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지방공무원이 유흥주점에서 만취한 상태에서 업주와 외상값 문제로 다투다가 업주를 폭행하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의 얼굴을 1회 가격한 비위에 대하여 품위유지의무위반으로 감봉 2개월의 징계 처분을 한 것은, 해당 공무원이 국민의 수임자로서의 직책을 맡아 수행해 나가기에 손색이 없는 인품을 갖추어야 할 공무원의 품위유지 의무를 심각하게 위반하였고, 비위의 정도가 중하므로 징계처분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 제주지방법원 행정부 2015.4.29. 선고 2014구합889 판결 [징계처분취소]
♣ 원 고 / 박◌◌
♣ 피 고 / 제주시장
♣ 변론종결 / 2015.04.08.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4.5.9. 원고에게 한 감봉 2개월의 징계 처분을 취소한다.
<이 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는 2013.7.26.부터 2013.11.20.까지 제주시청 총무과에서 경리업무를 담당하였다.
나. 원고는 2013.11.19. 22:50경 유흥주점에서 만취한 상태에서 업주와 외상값 문제로 다투던 중 업주의 목과 턱 부위를 가격하여 폭행하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제주동부경찰서 오라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이 사건 현장과 원고의 모습을 찍으려 하자 사진촬영을 방해하면서 경찰관의 얼굴을 1회 가격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하였다.
다. 제주지방검찰청 검사는 2013.12.9. 유흥주점 업주에 대한 폭행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 처분하였고, 경찰관에 대한 공무집행방해에 대하여는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하였다. 원고는 제주지방법원으로부터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고, 위 벌금을 납부하였다.
라. 제주특별자치도 제2인사위원회는 2014.4.22. 원고가 다음과 같이 형법 제136조제1항을 위반하고, 지방공무원법 제55조의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감봉 2개월의 징계를 의결하였다.
○ 감사위원회에서는 2013.7.2. 엄정한 공직기강 확립 당부 서한문을 감사위원장 명의로 기관장 및 부서장에게 발송하여 전 직원에게 전파하도록 하였고, 향후 공직비위에 대하여 엄중히 처리하겠다고 사전 통보한 바 있음. ○ 제주시에서는 2013.11.4. 공직기강 관련 ‘5대 공직 비위’ 대응방침을 마련하고, 공금횡령·착복, 음주운전, 도박, 성범죄, 금품·향응 수수 등 5대 중대 공직 비위에 대해서는 직급, 직위 여하 구분없이 강력하게 처벌할 방침이라고 발표하였음. ○ 공직자의 행동에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됨에도 공무집행방해와 폭행 등 사회적 지탄이 되는 비위로 도내 언론에 보도되어 공직사회의 신뢰를 크게 실추시킴은 물론 법규를 집행하는 공직자로서 법규 준수에 솔선하여야 함에도 경찰관의 공무집행을 방해하여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시킨 행위는 그 사안이 매우 중하여 엄하게 처벌하여야 하나, 그동안 공직생활을 근면성실하게 한 점,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다수의 표창을 받은 점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감봉 2개월로 의결함. |
마. 피고는 위 의결에 따라 2014.5.9. 원고에게 감봉 2월의 징계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바. 원고는 2014.6.3. 제주특별자치도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하였으나, 제주특별자치도 소청심사위원회는 2014.9.26. 이를 기각하였다. 피고는 2014.10.10. 이 사실을 원고에게 통보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내지 4, 갑 제2호증의 1 내지 3, 갑 제5호증의 1 내지 3, 갑 제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주점의 업주와 원만하게 합의하였고, 그에 따라 폭행의 점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된 점, 공무집행방해의 점에 대해서는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이 있었으나, 원고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여 정식재판 청구를 하지 않았고, 벌금도 모두 납부한 점, 원고는 당시 위 주점에 출동한 경찰관들을 찾아가 사죄하였고, 위 경찰관들은 이를 받아들여 원고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작성하여 준 점, 원고는 1981.8.19. 지방행정서기보로 임용되어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성실하게 공직생활에 임하여 왔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총 9회의 표창을 받은 점, 원고는 공무원으로서 전문화된 지식을 갖추기 위하여 2012.2.11. 제주대학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은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처분은 원고에게 너무나 가혹하고, 달성되는 공익에 비해 침해되는 사익이 더 크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다. 판단
1) 공무원인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고,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으며,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목적, 징계 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10.12.9. 선고 2010두12514 판결 등 참조).
한편 모든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 제63조 및 지방공무원법 제55조에 따라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되고, 여기서 품위란 주권자인 국민의 수임자로서의 직책을 맡아 수행해 나가기에 손색이 없는 인품을 말한다(대법원 2013.9.12. 선고 2011두20079 판결 등 참조).
2) 위 기초 사실에 나타난 사정은 다음과 같다.
① 제주특별자치도 지방공무원에 대한 징계 기준을 정하고 있는 구 제주특별자치도 지방공무원 징계약정에 관한 규칙(2014.12.31. 제주특별자치도규칙 제4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이 사건 규칙’이라 한다) 제2조제1항은 인사위원회는 징계 혐의자에 대한 비위의 유형, 비위의 정도 및 과실의 경중과 평소의 행실, 근무성적, 공적, 뉘우치는 정도 또는 그 밖의 정상 등을 참작하여 세부 징계양정 기준에 따라 징계등 사건을 의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세부 징계양정 기준을 정하고 있는 [별표 1]은 성폭력·성매매(미성년자), 그 밖의 성폭력, 성희롱·성매매, 음주운전을 제외한 기타의 품위유지의무위반에 대하여 비위의 도가 중하고 경과실이거나 비위의 도가 경하고 중과실인 경우에는 감봉을, 비위의 도가 경하고 경과실인 경우에는 견책을 정하고 있다.
원고는 유흥주점에서 만취한 상태에서 업주와 외상값 문제로 다투던 중 업주를 폭행하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의 사진촬영을 방해하면서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하였다. 원고가 위와 같은 행동을 한 경위, 당시 원고의 주취 상태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는 국민의 수임자로서의 직책을 맡아 수행해 나가기에 손색이 없는 인품을 갖추어야 할 공무원의 품위유지 의무를 심각하게 위반한 경우로서 비위의 도가 중하고, 상당한 정도의 과실 또는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 사건 처분은 위와 같은 징계양정 기준에 따른 것으로서 처분사유가 된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② 한편 원고는 이 사건 규칙 제5조제1항이 일정한 경우 징계를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음을 근거로 원고가 위 감경 요건에 해당함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 본 원고에 대한 징계의결의 내용에 따르면 이미 원고가 그동안 공직생활을 근면성실하게 한 점,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다수의 표창을 받은 점 등이 징계 양정에 반영된 것으로 보이고,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규칙에 따르면 위와 같은 감경 사유에 따라 반드시 징계책임을 감경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징계책임을 감경할 수 있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피고가 위 기준을 적용하여 원고에 대한 징계책임을 감경하지 않은 것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③ 반면 원고는 음주상태에서 외상값의 지불을 요구하는 유흥주점 업주를 폭행하고 소란을 일으켰으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하였다. 이로써 지방공무원으로서의 명예와 위신을 실추시켰고 나아가 같은 공무원인 경찰관에게 심한 모욕감을 주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피고가 이 사건 규칙을 근거로 원고를 감봉한 것이 이 사건 규칙이 정한 징계양정 기준에 비추어 특별히 중한 징계라고 보기 어렵다.
④ 나아가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이 있던 날 원고와 같이 징계를 받은 다른 공무원의 공직선거법위반의 점과 또다른 공무원의 교통사고 후 도주의 점에 대해서는 불문경고가 있었음에도 원고에 대해서만 감봉 2월의 징계처분을 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와 같이 징계를 받은 다른 공무원들의 비위 사실과 징계 양정에 반영된 요소들을 확인하기 어려운 이상 단순히 위 공무원들이 불문경고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원고에 대한 징계가 과중하다고 보기 어렵다.
3)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처분이 원고에게 가혹하다거나, 이 사건 처분으로 침해되는 사익이 달성되는 공익보다 크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허명욱(재판장) 이승훈 고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