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2020.1.31. 선고 2016가합521209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2민사부 판결
• 사 건 / 2016가합521209 근로자지위확인등
• 원 고 / 1. A ~ 9. I
• 피 고 / J 주식회사
• 피고보조참가인 / K 주식회사
• 변론종결 / 2019.10.11.
• 판결선고 / 2020.01.31.
<주 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원고 A, B, C는 피고의 근로자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 D, E, F, G, H, I에게 각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별지 청구금액표 ‘미지급임금’란 기재 각 돈 및 위 각 돈 중 10,000,000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나머지 각 돈에 대하여는 이 사건 청구취지변경신청서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각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울산, 아산, 전주 등에 공장을 두고 자동차 및 그 부품의 제조·판매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나. 원고들은 피고의 협력업체에 소속된 근로자들로, 화성시에 위치하고 있는 피고의 자동차 연구·개발시설인 L연구소 내에서 소방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원고별로 피고 협력업체에 최초 입사한 시점과 입사 당시의 협력업체명은 아래 표 기재와 같다. <표 생략>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를 주장의 요지
원고들은 피고의 L연구소 사업장에서 소방업무에 종사하면서 피고의 구체적인 지휘·감독 아래에서 피고에게 직접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에 따른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한다. 따라서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파견법에 따라 근로자 지위확인 및 임금 지급 청구(내지는 고용의 의사표시 이행 및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를 구한다.
3. 근로자파견관계의 인정여부
가. 인정사실
아래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 3, 8, 9, 10, 12, 13, 14, 16, 17, 18, 21, 22, 23, 24, 25, 26호증, 을 제1, 2, 3, 5, 6, 8, 9, 10, 11, 16호증, 을나 제36, 37, 38, 40, 42, 45, 46, 48, 5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영상, 증인 Q의 증언, 이 법원의 현장검증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1) L연구소의 설립·운영
피고는 1996년경 판매용이 아닌 각종 시험용 시제차를 제작함과 동시에 그 과정에서 새로이 고안·설계된 자동차의 품질 및 성능을 평가함으로써 자동차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화성시 일대에 이른바 자동차 연구·개발시설인 ‘L연구소’를 설립하였다.
L연구소에는 약 1만여 명에 달하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이들은 ① 인사, 총무 등 관리업무를 수행하는 일반직, ② 제품기획, 디자인, 설계, 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연구직, ③ 시험운전, 장비점검, 시설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술직으로 구분된다. L연구소 내에서 근무하는 1만여 명의 근로자들 중 연구직 직군의 근로자는 8,560여명에 달한다.
2) L연구소 소방 업무의 위탁
원고들은 L연구소 내에서 소방업무를 담당하였는데, 원고들이 속한 협력업체로서 소방대 업무를 담당하였던 협력업체는 다음과 같이 변경되었다(이하 협력업체를 칭할 경우 주식회사 명칭은 생략한다). <다음 생략>
피고는 2012년 이전까지는 그 기간에 해당하는 각 협력업체와 직접 위탁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L연구소 내의 원고들이 수행한 소방업무를 포함한 시설관리 업무를 담당하게 하였다.
피고는 2012년경부터는 피고의 계열사로서 자산관리사업을 영위하던 R 주식회사와 사이에 L연구소를 비롯한 피고 사업장의 시설 및 자산에 관하여 R 주식회사가 이를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의 자산관리 위탁계약을 체결하였고, R 주식회사는 위탁받은 자산관리 업무 중 일부를 재위탁하는 방법으로 협력업체들과 업무위탁 계약을 체결하여 협력업체들로 하여금 재위탁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였다(R 주식회사는 2014.4.1.자로 피고, 보조참가인 회사에 흡수합병되었다. 이하에서는 R 주식회사, 피고 보조참가인을 구분하지 아니하고 피고 보조참가인이라고만 한다).
피고와 피고 보조참가인 사이에 체결된 자산관리 위탁계약(이하 ‘이 사건 자산관리 위탁계약’이라 한다)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아래 생략>
피고 보조참가인과 P 사이에 체결한 업무위탁 계약(이하 ‘이 사건 위탁계약’이라 한다)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P은 원고들이 수행하는 소방 업무와 관련하여, 현장대리인으로서 Q를 소방대장으로 선임하였다. <아래 생략>
3) L연구소 소방대 현황
피고 L연구소는 산업안전보건법 내지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및 소방안전관리자를 두어야 하는 시설에 해당한다. 피고는 L연구소 내에 연구개발안전환경팀을 두고 있고, 그 아래에 안전보건 W/G(워킹그룹을 의미한다)과 환경방재 W/G이 있는데, L연구소 내 전체적인 소방관리 업무는 환경방재 W/G에서 담당하였다.
L연구소는 주행시험장을 제외하고 크게 A, B, C지구로 나누어지는데, 이중 A지구와 C지구에 각 소방대가 설치되어 있다.
A지구 소방대에는 화학소방차 1대와 순찰차, 소방점검차(포터Ⅱ트럭) 1대가 배치되어 있으며, 소방차의 경우 2015년 이전까지는 피고 소유의 차량이었다가 2016년경부터는 피고 보조참가인이 소유한 소방차로 변경되었다. C지구 소방대는 2010.9.경 준공되어 운영되기 시작하였는데, 피고 소유의 소방펌프차 1대가 배치되어 있다. 한편, 이 사건 소가 제기되기 이전까지는 피고 소유의 구급차가 소방대에 배치되어 있었는데, 이 사건 소 제기 이후에는 위 구급차는 더 이상 운행하지 않고 있고 L연구소 내에 위치한 아주대학교 의료원 소유의 구급차만 운행되고 있다.
4) 원고들의 소방업무의 내용
L연구소 소방대는 소방대장 Q를 정점으로 하여 점검반과 진압반으로 나누어지는데, 원고들은 모두 진압반 소속이다. 원고들은 소방대장 Q의 통제 아래에서 A지구 소방대와 C지구 소방대에 나누어져 근무를 하였다.
원고들이 L연구소 내에서 담당했던 소방업무는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화재감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L연구소 내의 시설 및 자산에 대한 화재 위험을 24시간 감시하는 업무(이하 ‘화재감시 업무’라 한다)이다. 둘째는 화재감시 모니터링 중 화재가 발발하게 되면 화재현장에 출동하여 화재를 진압하는 업무(이하 ‘화재진압 업무’라 한다)이다. 셋째는 일상적 업무로서 L연구소 내에 있는 소방차, 화재진압장비, 소화기 등의 점검 및 관리, 화재수신 시스템 및 통신상태 점검, 연구소 순찰 업무, 소방훈련 및 기타 민원사항 처리 등(이하 ‘일상적 업무’라 한다)이다(이하 원고들의 위 소방업무를 통칭하여 ‘이 사건 소방업무’라 한다).
화재감시 업무는 24시간 지속되어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원고들은 조를 편성하여 24시간 교대 근무 형태로 화재감시 업무를 수행하였다. 구체적으로 원고들은 소방대 내에 설치된 화재감시 모니터링 시스템 내지 CCTV를 통해 L연구소 내 시설에 대한 화재위험 현황을 지켜보면서 긴급출동 대기상태를 유지하게 되며, L연구소 내 시설에는 위 화재감시 모니터링 시스템과 연계된 화재감지기가 부착되어 있고, 화재감지기가 이상 징후를 감지하게 되면 이를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전송하여 화재 경고를 알리게 된다.
화재진압 업무의 경우, 화재감시 모니터링 시스템에서 화재감지 알림이 울리게 되면 원고들은 현장에 출동하여 화재 여부를 확인한 후 화재를 진압하고, 소방설비를 복구하게 된다. 원고들은 화재진압을 마친 후 사고일시, 사고장소, 사고경위, 사고원인, 피해상황, 현장사진 등의 내용을 담은 사고속보라는 제목의 화재진압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피고 및 피고 보조참가인에게 송부하게 된다.
일상적인 업무로서, 원고들은 위와 같은 화재감시, 화재진압 업무 외에도 하루에 정해진 시간에 따라 L연구소 내 시설에 대한 주행순찰을 돌면서 화재탐지설비, 소방기기 등에 대한 설비 점검, 유지 관리 업무를 수행하였고, 응급 상황 발생 시 구급차를 이용한 현장출동 및 환자 호송 업무, 피고 소속 근로자들로부터 접수된 각종 민원사항 처리로서 L연구소 내 유해동물(말벌 등)의 퇴치, 사체동물 처리 및 승강기 내 사고발생시 현장 출동 및 구조 업무 등도 수행하였다. 또한 피고가 수립한 소방훈련 계획에 따라 정기적으로 소방훈련에 참가하였으며, 소방차 운용 및 진압 시범, 산소마스크 착용법 등의 교육을 피고 소속 근로자들에게 실시하기도 하였다.
5) 원고들의 소방업무 수행과정
협력업체 소속인 소방대장 Q는 원고들의 이 사건 소방업무에 필요한 소방대 업무매뉴얼, 소방대 화재발생시 단계별 확인사항, 차량화재 단계별 진압매뉴얼, 소방대원 근무지침, 소방차량 교대점검 체크리스트, 소방대 소화기 점검절차, 자동화재탐지설비 관리대책, 소방대 관제 모니터링 시스템, 인수인계 점검기록부 등을 직접 작성한 후 원고들을 비롯한 소방대 대원들로 하여금 이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게 하였다.
Q는 원고들을 비롯한 소방대원들의 근무교대 순번, 당직 순번, 휴게시간, 연장근로 등에 대하여 결정권을 행사하였고, 원고들은 Q가 정한 바에 따라 소방대 근무를 하였다. 원고들의 근무자 명단, 순번 등의 근무자 현황은 피고 환경방재 WG 담당자들에게도 전달되었다.
소방대장 Q는 원고들을 포함한 소방대원들과 사이에 문자메시지 또는 SNS 단체대화방을 통해서 업무현황을 공유하고, 소방대원들에게 구체적인 작업내용, 작업방법을 전달하기도 하였다. 그 중에는 피고 환경방재 WIG 담당자들로부터의 업무지시 사항을 전달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였는데, 구체적으로 L연구소 내 현장을 원고들로 하여금 순찰하도록 지시하거나, 화재신호 중계반의 신호가 불량하므로 직접 해당 건물을 3시간에 1번씩 순찰하라고 지시하거나, 위험물저장소에서 누수가 발생하였으므로 현장을 확인하라는 지시, 2015년 설 연휴 기간 동안 C지구 소방대 근무자에 대해서 폐자반으로 근무장소를 이동하여 근무하라는 취지의 지시, 야간 근무 시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소방대 창문 블라인드를 개방하고 근무하라는 취지의 지시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원고들은 소방업무에 종사하면서 L연구소 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유형별(화재, 구급이송, 위험물, 새벽날씨 등) 상황에 따라 사전에 정해진 보고대상자에게(보고대상자에는 협력업체 소속의 상급자 외에도 피고 및 피고 보조참가인 담당자들도 포함되어 있다) 문자메시지로 상황보고를 하였고, 일일 안전순찰을 마치게 되면, 그 순찰내용, 점검결과, 특이사항, 조치내역 등 업무수행결과를 기재한 ‘일일안전순찰일지’를 작성하여, 이를 피고 또는 피고 보조참가인에게 송부하였다. 또한 L연구소 내 화재발생 시의 경우에도 원고들은 화재진압을 마친 후 그 내용을 담은 ‘화재보고서’를 작성하여 이를 피고 또는 피고 보조참가인에게 송부하였다.
원고들은 피고 환경방재 W/G 담당자들에게 업무 수행 내용을 보고함에 있어서, 피고의 업무용 전산시스템인 ‘AH’의 소방대 계정을 배정받아, 해당 시스템을 이용하여 피고에게 관련 내용을 송부하기도 하였다.
소방대장 Q는 소화기점검에 필요한 세부사항을 정하여 점검계획을 수립한 뒤 소방대원들과 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협력업체인 P 소속 상급자에게 보고하였고, 주단위로 실적을 정리하고, 차주의 업무계획을 세우는 내용의 ‘소방대주간업무’, 연도별로 소방대의 운영실적 현황을 정리한 ‘소방대 운영실적’ 자료를 작성하여 이를 협력업체 소속 상급자에게 보고하였다.
6) 협력업체의 기업조직 및 설비 등
원고들이 속한 협력업체인 P은 2012.11.6. 설립된 회사로서, 대표이사 AI은 피고 보조참가인 회사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P은 건물 등 시설관리, 위생관리 용역업, 시설 경비업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회사로서, 서울 중랑구 AJ에 본사를 두고 있고, 2014년 기준 피고 L연구소 내에서 미화, 시설관리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수는 254명, AK 화성공장에서 미화, 시설관리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수는 3명, AL 포항공장의 미화관리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19명, 피고 상산지점에서 미화, 경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수는 3명으로 총 283명의 근로자를 두고 있었다.
P은 독자적인 취업규칙을 두고 있고, 자체적으로 채용공고를 낸 후 지원자들과 면접을 진행한 후 개별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또한 P은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인사평가를 자체적으로 실시하였으며, 이를 기준으로 보직, 임명, 승진 등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고, 별도로 징계위원회를 두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징계권을 행사하였다.
나. 판단
파견법 제2조제1호에 의하면,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위와 같이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해당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해당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 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해당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2.26. 선고 2010다93707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기초하여 살피건대, 앞서 본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 갑 제19, 20, 74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피고에 대한 관계에서 파견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1)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는지에 관하여
원고들은 이 사건 자산관리 위탁계약 및 이 사건 위탁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L연구소 소방대에서 소방업무를 수행하면서, 피고 연구개발안전환경 환경방재 W/G 담당자들과 의사연락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었다.
원고들이 맡은 이 사건 소방업무의 수행과정을 살펴보면, 그 과정에서 소방대장 Q는 원고들을 포함한 소방대 대원들에게 문자메시지 또는 SNS 단체 메시지의 형태로 피고의 업무지시 사항을 전달하였으며, 피고가 원고들로부터 일일안전순찰일지, 화재진압보고서 등을 송부받기도 하고, 원고들이 속한 소방대가 피고 L연구소 연구개발안전환경팀 환경방재 W/G의 하위 부서처럼 기능적으로 종속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피고가 원고들로부터 송부받은 일일안전순찰일지나 화재진압보고서에 대해 결제를 한다거나 이를 기초로 원고들의 업무수행 능력을 평가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
민법은 수급인이 완성한 목적물의 하자가 도급인의 지시나 도급인이 제공한 재료에 기인한 것일 경우에는 수급인의 책임이 면제된다(민법 제669조)고 규정하여, 도급관계에서 도급인의 지시가 있을 수 있음을 예정하고 있다. 도급계약에 있어서도 도급인은 계약 목적을 달성하는 범위 내에서 수급인 또는 수급인에게 고용된 근로자에게 적정한 지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도급목적 지시에는 수급인이 수행하는 도급업무의 범위와 내용을 지시하고, 이를 검수·확인하는 것이 포함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점에 더하여 이 사건 소방업무는 급부의 목적이나 대상이 노무제공 그 자체로서 노무도급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피고 환경방재 W/G 담당자들로부터 Q를 거쳐 원고들에게 전달되는 사항들은 이 사건 위탁계약에 따른 위탁업무의 수행의 범위와 내용을 지시하고, 이를 검수, 확인하는 수준의 지시라고 봄이 타당하고, 이러한 지시 관계 내지는 업무연락 관계를 가리켜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 징표로서의 지휘·명령 관계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결국 원고들은 이 사건 자산관리 위탁계약 및 이 사건 위탁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소방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한 것으로서, 그 과정에서 피고와 원고들 사이에서 업무지시, 통제의 측면으로 보일 수 있는 여지가 일부 있다고 보이더라도 그러한 점은 도급계약에서도 인정될 수 있는 정도의 지시권의 수준으로 볼 수 있고, 이를 넘어 피고가 원고들에게 상시적으로 업무수행을 구체적으로 지시하였다는 등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의 업무상 지휘·명령 관계는 인정하기 어렵다.
2) 원고들이 피고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원고들이 수행한 이 사건 소방 업무는 피고 L연구소의 시설과 안전에 관한 업무로서, 피고 사업의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업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제조·판매업무와 명백히 구별되며, 나아가 L연구소의 핵심 업무인 자동차 연구개발 업무와도 명백히 구별되는 업무에 해당한다.
원고들은 P 소속 소방대장 Q의 통제 아래에서 소방대원들의 교대근무 순서나 일정을 정한 바에 따라 이 사건 위탁계약에서 정한 업무를 수행하였고, 이러한 소방대 업무는 피고 L연구소의 주된 업무와의 관계에서 상호 유기적으로 연동되어 있다고 볼 수 없고, 서로 대체할 수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피고 연구개발안전환경팀 환경방재 W/G 소속 근로자들은 소방시설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소방안전관리자로서 수행해야 할 업무나 소방 관련 인·허가 등 대관업무, 소방행정 업무 등을 수행하였을 뿐이고, 원고들이 수행하는 업무를 함께 하거나 대체하여 수행하지도 않았으며, 그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원고들은 화재진압·대피훈련 과정에서 원고들과 피고 회사 직원들이 공동으로 훈련을 진행했다는 점을 이유로 하나의 작업집단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하나, 이는 피고가 소방시설법에 따라 L연구소 내에 상시 근무하거나 거주하는 사람에 대하여 소방훈련과 소방안전관리에 필요한 교육을 실시할 의무가 있었던 것에서 기인한 것이고, 이 사건 위탁계약에서 정한 업무 범위에 따라 원고들이 그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상과 같은 점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3) 협력업체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였는지에 관하여
P은 소방대원의 선발에 대한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였을 뿐만 아니라, P 소속 소방대장 Q는 원고들을 비롯한 소방대원의 교육 및 훈련에 관한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거기에 피고의 관여나 개입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소방대장 Q는 소속 소방대원들의 교대근무 순서, 일정 등을 직접 조율한 후 이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게 하였던 점(원고들의 주말·휴일 근무자 명단 등이 피고에게 전송되기는 하였으나, 피고가 작업배치권을 행사하였다고 보이지는 않고, 화재예방 내지 비상상황 발생 시 긴급대응의 필요 측면에서 근무자 명단을 협력업체와 피고가 공유하는 것은 그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된다) 등에 비추어보면, 협력업체는 이 사건 소방업무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 작업내용, 배치, 근무태도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행사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한편, 피고 소속 직원(환경방재 W/G AM 부장 등)이 불시에 소방대를 방문하여 원고들의 근태현황을 적발한 사정이 있기는 하나, 그와 같은 불시 점검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고, 이로 인해 협력업체의 소속 근로자에 대한 독자적인 선발권, 작업배치권, 징계결정권 등이 침해되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4)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전문성·기술성이 있는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는지에 관하여
원고들은 소방차 운전에 필요한 자동차 1종 대형 면허를 소지하고 있으며, 소방대장 Q는 소방설비기사(전기분야), 위험물산업기사 등의 자격을, 원고 D는 소방설비산업기사(전기분야), 위험물 기능사 자격증을, 원고 E은 CFEI(미국화재폭발조사관)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고, 원고 D, E, F, G, H, I은 대학에서 소방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피고 협력업체에 입사하기 전에 타 회사에서 소방관련 업무를 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와 같이 원고들은 소방관련 학과를 졸업하거나 소방 관련 업무 경력이 있으며, 소방업무 수행에 필요한 자격사항을 갖추고 있었다.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는 이 사건 자산관리 위탁계약 및 이 사건 위탁계약에서 정한 업무범위에 따라 한정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원고들은 승강기 사고구조 업무, 주간응급환자 후송업무, 각종 유해 조수 및 말벌 퇴치 업무 등은 이 사건 위탁계약에서 정한 업무범위 내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위 업무들은 이 사건 위탁업무에서 정한 업무 중 ‘기타 소방활동 업무’의 범주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P은 소방업무 외에도 미화업무 내지 시설관리 업무도 위탁을 받았고, 그 세부 업무로서 민원접수, 고충처리가 하위 항목에 열거되어 있는 이상 P의 업무범위에 속하는 위 업무를 P 소속 근로자인 소방대 소속 원고들이 수행한 것이 이 사건 위탁계약에서 정해 둔 업무의 한정성을 저해한다고 볼 수 없다.
원고들은 P 등 협력업체에서 계속하여 이 사건 소방업무만을 수행하였을 뿐 원고들이 소방 업무 외에 피고의 관여 하에 다른 업무에 투입된다거나 다른 업무를 담당하는 협력업체로 소속이 변경되었다는 등의 사정은 드러나지 않는다.
이상의 점을 종합하면, 원고들은 이 사건 소방업무에 관하여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가지지 못한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평가되며(원고들은 P의 대표이사 AI, 총괄담당 AN 부장 등이 소방업무에 전문성이 없다는 점을 주장하나 직접 소방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대표이사 또는 관리자에 해당하는 사람들까지 소방업무에 관한 전문성을 갖추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는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예정한 범위 내에 있는 것들로서 그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5) 협력업체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에 관하여
원고들이 수행한 소방대 업무에 있어서 주요. 설비들인 화재감시 모니터링 시스템이나 소방차 등의 소유권이 협력업체가 아닌 피고 내지는 피고 보조참가인에게 있었던 점이나 이 사건 소제기 이후 원고들을 제외한 나머지 P 소속 근로자들은 P에서 퇴사한 후 주식회사 AO 회사에 입사하여 L연구소에서 종전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주식회사 A0에 입사한 근로자들 중 일부는 피고 보조참가인 회사로 다시 입사하기도 하였다) P은 이 사건 소제기 이후 그 규모가 급격히 축소된 점, P 대표이사는 피고 보조참가인에서 근무한 전력이 있는 점 등은 일견 피고의 협력업체로서 P의 독립적 실체가 분명하지 않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소 제기 이전에는 P 소속 근로자 수는 상당한 규모에 달하고 있었고, P은 L연구소 외에 다른 사업장에서도 미화, 환경 등의 용역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었던 점, 화재감시 모니터링 시스템은 소방시설법상 건축허가를 받기 위해 필수적으로 설치되어야 하는 시설인 점에서 피고가 소유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는 점, 도급관계라고 하여 도급인이 재료를 제공할 수 없는 것은 아닌 점(민법 제699조 참조) 등의 사정에 앞서 본 다른 사정들까지 종합하면,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피고의 협력업체인 P이 이 사건 위탁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지 않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6) 기타
갑 제74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2015년경 피고 및 피고 보조참가인의 소방부문 관련 담당자들은 워크숍을 열고 피고 사업장 내에서 위탁 형식으로 소방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해 근로자파견관계 위험성을 논하고, 이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하기로 하는 회의를 하였음이 인정된다. 그런데, 해당 회의록에서 L연구소의 경우 근로자파견관계의 위험 인자로 지목한 사정들 즉, 울산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화재 등 긴급상황 발생 시 불가피하게 직접 지시(지휘)권의 권한이 피고에게 있는 점, 화재 발생 시 무전기를 통한 일괄적인 지시, 협력업체에서 소방차를 비롯한 피고 자산의 무상사용 등의 요소들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서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게 하는 핵심적인 요소들로 보기는 어렵다.
원고들은, 원고들이 속한 협력업체가 지급받는 도급비 책정에 있어서 위탁받은 업무의 완성 내지는 결과물에 따라 대가금을 책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하청근로자의 수에 따라 인건비 단가를 매기는 임율도급의 형태로 된 점을 들어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피고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노동력만을 제공받는 근로자파견관계의 실질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협력업체가 위탁받은 업무는 L연구소 내 화재예방, 긴급상황시 조치 등 소방업무의 수행 그 자체에 대한 위탁으로서 일의 완성 여부를 정밀하게 산정하기 어렵고 노무 제공 자체에 중점을 둔 노무도급의 특성에서 기인할 것으로 볼 수 있어 대가금 산정방식이 임율도급이라는 사정으로부터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한다는 결론까지 도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 소결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는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한 근로자 지위확인 및 임금 청구(내지는 고용의 의사표시 이행 및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성인(재판장) 이종훈 정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