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의 ‘업무상 재해’에서 말하는 ‘업무’라 함은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근로자와 사업주 사이의 근로계약에 터잡아 형성되는 근로자가 행하여야 할 담당 업무와 근로자의 담당업무에 부수되는 행위, 담당업무의 개시 수행 또는 계속에 필요한 행위이다. 이러한 업무에는, 더 나아가 관습적으로 사용자의 명령을 받고서 행하는 행위 또는 객관적으로 업무의 일부로서 인정되는 행위 및 사용자의 특명, 묵시적 희망적 명령에 의한 것으로서 그 행위가 기업 경영상 필요한 행위, 사회통념상 사업의 선전 및 노무관리 등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행위도 포함된다. ‘업무상 재해’는 이러한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당해 근로업무의 수행 또는 그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
◆ 서울행정법원 2017.03.30. 선고 2016구단31367 판결 [요양급여 및 휴업급여 불승인처분 취소]
* 원 고 / 한○○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17.03.06.
<주 문>
1. 피고가 2015.9.11. 원고에 대하여 한 최초 요양 및 휴업급여 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농업회사법인 ○○○○(아래에서는 ‘소외 회사’라고 하겠다)의 영업 담당 이사이다. 원고는 2015.1.20. 소외 회사의 거래처인 ○○목장 사업주로부터, 주문해놓은 약품을 가져다 달라는 연락을 받고, 차량을 운전하여 ㈜○○○○약품에서 약품을 받아 ○○목장에 전달해주고 돌아오다가 차량과 함께 도로 아래 언덕으로 굴러 떨어지는 교통사고(아래에서는 ‘이 사건 재해’라고 한다)가 났다. 이로 인해 원고는 하악골 결합 부위의 골절(개방성), 치수 침범이 없는 치관파절, 완전탈구, 치아의 아탈구 상해를 입게 되었다.
나. 원고는 2015.8.12. 피고에게, 소외 회사 거래처에서 요청한 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이와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면서 요양급여 및 휴업급여를 신청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2015.9.11. “원고는 사료판매 영업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업무상재해라 주장하지만, 목장주 요구사항 약품배달은 원고의 본연의 업무라고 볼 수 없고, 원고의 자의적 판단 하에 목장주의 요청에 응한 것이므로, 이 사건 재해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라는 이유로 요양급여 및 휴업급여 불승인결정(아래에서는 ‘이 사건 처분’이라 하겠다)을 하였다.
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16.4.7. 원고의 심사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고, 이에 원고가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는 2016.9.19. 원고의 재심사 청구를 기각하는 재결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16호증, 을 제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종합혼합사료를 목장에 판매하는 소외 회사의 영업사원인 원고가 거래처 목장주의 요청으로 다른 사업장 약품을 배달한 업무는 영업사원의 불가피한 통상적인 업무였다. 원고가 이러한 통상 업무를 수행하다가 교통사고로 상해를 입게 되었으므로, 이 사건 재해는 산업재해보상보헙법상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함에도, 이와 달리 본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처분의 적법 여부
가. 관련 법령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가) 제5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
(나)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①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업무상 사고
가.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나 그에 따르는 행위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
나. 사업주가 제공한 시설물 등을 이용하던 중 그 시설물 등의 결함이나 관리소홀로 발생한 사고
다.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
라.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나 행사준비 중에 발생한 사고
마. 휴게시간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로 발생한 사고
바.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③ 업무상의 재해의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2)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27조(업무수행 중의 사고)
①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던 중에 발생한 사고는 법 제37조제1항제1호 가목에 따른 업무상 사고로 본다.
1.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수행 행위
2. 업무수행 과정에서 하는 용변 등 생리적 필요 행위
3. 업무를 준비하거나 마무리하는 행위, 그 밖에 업무에 따르는 필요적 부수행위
4. 천재지변·화재 등 사업장 내에 발생한 돌발적인 사고에 따른 긴급피난·구조행위 등 사회통념상 예견되는 행위
② 근로자가 사업주의 지시를 받아 사업장 밖에서 업무를 수행하던 중에 발생한 사고는 법 제37조제1항제1호 가목에 따른 업무상 사고로 본다. 다만, 사업주의 구체적인 지시를 위반한 행위, 근로자의 사적(사적) 행위 또는 정상적인 출장 경로를 벗어났을 때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사고로 보지 않는다.
③ 업무의 성질상 업무수행 장소가 정해져 있지 않은 근로자가 최초로 업무수행 장소에 도착하여 업무를 시작한 때부터 최후로 업무를 완수한 후 퇴근하기 전까지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는 법 제37조제1항제1호 가목에 따른 업무상 사고로 본다.
나. 판 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관련 법령의 취지,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의 ‘업무상 재해’에서 말하는 ‘업무’라 함은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근로자와 사업주 사이의 근로계약에 터잡아 형성되는 근로자가 행하여야 할 담당 업무와 근로자의 담당업무에 부수되는 행위, 담당업무의 개시 수행 또는 계속에 필요한 행위이다. 이러한 업무에는, 더 나아가 관습적으로 사용자의 명령을 받고서 행하는 행위 또는 객관적으로 업무의 일부로서 인정되는 행위 및 사용자의 특명, 묵시적 희망적 명령에 의한 것으로서 그 행위가 기업 경영상 필요한 행위, 사회통념상 사업의 선전 및 노무관리 등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행위도 포함된다. ‘업무상 재해’는 이러한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당해 근로업무의 수행 또는 그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대법원 1999.9.3. 선고 99다24744 판결, 대법원 2007.9.28. 선고 2005두1257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쟁점은 과연 원고가 소외 회사의 거래처의 부탁으로 다른 사업장 약품을 배달해준 행위가 원고의 통상의 업무에 포함되는지 여부이다.
(1) 인정사실
(가) 소외 회사의 조직 및 원고의 업무
소외 회사는 종합혼합사료(TMR: Total Mixed Ration), 그 중 주로 젖소용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회사이다. 직원은 약 12명 정도로 사장인 대표이사 정○○를 포함하여 사무직 2명, 차량 운전직 2명, 공장 생산직 5명, 원고를 포함한 영업직 3명이다.
영업직으로는 영업소장, 영업과장, 영업이사가 있고, 원고는 가장 상급의 영업이사이다. 원고의 근로계약서에는 근무시간은 08시부터 22시, 시간외 근무시간은 5시간, 휴게시간은 1시간으로 되어 있으나, 원고나 대표이사 정○○ 모두, 영업 직원들은 출퇴근관리를 받지 않고, 상당 부분 회사 밖에서 일한다고 진술하고 있다. 가령 영업직원이 아침에 목장 고객을 만나는 경우 사무실 경리과장이나 사장에게 보고하고 바로 목장현장으로 간다고 한다. 원고는 회사에서 영업에 제공한 차량(K7)을 가지고 영업업무에 사용하였다. 3, 4명의 영업직원이 100개 이상의 목장을 관리하고 있다.
(나) 사고의 경위 및 사고 후의 정황
원고는 2015.1.20. 이 사건 재해 당일 소외 회사의 거래처인 ○○목장 대표로부터, 급성 유방염에 걸린 젖소가 있어 ㈜○○○○약품(아래에서는 ‘○○약품’이라 하겠다)에 약품을 주문해놨으니 이를 가져다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이에 위 업무용 차량을 몰고 ○○약품으로 가 ‘킹○○○’라는 연고를 받아서 ○○목장에 전달해주었다.
원고가 ○○목장에서 나온 후 5분 정도 거리에 이 사건 재해인 교통사고가 났다. 커브길에서 핸들을 늦게 돌리면서 약 1m 아래 경사진 밭으로 떨어진 사고였다. 원고는 사고 직후 바로 소외 회사 대표이사인 사업주 정○○에게 전화하여 보고하였다. 사업주 정○○가 사고 현장에 도착하여 사업주 차량을 이용하여 원고를 병원에 후송하고 사고처리를 해 주었다.
(다) 소외 회사 등 사료업체 영업직원의 업무현황에 대한 자료와 진술 정황 종합혼합사료가 소 등 가축 목장의 주 사료로 부상하면서 종합혼합사료 생산·판매업체에서, 가축 약품을 전달하거나 가축 등을 관리해 주는 전반적인 목장관리 서비스까지 수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소외 회사의 다른 영업직원 김○○의 일일활동보고서를 보면, 김○○가 소외 회사 거래처 목장들을 방문하면서 수행한 활동 내용에, 혈관주사 시행, 차광망 철거작업, 농기계 수리, 면역증강제 주사·구충제 주사 실시, 정화조 공사, 차량 교체, 송아지 꺼냄, 자동목걸이 고침, 착유기계 점검 등등이 기재되어 있어, 영업직원이 단순한 사료 판매를 넘어서 목장에서 발생하는 전반적인 관리를 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소외 회사 거래처 목장주들도 당연히 종합사료업체 영업직원들이 소가 아플 때 약을 사다 주거나 소가 새끼 날 때 도와주는 것이 다반사이고 당연히 해주고 있으며, 안 해주면 업체를 바꾼다고 진술하고 있다. 다른 종합혼합사료 업체 영업직원이나 소외 회사의 영업직원 김○○ 모두, 목장에서 요구하는 대로 착유도 하고, 주사도 놓아주고, 약품 심부름도 해준다고 진술하고 있다. 사업주 정○○도 영업 직원이 사료 판매 영업 이외에 거래처 목장에서 요구하는 심부름, 목장 관리 등 부대적 업무를 도와주는 전반적인 목장관리 서비스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고 진술하고 있다.
(라) 소외 회사와 ○○목장의 거래관계 등 기타 사정
○○목장은 이 사건 재해를 전후하여 계속 소외 회사와 거래를 해 왔다. 소외 회사에서 ○○목장에 2014.11.25. 건사료 40포 공급하였고, 2015.3.19. 육성우 210포 공급하였다.
원고가 ○○목장에 배달해 준 킹○○○에 대해 2015.1.20. ‘킹○○○, 공급가액 105,000원’을 △△가축에서 ○○목장에 공급하였다는 거래명세표가 제출되어 있다.
(2) 이 사건 재해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처럼 소외 회사를 포함한 종합사료업체의 경쟁관계 속에서 그 영업직원들이 고객인 목장의 부탁으로 목장에 필요한 약품배달이나 각종 기계 정비 등의 여러 가지 일들을 도와주고 있는 관행이 있다. 원고 역시 소외 회사 영업직원으로서 거래처 ○○목장의 부탁으로 소외 회사가 제공한 영업용 차량을 이용해서 ○○목장에 필요한 가축 약품을 받아서 전달해 주다가 교통사고가 발생했고, 교통사고 직후 바로 사업주에게 전화보고까지 마쳤다. 이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단순히 거래처 목장에 사료를 판매하고 배달하는 업무 외에도, 목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일들을 도와주고 관리하면서 이를 통해 고객을 유치하고 유지·관리하는 업무 역시, 객관적으로 업무의 일부로서 인정되는 행위 혹은 사용자의 특명, 묵시적·희망적 명령에 의한 것으로서 기업 경영상 필요한 행위에 해당하여, 원고의 소외 회사의 영업담당 직원으로서의 통상 업무에 포함된다고 하겠다. 따라서 원고가 거래처 ○○목장의 요청에 따라 소외 회사 사료가 아닌 목장에 필요한 다른 약품을 배달해 준 것은 원고의 통상 업무에 속하여 그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관리 아래 있었고, 원고가 이러한 업무수행을 하던 중 발생한 이 사건 재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하겠다.
(3)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는, 원고가 사고 일시를 21일인지 20일인지 분명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목장에 약품을 전달하는 부분에 대해 사업주에게 사전 보고를 했는지에 대해 엇갈리게 진술하고 있어, 원고의 진술을 신빙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교통사고 이후 수개월 지난 이후 요양신청을 했던 터라 세세한 부분에 대한 기억이 명료하지 않거나 부정확할 수 있고, 전체적인 사고 경위나 원고의 업무 형태에 대해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그리고 일일활동보고서를 작성하는 하급 영업직원과 달리 원고는 영업직원으로서는 가장 상급의 지위에 있었고, 약품대금을 ○○목장에서 ○○약품에 직접 결제하고 원고는 단순히 배달만 해 준 것으로 보여, 사업주에게 사전 보고해야 할 성격의 업무로 보이지도 않는다.
피고는 원고의 전적인 과실에 의한 교통사고여서 이 사건 재해가 원고의 업무수행에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을 제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당시 차량을 운전하던 중 핸드폰을 보다가 도로를 이탈하여 도로 아래로 떨어지는 교통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영업직원으로서 회사로부터 영업에 사용할 차량을 부여받아 수많은 고객들을 방문하고 고객과 회사 사이를 오가는 것이 주 업무라 할 수 있는 원고로서는 통상 교통사고에 처할 위험이 항상 수반하고, 이 사건 재해는 그러한 영업직 업무 수행에 통상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되어 발생한 것이다. 원고가 입은 상해는 모두 교통사고와 상당인과 관계가 있다는 피고 자문의 소견도 있다.
또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산업재해보상보험은 근로자의 생활보장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는 제도와는 그 취지와 입법목적을 달리하므로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산재보험법에 의한 급여지급책임에는 과실책임의 원칙이나 과실상계의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1994.5.24. 선고 93다38826 판결, 2010.8.19. 선고 2010두4216 판결, 2010.8.19. 선고 2010두514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사건 교통사고가 원고의 과실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의 요양급여, 휴업급여 청구권이 제한된다고 해석할 수 없다.
한편 산재보험법 제37조제2항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록 원고의 과실로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나, 그에 더 나아가 그것이 원고의 고의행위였다거나,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
피고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소결론
그러므로 이 사건 재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함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고의 요양급여, 휴양급여 신청을 불승인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임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