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피고의 자동차 연구·개발시설에서 피고와 도급 형식의 계약을 체결한 사내협력업체 소속으로 보전 업무를 수행한 원고들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근로자지위확인 등을 청구한 사안임. 원심은, 피고와 원고들이 소속된 협력업체 간의 이 사건 계약에서 협력업체가 담당하는 업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한정하고 있고, 이 사건 계약에서 ‘협력업체와 피고가 협의한 작업’도 도급 작업의 범위에 포함하고 있으므로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요청으로 원고들이 담당한 업무를 계약 외의 업무로 보기도 어려운 점, 해당 시설에서 근무하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은 대부분 연구원이거나 기계·설비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기술직 근로자들로, 그들이 담당한 업무는 원고들의 업무인 예방·점검 업무와 구별되는 점, 원고들이 작업을 한 뒤 피고 직원의 확인을 받은 것은 피고로부터 구속력 있는 지시를 받았다기보다는 예정대로 업무가 수행되었음을 확인한 정도에 불과한 점 등을 이유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음.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피고가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들과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담당해야 할 업무내용을 구분해 두기는 하였으나 실제로는 업무 범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공동 작업을 수행하기도 한 점, 협력업체는 피고가 정한 표준정원에 해당하는 인원만을 채용하고 근로자 배치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없었던 점, 피고가 새로 채용된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직무교육을 수개월간 직접 실시하였던 점, 원고들의 업무는 피고가 정해 둔 단순한 작업을 반복하는 것으로 전문적 기술이 요구되지 않았고, 협력업체가 업무 수행에 필요한 물적 설비도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 점 등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원고들과 피고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보아, 이와 달리 근로자파견관계를 부정한 원심을 파기·환송함.


【대법원 2024.6.17. 선고 2019다279344 판결】

 

• 대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19다279344 근로자지위확인 등

• 원고, 상고인 / 별지 원고들 명단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 피고, 피상고인 / △△자동차 주식회사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9.9.27. 선고 2018나2062639 판결

• 판결선고 / 2024.06.17.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그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그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그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2.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들은 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피고의 자동차 연구·개발시설인 남양연구소에서 피고의 지휘·명령을 받으며 피고를 위한 보전 업무에 종사하였으므로, 해당 계쟁기간 동안 원고들과 피고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

 

가. 피고는 1996년경 도급 형식의 계약을 체결하고 한엔지니어링(이후 수급업체가 수차례 변경되었으나 소속 근로자의 고용은 계속 승계되었다. 이하 모두 ‘이 사건 협력업체’라 한다)에 남양연구소의 보전 업무 중 예방점검 및 이에 수반하는 경정비 업무를 맡겼고, 보전 업무 중 수리 업무는 피고 정규직 근로자들이 수행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인 원고들에게 점검항목별로 점검포인트, 점검기준 등이 상세히 기재된 예방점검표를 제공하였고, 원고들은 위 예방점검표에 따라 점검결과를 표시하고 조치내용 및 측정데이터 등을 기재하여 피고 시험팀 담당자로부터 확인을 받는 등의 방식으로 보전 업무를 수행하였다. 또한 피고는 피고의 사무실에서 이 사건 협력업체와 주 1회 업무회의를 통해 보전 업무의 진행을 관리하고 지시사항을 전달하였다.

 

나. 피고가 보전 업무와 관련하여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들과 이 사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담당해야 할 업무내용을 구분해 두기는 하였지만, 실제로는 피고 정규직 근로자들과 원고들의 업무 범위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아니하여 일부 장비의 경우에는 함께 업무를 담당하기도 하고, 장비 고장이 발생한 경우 피고 정규직 근로자의 요청에 따라 수시로 공동 작업을 수행하기도 하였다.

 

다. 피고는 이 사건 협력업체와 사이의 도급계약에서 도급금액을 표준정원(T/0)에 계약단가를 곱한 금액으로 정하면서, 실제 투입된 근로시간이 표준정원(T/0) 산출의 기준이 된 시간 당 1인의 작업량(M/H)에 미달할 경우 미달분을 도급금액에서 공제하였고, 이 사건 협력업체는 매월 근로자별로 결근 여부 및 근로시간을 정리한 작업월보를 피고에게 제출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협력업체는 피고가 정한 표준정원(T/0)에 해당하는 인원만을 채용하고, 이 사건 보전 업무에 몇 명의 근로자를 배치할 것인지에 관한 일반적 작업배치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이 사건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신규로 채용되거나 신규 업무를 담당하게 될 경우 세부 업무에 대한 직무교육을 수개월간 직접 실시하기도 하였다.

 

라. 원고들의 업무는 피고가 미리 정해 둔 비교적 단순한 작업을 반복하는 것으로서 협력업체의 전문적인 기술 등이 요구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협력업체는 종전 업체 직원들의 고용을 그대로 승계하였을 뿐 이 사건 보전 업무에 고유 자본이나 기술을 투입한 바가 없고, 피고 외부에 별도의 사업장이나 사무실조차 두고 있지 않는 등 보전 업무 수행에 필요한 물적 설비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3.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근로자파견관계 인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석준(재판장) 노정희(주심) 이흥구 엄상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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