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아직 어리고 인격 형성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강제추행을 범한 참가인을 엄벌에 처해야 함은 마땅하다. 그러나 참가인에 대한 엄벌은 독점적인 형벌권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가 형사 절차를 통하여 참가인에게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실현되어야 하고, 그 밖에 사적(私的)인 영역에서 사인(私人)이 위와 같은 범죄 행위를 이유로 하여 참가인에게 직접 사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도 참가인이 이 사건 강제추행 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원고가 참가인과의 근로관계를 종료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참가인의 위와 같은 행위로 사회 통념상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고용 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는 구체적인 사정이 있어야만 원고에 의한 근로관계의 종료, 즉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 서울행정법원 제13부 2015.9.24. 선고 2014구합72477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 고 / ○○자동차 주식회사
♣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A
♣ 변론종결 / 2015.07.23.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중앙노동위원회가 2014.10.14.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 사이의 2014부해796호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1967.12.29. 설립되어 상시 56,000여 명의 근로자들을 사용하여 자동차 제조·판매업 등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이다. 참가인은 1986.2.12. 원고에 입사하여 2014년 4월경까지 원고의 울산 공장 등에서 근무하여 온 사람이다.
나. 참가인은 2013.12.27. 울산지방법원에서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제추행)’죄로 참가인을 벌금 7,000,000원에 처하고 참가인에게 성폭력 프로그램을 40시간 동안 이수하도록 명한다는 판결(2013고합249호)을 선고받았다. 판결에 따르면 참가인의 범죄 사실은 “2013.8.23. 오전 6시 35분경 울산 중구에 있는 한 은행 지점 안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반바지를 입은 채 그곳 창문 난간에 앉아 있던 피해자(여, 13세)에게 다가가 ‘왜 여기 있냐? 밥은 먹었냐? 같이 밥을 먹자’고 말하면서 갑자기 왼 손으로 위 피해자의 왼쪽 허벅지 부위를 쓰다듬어 위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는 것(이하 위와 같은 행위를 ‘이 사건 강제추행 행위’라 한다)이었다. 검사는 위 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하였으나 부산고등법원은 2014.5.15. 그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2014노53호)을 선고하였다. 그리고 그 항소심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다. 한편 원고는 위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던 2014.3.25. 참가인이 이 사건 강제추행 행위로 형사 제1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을 징계사유로 하여 취업규칙 제64조제10호, 제19호, 제17조제4호, 제14호에 근거하여 참가인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였다. 징계위원회는 참가인에 대하여 ‘해고’를 의결하였고, 원고는 2014.3.26. 참가인에게 ‘징계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참가인이 2014.3.26.부로 해고되었다’는 취지의 통보(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를 하였다. 이에 대하여 참가인은 2014.4.8.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재심 징계위원회 역시 참가인에 대하여 ‘해고’를 의결하였고, 원고는 2014.4.21. 참가인에게 “재심 징계위원회에서도 ‘해고’로 결정되었다”는 취지의 통보를 하였다.
라. 이 사건 해고에 대하여 참가인은 2014.5.14.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2014부해235호로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하였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2014.6.26. 징계의 양정이 적정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해고를 부당해고라고 인정하고 원고에게 참가인의 복직 등을 명하는 판정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2014.7.31. 중앙노동위원회에 2014부해796호로 재심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14.10.14. 위 초심 판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위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마. 원고의 취업규칙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생략>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7호증(가지번호가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강제추행 행위는 참가인이 원고 회사의 근무복을 입은 상태에서 자신의 친 딸보다도 어리고 인격 형성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13세의 미성년자를 강제로 추행한 것으로 원고 조직 전체의 명예와 신용을 실추시키고 직장질서 유지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한 중대한 비위에 해당한다. 또한 참가인이 원고 회사 내부에서만 근무하였던 것이 아니라 대외적으로 협력업체를 상대하고 관리하는 직책에 종사하였음을 고려할 때 참가인이 청소년에 대한 성추행 행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원고의 대외 신용도가 훼손되고 협력 업체와의 정상적인 업무 진행이 어렵게 되는 등 업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원고는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근로자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선처를 하지 않고 일관되게 해고 또는 의원사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하여 왔다. 게다가 참가인은 1992.12.4.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에서 도박죄로, 1996.11.12. 같은 지원에서 도로교통법위반죄로 각각 벌금형을 받은 전과도 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면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신뢰 관계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괴되었고 참가인에게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 해고는 정당하다.
나. 판단
아직 어리고 인격 형성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강제추행을 범한 참가인을 엄벌에 처해야 함은 마땅하다. 그러나 참가인에 대한 엄벌은 독점적인 형벌권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가 형사 절차를 통하여 참가인에게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실현되어야 하고, 그 밖에 사적(私的)인 영역에서 사인(私人)이 위와 같은 범죄 행위를 이유로 하여 참가인에게 직접 사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도 참가인이 이 사건 강제추행 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원고가 참가인과의 근로관계를 종료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참가인의 위와 같은 행위로 사회 통념상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고용 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는 구체적인 사정이 있어야만 원고에 의한 근로관계의 종료, 즉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그런데 아래 1)~3)과 같은 점을 고려하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참가인의 이 사건 강제추행 행위와 그에 따른 유죄 판결(이하 ‘이 사건 강제추행 행위 등’이라 한다)로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고용관계가 사회통념상 이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해고는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에 해당하므로 같은 취지의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1) 원고는 이 사건 강제추행 행위 등 때문에 원고의 명예와 신용이 실추되었다거나 직장 질서의 유지에 심각한 악영향이 초래되었다거나 대외 신용도가 훼손되었다거나 협력업체와의 정상적인 업무 진행이 어렵게 되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원고의 주장은 구체적이고 실증 가능한 근거들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추상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즉 원고는 명예·신용(대외 신용도)의 실추·훼손, 직장질서에 대한 악영향, 협력업체와의 비정상적인 업무 진행 등을 추론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정들을 주장하고 있지 않다. 갑 제21, 22호증의 각 기재를 비롯하여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을 살펴보더라도 위와 같은 구체적인 사정들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증인 B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원고의 직원들은 이 사건 강제추행 행위 등에 관하여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강제추행 행위 등이 있은 전후로 원고의 업무진행이나 협력업체와의 관계 등에는 특별한 변동이 없는 것으로 보이고 특히 노동위원회의 판정에 따라 참가인이 복직한 이후에도 원고의 업무는 정상적으로 처리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앞서 본 원고의 주장은 참가인에게 도박죄와 도로교통법위반죄의 전과가 있다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결국 이 사건 강제 추행 행위 등을 이유로 곧바로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가 종료되어야 한다는 것에 불과하여 그것만으로는 사회 통념상 고용 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이 사건 강제추행 행위 등으로 대외적으로 협력업체를 상대하고 관리하는 직책에 있던 참가인을 통한 협력업체와의 정상적인 업무 진행이 어려워진다는 원고의 주장은, 참가인을 그러한 직책에서 배제하고 참가인에게 협력 업체와의 접촉이 필요 없는 다른 직무를 부여함으로써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도 타당하지 못하다.
2) 한편 참가인에게 도박죄와 도로교통법위반죄의 전과가 있다는 사정은 그 전과가 모두 약 20년 남짓 전에 발생한 사유라는 점에서 이 사건 해고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그러한 전과가 있음에도 약 20년 넘게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아무런 문제없이 근로관계가 유지되어 왔다는 사정은 위와 같은 전과가 실질적으로 원고와 참가인 간의 고용관계를 계속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음을 추론할 수 있게 해준다.
3) 원고가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근로자에 대하여는 일관되게 해고 또는 의원사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구체적·개별적 사안에 따라 해고나 의원사직이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에 해당할 수 있는 경우가 있고, 그러한 경우에는 원고가 위와 같이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여 왔다는 사정만으로 그 해고나 의원사직이 정당화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안에 따라 해고나 의원사직이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에 해당할 여지가 있음에도 원고가 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관되게 해고 또는 의원사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하여 왔다면 그러한 해고 또는 의원사직이 부당해고에 해당할 뿐이며, 위와 같은 원고의 행위를 들어 부당해고를 정당한 이유 있는 해고라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주장이다.
3. 결론
그러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 한다.
판사 반정우(재판장) 김용찬 서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