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피고의 협력업체에 소속되어 CKD 품질관리업무(피고의 부품협력사들이 생산한 반조립 상태의 수출용 자동차 모듈 및 부품의 품질을 검사하는 업무)를 담당한 원고들이 피고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임금 등을 청구한 사안임.
원심은, ① 피고가 원고들을 비롯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CKD 품질관리업무 수행 전반에 관하여 직·간접적인 지휘, 명령을 하였고, 원고들이 피고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 점, 피고가 작업배치권을 행사하고 업무관련교육을 실시한 점, 협력업체들이 별다른 전문성, 기술성을 갖추지 못하였고 업무 수행에 필요한 물적 설비 역시 보유하지 않고 있던 점을 들어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고, ② 원고들과 협력업체 사이에서 발생한 사정을 들어 직접고용간주 효과 또는 피고의 직접고용의무가 소멸한다고 볼 수 없음을 전제로 협력업체에 대한 사직이 사용사업주의 책임 있는 사유 등으로 인한 부득이한 사직이라고 보아 임금 등의 지급을 명하였음.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판결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함.
【대법원 2024.6.17. 선고 2021다226558 판결】
• 대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21다226558 회사에 관한 소송
• 원고, 피상고인 / 원고 1 외 2인
• 피고, 상고인 / ○○○ 주식회사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1.3.26. 선고 2019나2050572 판결
• 판결선고 / 2024.06.17.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근로자파견관계의 성립 여부(제1 내지 제5상고이유)
가.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그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그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그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2.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아래와 같은 이유 등을 들어 피고의 협력업체에 소속되어 CKD 품질관리업무(피고의 부품협력사들이 생산한 반조립 상태의 수출용 자동차 모듈 및 부품의 품질을 검사하는 업무)를 담당한 원고들이 피고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1) 원고들은 피고 측이 제공한 CKD 업무표준과 CKD 중점검사기준서에 따라 작업을 하였다. 위 업무표준은 CKD 품질관리업무의 흐름, 내용, 방법을 정하고, 피고 소속 품질팀 근로자들의 역할과 책임을 규정하여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소속 품질관리원들에 대한 피고의 관리, 교육을 예정하고 있었으며, 중점검사기준서에는 부품의 불량 여부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작업방법과 요령(검사항목, 검사방식, 확인할 구성품, 부품별 치수, 불량품의 사진 등)이 상세히 기재되어 있었다. 원고들은 이러한 피고의 지침에 구속되어 품질관리업무를 수행하면서 피고 소속 품질팀 근로자들로부터 수시로 이메일 등을 통하여 직접적, 개별적인 업무지시를 받고 그 업무수행 결과를 위 근로자들에게 보고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원고들을 비롯한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CKD 품질관리업무 수행 전반에 관하여 직·간접적인 지휘, 명령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2) 비록 원고들은 피고의 포장협력사들의 공장 내에서 근무하여 피고의 근로자들과 상시적으로 함께 근무하지는 않았지만, 피고 소속 품질팀 근로자들에게 수시로 부품의 불량에 관한 보고를 하여 피고 소속 품질팀 근로자들이 부품의 품질 및 문제점을 즉각적으로 파악하도록 하고, 위 근로자들로부터 다시 새로운 지시를 받아 문제점이 개선되었는지를 보고하는 등 피고 소속 품질팀 근로자들과 서로 긴밀하게 업무연락 및 지시·보고를 하는 관계에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피고 소속 품질팀 근로자들은 주기적으로 원고들의 작업장을 방문하여 지시사항을 전달하거나 업무수행 결과를 감독하고 회의를 하였는바, 원고들은 피고 소속 품질팀 근로자들과 CKD 품질관리업무와 관련하여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다.
3) 피고는 이 사건 각 협력업체에 추가로 배치할 근로자의 수를 지정하는 등 작업배치권을 행사하였고, 피고 소속 품질팀 근로자가 직접 원고들을 대상으로 업무 관련교육을 실시하며 상시적으로 이 사건 각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근태현황을 보고받았다.
4) 원고들은 도급계약에서 정해진 업무 외에도 다양한 부수업무를 수행하여 업무수행 범위가 구체적으로 한정되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각 협력업체는 피고로부터만 CKD 품질관리업무를 도급받아 수행하였을 뿐 별다른 전문성, 기술성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고, 해당 업무 수행에 필요한 물적 설비 역시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근로자파견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 조항의 해석(제6상고이유)
파견근로자는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이 규정한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고용 의사표시를 갈음하는 판결을 구할 사법상의 권리가 있고, 판결이 확정되면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5.11.26. 선고 2013다14965 판결, 대법원 2020.5.14. 선고 2016다239024, 239031, 239048, 239055, 239062 판결 등 참조).
원심이 같은 취지로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는 원고들에게 고용 의사표시를 갈음하는 판결을 구할 사법상의 권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의 법적 성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원고들에게 피고의 기술직·기능직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이 적용되는지 여부(제7 상고이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들이 수행한 CKD 품질관리업무는 피고 소속 기술직·기능직 근로자들이 수행한 업무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아 위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이 원고들에게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파견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협력업체와 고용관계가 단절된 기간에 대한 청구 가부(제8상고이유)
가. 관련 법리
1)「구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6.12.21. 법률 제80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파견법’이라 한다)상 직접고용간주 규정이나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 규정의 내용과 개정 경과, 입법 목적 등에 비추어 보면, 직접고용간주 또는 직접고용의무 규정은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발생하는 법률관계와 이에 따른 법적 효과를 설정하는 것으로서 그 내용이 파견사업주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대법원 2015.11.26. 선고 2013다14965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률관계의 성립이나 법적 효과 발생 후 파견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가 유지되고 있을 것을 그 효력 존속요건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고용관계의 성립이 간주되거나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 후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에 대한 관계에서 사직하거나 해고를 당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원칙적으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직접고용간주나 직접고용의무와 관련된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구 파견법 제6조제3항 단서와 파견법 제6조의2 제2항은 ‘해당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에는 직접고용간주 규정이나 직접고용의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직접고용간주 규정이나 직접고용의무 규정의 입법 목적과 그 규정들이 파견사업주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해당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란 근로자가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 되는 것을 명시적으로 반대한 경우를 의미한다. 따라서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하고자 하는 의사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해당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9.8.29. 선고 2017다219072 등 판결, 대법원 2020.5.14. 선고 2016다239024 등 판결 참조).
2) 구 파견법에 따른 직접고용간주 효과 발생 후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현실적으로 고용하고 있지 않은 동안 파견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고용관계가 단절되거나 그 밖의 사유로 사용사업주에 대한 근로제공이 종료되거나 일시적으로 중단된 경우, 파견근로자는 민법 제538조제1항에 따라 근로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사용사업주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것임을 증명하여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근로제공 중단기간 동안 근로제공을 계속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등 상당액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근로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사용사업주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것인지는 근로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은 구체적인 사유와 경위, 그 사유에 관한 파견근로자와 사용사업주의 태도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파견법에 따라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하였으나 사용사업주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면 사용사업주에 대하여 근로를 제공한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할 때까지의 임금 등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직접고용의무 발생 후 사용사업주에 대한 근로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도 파견근로자는 근로의 미제공이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것임을 증명하여 해당 기간 동안 계속 근로를 제공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등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파견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것인지는 앞서 본 직접고용간주의 경우에 사용사업주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것인지를 판단할 때와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3.12. 선고 2019다223303, 223310 판결 참조).
나.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들이 피고와 근로관계를 종료하겠다는 명시적인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오히려 원고들은 이 사건 각 협력업체에서 담당하던 CKD 품질관리업무가 폐지됨으로써 그동안 수행하여 오던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거나 휴직 후 기존 협력업체에 복직할 수 없어 부득이하게 사직한 것으로 보이며, 원고들과 파견사업주인 이 사건 각 협력업체 사이에서 발생한 위와 같은 사정을 들어 직접고용간주 효과 또는 피고의 직접고용의무가 소멸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직접고용간주 효과 또는 직접고용의무가 존속한다는 전제에서 사직 후 기간에 대한 금전 청구를 포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직접고용간주와 직접고용의무의 법적 효과 내지 파견근로자의 고용관계 단절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엄상필(재판장) 노정희 이흥구(주심) 오석준