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정요지>

사직서 내용이 상급자의 인권침해, 무시, 차별 등을 호소하며 이를 해결해 달라는 취지의 탄원으로 사직서의 제출 동기 및 사직서에 기재된 내용과 의미 등을 비추어 볼 때, 근로자와 2차례의 면담을 통해 사직의 의사표시가 진의가 아님을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여지고, 근로자도 사직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사직서 제출은 비진의 의사표시로 판단되어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는 무효라고 할 것이며, 사직서를 수리하여 의원면직 처리한 것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한 것이므로 정당한 이유가 없는 부당한 해고이다.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서

사 건 / 중앙2015부해1100 재단법인 한국○○○○진흥원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근로자(재심피신청인) / ○○

사용자(재심신청인) / 재단법인 한국○○○○진흥원

판정일 / 2016.02.04.

 

우리 위원회는 위 재심신청 사건에 대하여 심사하고 주문과 같이 판정한다.

 

<주 문>

이 사건 사용자의 재심신청을 기각한다.

 

<초심주문>

[전북지방노동위원회 2016.2.4. 판정 2015부해208]

1. 이 사건 사용자가 2015.5.1. 이 사건 근로자1에게 행한 근로관계 종료처분은 부당해고임을 인정한다.

2. 이 사건 사용자는 이 판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이 사건 근로자1을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근로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

3. 이 사건 근로자2, 3의 구제신청을 모두 기각한다.

 

<재심신청취지>

이 사건 초심판정 중 이 사건 근로자에 대한 부분을 취소한다.

 

<이 유>

1. 당사자

 

. 근로자

○○는 재단법인 한국○○○○진흥원에서 운영하는 다문화가족 종합○○○○센터(이하 ○○콜센터라고 한다) 내 전북○○센터에서 중국어 상담원으로 근무하던 중 2015.5.1. 부당하게 해고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 사용자

재단법인 한국○○○○진흥원(이하 이 사건 사용자라 한다)2011.8.12. 설립되어 위 주소지에서 상시 240여 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가족상담 및 가족교육 사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여성가족부로부터 다○○콜센터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2. 재심신청에 이른 경위

 

. 이 사건 근로자는 2015.5.1. 이 사건 사용자가 행한 사직서 처리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같은 해 7.28. 전북지방노동위원회(이하 초심지노위라 한다)에 구제를 신청하였다.

. 초심지노위는 2015.9.30. 이 사건 근로자의 사직의사 표시는 무효이고,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근로관계를 종료한 것은 부당한 해고라고 보아 이 사건 근로자의 구제신청을 인정하였다.

. 이 사건 사용자는 2015.10.20. 초심지노위 판정서를 수령하고, 같은 달 26일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우리 위원회에 이 사건 재심을 신청하였다.

 

3. 당사자의 주장 요지

 

. 근로자

이 사건 근로자의 사직서 제출은 진정한 사직의사가 아닌 다○○콜센터 전북○○센터장 정○○(이하 ○○ 센터장이라 한다)의 부당한 차별 등에 대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하는 탄원에 해당하며, 이 사건 사용자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으므로, 민법107조제1항에 따라 이 사건 근로자의 사직의사 표시는 무효가 될 것이고, 무효가 된 사직서 제출을 이유로 내려진 의원면직 처분은 해고에 해당하며, 해고 사유 또한 정당하지 아니하므로 부당해고이다.

. 사용자

이 사건 근로자가 작성·자필 서명하여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하여 근로관계가 정당하게 종료되었고, 이 사건 근로자의 진정한 의사에 의한 의원면직 처리이므로 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

 

4. 인정사실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주장, 입증자료의 각 기재내용, 재심 이유서 및 답변서, 초심 사건기록의 전 취지와 심문회의에서의 당사자 진술내용을 종합하여 다음 사실들을 인정한다.

. 이 사건 근로자는 2010.5.24. 이주여성○○○○센터 전주센터에 입사하여 상담원으로 근무하던 중 2014.4.1. 이주여성○○○○센터가 다○○콜센터로 편입되면서 고용이 승계되었고, 이 사건 근로자가 근무한 다○○콜센터 전북○○센터는 (지역)센터장 1, 외국어 상담원 6명이 근무하였다.[초심 이유서 및 답변서]

. 2015.4.7. 이 사건 근로자는 내담자 상담업무로 인해 점심시간 내에 구내식당에 가지 못하게 되자 동료 상담원 윤○○(필리핀어 상담원)에게 점심 배식을 대신 받아 줄 것을 요청하였고, 이 사건 근로자의 요청으로 구내식당에 다녀온 윤○○가 정○○ 센터장과 큰 소리로 다툰 후 사직서를 작성하였으나, 이 사건 근로자가 윤○○의 사직서를 찢는 사건이 발생하였다.[초심 이유서 및 답변서]

. 2015.4.9. 이 사건 근로자는 동료 상담원 윤○○와 히○○○(몽골어 상담원)과 함께 이 사건 사용자의 업무용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표준사직서 양식을 사용하여 사직서를 작성한 후 이 사건 사용자에게 우편으로 송부하였는데, 이 사건 근로자의 사직서에는 저는 이렇게 상황에 밀려 원치 않는 이 사직서를 쓰게 됩니다.”, “저는 우리 이주여성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이 직장을 너무 사랑하고 오래오래 이 직장에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등이 기재되어 있다.[초심 이유서 및 답변서, 사 제1호증 사직서]

. 2015.4.21. 이 사건 사용자의 인사담당자 유○○ 대리, ○○콜센터 유○○ 파트장은 다○○콜센터 전북○○센터를 방문하여 이 사건 근로자를 포함한 외국인 상담원 5명과 면담을 진행하였는데, 면담 내용에 대하여는 당사자 간 주장이 다르다.[재심 이유서 및 답변서, 사 제5호증 동석한 외국인 상담원 2명의 확인서] <표 생략>

. 2015.4.28. ○○콜센터 유○○ 파트장은 이 사건 근로자에게 사직서가 수리되었고, 잔여 연차 처리에 대한 논의를 위해 다음 날 전북○○센터를 방문할 예정임을 유선으로 안내하였다.[초심 답변서 및 재심 이유서]

. 2015.4.29. ○○콜센터 조○○ 센터장, 지역센터 관리담당 손○○는 다○○콜센터 전북○○센터를 방문하여 이 사건 근로자와 면담을 실시하였는데, 면담 내용에 대하여는 당사자 간 주장이 다르다.[·재심 이유서] <표 생략>

. 2015.5.4. 이 사건 근로자는 정상 출근하였고, ○○ 센터장으로부터 사직서 수리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개인 사물을 정리하여 퇴실하였다.[초심 이유서 및 답변서]

. 2015.5.6. ○○콜센터 유○○ 파트장은 이 사건 근로자에게 사직처리와 퇴직금 지급 및 잔여휴가 급여 관련한 이메일을 발송하였고, 같은 달 8일에는 동일한 내용으로 핸드폰 문자를 발송하였다.[초심 답변서 및 재심 이유서]

. 이 사건 사용자는 2015.5.7. ○○ 센터장에게 견책 처분을 하였고, ○○ 센터장은 같은 해 6.23. 이 사건 사용자에서 퇴직하였다.[초심 이유서 및 답변서]

. 2015.6.17. 이 사건 근로자는 전북○○○○센터 대표 전○○(이하 ○○ 대표라 한다)의 도움을 받아 정○○ 센터장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는 같은 해 7.2. 취하를 이유로 각하하였다.[초심 이유서 및 답변서, 노 제3호증 진정서]

. 항의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제기에 따라 관련 사실을 확인하고자 2015.6.24. 이 사건 사용자와 이 사건 근로자, ○○ 대표, 여성가족부 사무관, 변호사, 공인노무사 등이 모여 회의를 하였는데, 이 자리에서 이 사건 근로자 후임으로 신규 채용이 이루어져 복직은 어렵지만, 실업급여수급에는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대화를 나누었고, 이 사건 사용자는 2015. 6월 말경 이 사건 근로자의 퇴직일을 2015.5.1.로 하는 고용보험 자격 상실신고서의 상실사유를 개인 사정으로 인한 퇴사에서 회사 사정으로 인한 퇴사로 정정 신고하였고, 이 사건 근로자는 위 상실사유에 의하여 실업급여를 수급하였다.[초심 이유서 및 답변서, 노위 제1호증 업무협조에 대한 회신]

. 2015.9.30. 개최된 초심지노위 심문회의에서 이 사건 근로자는 사직의사가 있어 (사직서를) 쓴 것이 아니라 사직서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이의 제기를 하는 차원에서 작성하였고 사직은 하고 싶지 않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초심 심문회의 진술내용]

. 이 사건 양 당사자는 2016.1.29. 개최된 우리 위원회 심문회의에서 아래와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재심 심문회의 진술내용]

1) 근로자

) 5년 동안 받았던 인권침해를 여러 곳에 호소해봤지만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자면 어떤 방식으로든 위에다 제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 와중에 2015.4.7. 사건이 있어 이를 알림으로 해서 인권침해에 대하여 도움을 받아 당당하고 마음 편하게 일하고 싶었다. 사직서를 보면 정○○ 센터장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위에서 어떤 부분이 힘들었는지,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등을 얘기할 줄 알았는데, 4.21. 면담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얘기가 없었다.

) ‘사직의 원래 의미가 무엇인지 몰랐고, 인권침해, 장애인 차별 등 내부 부조리에 대한 진정(탄원)을 할 수 있는 다른 형태의 양식이 없어서, 사무실 PC에 저장된 표준 사직서 양식을 출력하여 사용하였으며, 이 사직서 양식에 퇴직상정일’, ‘사직서 제출일를 기재하는 공란이 있어 무조건 적어야 하는 줄 알고 날짜를 기재하였다.

2) 사용자

) 이 사건 근로자는 중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여, 인사관리 과장 등 관리직에 수년간 근무하였고, 한국에 들어와서도 전문자격증(심리상담사, 직업상담사, 다문화가정상담사 등)을 취득하여 누구보다 사직의 의미를 잘 알 것이며, 일반적이지 않은 사직서 내용이었기 때문에 2015.4.21.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북○○센터를) 내방하여 (이 사건 근로자와) 면담하는데, 이 사건 근로자는 사직서 낸 사실이 맞다. 사직을 하겠다.”라고 하였다.

) 내부적으로 2015.4.27. (이 사건 근로자의) 사직서 수리를 결정하였고, 같은 달 29일 전북○○센터를 방문한 것은 (이 사건 근로자가) 같은 달 30일까지의 임금을 다 지급받았고 미사용 연차가 남아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퇴직 날짜를 조정하는 행정절차를 진행했던 것이다.

 

5. 판단

 

이 사건에 관한 당사자의 주장 요지가 위와 같으므로 이 사건의 주요쟁점은 첫째, 이 사건 근로자의 사직서 제출을 비진의 의사표시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둘째,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해고의 정당성 여부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양 당사자의 주장과 우리 위원회에 제출된 각종 입증자료의 기재내용 및 이를 토대로 우리 위원회가 심문한 사항 등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한다.

 

. 사직서 제출을 비진의 의사표시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민법107조제1항은 의사표시는 표의자가 진의 아님을 알고 한 것이라도 그 효력이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이를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은 근로자가 의원면직의 형식을 빌렸을 뿐 실제로는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진의 아닌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고, 사용자가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 위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리하였다면 위 사직의 의사표시는 민법107조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2.5.26. 선고 923670 판결).”라고 판시하고 있다.

이 사건 사용자는 2015.4.9. 이 사건 근로자가 스스로 사직서를 작성하여 이 사건 사용자에게 송부하였고, 사직서에 사직이라는 단어를 총 14회 사용하였으며, 같은 해 4.28. 사직서가 수리되었음을 통보하였음에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퇴직금을 수령하고 실업급여까지 수급한 사실 등을 감안하면, 진의에 의한 의사표시로 사직서를 제출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4. 인정사실, ‘, ‘, ‘항 및 항에 기재 내용과 같이 이 사건 근로자는 사직서에 제출 경위를 기재하면서 상황에 밀려 원치 않는 이 사직서를 쓰게 됩니다.”라며 원치 않는 사직을 한다는 취지로 장문의 사직서를 작성하였고, 사직서의 내용도 대부분 정○○ 센터장으로부터 무시, 차별 등을 받았다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취지의 탄원을 제기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근로자는 사직서에 저는 우리 이주여성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이 직장을 너무 사랑하고 오래오래 이 직장에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라며 사직서 제출 당시 사직의 의사가 없고, 진의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시하고 있는 점, 이 사건 사용자도 사직서 제출 동기와 경위, 사직서에 기재된 내용과 의미 등을 비추어 보아 사직서의 내용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여, 2015.4.21.과 같은 달 29일 면담을 실시하면서 사직의 의사표시가 진의가 아님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근로자는 2015.4.29. 이 사건 사용자와의 면담 과정에서 이 사건 사용자가 퇴직일자 조정요청을 거부하는 등 이 사건 사용자에게 사직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적극 표명하였다는 이 사건 근로자의 주장에 수긍이 가는 점, ○○ 센터장의 문제 해결을 원하는 탄원의 내용 이외 달리 이 사건 근로자에게 사직서 제출의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면, 이 사건 근로자가 사직서를 작성·제출하였으나 내심으로 진정 사직을 바라는 것이 아니므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진의라 할 수 없고, 이 사건 사용자도 이 사건 근로자가 확정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할 의사가 없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는 무효라고 할 것이다.

아울러, 사직서의 원래 의미가 무엇인지 몰랐고, 일하는 기관의 공식문서 양식에 탄원서 등 인권침해, 장애인 차별 등 부조리에 대한 진정을 할 수 있는 서식이 없어서, 부득이 사직서 양식을 사용하였다는 이 사건 근로자의 주장은 그간의 직업, 학력, 경력 등을 감안하면 신뢰할 수는 없으나, 이러한 사실만으로 이 사건 근로자의 사직서 제출을 진의 의사표시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보여지며, 또한, 퇴직금을 수령하고, 실업급여를 수급한 사실에 대하여 이 사건 근로자가 스스로 사직하였음을 추인하는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 해고의 정당성 여부

대법원은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다고 할지라도,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 제출하게 한 경우에는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하고,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조치는 부당해고에 다름없는 것이다(대법원 1991.7.12. 선고 9011554 판결).”라고 판시하고 있다.

이 사건 사용자가 이 사건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적법하게 종료하기 위해서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있는 정당한 이유가 존재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사용자는 이 사건 근로자의 사직서가 근로관계 종료의 목적이 아니라 내부의 인권침해, 장애인 차별 등 부조리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탄원서의 내용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사직서를 수리하여 의원면직 처리한 것은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관계를 종료한 것이므로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부당한 해고라고 할 것이다.

 

6.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에 대하여 우리 위원회와 결론을 같이한 초심지노위의 판정이 정당하므로, 이 사건 사용자의 재심신청을 기각하기로 하여 근로기준법30조 및 노동위원회법26조에 따라 주문과 같이 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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