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행정법원 제5부 2007.04.03. 선고 2006구합40475 판결 [해임처분취소]
♣ 원 고 / ○○○
♣ 피 고 / 검찰총장
♣ 변론종결 / 2007.03.13.
<주 문>
1. 피고가 2006.6.13. 원고에 대하여 한 해임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원고가 기재한 처분일자 2006.6.15.은 오기로 보인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검찰공무원으로서 1990.X.XX. 검찰서기보로 임용되어 A검찰청에서 근무하다가, 1993.XX.XX.부터 검찰서기로 승진하여 A검찰청 XX지청에서, 1995.X.X.부터 A검찰청에서 각 근무하였고, 1999.X.X.부터 검찰주사보로 승진하여 B검찰청 서부지청에서, 1999.XX.X.부터 C검찰청에서, 2000.X.X.부터 A검찰청에서, 2004.XX.X.부터 A검찰청 ○○지청에서, 2005.XX.X.부터 A검찰청에서 각 근무하여 왔다.
나. A검찰청 검사장은 2006.5.18. 원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징계사유’와 ‘징계의결요구권자의 의견’으로 공무원징계령에 정한 적법한 절차에 따라 XXXX검찰청 보통징계위회원회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하였다.
한편 피고는 2006.5.19. 원고에 대하여 중징계 의결이 요구되었다는 이유로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3 제1항제3호에 따라 2006.5.23.부로 직위해제처분을 하였다.
다. XX고등검찰청 보통징계위원회는 2006.6.1. 원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해임”으로 의결하였다. <생략>
라. 피고는 위 의결에 따라 2006.6.13. 원고에 대하여 국가공무원법 제78조제1항제1호, 제3호를 적용하여 2006.6.15.자로 원고를 해임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마.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중앙인사위원회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하였는데, 위 위원회는 국가공무원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심사를 한 후 2006.8.14.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74 내지 77호증, 을 1호증의 1 내지 8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절차상의 하자
징계요구의결 등의 과정에서 피의자도 아닌 참고인 신분인 원고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호소하였음에도 감찰 담당 검사가 이를 막고 감금하는 등 원고에 대한 감찰조사가 심히 부당하고 인권을 탄압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후 이를 근거로 하여 징계절차가 진행되었으므로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고, 소청심사 또한 공정하지 못하게 진행되었다.
(2) 재량권의 일탈·남용
이 사건 처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 비위의 정도에 비추어 합리적인 사유없이 공평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으므로 위법하다.
(가) 원고는 평소 본연의 업무에 성실히 근무하던 중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 발언/토론 게시판에 여러 차례 글을 올린 것은 사실이나, 이는 검찰조직의 일원으로서 검찰조직의 변화와 개혁을 위한 진심어린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고, 검찰조직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상사나 동료를 폄훼하거나 위계질서를 문란케 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나) 원고는 위 게시판에 게재한 내용이나 토론한 내용에 대해 부적절하거나 과격한 점이 있어 잘못되었음을 스스로 인정하여 이프로스 게시판에 2회에 걸쳐 전직원들에게 공개사과하였고, 개인적으로도 찾아가 사과하였으며, 문제된 일부 글을 삭제하고, 나머지 내용들도 완전 삭제하려 하였으나, 원고에 대하여 징계의결이 요구되어 이프로스 사용권이 제한됨으로써 그 내용들을 삭제하지 못한 것이다.
(다) 원고는 일반인이 열람할 수 있는 홈페이지 등에는 전혀 어떠한 글도 게재한 사실이 없고, 단지 검찰 일반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제한된 공간인 검찰 내부 통신망의 자유게시판에 의견을 개진한 것이며, 대외적으로 검찰공무원으로서 품위를 손상하거나 검찰의 위신과 신뢰를 추락시킨 것이 아니고, 원고의 행위가 형법상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라) 다른 행정기관의 유사사례에 비추어 보아도 이 사건 처분은 비례의 원칙과 형평성에 반한다.
나. 관계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다. 인정사실
(1)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는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어 있지 않고 검찰직원들이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는 의견개진 및 토론의 공간이다.
(2) 원고는 앞서 본 징계사유와 같이 이프로스 ‘발언/토론’ 게시판에 여러 차례에 걸쳐 글을 게재하였고, 외부 강사에게 강의 직후 그와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2006.6.경 뉴시스와 한겨레신문, MBC 등에서 노조 필요성을 주장한 검찰직원이 징계에 회부되거나 해임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3) 2006.5.1.자 A검찰청 일반직 정기인사와 관련하여 E검찰청 관내 6, 7급 승진자 20명 중 A검찰청 사무국장과 같은 고등학교 후배로서 승진한 직원은 4명이고, 6, 7급 승진은 2004.-2005. 근무성적평정을 근거로 승진자를 결정하였는데, 승진자들의 근무성적평정 기간인 2004.-2005. 사이에 위 사무국장은 E검찰청 관내에 근무하지 아니하였으며, 따라서 2006.1.1.자로 부임한 사무국장은 6, 7급 승진인사와 관련이 없고, 다만 위 사무국장은 8급 승진심사위원회의 심사위원이었으나 그 승진자 중 고등학교후배는 없었다.
(4) 신임 총무사무관은 계장으로 근무하던 총 13년 5개월 동안 사무국에서 재직한 기간은 4년 4개월이고 나머지는 수사·공안업무에 종사하였다.
(5) 신임 총무계장은 총 10년 6개월간 계장으로 재직하였는데 그 중 8년 7개월을 검사실에서 근무하였고, 당시 A검찰청에는 6명의 과장이 근무하였으나 가까운 시일내에 집행관을 희망하는 과장은 없었다.
(6) 원고는 2006.5.8. 이프로스 게시판에 “XX 동기 여러분 그리고 후배님들께”라는 글을 게재하여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이고, 부주의와 불찰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제가 애초에 주장하고자 하는 취지와 전혀 다르게……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리는 바입니다……이번 사태에 어떤 식으로 든 저에게 책임이 있다면 회피하지 않고 또 채찍으로 알고서 받겠습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하였다.
(7) 원고는 또한 2006.5.12. 같은 게시판에 “전국에 계신 일반직 직원 여러분께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여 “이번에 제가 인사문제로 울퉁불퉁 자유발언을 하면서 여러모로 마음의 상처를 받게 한 일반직 국·과장님, 특히 A지검 국·과장님 이하 인사 파트에 계시는 여러분, 그리고 90 공채 기수 위의 선배님들……여러모로 정말 죄송하다는 말을 이 지면을 통하여 드립니다……여러 선배님들께는 정말 대단히 송구스러운 이야기이고 저로 인한 엄청난 후유증을 남겼지만……그 방법이 적절치 않았던 점에 대하여 다시 한번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내용의 사과의 취지가 담긴 글을 게재하였다.
(8) 원고는 검찰공무원으로 근무하던 15년 8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비위를 저지르거나 징계 또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고, 이 사건 징계사유로 인하여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로 기소되거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다.
(9) 원고는 1994.12.31. A검찰청 검사장 표창장을 1회 받았고, 자랑스런 검찰인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10) 원고는 현재 처와 자녀 2명이 있고, 아버지는 우측대장암 등으로 투병 중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3, 22, 27, 35호증, 갑 55호증의 1, 2, 갑 72 내지 77, 109 내지 111호증, 을 1호증의 1 내지 8, 을 2호증, 을 3호증의 1 내지 4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절차상의 하자 여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공무원징계령에 따른 적법한 절차에 따라 원고에 대한 징계의결요구가 이루어졌고, 국가공무원법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소청심사가 진행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처분에 어떠한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어서, 피고의 징계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
(가) 징계권의 행사가 임용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라고 하여도 공익적 목적을 위하여 징계권을 행사하여야 할 공익의 원칙에 반하거나 일반적으로 징계사유로 삼은 비행의 정도에 비하여 균형을 잃은 과중한 징계처분을 선택함으로써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거나 또는 합리적인 사유 없이 같은 정도의 비행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적용하여 온 기준과 어긋나게 공평을 잃은 징계처분을 선택함으로써 평등의 원칙에 위반한 경우에 이러한 징계처분은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처분으로서 위법하다(대법원 1992.9.26. 선고 91누11308 판결, 1999.11.26. 선고 98두6951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원고는 징계사유의 존재 자체에 대하여는 이를 다투지 않고 있고, 위 인정사실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여러 차례에 걸쳐 근무시간 중 이프로스에 사실이 확인되지 않거나 적절하지 못한 글을 수 차례 게재하여 검찰공무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고, 성실의무를 위반하는 등의 행위를 하여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서 정한 성실의무, 제63조에서 정한 품위유지의 의무를 각 위반하여 같은 법 제78조제1항제1호, 제3호의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비위행위를 저질렀음은 넉넉히 인정되며, 검찰조직은 일반 행정기관과는 달리 범죄수사를 주 업무로 하므로 상명하복 체계가 엄격한 위계질서에 의하여 조직이 운영되는 특수성이 있는데, 원고가 위와 같이 부적절한 표현과 정제되지 않은 언행을 하여 상사나 동료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공무원노조의 결성을 주장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것은 검찰공무원으로서 취할 성실하고 품위있는 태도가 아님이 분명하여 중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 그러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처분의 징계 양정이 적정한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 나타난 다음의 사정들 즉, ① 원고가 이용한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의 발언/토론 게시판은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어 있지 않고 검찰직원들이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는 의견개진 및 토론의 공간으로 마련된 점, ② 원고가 이프로스에 글을 게재한 동기에는 검찰조직의 변화와 개혁을 촉구하려는 충정도 일부 엿볼 수 있고, 오로지 상사나 동료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위계질서를 문란케 할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③ 원고가 게시한 글이 대외적으로 공표되거나 문제되어 검찰조직의 명예나 신뢰를 추락케 한 것으로 볼 수는 없는 점, ④ 원고는 사후 자신의 글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고 일부 글을 삭제하거나 사과의 표시가 담긴 글을 게재함으로써 반성의 뜻을 전달하고자 노력한 점, ⑤ 원고가 검찰공무원으로서 재직하는 동안에 비위를 저지르거나 징계 또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고, 이 사건 징계사유로 인하여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로 기소되거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는 점, ⑥ 원고는 A검찰청 검사장 표창을 1회 받았고, 자랑스런 검찰인상을 수상하는 등 근무경력에 정상을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⑦ 원고는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취지의 탄원서(2007.3.19.자)를 제출하는 등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고 있는 점 등 원고가 위 각 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원고의 평소의 소행, 근무태도 등 기록에 나타난 모든 정황을 고려하면, 위에서 인정한 징계사유로 인하여 검찰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배제하고 그 지위를 박탈하는 결과가 되는 해임을 선택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징계사유에 비하여 징계양정이 지나치게 무거워 비례의 원칙 등에 위반되므로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할 것이다.
(라)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받아들이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의환(재판장) 김유성 염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