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과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된 을의 피용자의 쌍방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한 산재사고에 대하여 근로복지공단이 보험급여를 지급하고 갑에게 구상권을 행사하자 갑의 보험자가 구상금을 지급한 다음 을의 보험자에 대하여 을의 피용자의 과실비율에 상당하는 구상금을 청구한 경우, 자동차보험약관 소정의 재해보상면책약관의 적용이 배제되지 않는다
<판결요지>
[1]대인배상에 관한 보험회사의 면책사유의 하나로 피해자가 배상책임 있는 피보험자의 피용자로서 근로기준법에 의한 재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인 경우를 들고 있는 자동차종합보험보통약관의 규정의 의미는, 사용자와 근로자의 노사관계에서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는 노사관계를 규율하는 근로기준법에서 사용자의 각종 보상책임을 규정하는 한편 이러한 보상책임을 담보하기 위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를 설정하고 있으므로, 위 면책조항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재해보상에 대하여는 궁극적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에 의하여 전보받도록 하고 제3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전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자동차보험의 대인배상 범위에서는 이를 제외한 취지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위와 같은 면책조항이 상법 제659조에서 정한 보험자의 면책사유보다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불이익하게 면책사유를 변경함으로써 같은 법 제663조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으며,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7조제2호에서 정한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즉 보험회사)의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거나 사업자가 부담하여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이전시키는 조항’에도 해당되지 아니하므로 이를 무효라고 할 수 없다.
[2]갑과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된 을의 피용자의 쌍방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한 산재사고에 대하여 근로복지공단이 보험급여를 지급하고 갑에게 구상권을 행사하자 갑의 보험자가 구상금을 지급한 다음 을의 보험자에 대하여 을의 피용자의 과실비율에 상당하는 구상금을 청구한 경우, 자동차보험약관 소정의 재해보상면책약관의 적용이 배제되지 않는다.
◆ 대법원 2000.09.29. 선고 2000다19021 판결[구상금]
♣ 원고, 피상고인 / △△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 피고, 상고인 / ○○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 원심판결 / 서울지법 2000.3.16. 선고 99나7547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및 원심이 일부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는 소외 강철호와 사이에, 서울 3노4465호 엑셀 승용차의 운행중 사고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위 강철호의 대인배상책임을 인수하기로 하는 내용의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맺은 회사이고, 제1심 공동피고 방교상사 주식회사는 서울 7너5076호 복사 청소차량의 소유자이며, 같은 피고 안교석은 위 청소차량의 운전자이고, 피고 ○○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는 위 방교상사와 사이에, 위 청소차량의 운행중 사고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방교상사의 대인배상책임을 인수하기로 하는 내용의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맺은 회사인데, 위 강철호는 그 보험계약 기간 중인 1993.1.17. 06:20경 위 승용차를 운전하여 서울 금천구 독산1동 1006의 7 소재 편도 2차선 도로의 1차선상을 시속 60 내지 70km의 속도로 하안대교 쪽에서 협진식품 쪽으로 진행하고 있었고, 당시 위 안교석은 위 청소차량을 운전하여, 위 승용차의 진행 방향 차로 오른쪽에 있는 길에서 위 길을 건너 하안대교 쪽으로 좌회전하기 위하여, 그 곳 중앙선 옆 차선에서 수신호로 차량 진입을 도와주던 소외 이세열의 신호에 따라 위 승용차 진행 방향의 차로로 진입하다가, 위 승용차와 청소차량이 서로 충돌하였고 그 바람에 승용차가 퉁겨 나가면서 위 이세열을 들이받아 이로 말미암아 이세열은 왼쪽 정강이뼈 등이 부서지는 상처를 입었는데, 그 당시 위 안교석은 그 왼쪽에서 오던 위 승용차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잘못이 있었고, 위 강철호는 앞을 제대로 보지 아니하고 조향장치와 제동장치를 적절히 조작하여 안전하여 운전하지 못한 잘못이 함께 원인이 되어 위 사고가 일어난 사실, 한편 소외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위 방교상사 소속 근로자인 이세열에게 위 법률에 따른 요양급여 및 휴업급여금을 지급하였고, 그 후 위 법률에 따른 구상권 행사로서 위 강철호에게 위 보험금액 상당액을 지급할 것을 소로써 청구하였는바, 위 강철호의 보험자인 원고는 이에 따른 판결에 따라 소정의 구상금을 근로복지공단에게 지급하였고, 근로복지공단이 제기한 소송상 방어를 위한 변호사 비용을 지출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와 같이 근로복지공단이 피해자인 이세열에게 산업재해보상 보험급여를 지급하고 원고에게 그 구상권을 행사한 것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4조제1항(1994.12.22. 법률 제48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에는, 같은 법 제15조제1항)에 따른 것인데, 이러한 구상권은 그 보험금을 지급한 근로복지공단이 그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으로서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과 같은 성격을 가지는 것이므로 원고가 근로복지공단에 대하여 지급한 위 구상금 채무의 이행은 그 성질상 피해자인 이세열에게 지급한 손해배상채무의 이행과 같은 성격을 가지는 것이어서 그 구상금 채무의 이행은 원고가 위 이세열에게 손해배상의 채무를 이행한 것과 같이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위 사고로 말미암은 손해를 공동불법행위자의 한 사람인 강철호의 보험자인 원고가 배상함으로써 이세열에 대하여 강철호 및 원고와 안교석, 방교상사 및 피고가 함께 부담하고 있던 위 손해배상채무가 소멸되었다면, 방교상사가 비록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위와 같이 근로복지공단이 보험급여를 지급하였다는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위 보험급여 지급과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의 귀속은 그 취지를 달리하는 것으로서 방교상사는 소속 피해근로자에 대한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여전히 지고 있다고 보지 아니할 수 없으므로, 위 공동불법행위자의 한 사람의 사용자인 방교상사 및 그의 보험자인 피고는 그 손해를 배상한 원고에게 그 구상책임을 진다고 보아야 하며, 한편 피해자가 ‘배상책임의무가 있는 피보험자의 피용자로서 근로기준법에 의한 재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인 경우’를 대인배상에 관한 보험회사의 면책사유의 하나로 들고 있는 피고와 방교상사 사이의 이 사건 업무용자동차보험계약상의 약관 제10조제2항제4호의 규정은 피해자로 하여금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그 손해를 전보받게끔 하려는 취지로서, 이 사건과 같이 산업재해보상보험에 따른 보험급여를 지급한 근로복지공단이 그 보험금을 지급한 후 공동불법행위자 중 한 사람에 대하여 그 구상권을 행사함에 따라 그 구상채무를 이행한 위 공동불법행위자의 보험자가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사용자)의 보험자에 대하여 그 구상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그 약관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이를 한정 해석하지 아니한다면 공동불법행위자가 모두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그 중 일방만이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경우에는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일방의 보험자의 구상 청구는 언제나 인용되게 되고, 이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일방의 보험자의 구상 청구는 언제나 배척되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도출되게 되는바, 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되어야 하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 약관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이를 한정 해석함이 타당하여, 결국 원고가 근로복지공단에 지급한 손해배상액과 그 소송 방어를 위한 지출액 중 위 안교석의 과실 부분에 따른 구상금액을 이 사건 청소차량 소유자 겸 안교석의 사용자인 위 방교상사의 보험자인 피고를 상대로 구하면서 원고와 피고가 모두 공동불법행위자 각각을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자라는 동일한 입장에 있고, 보험자 상호간에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본다면 피고 주장의 위 면책약관의 효력은 이 사건과 같은 공동불법행위자 사이의 재구상관계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여 위 약관에 기한 피고의 면책항변을 배척하고 결국 원고의 이 사건 구상금 청구를 인용하였다.
그러나, 대인배상에 관한 보험회사의 면책사유의 하나로 피해자가 배상책임 있는 피보험자의 피용자로서 근로기준법에 의한 재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인 경우를 들고 있는 피고 회사의 위 자동차종합보험보통약관 제10조제2항제4호의 규정의 의미는, 사용자와 근로자의 노사관계에서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는 노사관계를 규율하는 근로기준법에서 사용자의 각종 보상책임을 규정하는 한편 이러한 보상책임을 담보하기 위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를 설정하고 있으므로 위 면책조항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재해보상에 대하여는 궁극적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에 의하여 전보받도록 하고 제3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전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자동차보험의 대인배상 범위에서는 이를 제외한 취지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위와 같은 면책조항이 상법 제659조에서 정한 보험자의 면책사유보다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불이익하게 면책사유를 변경함으로써 같은 법 제663조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으며,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7조제2호에서 정한 ‘상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즉 보험회사)의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거나 사업자가 부담하여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이전시키는 조항’에도 해당되지 아니하므로 이를 무효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당원의 확립된 견해인바(대법원 1989.11.14. 선고 88다카29177 판결, 1993.11.9. 선고 93다23107 판결, 2000.4.25. 선고 99다6802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도 달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하여 보상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가 지급된 부분에 대하여 원고가 위 방교상사의 보험자인 피고에 대하여는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점에 관한 피고의 면책항변을 배척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위 면책약관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이를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손지열(재판장) 송진훈 윤재식(주심) 이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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