과 별거 이후 망인의 가족 모임 등에 참석한 사실이 없다.
(5) 망인이 1999.경과 2000.2.경 OOOOO병원과 OOOO병원에서 심장판막수술을 받고 입원 치료를 하는 동안 원고가 망인의 간병을 전담한 반면, 보조참가인은 망인을 간병한 사실은 물론 병원을 방문한 사실조차 없다.
(6) 보조참가인의 자녀들은 가끔씩 망인을 만나기도 하고 원고의 집을 여러 차례 방문한 사실도 있으며 원고에게 작은어머니 또는 새어머니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7) 망인은 원고와 동거를 하면서도 보조참가인과 사이의 자녀들 결혼식에 참석하는 등 보조참가인의 집안 행사에 참여하였다.
(8) 보조참가인은 망인이 원고와 사실상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서도 이에 대하여 항의를 하거나 사실혼관계의 중단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
(9) 망인과 보조참가인 어느 누구도 상대방에게 이혼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
(갑 1~9호증, 을 1~5호증의 각 기재, 국민건강보험공단 OOOOO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증인 OOO, OOO의 각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 단
법률혼주의 및 중혼금지 원칙을 대전제로 하고 있는 우리 가족법 체계를 고려하여 보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4조제1항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자’를 유족보상연금을 받을 수 있는 배우자에 포함하고 있는 취지는, 사실상 혼인생활을 하여 혼인의 실체는 갖추고 있으면서도 단지 혼인신고가 없기 때문에 법률상 혼인으로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그 사실상 배우자를 보호하려는 것이지, 법률혼 관계와 경합하고 있는 사실상의 동거관계를 보호하려는 것은 아니므로, 만약 사실상 배우자 외에 법률상 배우자가 따로 있는 경우라면, 이혼의사의 합치가 있었는데도 형식상의 절차미비 등으로 법률혼이 남아 있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그 사실상 배우자와의 관계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사실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3.7.27. 선고 93누1497 판결, 2007.2.22. 선고 2006두18584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아래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망인과 보조참가인 사이의 혼인관계가 법률상 형식적으로만 존재하고 사실상 해소된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는 반면, 원고와 망인 사이의 혼인관계는 중혼적 사실혼 관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배우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겠다.
(1) 망인이 사망할 때까지 망인과 보조참가인의 법률혼 관계가 해소되지 않고 유지되었으며, 망인과 보조참가인 모두 상대방에게 이혼을 요구한 사실이 없는 점
(2) 보조참가인이 다른 남자와 혼인관계(사실혼)를 맺지 아니하고 혼자서 자녀들을 양육한 점
(3) 망인이 원고와 사실상 혼인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보조참가인과 이혼을 하지 아니한 것은 보조참가인과의 법률상 혼인관계를 종료할 의사가 없었음을 나타내는 것이고, 망인에게 보조참가인과의 법률혼을 해소할 의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보조참가인 까지 그에 응하여 상호간에 이혼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는 점
(4) 망인이 1989.경부터 사망할 때까지 20년 가까이 원고와 동거하면서 보조참가인과는 일상적인 교류나 경제적인 의존관계 없이 각자의 독립된 생활을 영위하여 온 점만으로는 망인과 보조참가인 사이의 혼인관계가 해소되어 법률상 이혼이 있었던 것과 같은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기에 부족한 점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고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으므로, 주문과 같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판사 신동승(재판장) 김주식 조정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