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등법원 2024.8.22. 선고 2023나15101 판결】
• 대전고등법원 제2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3나15101 경고처분 무효 확인
• 원고, 항소인 / A
• 피고, 피항소인 / B연구원
• 제1심판결 / 대전지방법원 2023.9.21. 선고 2022가합101469 판결
• 변론종결 / 2024.7.11.
• 판결선고 / 2024.8.22.
<주 문>
1. 이 법원에서 추가된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판결을 아래와 같이 변경한다.
가. 이 사건 소 중 피고의 2021.5.28. 자 경고처분 무효확인청구 부분을 각하한다.
나.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21.5.28. 자 경고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또는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21.11.19. 자 후속조치 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원고는 제1심에서 피고의 2021.5.28. 자 경고처분의 무효확인청구를 구하였다가 이 법원에서 피고의 2021.11.19. 자 후속조치 처분의 무효확인청구를 추가하면서 위 각 청구를 선택적으로 구하고 있다).
<이 유>
1. 인정 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내용은 아래와 같이 고치거나 추가하는 것 외에는 제1심판결의 이유 중 해당 부분(제2면 제6행부터 제5면 제2행까지)의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고치거나 추가하는 부분]
○ 제2면 제8행 이하의 각 “피고 연구원”을 “피고”로 고친다.
○ 제4면 제3행 아래에 다음의 내용을 추가한다.
『6) 또한 피고는 2021.11.19.경 원고에게 이 사건 경고처분의 후속조치로 사무실 이동, 실험실 공간분리, XPS 장비이관의 조치를 지시하였고,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이하 ‘이 사건 후속조치 처분’이라고 한다. 갑 제4호증).』 <다음 생략>
○ 제5면 제1, 2행을 다음과 같이 고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내지 5호증, 을 제2, 4, 6, 7, 2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이 사건 경고처분 무효확인청구)
가. 피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경고처분은 피고의 징계요령 상 징계처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원고에게 신분상, 인사상 어떠한 불이익도 발생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소 중 이 사건 경고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나. 판단
1) 확인의 소의 대상인 법률관계의 확인이 그 이익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법률관계에 따라 제소자의 권리 또는 법적 지위에 현존하는 위험·불안이 야기되어야 하고, 그 위험·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법률관계를 확인의 대상으로 한 확인판결에 따라 즉시 확정할 필요가 있으며, 그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어야 한다(대법원 1995.10.12. 선고 95다26131 판결, 대법원 2002.6.14. 선고 2002두1823 판결 등 참조).
2)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경고처분으로 인하여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위험·불안이 야기되었다거나 이 사건 경고처분에 대한 무효확인 판결이 위험·불안을 제거하기 위한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소 중 이 사건 경고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가) 피고의 징계요령은 경징계로 감봉, 견책을 정하고 있고, 중징계로 해임, 강등, 정직을 정하고 있을 뿐 피고의 징계처분 중 경고처분은 존재하지 않는다(징계요령 제5조). 또한 피고의 징계요령의 내용을 살펴봐도 징계요령 제5조에서 정한 징계를 제외하고 ‘경고처분’ 등의 다른 처분에 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고, 해당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것이 충분히 예상된다고 볼 수 없다.
나) 원고가 피고로부터 불이익한 처우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무실 공간이동, 실험실 공간분리, XPS 사용자 변경’ 지시는 피고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요령 제10조에 따른 이 사건 후속조치 처분에 의하여 구체화 된 것으로, 이 사건 후속조치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실질적 불이익이 발생하였다는 점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 사건 경고처분 자체가 원고의 신분 내지 인사상 어떠한 현실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이 사건 후속조치 처분은 이 사건 경고처분 이후에 내려진 것이기는 하나 위 경고처분을 근거로 한 연속된 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의 직장 내 괴롭힘 조사위원회 결과에 따른 별개의 독립된 처분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경고처분의 무효가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결국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행한 ‘경고처분’ 그 자체만 무효가 되는 것이므로, 원고가 경고처분을 받게 된 전제, 즉 원고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피고 조사위원회의 결과가 효력을 상실하는 것도 아니고, 원고에게 부과된 이 사건 후속조치 처분에서 지시한 조치들이 이 사건 경고처분과 마찬가지로 효력을 상실하여 다시 원상복구 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원고가 주장하는 피고의 불이익한 조치가 중단되기 위하여 이 사건 경고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이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
3. 본안에 관한 판단(이 사건 후속조치 처분 무효확인청구)
가.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는 원고의 이 사건 각 메일전송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보고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후속조치 처분을 하였다. 그러나 원고의 이 사건 각 메일전송행위는 I 팀의 부정한 예산집행을 바로 잡으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명예훼손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직장 내 괴롭힘 행위라고도 볼 수 없다. 또한 피고의 이 사건 후속조치 처분은 그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원고의 연구 활동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등 연구의 방해 또는 중단을 목적으로 한 보복조치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부당한 조치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후속조치 처분은 무효이다.
나. 원고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피고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요령 제5조제3호는 피고 내에서 금지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다른 직원들 앞에서 또는 온라인상에서 모욕감을 주거나 개인사에 대한 소문을 퍼뜨리는 등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나)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규정의 문언과 내용을 비추어 보면, ‘직장 내 괴롭힘’이란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피해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서, 객관적으로 피해 근로자와 동종·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로 하여금 당해 행위가 업무상 필요성을 결여하거나 업무상 필요한 경우에도 피해 근로자에게 사회적 상당성을 넘어설 정도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또는 피해 근로자가 업무능력을 발휘하는 데에 상당한 정도의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다) 한편 직장 내 괴롭힘에서 규정한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에서 지위의 우위는 직접적인 지휘명령 관계에 놓여 있지 않더라도 회사 내 직위·직급 체계상 상위에 있음을 이용한다면 지위의 우위성이 인정되고, 관계의 우위는 직장 내 직급의 문제뿐 아니라 연령·학벌·성별·출신 지역 등 개인의 태생적 또는 후천적 속성 문제, 근속연수·업무지식 등 직장 내 업무역량 차이, 노조나 직장협의회 등 근로자 조직 가입 여부, 감사·인사부서 등 부서별 영향력 차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로 발생한 실질적 우위이거나, 피해 근로자의 업무상 과오나 비밀의 지득, 가해자의 과도하고 집착적인 요구와 문제 제기 등을 통한 사실상의 우위로도 성립할 수 있다. 따라서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가 반드시 상급자일 필요도 없으며, 동급자나 하급자라 하더라도 관계 등에서 우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2) 구체적 판단
가) 위 인정 사실, 앞서 채택한 증거, 갑 제7, 14 내지 17호증, 을 제3, 18, 21 내지 27, 29호증의 각 기재, 증인 E의 증언, 원고에 대한 본인신문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의 이 사건 각 메일전송행위는 E, F, G(이하 ‘E 등’이라 한다)에 대한 명예훼손행위로서 근로기준법 및 피고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요령에서 규정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 있다.
(1) 원고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
(가) 원고와 I 팀원인 E 등의 생년(연령) 및 연구원 입사연도는 아래 표와 같고, 원고가 연령, 근속연수에 있어 우위에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표 생략>
(나) 또한 원고는 V클럽의 회장직 및 피고 노동조합위원장을 역임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비록 해당 V클럽과 노동조합의 경우 가입·탈퇴 및 활동에 있어 강제성이 부여되는 조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해당 조직의 회장직을 역임하며 얻을 수 있는 정보, 인맥 등이 존재하는 점, 특히 노동조합은 피고의 인사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점, E 등이 위 단체에 일부 가입되어 있거나 가입한 적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 피고 직원들 입장에서 원고가 사실상 우위에 있다고 인식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다) 무엇보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문제가 된 원고의 이 사건 각 메일전송행위는 원고가 직급 체계 내 상위에 있음을 이용하여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원고가 E 등에게 다수의 직원들이 볼 수 있는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메일을 보내는 방식으로 문제제기를 하였고, 그 메일의 내용이 E 등에게 명예훼손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므로, 원고가 반드시 지위상 우위에 있지 않아도 사실상의 우위만으로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대로 피고의 직원들이 연구원들로 수평적인 관계에 있고, 원고와 E 등이 다른 팀에 소속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원고가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가 될 수 없다고는 볼 수 없다.
(2) 원고의 행위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피해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인지 여부
(가) 원고가 전송한 이 사건 각 메일은 I 팀이 원고의 담당인 MEIS 장비비로 배정된 예산을 I 팀의 다른 장비비로 전용한 것에 대하여 책임을 추궁하고, 그 불법성을 지적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I 팀이 원고와 구체적으로 협의하여 MEIS 장비비를 전용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그 이전에도 MEIS 장비비를 다른 장비비 등의 연구비로 전용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 MEIS 장비비는 직전 연도 예산 계획에 의하여 수립되고 그 목적에 따라 집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보이는 점, 또한 I 팀의 예산전용으로 인하여 원고가 장비비 지급 날짜를 연기하는 등 자금 집행에 어려움을 겪었고, 원고의 문제제기 이후 결국 위 예산전용으로 인하여 부족해진 MEIS 장비비를 다른 예산의 전용 등으로 해결하여 결국 원고의 문제제기가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예산전용에 대한 원고의 문제제기 자체는 업무상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존재한다.
(나) 그러나 I 팀의 연구비 부족 문제로 2020.1.16. 연구원 본부장 K과의 회의가 개최된 사실, 당시 원고에게도 회의 참석 통지가 되었으나 원고는 “회의에는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본부장님과 I 과제원들께서 협의하여 결정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답변하고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사실, 회의 결과 본부장 K이 I 팀에 배정된 장비비 예산을 연구비로 전용하는 것을 허락한 사실들을 인정할 수 있어, E 등의 I 팀은 본부장 등 피고 결재권자의 승인을 받아 MEIS 장비비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의 다른 예산의 경우 회계연도 기간 내에 예산전용은 통상적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 회계규정 및 회계요령은 ‘예산 편성 후에 생긴 사유로 인하여 이미 성립된 예산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피고 원장이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집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을 제25호증 3쪽), ’지출대체라 함은 지출을 수반하는 계정대체 또는 순수결산 계정대체 등 계정 간의 대체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을 제24호증 제7면), 부득이한 경우 장비비의 경우에도 예산변경이나 예산전용이 전혀 불가능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원고는 본부장 등 결재권자의 승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MEIS 장비비를 다른 장비비 등으로 전용하여 사용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I 팀이 원고와 구체적 협의 없이 원고가 담당인 MEIS 장비비를 전용하여 사용한 것이 적절한 업무형태였다고 볼 수는 없으나, 이러한 예산전용이 명백히 부정하다거나 불법적인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 다만 원고 입장에서 예산집행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이러한 예산전용에 대한 이의나 불만을 제기할 여지가 있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원고는 이 사건 각 메일에 “(E이) 센터장 및 중과제 책임자로서 장비비는 캡이 씌워져 있고 계정대체(예산전용)가 어렵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직무유기이고 알면서 시행했다면 문책을 받아야 할 고의적인 권력 남용행위이다”, “K 본부장님이 장비비를 사용하라는 불법적인 행위를 허용했다면 이는 당시 I 팀의 당당한 억지 주장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왜 I 과제만 유독 그렇게 특별한 지원을 요구하는지 지금도 이해되지 않는다. 엄청난 연구결과가 기대되는 것도 아니고 추구하는 내용이 B(피고 연구원)의 핵심미션이나 비전도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이러한 일들은 부서장으로서 중과제 책임자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갑질이고 불법적인 일로서 경우에 따라 징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라는 표현들을 사용하였다(갑 제5호증의3, 갑 제5호증의6 3, 4쪽). 이러한 표현들은 부정한 예산집행을 정당하게 지적하는 것을 넘어 E 등, I 팀원들의 명성과 신용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원고는 당사자인 I 팀원들뿐만 아니라 그 외 다수의 피고 임직원들에게 참조형태로 이 사건 각 메일을 전송하였다.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각 메일전송행위는 공연히 E 등의 I 팀원들에 대한 인격적 가치를 훼손시키는 발언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위 법리에 의하면 가해자의 과도하고 집착적인 요구와 문제제기 역시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될 수 있는데, 원고 입장에서는 이 사건 각 메일을 보내는 행위가 아닌 당사자들에게만 불만을 제기하거나 피고 본부장이나 원장 등에게 이러한 예산전용의 문제를 제기하는 등 다른 절차나 방식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각 메일전송행위는 적절한 방식의 업무상 문제제기라고 보이지 않고, 이는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다(또한 이런 점에 비추어 원고가 그 이후 지속적으로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진정을 하고, E을 횡령 혐의로 형사 고발한 점 역시 집착적인 문제제기에 해당하여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될 수 있다고도 보인다).
(라) 또한 이 사건 각 메일의 내용 및 표현, I 팀원들이 본부장과의 협의 후 예산을 전용한 사정, 원고와 E 등의 지속적인 갈등 및 기타 변론에 나타난 사정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각 메일전송행위로 인하여 E 등 I 팀원들은 충분히 정신적 고통을 받았거나 근무환경이 악화되었다고 보이므로, 결국 이 사건 각 메일전송행위는 I 팀원들에 대한 명예훼손행위로서 이들에게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
나)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각 메일전송행위를 통해 I 팀원인 E 등에 대하여 관계상 우위를 가지고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각 메일전송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아니라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다. 피고의 이 사건 후속조치 처분이 재량을 남용하여 부당한지 여부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발생한 경우 사용자에 대하여 객관적 조사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의무를 규정하였고(제76조의2, 제76조의3), 이에 고용노동부는 2019.2.경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을 작성·배포하였으며,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공기업 등에서는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제정·적용되고 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①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신고나 제보를 받은 전담직원은 그 사실을 조사하여 기관장에게 보고해야 하고, ② 기관장은 그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방지,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 필요할 경우 심리상담, 조력인 지정 등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들을 취해야 하고, 직장 내 괴롭힘이 확인된 때에는 가해자에 대한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③ 위와 같은 절차를 마친 후 신고자와 피해자를 상대로 그 동의를 얻어 피해신고 처리과정 및 결과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해야 한다.
2) 사무실 강제이전의 경우
가) 위 인정사실 및 다툼 없는 사실, 갑 제9호증의 기재를 종합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F의 사무실이 같은 W동에 위치한다는 이유로 M동, X동, Y동, Z동에 위치한 사무실 중 한 곳을 선택하라고 요구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Z동으로 이동하여 원고의 실험실(W동)과의 거리가 약 500m 정도 멀어진 사실이 인정된다(또한 M, X, Y동 역시 마찬가지로 기존 W동과 직선거리로 약 200m~390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다). 원고가 어떤 사무실을 선택하였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원고가 기존 사무실에서 이동하게 되면 실험실 건물과 멀어지게 되어 원고에게 다소 불이익한 결과가 초래되는 사정이 인정되기는 한다.
나)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다른 건물로 분리하는 조치로 인하여 가해자에게 다소간 불이익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가해자가 감수해야 하는 사정에 해당하는 점, ② 원고와 F의 사무실이 같은 건물의 다른 층에 존재한다고 해도 마주칠 가능성이 얼마든지 존재하여 다른 층이라는 사정만으로 피고의 다른 건물로의 분리 조치가 과도하다고는 볼 수 없는 점, ③ 사무실 강제이전 조치로 인하여 원고의 사무실과 실험실이 도보로 약 9~1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로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의 연구 활동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할 정도로 피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는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의 사무실 강제이전 조치가 재량을 남용하여 한 원고에 대한 부당한 조치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연구실 분리 및 XPS 장비이관 조치의 경우
원고는 피고가 기존의 합의안이 아닌 원고에게 불리하게 연구실을 분리하였고, 이러한 연구실 분리 및 XPS 장비이관 조치로 인하여 원고의 연구 활동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졌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러한 조치들로 인하여 원고의 연구 활동이 중단될 정도의 피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원고는 XPS 장비이관 조치 이후 XPS 장비 실험실 출입규칙 및 CCTV 설치로 인하여 원고가 XPS 장비에 실질적으로 접근할 수 없었다고도 주장하나,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은 이 사건 후속조치 처분과 무관한 것으로 보이고, 그 이후 원고의 문제 제기로 해당 문제가 시정되었다고 자인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 중 이 사건 경고처분 무효확인 청구 부분은 부적법하여 각하하고, 원고가 이 법원에서 추가한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여야 한다. 이 법원에서 추가된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판결을 위와 같이 변경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문봉길(재판장) 장정태 이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