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망인의 업무인 이 사건 선박의 관리보존을 위하여는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 선박에 승·하선하려면 이 사건 선박 주위에 차례로 정박되어 있는 선박들을 지나야만 하고, 그 선박들은 높이가 제각기 달라 평소에도 실족의 위험이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비록 망인에게 근무시간 중 사업주의 지시를 어기고 음주를 하는 등 잘못이 있다고 할지라도 망인의 음주가 망인의 전적인 사망원인이라고 볼만한 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서, 망인이 업무수행을 위하여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하는 과정에서 실족하여 익사한 사고는 망인의 업무에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여 망인은 업무 수행중의 재해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할 것이다.
◆ 부산지방법원 2008.09.10. 선고 2008구단222 판결 [유족보상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P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08.07.23.
<주 문>
1. 피고가 2007.9.10.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보상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중 유족보상 부분을 취소한다.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9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07.9.10.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보상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남편인 A(1954.5.20.생)는 해상준설업 등을 영위하는 B산업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에서 부선인 B1호(394톤, 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의 크레인기사 및 기관원으로 근무하던 중 2007.6.13. 19:40경 이후 행방불명되었다가 2007.6.19. 17:40경 이 사건 선박이 정박되어 있던 인근 해상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나. 원고는 피고에게 망 A(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의 사망에 따른 유족보상 및 장의비 지급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07.9.10. 원고에 대하여, 망인이 근무시간 중 음주를 금하는 사업주의 지시가 있었음에도 사망 당시 개인적인 사유로 혈중알콜농도 0.23%의 상태로 확인되었는바 이러한 음주상태는 24시간 선박을 경비해야 하는 망인의 업무내용으로 볼 때 사업주와의 근로계약에 의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로 판단되고, 그밖에 사망원인이 사업주가 관리하고 있는 시설물의 결함 또는 관리상의 하자에 의해 발생되었다고 볼 객관적 증거가 없으므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보상 및 장의비를 부지급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심사청구를 제기하였으나 기각결정을 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갑 제2, 3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은 당시 C와 교대로 24시간 동안 이 사건 선박의 전체를 관리보존하는 당직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는데, 망인은 위 당직업무 수행을 위하여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하다가 실족하여 바다에 빠져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망인의 당직업무는 근로계약 및 사업주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이 사건 선박에의 승선은 당직업무에 수반되는 필요적 통상적 행위이고 망인의 사업주는 망인에게 , 이 사건 선박을 벗어나 식사하는 것을 금지하지 아니하였으며, 망인이 음주로 실족한 것이지만 자살이나 사망에 이를 목적으로 음주한 것은 아니다. 한편 당시 이 사건 선박은 부산 영도구 봉래동 소재 물양장의 가장 외곽에 위치하고 있어 이에 승선하기 위하여는 다른 예부선들을 건너가야 하는데 다른 예부선들 및 이 사건 선박에는 선원이 건널 수 있는 사다리 등이 없었는바 사업주는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할 수 있는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망인은 업무수행 중 업무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인 실족으로 인하여 사망한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함에도 이와 달리 보고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인정사실
(1) 망인은 1990.1.1. 소외 회사에 입사하여 선박의 크레인 기사로 근무하였는데, 2007.1.1.부터는 이 사건 선박의 크레인 기사 및 기관원으로 근무하였다.
(2) 소외 회사는 2007.1.18. 이후 이 사건 선박에 의한 작업이 없었던 관계로 부산 영도구 봉래동 소재 물양장 앞 해상에 이 사건 선박을 정박시켜 놓았고, 2007.6.1.부터는 망인과 이 사건 선박의 선장 C에게 교대로 2일씩 이 사건 선박에서 당직근무를 하면서 이 사건 선박을 관리하도록 하였다. 망인과 C의 업무 교대는 통상 16:00경 이루어졌다.
(3) 이 사건 선박에는 숙박 및 취사시설이 갖추어져 있는데, 소외 회사는 망인 등에게 선상 음주 및 육상에서 음주 후 승선을 하지 못하도록 수시로 교육, 지시하였으나 근무 중 선박을 벗어나 식사하는 것 자체는 금지하지 아니하였다.
(4) 망인은 당직근무할 순서가 되어 2007.6.13. 08:30경 이 사건 선박에 출근하여 C와 함께 갑판 청락 작업을 하다가 비가 와서 위 작업을 멈추었고, 11:00경 C로부터 업무를 인수한 후 16:00경 저녁식사를 하기 위하여 이 사건 선박에서 하선하였다. 망인은 같은 날 16:30경 옛 동료 E를 만나 위 물량장에서 도보 2분 거리에 있는 부산 영도구 소재 qq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소주 2병을 1병씩 나누어 마셨고, 인근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겨 맥주 500cc 2잔을 마신 후(E는 맥주 500cc 1잔을 마셨다) 19:40경 이 사건 선박에 당직근무를 하러가야 한다면서 E와 헤어졌으며, 그 뒤 행방불명되었다.
(5) E는 부산영도경찰서에서 망인의 실종사건에 관련하여 조사를 받으면서 망인과 헤어질 때의 망인의 몸상태는 그렇게 술에 취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진술하였다.
(6) 이 사건 선박이 정박되어 있던 장소는 수십 척의 바지선 등 각종 선박들이 집단으로 정박하는 장소로서 이 사건 선박은 위 물량장 앞 도로에서 직선거리로 약 30m 거리에 정박되어 있었는데, 위 물량장에는 각종 선박의 위치가 수시로 바뀔 수 있으므로 육상에서 이 사건 선박으로 가는 경로는 정해져있지 아니하였고, 이 사건 선박에 승·하선하려면 물량장 안벽과 가까이 정박 중인 선박에서부터 선체 높이가 다른 여러 척의 선박을 차례로 건너야한다. 한편 위 물량장 앞 도로는 차량이 통행하는 도로로서 위 도로의 바다 쪽으로 안전펜스가 설치되어 있지 아니하였다.
(7) 망인은 2007.6.17. 17:40경 위 물량장 3번 부이 인근 바지선 2척 사이 해상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고, 망인의 사체에 대한 부검 결과 망인은 익사한 것으로 판명되었으며, 혈중알콜농도가 0.23%의 상태로 나타났다.
(8) 망인의 실종 사건을 수사한 부산해양경찰서는 망인이 음주상태에서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하기 위해 주변에 정박 중인 선박 등으로 이동 중 미상의 장소에서 실족, 바다에 추락하여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검사의 지휘를 받아 내사를 종결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4호증의 1 내지 46, 을 제3호증, 을 제4호증의 1, 2, 3, 을 제5 내지 10호증, 을 제12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망인은 이 사건 선박에서 벗어나 저녁 식사를 하면서 술을 마신 후 당직업무를 하기 위하여 이 사건 선박으로 돌아오던 도중 정박 중인 다른 선박들을 건너다가 비가 와 바닥이 미끄러운 상태에서 술기운으로 인하여 실족하여 바다에 빠져 익사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
그리고, 망인의 업무인 이 사건 선박의 관리보존을 위하여는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 선박에 승·하선하려면 이 사건 선박 주위에 차례로 정박되어 있는 선박들을 지나야만 하고, 그 선박들은 높이가 제각기 달라 평소에도 실족의 위험이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비록 망인에게 근무시간 중 사업주의 지시를 어기고 음주를 하는 등 잘못이 있다고 할지라도 망인의 음주가 망인의 전적인 사망원인이라고 볼만한 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서, 망인이 업무수행을 위하여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하는 과정에서 실족하여 익사한 사고는 망인의 업무에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여 망인은 업무 수행중의 재해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할 것이다.
한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71조제1항은 “장의비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사망한 경우에 지급하되, 평균임금의 120일분에 상당하는 금액을 그 장제를 지낸 유족에게 지급한다. 다만, 장제를 지낼 유족이 없거나 그 밖에 부득이한 사유로 유족이 아닌 자가 장제를 지낸 경우에는 평균임금의 120일분에 상당하는 금액의 범위에서 실제 드는 비용을 그 장제를 지낸 자에게 지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을 제4호증의 3, 을 제1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소외 회사가 일체의 장제비를 부담하여 망인에 대한 장제를 실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할 권원이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 중 유족보상 부분은 위법하고, 장의비 부분은 적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채동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