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제1부 2016.05.12. 선고 2016두148 판결 [파면처분취소]
♣ 원고, 피상고인 / A
♣ 피고, 상고인 / B대학교총장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5.12.9. 선고 (춘천)2014누10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원고의 B대학교 학생 4명에 대한 2009.경부터 2011.경까지의 여러 차례 성추행 사실을 징계사유로 삼아 피고가 징계위원회 의결을 거쳐 원고를 파면한 처분에 대하여, ① 원고가 C대학교 재직시절에 다른 학생들을 성추행했던 사실들까지도 함께 실질적인 징계사유로 삼았음에도 징계의결요구서에 이를 누락함으로써 원고에게서 자신의 의견을 준비하고 소명자료를 제출할 기회를 박탈하였거나, 혹은 ② 위 C대학교 재직시절의 성추행 혐의를 중요한 징계양정사유에 포함시켰음에도 이에 대하여 원고에게 충분한 소명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이를 박탈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결국 이 사건 처분은 어느 모로 보나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판단함으로써 이를 취소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C대학교에서의 성추행 사실은 징계의결요구서에 기재된 형식적인 징계사유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실질적 징계사유로 상정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언론사가 원고의 성추행 혐의를 보도한 이후 피고가 구성한 진상조사위원회에서는 위 B대학교 학생 4명뿐만 아니라 과거 원고가 2002.경부터 C대학교에서 전임강사를 할 당시 원고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은 학생들에 관한 제보를 접수하였고, 원고와의 면담과정에서 이와 같은 C대학교에서의 성추행 사실을 추궁한 사실, 이에 따라 조사위원회는 자체 조사 결과 B대학교에서의 피해자 4명 외에도 C 대학교에서 추행당하였다는 학생 6명을 포함하여 성추행 피해자로 특정한 사실 등을 알 수 있으나, 한편 피고는 C대학교에서의 성추행 피해자로 조사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징계시효가 경과하였다는 이유로 징계의 결요구서에는 원고가 2009.6. 경부터 2011.4. 경까지 사이에 B대학교 학생 4명을 성추행한 사실만 명시하고 그 피해학생들의 진술 및 원고의 진술내용을 상세하게 기술하였을 뿐 C대학교에서의 성추행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기재하지 않은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2011.6.29. 개최된 징계위원회 회의에서 일부 징계위원이 C대학교에서의 성추행 사실에 대하여 언급하고, 그러한 사실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간략하게 원고에게 질문하여 부인의 답변을 듣기도 하였으며, 최종 징계양정 과정에서 일부 징계위원이 원고가 2002년도부터 지속적으로 피해를 주었음에도 이를 계속 자행한 사실을 파면 양정의 한 근거로서 제시한 사실이 있기는 하나, 한편 위 징계위원회에서 C대학교에서의 성추행 사실에 관한 일시, 피해자, 행위태양, 횟수 등 사실관계나 정황이 전혀 현출되지 않았고 구체적으로 논의되지도 않았으며, 징계의결서에서도 B대학교 학생 4명의 구체적 피해사실만 의결이유 및 판단 부분에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는 이상, 위와 같은 사실만으로 피고가 C대학교에서의 성추행 사실을 실질적으로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로 삼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나. C대학교의 성추행 사실은 여러 가지 징계양정사유 중 하나로 참작되기는 하였으나 파면이라는 양정을 함에 있어서 핵심 근거로 작용한 중요한 징계양정사유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심이 적법하게 증거로 채택한 징계위원회 회의록의 기재에 의하면, 일부 징계위원이 “2002년도부터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피해를 주었고 그럼에도 계속 자행한 행위는 더 이상 보호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파면이 적합하다.”고 진술한 사실을 알 수 있어 C대학교에서의 성추행 사실을 파면의 징계양정사유로 참작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한편 나머지 다수의 징계위원들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의도적이고 고의성이 있는 대상자의 성추행 행위는 더 이상 보호받을 수 없는 사건으로서 파면이 합당하다.”거나 “B 대학교 학생인 피해자가 고소취하를 하지 않았거나 그 외의 피해자들이 고소를 하였다면 구속되어 실형을 받을 수 있는 사안으로서 성범죄는 징계양정이 높고 향후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파면이 적합하다.”, “대상자는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고 더 이상의 피해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파면이 합당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표시한 사실을 알 수 있고, 또한 원심이 적법하게 증거로 채택한 징계의결서의 기재에 의하면, 징계위원회는 원고가 원고를 고소한 B대학교 학생에 대하여 합의를 유도하기 위해 500만원을 제공하려 한 점, 3명의 학생을 성추행한 사실에 관하여 원고 스스로 시인한 점, 나머지 1명의 학생에 대한 성추행 사실을 원고가 부인하고 있으나 피해학생이 매우 세부적으로 진술하는데다가 다른 학생들에 대한 성추행 사건과 거의 일치하는 유형을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원고의 행위는 B대학교 성폭력 예방 및 처리에 관한 규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성희롱과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후, 더 이상의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 제기되었고, 의도적이고 반복적인 성추행은 비위의 도가 무겁고 고의성이 높으므로 배제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는 이유로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 의결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사실관계를 종합하면, 징계위원회가 원고에 대하여 ‘파면’이라는 징계양정을 함에 있어서 B대학교 학생들에게 발생한 각 성추행 사실의 객관적 증명 여부 및 그 사실에서 나타나는 원고의 고의성, 반복성과 재범 우려 등을 주된 양정사유로 삼은 것으로 볼 수 있고, 과거 C대학교에서의 성추행 사실은 단순히 조사과정에서 관련 내용의 제보들이 있었던 점에 비추어 원고의 그러한 성행이 과거에도 존재하였을 가능성 정도로서 일부 징계위원에 의하여 부수적인 양정사유로 참작되었을 뿐, 이 사건 처분에 이른 핵심 근거로서 작용한 중요한 징계양정사유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다. 위와 같이 부수적인 양정사유인 C대학교에서의 성추행 사실에 관하여 징계위원회가 원고에게 그에 적합한 소명 기회를 전혀 부여하지 아니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조사위원회가 원고를 면담하는 과정에서 당시 C대학교의 피해자 또는 피해자로부터 피해 사실을 들은 참고인 등의 구체적인 진술서 등 각종 제보에 기초하여 원고에게 “연구실에서 피해학생들에게 무릎에 앉으라고 했다거나 성기를 보자고 했다거나 이러한 진술들이 계속 들어오는데 이러한 사실이 없는지”를 질문하였고, 원고는 자신이 인정한 B대학교의 3건 외에는 유사한 비위 사실이 없다고 답변한 사실, 징계위원회 당시에 일부 위원이 C대학교에서도 성추행 행위를 한 적 이 있는지에 대하여 답변을 요청하자 원고가 C대학교에서 발생한 적은 전혀 없다고 대답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앞에서 살핀 바와 같이 C대학교에서의 성추행 사실은 이 사건 징계사유에 포함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단지 그에 관한 제보 등에 기초하여 일부 징계위원이 원고의 과거 성향이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다는 정도로 징계양정사유에 부수적으로 참작한 사유에 불과한 점에 비추어보면, 위와 같이 개략적으로나마 원고에게 그러한 사실의 존부를 질문하고 이에 대하여 부인하는 취지의 답변까지 청취한 이상, 피해자의 인적사항이나 사건의 일시와 경위 등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관하여 원고의 소명 기회를 박탈하였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나타난 이 사건 징계사유의 구체적 사실관계 및 징계의 경위 등을 살펴보면, 원고의 과거 C대학교 재직시절의 성추행 행위를 고려하지 아니하더라도 이 사건 징계사유에 명시된 원고의 성추행 행위만으로도 비위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서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 제2조 [별표]에 의하여 ‘파면’이 적정하고 타당한 징계처분이라고 인정할 수 있고, 이 사건 징계사유에 관하여는 원고에게 소명의 기회가 충분히 부여되었으므로 징계양정사유로만 참작된 C대학교에서의 비위행위에 관하여 원고에게 소명의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처분 자체가 위법에 이를 정도의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으므로, 거기에는 징계사유 및 징계양정사유와 절차적 하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인복(재판장) 김용덕 김소영(주심) 이기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